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부산까지, 제1의 공업도시와 제1의 항구도시 사이에 위치한 이 구간은 어수선하고 번잡하다. 대도시와 인접해 있으니 사람들로 늘 붐비고, 해안도로 양쪽에는 모텔, 횟집, 카페 들이 즐비하다. 고속도로 같은 왕복 4차선 국도에도 대형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뒤섞여서 북새통을 이룬다. 언뜻 봐서는 별 구경거리도 없을 성싶다.
하지만 차분하게 살펴보면, 쪽빛 바다, 고운 백사장, 아담한 포구, 다양한 기암괴석, 울창한 해송숲 등 강원도 동해안과 크게 다름없이 아름답고 상쾌한 곳이 숨겨져 있다.
울산시 온양읍에서 동해안쪽으로 비껴 내려가면, 울주군 서생면이 나온다. 달고 과즙이 풍부하기로 이름난 서생배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서생면의 진하해수욕장은 윈드서핑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해양성 바람이 온양 공단의 열기와 만나서 속도를 더하게 되는데, 윈드서핑 마니아들은 이 바람을 노리고 찾아온다. 전국대회 윈드서핑 대회도 열리는 곳이다.
서생면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간절곶이 바로 그것이다. 해돋이 명소로 이름난 포항 호미곶보다는 1분 먼저, 강릉 정동진보다는 5분 먼저 해가 뜬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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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포구의 해뜰녘 풍경> |
망망대해를 모두 끌어안은 간절곶 언덕에는 높이 17m의 등대가 솟아 있다. 밤새도록 희망의 불빛을 쉼 없이 비추는 이 간절곶등대 아래에 서 있노라면, 등대의 불빛이 퍼져나가는 그 밤바다를 내달리고픈 충동이 불덩이처럼 치밀어 오른다. 아무리 어둡고 거친 바다를 항해할지라도, 등대의 불빛이 살아있는 한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고단해질 때마다 이곳에 서면 그런 희망의 불빛이 한 가닥쯤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간절곶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바다를 끼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장안읍이 나온다. 장안읍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불광산 군립공원이 나온다. 장안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처음에는 ‘쌍계사’라 불리다가 애장왕 때인 809년에 장안사로 개명되었다. 이 절도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로 여러 차례의 중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조선 인조 때에 중건된 대웅전말고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근래 새로 지어졌다. 하지만 산사다운 고즈넉함과 아늑함을 잃지 않았다. 건물들마다 주변의 자연과의 조화를 해치지 않은 덕택이다. 작고 나직한 전각과 부드러운 산세의 어울림이 참으로 편안하다.
장안사에서 나와 3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일광면 소재지가 나온다. 일광면 소재지에서 죽성을 거쳐 대변항에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풍광은 울산과 부산 사이의 다른 해안 길과는 사뭇 다르다. 낡고 비좁은 시멘트 포장도로라 차량 통행도 뜸해지고, 길가에 즐비하던 횟집과 모텔도 거의 눈에 뜨지 않는다. 어느 외딴 섬의 해안도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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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산 장안사> |
기장읍 대변항은 기장멸치의 본고장이다. 기장에서 잡히는 멸치는 길이 10~15㎝ 사이의 왕멸치이다. 산란기의 봄 멸치가 주종을 이루는 이곳 멸치는 지방질이 풍부하고 살이 연해서 입안에 넣으면 금방 살살 녹는다. 그래서 젓갈용뿐만 아니라 횟감으로도 인기가 높다. 대변항을 찾은 대부분의 외지 관광객들도 멸치회 한 접시를 맛본 뒤에는 어김없이 멸치젓갈 몇 통씩을 챙겨서 돌아가게 마련이다. 더욱이 대변항은 제법 규모가 큰데도 옛 어항의 분위기가 잘 간직돼 있어서 이따금 영화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박을 터뜨린 영화 <친구>도 그중 하나이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스크린을 통해서 본 대변항 주변의 풍경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대변항 남쪽의 연화리 앞 바다에는 기장의 유일한 섬인 ‘죽도’(竹島)가 떠 있다.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장미역이 이 근방에서 나는데, 특히 죽도 주변에서 채취된 기장미역의 맛과 품질이 좋았다고 한다.
부산 송정해수욕장은 도회지 속의 해수욕장이다. 밤새도록 고함소리와 음악소리가 끊이질 않고, 네온사인이 대낮처럼 휘황하다. 그 모든 것이 소음이나 공해로 느껴지질 않는다. 오히려 활기와 젊음이 넘쳐, 덩달아 축제장에 온 것 같다. 송정해수욕장에 윈드서핑을 타는 것도 묘미인데, 그럴 처지가 못되는 사람은 일출을 기다려볼 만한다. 운이 좋으면, 등대 너머 불쑥 솟아오르는 태양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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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