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훼밀리 입니다.
딕 훼밀리 작별/또만나요 지구(JLS 120927), 1977 '건전한 그룹사운드' 딕 훼밀리의 출세작 음반의 멤
버 설명: 왼쪽부터 서성원(드럼), 김지성(보컬), 박수호(베이스), 이박무(테너 색소폰), 이천행(기타), 김
후락(보컬), 문옥(키보드) 1980년대경까지 나이트클럽을 드나들던 사람들은, 영업이 끝날 무렵 울려 퍼
지던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할 시간"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들으며 아쉬워하던 시절을 추억처럼 가지
고 있을 것이다. "또 만나요"라는 이 노래의 주인공은 딕 훼밀리라는 그룹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활동
한 이 그룹은 대왕 코너, 센트럴 호텔, 뉴 남산 호텔 등의 나이트클럽의 주 단골로 인기가 높았다고 전해
진다. 1971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잠시 이 그룹의 시초를 살펴보자. 이 그룹을 이끌기 전 서성원은 오
세은과 함께 메가톤이라는 전설적인 그룹에서 활동한 바 있다. 메가톤이 해산되면서 서성원이 새로 시
작한 그룹이 딕 훼밀리다. 미8군 무대의 다크 아이스를 거친 기타리스트 이천행은 좀 늦게 합류해 1973
년경부터 활동했다. "또 만나요"는 바로 오세은의 곡이다. 이천행에 의하면 그들의 첫 독집 음반으로 알
려진 [작별/또만나요]는 대마초 파동 이전(1974-5년경) 풍전 호텔에 서던 무렵 만들어진 음반인데 "나
는 못난이", "흰구름 먹구름" 등이 히트하면서 MBC 인기 가요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나이트클럽
이나 방송에서 출연요청이 쇄도했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방송과 관련된 줄은 박영걸의 도움을 받았
다). '1971년 MBC 가요중창상 수상, 1972년 플레이보이경연대회 우수상 수상, 1973년 뉴스타배 보컬
경연대회 우수상 수상'이라는 음반 뒷면에 새겨진 기록이 이들의 인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여기서 잠깐.
딕 훼밀리를 한글명으로 고친 '서생원 가족'이라는 그룹명은 서성원의 애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드러머인 서성원이 리드하는 덕에 음반에 담긴 많은 노래들이 드러밍으로 시작한다. 시작부뿐 아니라
곡의 곳곳에서 다채롭고 다이나믹한 드러밍이 강조된다. 그러나 그것은 긴 시간동안 화려한 솔로 형태
로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튀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삽입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유형의 노
래들을 부를까. 이 음반에서 보이는 노래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작별"(이요섭 곡)이나 "흰구름
먹구름"(서성원 곡) 같은 느린 발라드 풍 노래들은 지구레코드 전속의 관현악단의 연주와 중창단이 참
여한다. 색소폰의 구슬픈 연주에 플루트와 바이올린 반주가 입혀진 슬로 템포의 "흰구름 먹구름"은 애절
한 발라드이지만 김지성의 목소리는 절절함보다는 담담한 어조로 노래한다. 이 노래를 듣는다면 "말해
다오 말해다오"에 도달하는 선율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작별"에서는 김지성보다는 약간 굵은 톤의 김
후락의 목소리가 주도하며 그 뒤로 중창단식 백업 보컬과 현악 반주가 참여한다. "노을"(김지성 노래),
"옛추억"(김후락 노래) 등도 이런 스타일에 속하는 노래일 것이다. 반면 미드 템포 하에서 전개되는 "또
만나요"(오세은 곡)나 "나는 못난이"(이요섭 곡) 등은 그룹사운드적인 노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
룹사운드적이라 함은, 1인의 보컬이 리드하는 발라드 풍 노래와는 다르게 레코드 전속의 관현악이나 중
창단이 참여하지 않고 멤버들이 다같이 노래한다는 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 만나요"의 경우 빠빠빠하
는 경쾌한 보컬과, 색소폰 소리를 중심으로 간단명료한 가사의 소절을 주고받는다. 다소 코믹한 전주에
다층적인 코러스를 구사하는 보컬들이 노래하는 "나는 못난이"에서는 간주에서 기타의 트레몰로 솔로
가 인상적이다. 대개 기타를 비롯해 키보드는 화려하게 나서지 않고 리듬과 화성을 뒷받침하는 반주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색소폰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단조 노래 "봄이면 오겠지", 다소 이색적인 화음
전개로 여러 층의 보컬 화음을 만들어내는 "사랑의 멜로디" 등도 위의 노래와 일맥상통하는 노래들일 것
이다. 이런 유형 하에서 보컬의 형태는 보컬 혼자 단독으로 리드하는 경우와 서넛의 보컬이 다 같이 부
르는 경우가 존재한다. 전자에는 위에서 말한 첫 번째 유형의 노래가, 후자에는 미드 템포의 두 번째 유
형의 노래가 속한다. "작별"은 김후락이 노래를, "흰구름 먹구름"은 김지성이 솔로로 부르는 곡이다. 김지
성은 이태리계로 피터라 불렸는데 음반을 낼 때 군입대를 하는 바람에 방송이나 무대에 설 때는 이천행
이 불렀다. 반면 "또 만나요"나, "나는 못난이" 같은 경우가 대개 같이 노래를 하는 경우다. 이런 노래들에
서 중간중간마다 혼자 부르는 목소리도 있지만 메인 보컬에 김후락, 김지성이 담당하고 고음 파트는 이
천행, 저음 파트는 테너 색소폰을 맡은 이박무가 담당해 함께 부른다. 요컨대 딕 훼밀리의 인기 뒤에는
여타의 그룹사운드가 불건전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로 보여졌던데 반해 이들은 '건전한 그룹사운드'의 이
미지로 부각되었던 점이 주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당시 매체들은 '사이키나 하드 록이 아닌
"나는 못난이" 같은 음악이 건전한 음악'으로 지목했다. "또 만나요", "흰구름 먹구름" 등을 보아도 가사는
지극히 불온이나 퇴폐와는 거리가 먼 정서를 보여주며 사운드 역시 '쎄지' 않고 온건한 편에 속하기 때
문이다. 특히 약간의 코믹한 요소가 재미를 부가한다. "또 만나요"나 "나는 못난이"는 선율이나 리듬은 웃
음을 포함하고 있으며, 퇴근길의 풍경을 이야기식으로 구성한 "퇴근길"은 "어이 우리 차나 한 잔 하지",
"안돼 오늘 시간이 없어"처럼 삽입된 익살스러운 대화를 삽입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절정의
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 음반 이후 [딕 훼밀리의 2탄](이 음반에서는 "그 님이"라는 곡이 히트
했다)을 발표한 뒤 딕 패밀리는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이천행은 이 음반의 녹음에 참여했지만 발매 이
전에 그룹을 떠나 하얀 비둘기(비둘기가족)라는 새로운 그룹을 시작하게 된다("흰구름 먹구름"은 하얀
비둘기 음반에도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