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D-1)
나 오늘 성장(盛裝)을 하고 나섰다.
2년여를 준비하고 기다렸던 오늘이다.
차곡차곡 쌓은 님의 사진과 이력을 가지고 !
8.3 23:15 구포역에서 승차, 2016열차 7호 칸에서 함께 갈 세분
(산사님, 산도우미님, 산가치님)과 접선. 기념으로 땅콩을 안주로 피처
두병 캬 ~~, 그것도 모자라 캔맥주 한 개씩을 원샷...
8.4 2시경 지금은 세 분은 꿈속에 있고 조치원을 통과중이다.
창 밖은 어둠 속에 있고, 가로등은 멀어 지고 있다.
깜깜한 저곳, 저곳은 무슨 땅인가, 조상의 뼈로 만든 땅,
사랑을 나누던 나무밑, 이별하던 산허리,
슬픔에 통곡하던 계곡, 기뻐 소리치던 산이 아닌가?
어둠 속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8월 4일
8.4 04:26 영등포역 도착.
뼈다구해장국 한 그릇 씩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행 버스를
타고 출발, 06:40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걱정반 설레임 반으로
서성거리다, 10:00 처음으로 가이드와 인사를 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화물을 부치고,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쳐다보고,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
곧 출발할 것 같은 비행기가 출발을 못한다.
그리운 님 보러 가는 길에 레이다가 심술을 부린다.
산도우미님는 불안하게 이러다 못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겁주고 ....
점심(기내식) 먹고, 지루한 기다림 속에 14:38 드디어 이륙,
처음 보는 일행들과는 서먹서먹하다.
16:20 장춘에 도착, 비행기가 늦는 바람에 연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이동. 스치는 연길 풍경은 언젠가 꾸었던 꿈속의 풍경처럼
낯익은 것 같기도 하다.
18:30 연길 도착 식당으로 이동하여 저녁 먹고, 송이버섯도 한 점하고
19:55 이도백하로 출발,
어두워지는 서쪽하늘에 노을이 곱게 진다. 내일은 맑겠지?
그리운 님 생각에 차창의 풍경이 사진처럼 지나간다.
서러운 세월을 선조들이 사셨던 땅인데.......
노을이 진 밤길을 끝없이 버스로 달린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선님은 장뇌삼을 사 드셨단다.
어디에 쓸려고 했을까???
밤 12시가 다되어 이도백하 미인송호텔에 도착.
아무리 늦었어도 그냥 잘 수는 없지! 대충 씻고 호텔 뒤 골목길
술집 앞 파라솔 밑에서 꼬지에 맥주 한잔씩, 말이 통하지 않아
아무래도 불안하고, 피곤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취침
8월 5일
아침 7시에 기상하여 식사하고 호텔 앞에 모여 있으니 조그만
꼬맹이가 백두산 지도를 판다.
2장에 천원, 금방 동이 나자 더가지러 달려가던 아이가 안쓰럽다.
우리 애들은 아직 자고 있을텐데.
전용버스를 타고 서파로 간다.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 삼림 속
비포장 길을 따라 4 시간여를 달려 사소한 사고도 있었지만
무사히 백운봉 산장에 입성.
열쇠만 수령하고(숙박은 오는 순서 대로란다) 출발,
서파산문을 한참 지나 금강대협곡 입구 산 속 식당에서 점심,
중국 독주(최저 38도)도 한잔,
날씨가 너무 좋아 그대로 백두산에 가고 싶다.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데!
금강대협곡, 쌍제하(대제하+소제하), 왕지를 보고,
꽃밭을 그리며 왔는데
아! 님의 치마자락의 고운 꽃들은 다 졌구나!
그래도 아쉬워 남은 꽃과 찰칵 찰칵 너무 곱다.
백운봉 산장으로 돌아와 저녁 먹고, 오늘도 어제처럼 노을이 곱다.
내일 날씨도 좋을 꺼야!!! 저녁 먹고, 서파산문앞 기념품 가게에서
기웃기웃, 여기는 꼬지 집도 없다. 그대로 취침
8월 6일
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별들이 총총.
다른 팀들은 일출을 보러 출발한다. 설레임으로 앉아 있을 수가 없다.
05:00 산장 출발, 버스로 5호 경계비 아래 주차장까지 이동(06:00).
출발에 앞서 기념사진 한 장씩, 계단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님의 녹색 치마 자락에 황홀해하며 5호 경계비에 오르니 구름속이다.
가이드가 구름 밑에 천지가 보인다고 하여 보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 구름속이다.
농담 삼아 “뻥이야” 했더니 우리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순진해서 농담도 못해!
구름 속을 걸어 마천루로 가는 도중 구름사이로 가리웠던 님의
모습이 나타난다.
모두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햇빛에 일렁이는 영봉의 모습,
님은 이슬 맺힌 빛나는 매발톱꽃, 야생 양귀비, 산국화로 화관을 하고
꽃무늬 녹색치마를 드리우고 아침햇살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다.
천지를 바라보며 걷다, 사진 찍다, 한없이 줄이 길어진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지나 천지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는다(09:00).
식사후 한허계곡(고도계는 1,900m를 가리킨다, 중국에서는
백운봉계곡 이라고 한다)으로 내려와 목을 축이고 백운봉으로 출발
(09:45), 백운봉은 말 그대로 구름 봉우리,
오늘 같이 좋은 날씨에도 구름속이다.
백운봉을 구름 때문에 바로 오르지 못하고 옆으로 우회,
일행중 일부(우리 포함)는 아쉬운
마음에 베낭을 벗어놓고 백운봉을 다녀오기로 한다.
구름속 백운봉에 올라 눈을 지그시 감고 님의 모습을 떠올린다.
