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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시간 스크랩 백 년 만에 다시 만들어보는 `얼렁뚱땅 유학생 김치` 공개...
푸른하늘 추천 0 조회 26 08.05.28 10: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얼마 전부터 밥을 먹는데 폭삭 시어버린 작년 김장김치를 계속 먹으려니 왠지 입맛도 살지 않고,

요즘 날씨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다.

상큼한 겉절이를 생각하며 집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시장을 보다.

 

다행이 그 날 들어온 얼갈이와 열무를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각각 한단씩 사고, 김치를 담그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생각한다.

 

고추가루는 엄마께서 지난번에 주신것이 있으니 쓰면 되고, 마늘 갈아놓은 것도 엄마께서

주신게 그대로 있고, 생각하다 배추를 절일 왕소금이 없음을 깨닫다.

 

소금을 찾으러 가다.

엥~ 그런데 맛소금 밖에 없다. -.-;;

이상하다 싶어 계속 찾아 보았으나 맛소금 밖에 없다.

 

왕소금만 없는 이유를 모르겠으나 맛소금으로는 김치가 안되겠냐 싶어 맛소금 한봉지와

얼갈이, 열무를 각각 한단씩 사들고 집에 돌아오다.

 

일단 열무와 얼갈이를 적당히 잘라 맛소금을 살짜쿵 뿌려두다.

배추들이 잘 절여질 동안에 풀물을 쑤기로 결심하고 냄비를 꺼내 밀가루를 넣고

전기주전자에 팔팔 끓인 생수를 부어버리다.

 

그랬더니 밀가루가 제대로 엉켜 버리면서 그룹화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일일이 뭉쳐버린 그 덩어리들을 숫가락을 뒤집어 풀어줘야 하는 상황 발생..

 

오랫만에 하는 김치다.

아니 작년에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내 손으로 처음하는 김치다.

그래서 다 잊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도 오랫만이라 기억이 안난다.

 

일단 풀물을 대충 마무리 하여 그 뜨거운 풀물 위에 고추가루와 약간의 설탕을 붓고

휘젓다가 생각난 마늘을 넣었더니 고약한 마늘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마늘을 밀가루 풀에 끓인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까지 와서 난 이 김치 만들기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잘 절여졌을 배추를 씻으려 보니 어머나... 이것들이 제대로 바짝바짝 서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당시 상큼한 겉절이를 만들려다 김치로 전향한 것이었기에 생배추도 먹을 판에

이 정도가 뭐가 문제가 되겠냐 싶어 김치 만들기를 계속 추진했다.

 

일단 깨끗이 헹군 후에 준비된 날림 양념을 잘 뭍혀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꼿꼿한 선비같은 얼갈이와 열무는 당체 양념과 어우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통에 넣고 그냥 양념을 부어 버리고 '며칠 두면 잘 익겠지....' 하고 기다리기로 마음 먹다.

 

그런데 그 다음날 열어봐도 배추는 여전히 꼿꼿하여 풀죽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먹지도 못하다 장보러 간 김에 계산하는 아주머니께 왕소금이 없냐고 여쭈었더니

있다고 하며 정면을 가리킨다. 쌀과, 왕소금만 그 쪽에 따로 분리해 둔 이유를 모르겠으나

어쨌든 왕소금을 집어 들며 이야기를 꺼냈다.

 

"얼갈이로 김치를 했는데 배추가 아직도 꼿꼿해서 왕소금을 안 뿌려서 그런가 걱정이 되네요.."

 

그러자 아주머니 놀라시며,

 

"왕소금 아니면 뭘로 절였는데요?"

 

"엊그제 왔을 때 맛소금 밖에 없어서 맛소금으로 절였죠. 그래서 그런가요?"

 

"어머... 맛소금으로 하면 안되지... 왕소금으로 해야지..."

 

"그럼 지금 이 왕소금을 가져다 김치 위에 좀 뿌려 둘까요? 아니면 배추는 꼿꼿하니까 씻어서

양념을 만들어 다시 김치를 할까요?"

 

"아이~ 배추를 씻지 말고 그냥 지금 집에 가서 김치 위에다 살짝 왕소금을 뿌려 놔요.

그럼 풀이 죽으면서 괜찮아 질거에요"

 

"진짜 그럼 괜찮아요? 다시 김치할 필요 없는거죠?"

 

 

난 그렇게 경험 많은 아주머니와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와 김치통을 열어 꼿꼿한 배추 위에

왕소금을 뿌려 두었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에 이젠 잘 익었겠지 싶어 고대하던 시간을 만끽하려 베란다에

내어 놓았던 김치통을 열어보다. 순간 욱~ 토할것만 같은 역한 냄새가.... -.-;;

 

토할것만 같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역겨움이 느껴진건 얼갈이와 열무가 양념과 어우러져

김치가 된 것이 아니라 곰팡이가 피어 완벽하게 썩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김치를 만들 줄 안다며 자만했던 나의 어리석음에 고개를 떨구고야 만다.

그냥 대충대충 고추가루에 마늘을 넣고 풀물을 넣는지, 거꾸로 하던지 아무렇게나

해도 내가 만드는 김치는 맛이 있을거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이 썩어가는 김치를 위에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었다.  

 

빠리에서 김치를 자주 해먹으며 내가 자신할 수 있었던 것 중에 하나였던 김치 담그기...

필요한 것들을 다 구하려면 한국에서 소포가 두어번 왔다가고 멀리 중국시장에까지 차로 가야 하는

여러 번거로움 속에서도 빛을 발하던 나의 '막무가내식 얼렁뚱땅 유학생 김치' 는 그적저럭 먹을만하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었다.

