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국, 그리고 우리들 자신에 관하여 (2)
한글의 기능적 측면
우리는 이미 전편에서 "한글"의 우수성이 어디에 있는지 공부해보았습니다. 다시 정리를 하면, 한글의 우수성은 "1음절 1글자"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의 원리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실제 우리가 언어나 소리를 인지하는 기본단위인 1음절을, 문자로 표기할 때 시각적으로도 1글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소리들을 간단히 표기할 수 있게 해주는 과학적 원리인 것입니다.
또한 "1음절 1글자" 원리를 적용시키려다 보니, 과거와 같이 아부기다형(자음-모음 일체형) 문자로는 불가능하여 자음(초성)과 모음(중성), 받침자음(종성)을 각각 분리가능토록 한다는 획기적인 문자체계가 탄생한 것입니다. 혹자는 한글을 통해 최초로 모음이 더욱 세분화된 요소로 분리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모음이 별개의 소리단위란 것은 이미 고대의 음운학에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음을 별도의 시각적인 표기체계로 사용한 것은 "한글"이라는 문자체계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어를 표기하기 위해 출발한 서양의 알파벳도 모음을 분리할 수는 있습니다만, 시각적으로 "한글"처럼 "1음절 1글자", 즉 규칙적인 물리적 크기로 사용하진 못했습니다. 이 점에서 "한글"은 분명 "알파벳"을 능가하지만, 알파벳도 실은 만만한 문자가 아닙니다. 어떤 문명사가들은 그리스에서 알파벳이 개발됨으로써 유럽문명이 이집트문명을 능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할 정도로(일정 부분 동의함), 알파벳 역시 2천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소리글자(음소문자)치고는 상당히 선진적인 문자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자-모음 분리의 완벽한 실현은 "한글"이란 문자에 이르러 완성을 보았다고 표현해야 맞는 것이지, "한글"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이죠.
1. 한글의 자모들
하여간 이러한 "1음절 1글자" 조합원리로 인해, 오늘날 가장 과학적인 표기체계가 되어 이제 "한국어" 말고도 다른 언어에도 사용되기 시작했고, 향후 또 얼마나 더 사용될런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글"을 통해 "한국어"가 아닌 말들을 표기할 때,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지금 한국인들이 한국어를 표기할 때 사용되는 자모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엔 적어도 다음 2가지 주장이 가능합니다. 즉,
(1) 약한 주장 : 가능하지만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2) 강한 주장 : 특정 언어의 경우 현재의 자모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우선 좀 양보를 해서 (1)번의 약한 주장에 해당하는 경우는,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를 표기하는 현실에서조차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다양한 <외래어 표기법> 제안들이라든가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이, 그 핵심에는 바로 현재의 "한글"에 들어있는 자모들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즉 "한국어"에는 없는 외래어를 표기한다든지, "알파벳"에는 없는 "한국어" 자음이나 모음을 표기하고자 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우리가 전편에서 아시아권의 여러 문자들의 자음들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자음의 수만 놓고 보면 아마 "한글"만큼 단촐한 문자체계도 없을 것입니다. 즉 "한글"로 다른 외국어를 표기하려 하면, 우선 정확하게 표기불가능한 여러 자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종대왕께서는 어찌하여 "한글"의 자음을 이렇게 조금밖에 만들지 않으신 걸까요?