되돌아 내려와 녹명봉을 지나 장군봉이 보이는 님의 허리쯤에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점심을 먹다.
남들은 스쳐 지나가는 님의 얼굴을 보고 내려간다는데 우리는
님의 속살 깊은 곳에서 님과 마주보며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점심을 마치고 Sound of Music에 나옴직한 계곡을
지나 달문위 능선에 도착(14:00), 가파른 너덜지대(낙석주의)로
이루어진 산비탈을 내려와 달문 도착(고도계는 2,160m를 가리킨다.
15:00), 달문에서 사진찍고, 말로만 듣던 산천어도 맛보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눈으로 익혀 놓은 장백폭포가 있다.
사진속 장백폭포는 신선이 노닐 것 같은 풍경이었는데,
완쫀히 관광지다. 실망 @#%.
내려오며 온천에 삶은 달걀도 맛보고,
사람 구경도하고 주차장에 도착, 버스 타고 호텔 도착(17:45),
온천욕(별로다)하고 저녁을 먹으며 북한예술단 공연 관람.
일행들은 모두 자러갔지만, 우린 그냥 잘수 없지! 암!!
가이드를 꼬드겨 맞은편 술집으로 간다(중국에서 串 이렇게 간판에
쓰여있으면 꼬지집이다. 또, 중국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한문을 많이
쓴다: 문화대혁명 때 부터 란다.
그리고 간판에는 한글 쓰고 그 밑에 한자를 쓴다.
자치주의 문자를 우대하는 것 같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걸 대국적이라고 하나?)
북한술에 양고기 꼬지를 먹고, 기분 좋아 맥주 한잔 더하려니
모두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잔다.
8월 7일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남들은 천문봉에 갔으나 우리(산도우미+
지리개굴)는 늦게 일어나 산책겸 소천지를 다녀왔다.
잔잔한 아침 수면이 인상적이다. 기념품 가게에서 흥정하고,
노닥거리는 바람에 늦게 식사하고 08:30분 이도백하로 출발,
이도백하에서 과일 시장을 돌아보고 용정으로 간다.
밤중에 도착한 관계로 보지 못한 미인송도 보고,
시내구경을 잘하다가 갑자기 사고(타이어 펑크).
할수 없이 내려 거리에서 서성이다 중국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무덤을 본다(우리나라에선 많이 보이는 무덤이 중국에선 거의 없다).
가이드와 운전기사의 노련한 정비로 다시 출발.
도중에 북한상품전시관을 보고, 청향관(북한 냉면집, 송화분냉면
이라고 한다)에서 점심 먹고, 용정 도착, 멀리서 일송정도 보고,
말로만 듣던 해란강을 걸어서 건너 용정 우물곁에서 사진도 찍고,
대성중학교에 도착(16:10), 윤동주시인의 어릴 때 사진도 보고
(어릴때는 다 똑같아 ㅎ ㅎ) , 연길에서 자랑하는 반달곰 서식지에선
웅담주를 두잔이나 먹고(공짜니까)
잘한다는 발맛사지도 받아보고 북한에서 운영한다는 평화휴가촌에서
저녁을 먹으며 공연 관람.
공연하는 아가씨가 백두산에서 본 야생 양귀비처럼 애닯다.
22:25 연길 공항 도착, 24:10 현지 가이드인 이만송씨와 작별하고
연길공항 이륙.
8월 8일
01:05 심양에 도착하여 쉬라톤호텔 도착.
대충 씻고 중국에서 마지막 밤이 아쉬워 택시 타고 서탑가에 가서
찐~하게 한잔 먹고 귀환.
09:00 아침먹고 심양시내 관광(술 때문에 정신없이 잤다)후
심양공항 도착. 14:20 심양을 떠나 15:40 인천 도착.
아쉬워 일행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이별.
그새 정이 들었나보다.
버스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하여 김해공항으로 출발(18:30).
19:10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버스 타고 주례삼거리에서 내려 저녁
겸 소주 한잔하며, 꿈속 같은 백두산 등반 종료.
함께 했던 백향 동지와 팔도산악회라 불리웠던 모든 분,
그리고 가이드 하느라 고생했던 이원수씨, 이만송씨, 최따꺼 두 분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다음에 다른 인연으로 함께 하기를 ...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ㅎㅎㅎ 후기글 보니 다시 함 가고 싶네여~ 서탑거리는 넘 좋았는데.... 다음엔 어딜 갈거나??? 큐슈의 아소산도 괸찬타던데~ 네팔의 베이스캠프도 좋다던데~
일본 북알프스 아님 K2 베이스 캠프 ㅎㅎㅎ
백두산으로 찾아가자~~만주벌판 말을 달리던~~~
정말 가고픈 백두산...돌아오기가 아쉬웠을 것 같네요...한달 정도 돌아도 모자랄 듯...부러워유....
제가 아는분 이번 일본 북알프스 다녀 오셨다는데 엄청 좋아하시더라구요. 제몸이 여러개면 좋겠고. 하루도 24시간 이상이면 좋겠고.잠도 약만먹고 아니 잤음 좋겠고.체력도 강인했음 좋겠고......기타등등기타등등
다음 산행은 어디일꼬, 벌써 부터 마음 설랜다오, 아직도 몽롱한 기분 뿐이오 천지다! 와! 조용..... 고함소리 생생하오, 백두 완주 했으면 얼마나 좋을꼬....이놈의욕심 때문에.... 북알프스 or k2 괜찮겠네요
큰이파리님을 회비 모아서 로보트로 개조해줍시다.-지금도 여전사 쏘냐. 지리개굴님 담에 백두산 함더가실때 저도 데리고 가주서요.글고 가을에 지리산도 함같이 가시고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