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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정부,서울시,LH공사 '책임져라' |
100만 시민 저항 할 때...서울시=정신,물질 책임 |
곽효선 기자 win@snnews.net |
1966년 서울시 인구는 380만명.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 127만명이 무허가 건물에서 살았다. 이들은 주로 하천고수부지, 청계천변, 철로변, 산꼭대기 등지에서 허름한 판잣집을 짓고 생활을 꾸렸다.
그해 서울시는 무허가건물을 일소할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먼저 이들을 이주시킬 대안지로 ‘광주대단지’ 지금의 성남시 수정·중원구를 선택했다.
광주대단지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벌거숭이 구릉지에 1968년 1만7천세대(9만3천500명), 1969년 4만9천세대(21만9천500명), 1970년 3만4천세대(18만7천명)를 트럭으로 실어 날랐다.
선입주 후건설(先入主 後後設)이란 전대미문의 서울시 개발정책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미물집단의 구조적 폭력이었다.
정지작업이 안된 민둥산, 지금의 수정구 수진동 정병원 뒤편으로 한 칸의 천막에 4세대가 입주했다. 비좁은 천막 안에는 옷장이나 허름한 커튼으로 막아 생활해야 했다.
이어 태평동 산비탈 등으로 천막촌이 늘어났고 철도주변 철거민들은 신흥동 우체국 뒤편으로 천막촌을 형성했다.
여기엔 전기도 연탄도 없었다. 영장·검단·망덕산에 올라가 생나무를 베어 탤감으로 이용했다. 우물이 없어 탄천, 독정·단대·대원천 물을 길러 식수로 사용했다. 이 하천들은 날이 갈수록 오염되었다.
다급한 서울시가 펌프물을 20~30가구당 하나씩 설치했다. 화장실 역시 30호가량이 공동사용했다. 철거당시 갖고 온 식량이 떨어지자 호구지책으로 포장마차들이 늘어났다. 견디다 못해 떠난 사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철거민 3분의 1은 입주권을 팔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이 때 각종 오물과 더럽혀진 하천 및 펌프물은 전염병을 유발시켰다. 가수용촌에 전염병이 돌자 한 천막에서 서너명의 어린이 및 노약자가 죽어나갔다. 이러한 비극은 2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영장산, 검단산, 망월산에 묻힌 영혼들은 지금도 구천을 떠돌며 인간의 무모한 개발이 부른 악을 원망하고 있으리라.
광주시 중부면에 살던 인구는 6천여명. 이들의 논과 밭은 현시가의 반, 평당 120~500원선에 빼앗기다시피 했다. 울창한 산림지대, 전원이 묻어나는 농경지는 사라졌다.
철거민 집단 이주지로 결정된 울창한 산림 숲, 광주군 중부면이 의정부 쪽 군사지역보다 가치가 덜한 것이었던가?
부천 쪽의 농경지 보다 중부면 지역이 헐값에 토지를 매수할 수 있었던가? 어떻든 서울시는 안보적 차원에서 고양, 의정부, 구리 방면은 제외시켰다. 또 농경지가 많은 시흥, 안양, 부천 쪽은 식량 증산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제외시켰다.
지금은 의정부 쪽도, 부천 쪽도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다. 10년도 내다보지 못한 서울시의 무지한 개발정책은 지금의 열악한 도시 성남을 만들어 놓았다. 서울시는 이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40여년을 넘게 비좁은 도로, 주차장 없는 20평 분양지, 오수관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50만 본시가지 시민들에 정신적, 물적 피해를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1971년 8·10 사태 못지않은 대중의 항거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구조화된 폭력에 맞설 ‘대항 세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침묵과 같은 소극적 저항은 필요없다. 개발로 40년 넘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본시가지 주민들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공장에 쳐들어가 기계를 부수고 자본가를 위협한 ‘러다이어트 혁명’처럼 궐기해야 한다. 강력한 저항만이 살길이다고 본다.
