월간다도08. 12- 솔바람 이는 소리
<다, 다, 오시오. 누구나 다 오시오! >
‘최악의 경제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있고, 자식들이 잠든 사이에도 집세를 어떻게 마련할지, 병원비를 어떻게 낼지, 자식들 대학 학비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걱정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많은 부모들이 있습니다.’ 운전사 머리 위에서 방송되는 최강국 대통령 취임사에 맞장구치듯 버스는 기름 한 방울 아끼려 고속도로를 냅다 달려댔다.
가슴에 팍팍한 먼지가 일 때는 가로수길 긴 대문을 열어주는 청주로 가자.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시내초입까지 시오리 가로수 샛길을 달리다보면 메마른 가슴께에 촉촉한 물기가 사계절의 메시지로 번져 난다. 영화 ‘만추’의 라스트신을 본 외국감독들이 ‘저 길이 실제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가.’라고 묻기까지 했다는 청주가로수길에 사열 종대로 도열한 천오백여 그루의 버즘나무가 오십여 년 아름드리 세월로 마중 나왔다.
This election had firsts and many stories that will be told for generations. But one that's on my mind tonight in about a woman who cast her ballot in Atlanta. She's a lot like the millions of others who stood in line to make voice heard in this election except for one thing? Ann Nixon Cooper is 106 years old.
She was born just a generation past slavery; a time when there were no care on the road or planes in the sky; when someone like her couldn't vote for two reasons? because she was a woman and because of the color of her skin. .....
A man touched down on the moon, a wall came down in Berlin, a world was connected by our own science and imagination. And this year, in this election, she touched her finger to a screen, and cast her vote, because after 106 years in American, through the best of times and the darkest of hours, she knows how America can change. Yes we can. ......
이번 선거는 ‘최초’라는 형용사가 붙는 많은 기록과 이야기를 남겼고 그 기록과 이야기들은 앞으로 몇 세대 동안 회자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오늘밤 저는 아틀란타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한 여성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줄을 선 수백만 명의 다른 유권자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지만 단 한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맨 닉슨 쿠퍼 할머니는 106살이라는 점입니다.
그녀는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한 세대 뒤에 태어났습니다. 그때 거리에는 차가 없었고 하늘에는 비행기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 쿠퍼 할머니 같은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녀가 여성이었고, 또 흑인이었기 때문입니다. ......
인간이 달 표면에 발길을 디뎠고,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졌으며, 바로 우리 과학과 상상력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바로 이 선거에서 그 할머니는 터치스크린에 손가락을 댔고, 그녀의 투표권을 행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장 좋았던 시절과 가장 암울했던 시간들이 점철된 106년을 살아온 이 할머니가 어떻게 해야 미국이 변화될 수 있는지를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최초’ 외에도 수식어가 여럿 붙은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날 무렵 청주 시내에 들어섰다. 106년을 살아온 쿠퍼 할머니도 무색할 이십년 전통부터 삼대를 지켜온 음식점 간판이 몇 집 건너마다 눈에 띄었다.
‘쇠붙이를 양반의 고장에 들어오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철도역을 조치원으로 넘긴 청주는 그래서인지 외부에서 넘나들지 않은 전통이 대를 이어 고스란한 고장이다. 먹을거리, 마실 거리를 보면 그 고장의 맛과 멋, 문화를 죄 알 수 있다는 고집으로 청주시내를 걸었다. 철마의 굉음을 들을 수 없는 고장에서도 경기 불황은 피할 수 없는지 거리에는 예쁜 신들이 주인을 기다리면서 굽을 높이고 있었다.
문전에 늘어선 기다림도 마다않는 소문난 별미 쫄쫄호떡과 삼십년 된 매콤달콤 떡볶이 맛에 빠져드는 청주 사람들은 고장이름답게 맑고 안온했다. 한강변을 따라 좌우로 포진한 고층 아파트선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라면, 소가 누운 듯한 우암산을 병풍삼은 청주는 바특한 국물의 버섯찌개와 속 풀이에 맞춤인 올갱이국을 자랑했다. 와우산 느린 능선만큼 편안하고 깊은 맛이었다. 올갱이국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아이스케키 여남은 개를 먹어야 빨간 회국수의 매운 기운을 가실 수 있었던 젊은 날의 향수에 이끌려 괜찮은 찻집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은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하고, 차 맛이 좋아야 하며, 정담을 나누는 분위기를 가진 찻집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볼거리, 들을 거리가 있어야한다는 주문 외의 주문을 더하는 한편 카페마니아들은 주인의 이미지부터 따지기도 한다.
