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설문조사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제일순위로 선정된 곡이 "봄날은 간다"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면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가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뜨서 흘러 가드라
오늘도 꽃편지 내 던지며 저못에 짤랑 되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 없는 그 기억에
봄날은 간다.
애절한 가사로 이어지는,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한 저 노래가사를 시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의외였지만, 가사를 뜯어보고 있으면... 조용조용하니 가슴 찡하고 아릿하다.
"연분홍"이 우리 학교 응원단장이다.
연씨라는 성도 희귀하지만, 이름조차 분홍이라고 지은 연분홍 군의 부모님 센스도 특이하다.
아마... 어제 밤을 기점으로 연분홍 군은 우리 학교의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개교 109주년을 맞이한 가을축제 폐막식을 여덟 명의 응원단을 이끌고 폐막식 무대에서 멋진 응원단의 춤과 끼를 마음껏 발산했을 것이니 말이다.
봄바람에 연분홍 치마가 휘날린 것이 아니라
가을바람에 붉은 응원단장의 치마가 휘날렸지만...
학생들은 함께 박수치고 함께 환호하며,
우리 학교에도 저렇게 멋진 응원단이 생기다니 하며 감동 먹었을 거다.
항시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하고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마무리해온 학교 정서에서 저렇게 천지를 휘젓고 흥겨움과 즐거움이 천지를 꿰뚫는 응원단의 리드 앞에서 모든 학생이 혼연일체가 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숭실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숭실의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경이로운 감동을 맛보았음을 고백한다.
연분홍 양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초대 응원단장이 되어 어려운 개막 테이프를 끊어준 것에도 감사드린다. 이 녀석이 내 교양강좌 "법과 생활"을 들으면서, 꼭 와서 보라고 초대하지 않았다면, 가서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제 저녁 강의도 있었지만, 그 후에 교수 모임이 있었으니까...
교수모임에 늦어가면서까지... 마냥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도중에 자리를 뜨게 되어, 그 후에 전개될 더 멋진(?) 응원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여행을 떠나요 라는 노래에 맞춰... 모든 학생이 ... 수웅시일... 하고 외쳐대던 혼연일체의 대동단결의 마음이... 앞으로도 축구부 응원 뿐만 아니라 숭실을 사랑하는 모든 마음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숭실의 명물이 될 것이 틀림없는 숭실응원단의 발전을 빈다.
생활체육학과 박주영 교수님이 응원단 안무를 지도했다는 말을 언뜻 들은 것 같은데... 박주영 교수님도 수고하셨다고 공치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연분홍 양이 피알 부탁한다고 특별당부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좋은 응원단의 모습을 보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숭실이... 조금씩 조금씩 발전이 아니라...
한 단계, 두 단계... 도약하는 급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학교 사랑의 마음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의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는 많은 시인들 중... 유독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는 시인은...
노래방에만 가면 그 노래를 부른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휘날리는 가을 교정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 따스한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오시영 교수
첫댓글 아 응원단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보고싶다.. 상상되요 ~
교수님~저희 응원단을 이렇게 까지 생각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교수님, 완젼 감동입니다ㅜ.ㅜ
노래로 들을 때랑 가사만 놓고 볼 때랑 완연하게 느낌이 틀리네요^^ 교수님 글자색까지 분홍색으로 바꾸시는 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