그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실 때는, 그 사용대상 언어를 "한국어"로 한정하셨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한글"이 가진 자음들은 "한국어용 자음들"인 것입니다. 문제는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인 것입니다. 즉 "한국어"는 모음의 경우는 비교적 풍부하게 발달한 언어지만, 자음의 경우 그다지 많이 발달한 언어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전편에서 검토한 몇 개 언어들의 자음표를 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글"이 가진 "1음절 1글자" 조합원칙은 세상의 모든 소리나 언어를 "표기하기"에 가장 적절한 원리이지만, "한국어"가 가진 기본음가들만으로는 다른 언어들을 "발음하기"에 많은 부족함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선 익숙한 "영어"와 비교를 해보도록 하죠. 우선 영어의 "R"과 "L"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 자모는 "ㄹ"밖에 없는데, 이것은 "한국어"가 가진 발음이 그것 한 가지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어" 발음 <르>와 "한글" 표기 "ㄹ"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영어의 "L"에 가깝고 "R"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이미 공부한 아시아권 언어들만 해도 대부분 "R"과 "L" 발음을 가지고 있고, 표기 및 발음도 구분가능합니다. 이것은 "한국어"가 가진 일종의 핸디캡입니다. 따라서 만일 새롭게 "한글"을 자신들의 언어의 표기체계로 사용하는 국가나 민족이, 만일 "R" 발음을 가진 민족이라면 기존의 "ㄹ" 하나만 갖고 사용하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의 "Rock Music"(록 음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혹자는 과거 한글표기법에 따라 "록 뮤직"이라고도 표기하고, 또 혹자는 원어에 가깝게 표기한다면서 "락 뮤직"이라고 표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발음은 요즘 젊은 락 뮤지션들이 장난처럼 사용하는 "롹 뮤직"이 바로 "R" 발음을 살린 것이라 할 수 있겠죠... ^ ^
또 다른 두드러지는 자음으로는 영어의 "B"와 "V"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을 발음할 수 있는 "한국어" 발음은 <브>뿐이고, "한글" 자모는 "ㅂ"뿐입니다. "B"와 "V" 역시 아시아권의 대부분 언어들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어" <브> 발음은 "B"에 가깝고 "V"와는 다릅니다. 가령 <va> 발음은 한국어 <바>와 <와>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듯 합니다. 하지만 민족마다 발음단위가 조금씩 달라서, 어떤 언어는 <바>와 <와>의 중간이긴 하지만 <바>에 조금 더 가깝게 발음하는가 하면, 또 어떤 민족은 <와>에 조금 더 가깝게 발음하기도 합니다. 우리 카페가 크메르어 발음 <va>를 표기할 때 "와"라고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바>와 <와>의 중간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듯 한국어 발음 <르>와 <브> 발음만 해도, 상당히 많은 민족들이 "한국어 사용자들이 발음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된 음가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영어의 "F"와 "P"를 표기할 "ㅍ"에도 나타나는데, 한국어 발음 <프>는 기본적으로는 "P"에 가까운 것이고, 한국인이 영어의 "F"를 정확히 발음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태국어 등에서 보듯 아시아에서도 이 발음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언어들이 제법 존재합니다.
한국어 자음이 가진 한계들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시아 여러 언어에서 나타나는 권설음(떠/터/더/너 등을 입천장에 붙였다 떼면서 내는 소리)이나, 일본어 <쯔>(つ)처럼 치찰음(발음과 동시에 이빨 사이에 떨림이 생기는 공기를 불어주는 것) 계열의 발음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에서는 받침 이응에만 사용되는 발음을, 다른 아시아 언어들에서는(심지어 일본어도 가능) 초성에 가져옵니다. 즉 "응아" 할 때 2번째 음절의 "아"가 바로 그 소리인데, 한국어 표기규칙으로는 불가능한 발음입니다. 가령 우리가 베트남식 이름 "응우옌"이라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응"을 뺀 2-3번째 음절 소리인 "우옌"도 그런 자음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원어민들 머리 속에서는 1음절입니다.)
따라서, "한글"이 가진 "1음절 1글자"란 조합원리는 이상적이고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지만, "한국어" 자음의 종류가 단조로와서 발음할 수 없는 자음들이 많이 존재함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즉 "한글"은 이상적이고 최고의 문자이지만, "한국어"라는 언어에는 약점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약점들 때문에 "한국어"는 열등하거나 불완전한 언어일까요?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의 어떤 언어들치고 이 정도의 사소한 핸디캡을 갖지 않은 언어들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세상에 완벽한 언어란 없습니다. 한 언어가 이런 면에서 장점을 지니면, 그 언어는 다른 면에서 또 다른 핸디캡을 갖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아주 쉬운 발음으로 생각하는 일본어조차 한국인들이 발음하기 쉽지않은 자모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어는 모음이 비교적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자음의 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보편적 장점들을 많이 가진 언어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단점들을 명확히 자각하지 못하면, 그 장점조차 활용하지 못할 경우가 많어지게 될 것입니다.