성남시와 LH공사는 중간평가 내놔야
40년의 열악한 환경에서 인내와 용기로 일궈온 본시가지 주민의 삶에 성남시와 LH는 심각한 침해를 주었다. 재개발 시행 중단이라는 엄포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삶의 용기를 빼앗아갔다.
오는 2012년 입주 예정인 중동3구역과 단대구역은 25평형 아파트 입주를 위해 각 가옥주는 평균 2억여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원가정산 방식 상황이라면 재입주율은 5% 미만을 밑돌 것이란 전문가의 의견이다.
세계에서 듣도 보지도 못한 ‘원가정산 방식 재개발’. 시행을 맡은 성남시와 LH공사는 밑져도 본전이라는 말이다. 모든 책임은 가옥주가 맡는 방식이다.
가옥주는 모든 재산을 맡겨놓고도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향후 부담해야 할 예산이 얼마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 정산이 이뤄져야 알 수 있는 문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중간정산이다. 성남시와 LH공사가 지금까지 지출한 금액과 앞으로 나가야 할 금액을 공개해야만 한다. 만약 이대로 공사가 마무리돼 추가 부담금이 많아지게 되면 주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대항이 이뤄질 것이다.
LH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109조원(금융부채 75조원)에 이르며 하루이자만도 84억원을 지출하는 부실 공기업으로 드러났다.
이런 LH가 이윤 없는 성남시 재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설은 당연한 것이었다.
LH공사가 성남 2·3단계 재개발에 손을 떼지 안았다면 계속 시행을 속개하면 된다. 재개발 속개 4자협의회 같은 무의미한 기구는 필요 없다.
그러나 현재 재개발 상황은 중단된 상태다. LH공사 의도대로 시간끌기를 하면서 손을 뗄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정감사에서 신상진 국회의원은 부실 공기업 LH공사에 국민연금공단이 10조6천635억원을 투자했다는 자료를 냈다.
신 의원은 “국민연금이 정부를 대신하여 LH공사를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국민연금 기금은 우리 국민의 노후를 위해 가입이 의무화 되어 매달 지불하는 노후적립금인 만큼 무리한 투자로 인해 손실을 본다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했다.
이는 LH공사가 망하면 국민연금관리공단도 망한다는 논리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공기업은 연쇄적으로 도산할 것이며 정부는 손을 쓸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재개발의 공사중단도 마찬가지다. 모든 부담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성남 본시가지 주민은 성남시와 LH공사를 상대로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40년 전의 폭력의 악순환 전철을 밟아야 한다.
E.F.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저서에서 개발의 원칙을 정했다.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인가? 재화인가?를 따져야 한다.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인가? 그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왜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가? 그가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면, 그가 필요로 하는 도움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어떻게 우리는 그 사람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가? 수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재화는 그토록 많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특히 계량경제학자나 통계학자가 재화를 다루게 되면, 그것은 식별 가능한 특성마저 상실한채, GNP, 수입, 수출, 저축, 투자, 사회간접자본 따위로 전환된다. 이러한 추상으로부터 인상적인 모델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이 모델에 실제 인간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다.(……)
무지와 탐욕이 모든 문명의 토대인 토지 비옥도를 파괴했다.(……)
열악한 도시 생활은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근대 대도시 시민들은 역사성 유례가 없는 수준의 익명성, 사회적 원자화, 정신적 고립을 보여준다.
"심리구조는 사회적 유대와 협조, 상호 존중과 특히 자긍심, 역경을 헤쳐 나갈 용기와 인내력 등과 같은 것인데 심리구조가 사라지면 이것들이 사라진다."
슈마허가 말한 붕괴 상태, 토지 파괴, 심리구조 해체 상태가 곧 성남시 본시가지를 말해준다.
8·10사태를 수습한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듯이 성남시의 재개발 문제는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00만 성남시민이 일어나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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