늦가을 햇살이 호젓한 북문로를 따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사방을 두르다보니 수더분한 간판 아래 들목이 예사롭지 않은 찻집이 눈길을 붙들었다.
‘다다오’
다다오는 들어서는 돌길부터 소담하고 아취가 있다. 서울 비싼 땅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여백이 군데군데 엿보이는 다다오에 들어서자 나즉한 샹송이 만추를 조곤조곤 전했다. 이즈음의 사람들은 전통이나 현대의 일색보다 둘이 공존하는 퓨전형의 크로스오버에서 편안함을 누리게 된다. 그런 현대인의 취향을 읽은 듯, 다다오는 실내분위기부터 차 차림에도 우리 차와 허브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의 세련미가 구석구석까지 치밀했다.
“서울에서도 이런 곳을 찾을 수 없었는데요.” 청주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서울손님은 여기 저기 나누어진 방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막힌듯하나 막혀있지 않는 다다오는 호흡이 편했다. 실내에서도 미끈한 복자개나무를 하늘빛 아래 싱싱한 초록으로 자라게하고, 차 한 모금에 하늘 한 번 치어다보는 호사를 주는 둥근 천창은 다다오의 일등공신이었다.
주인장 이영희씨는 사년 전 다다오의 문을 연 후, 차를 좀 더 깊고 다양하게 연구하기 위해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간 차학(茶學, Teaics) 전공생이다. 그는 여린 봄의 녹차부터 여름 우거진 그늘에서 쉬어갈 아이스티의 다양한 메뉴, 안 뜰에 피우는 가을 차꽃, 향기롭고 따스한 겨울 허브에 이르기까지 차의 사계를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하늘로 향하는 천창뿐만 아니라 방과 방을 넘나드는 둥근 창 넘어 예술의 풍요로움도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
마른 먼지 이는 팍팍한 가슴에 목기(木氣)를 받고자 들른 청주에서 찾아낸 찻집 ‘다다오’.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은커녕 찻집순례자의 흥분을 돋우기에 충분한 찻집 ‘다다오’의 발견이었다. 차의 오미와 오감, 오행에서 이름을 붙였다는 ‘茶茶五’는 ‘누구나 다 오라.’고 손짓하는 찻집이었다.
올갱이국 한 그릇으로 배불리고, 다다오 그린라떼 한잔으로 올 가을 행복을 제대로 누렸던 청주의 여정이었다. 쇠붙이는 거부했지만 현대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는 직지의 도시 청주에서 오감의 찻집 다다오가 전통과 창조를 일구어낼 만남의 광장으로 대를 이어갈 것을 바랐다. 그리고 그러리라 믿었다. 큰 대륙 새 대통령의 다짐말처럼 “Yes they can..."
첫댓글 가본 적은 없지만 고속도로를 지날 때 청주쪽으로 난 그 가로수 길이 늘 내 뒷꼭지를 잡아댕기곤 했지요. 의외의 행운을 만난 멋진 여정이셨네요. '다다오' 찻집 이름이 참 의미깊습니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찻집이라니 상상초월인데 그 하늘을 담아다 보여주시니 은혜롭기까지 하군요. 올갱이국도 먹어보고 싶고 쫄쫄이 호떡도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 또 하나 생겼어요.
그곳에 가보고 싶네요. 덕분에 청주 구경잘 했습니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청주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 홍시전등이며 눈둘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시간, 계절을 실내에 옮겨 놓은 듯해서 안과 밖이 소통하는 멋진 공간, 청주에 가면 꼭 가보고 싶군요~~~!
다다오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 마음이 정말 포근해질 것 같아요. 분위기에 취하고 차에 취하고 꼭 한번 가 보고 싶네요. 쫄쫄호떡도 처음 들어보는데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청주는 서너번 가 본 곳인데 이런 곳은 처음 봤네요. 눈 요기 잘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청주를 맘 먹고 가 본적 있나?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스쳐 지나갔을 뿐입니다. 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