 

아니 '얼렁뚱땅 유학생 김치'는 금방했을 때보다 하루하루 익어갈수록 맛이 났다.

신기할 정도로 맛이 맑아지고 깨끗해졌다. 특히 깍두기가 그랬다.

 

 

그런데 그런 내가 담근 김치가 김치가 되지 못하고 어정쩡한 배추로 썩어가고 있다는 상황에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

 

뿌까와 함께 백화점에 다녀오는 길에 꼭 김치를 다시 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얼갈이와 열무를 각각 한단씩 골랐다. 그리고 계산할 때 다시 같은 아주머니께 여쭌다.

 

"그 때 김치가 잘 안되었어요. 다시 하려구요..."

 

"일단 왕소금을 뿌려서 한 세시간 정도 푹 나눠요. 그 다음에 양념을 무치면 돼요"

 

"세시간이요?"

 

의아해하는 나에게 아줌마는 확인이라도 하시겠다는 듯이 내 뒤에 서 있는 다른 아주머니께 여쭌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이런 얼갈이와 열무는 10분만 절여도 된다고 훈수를 둔다.

네네... 알겠다고 하고는 집으로 와서 굴욕의 시간을 잊고 다시 김치 담그기를 시도하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하는 자세로 사진까지 찍어 봤다.

김치를 제대로 담그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말도 안되는 허접한 방식일테지만 나름 이렇게

해 먹으며 우리나라 음식을 향한 갈증과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 일명 '얼렁뚱땅 유학생 김치' 담그는 법을 공개합니다. ㅋㅋ

 

 

 

 

동네 마트에서 사온 열무와 얼갈이 각각 한단씩 다듬기 시작하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실시간으로 왕소금을 뿌려준다.

(물에 소금을 녹여 배추 위에 부어주면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아마 이 상태로 두 시간 정도를 두었다가 지루함을 못견뎌 소금 위로 물을 부어 버렸던듯... -.-;;

 

 

 

배추가 절여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밀가루 풀물 쑤기..

이번에는 냄비에 밀가루를 넣고 찬물을 넣어 일단 잘 풀어내다.

그리고 약한불에서 천천히 정성들여 풀물을 만들다.

(보통 찹쌀가루 풀물을 써야 한다는데... 유학생 신분이었을 때부터 없으면 없는대로 만드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요리... 두려운게 없다 -.-;;)

 

 

 

 

일단 왕소금을 뿌려둔 배추는 잘 덮어둔다.

 

 

 

 

 

배추가 절여지기를, 풀물이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쪽파 다듬기...

 

 

 

 

그와 동시에 고추가루에 약간의 설탕을 넣은 후 생수를 부어 고추가루 불리기...

 

 

 

정리된 쪽파 썰어 레디...

 

 

 

 

아까 물에 불리는 고추가루를 통에 넣은 후 생수를 좀 부어서 마구 저어보기...

(빠리에서 김치를 담글 때, 고추가루만큼은 한국에 계신 엄마께서 직접 보내주시는 것을 썼다)

김치를 담가보면 알지만 우리 고추가루로 하면 김치색깔이 다르다.

 

 

 

 

이제 잘 녹아든 고추가룻물 위에 곱게 만들어진 풀물을 넣고 그 위에 다진 마늘은 올린다.

그리고 스무 번 정도 정성스럽게 잘 저어 골고루 섞이게 해준다.

 

 

 

 

그 다음 등장하는 쪽파...

 

이제 나의 모든 재료는 전부 다 동원되었다.

사실 난 젓갈을 넣지도 않는 편이다. 젓갈이 들어가서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이 없어서인지,

애초에 김치를 배울 때 굳이 젓갈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배워서인지 이것들 외에는 뭘 더 추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쨌든 이것만 넣은 양념으로도 김치가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버무리는 일만 남았다.

 

 

 

예쁘게 색이 나온 양념은 준비되어 있고...

 

 

 

 

이번엔 제대로 잘 절여진 얼갈이와 열무...

생열무, 생배추 먹으려다가 크게 놀라고 나선 왕소금에 잘 절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다.

 

 

 

배추잎에 힘이 쭉쭉 다 빠져 있음을 확인...

 

 

 

 

번거롭게 큰 그릇에 양념을 뭍혀 통에 옮겨 담는 수고를 하기 싫어 통에서 직접 양념을 만나게 하다.

이 정도 왔을 때, 양념과 배추의 어우러진 냄새를 맡으며 이번 김치는 성공이라고 확신하다.

 

 

 

 

최소한의 재료로 만드는 '유학생 김치' 만들기 끝...

지금까지 들어간 모든 재료...

1. 얼갈이, 열무 각 한단씩 2. 왕소금 3. 고추가루 4. 약간의 흑설탕 5. 생수  6. 밀가루 풀물 7. 쪽파

8. 다진마늘 이상 끝...

 

복잡하지 않은 김치제조 과정 ^^, 그리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김치 양념 재료로 남녀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김치 만들기...

 

초보자라면 위에 나와 있는대로만 해 보세요..

상큼한 봄바람이 여러분들 식탁 위에 올라와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시식을 해 볼까요...

 

반찬 만들기가 귀찮아 일단 있는 오이를 자르고, 배춧잎을 씻고, 김치를 내어놓다.

잡곡밥에 어울리는 토종 된장과 함께하다.

 

이틀 후에는 시금치 된장무침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요리하는거 솔직히 시간 많이 걸린다.

살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체불명의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겠다고 결심한 이상 뜻을 굽히지 않기로 다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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