하여간 이 문제는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외래어들이 많이 사용되니 "한국어"를 표기하는 "한글"에도 새로운 자모를 만들어야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롭게 자모를 도입하면, 아마도 그 혼란이 지금 겪는 난점들보다 극도로 크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름의 <외래어 표기법> 원칙 정도를 정리하는 선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어떤 이들은 영어권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또 어떤 이들은 비교적 마이너한 언어들을 대상으로 고민하기도 하여 국가적 통일작업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령 "산스끄리뜨"만 해도 어떤 전문사전엔 영어를 염두에 둔 <한글표기법>에 맞춰 "산스크리트"라 하였고, 어떤 이들은 원어에 가까운 쪽으로 "산스끄리뜨"라고 표기했는데, 아마 영원히 통일은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종대왕께서 다시 환생하신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한번 상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아마도 세종대왕께서는 "1음절 1글자" 조합원리는 최상의 것으로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라 주장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자모의 수와 종류에 대해서는 "꼭 필요한만큼" 도입할 수 있는 가변적 요소라 말씀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를 만들자고 하면, 한글이 가진 "1음절 1글자" 원칙은 일종의 메타-문자체계(모든 한글류 표기법의 대원칙)이고, 현재 한국어에 사용하는 "한글"은 그러한 메타-문자체계가 적용된 하나의 적용사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한국어 표기용 한글에는 변화를 안 주더라도, 다른 언어에 새롭게 적용될 한글은 자모를 더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영어 표기용 알파벳에는 없지만 독일어 표기용 알파벳에는 존재하는 움라우트들(Ä/Ö/Ü)이나, 혹은 프랑스어 표기용 알파벳의 à, ù, â, î, ô, û 같이 말이죠...
그렇다면 [만일 도입할 필요가 있는 언어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자모들을 새롭게 도입해야 할까요? 여기서 다시금 앞에서 살펴본 <훈민정음언해>의 자음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 아음(牙音): 가 카 응 (아랫이응: 이 발음은 한국어에서는 받침에만 나타난다)
- 설음(舌音): 다 타 나
- 순음(脣音): 바 파 마
- 치음(齒音): 자 차 사
- 후음(喉音): 하 (여린ㅎ- 즉 ㅎ의 머리촉이 없는) 하 아
- 반설음(半舌音): 라
- 반치음(半齒音): 사 (세모꼴) |
세종대왕께서는 "ㄱ/ㄴ/ㅁ/ㅅ/ㅇ"이 가장 가장 근본적인 자모라고 하셨습니다. 이 5가지 자모는 발성기관의 소리낼 때의 모습을 추상화시킨 것입니다. 반면 다른 자모들은 발음이 세질 때마다 점이나 획을 하나씩 추가하며 만들어 나간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도입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자모들을 도입할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한국어가 비교적 모음이 발달한 덕분으로 한글의 모음 자모는 비교적 풍부한 편입니다. 하지만 크메르어의 이중모음들을 한번 생각해보죠. 크메르어는 자음과 모음 모두 엄청나게 발달된 언어로 이중모음들 중에 "어우", "이어우"와 같은 복잡한 경우들도 존재합니다. 한국어 사용자는 "어우"나 "이어우"도 발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한글로 표기했을 때 2글자나 3글자가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크메르인들은 머리 속에서 마치 한국인들이 "웨"나 "위"를 생각하듯 하나의 단위로 처리해버립니다. 즉 크메르인들이 1음절로 생각하는 것을 한국인들은 2음절이나 3음절로 착각할 소지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크메르문자가 복잡하고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크메르어의 복잡한 모음들을 한 음절로 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국어에는 최고로 적절한 표기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언어와 마찬가지로 문자 역시 어떤 문자도 최상일 수는 없습니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글"은 "한국어"와 달리 이 부분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만일 "한글"로 크메르어와 유사한 언어를 표기하려 할 때, "어우"나 "이어우"하고 표기하면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1음절 1글자"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니 최상의 문자인 "한글"마저도 여기서 손을 들어야 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적절한 원칙을 통해 새로운 자음표기를 도입할 수 있듯이, 아마도 모음 역시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왜"라는 모음은 "오애"를 1음절로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가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우"나 "이어우"도 1글자로 표기할 수 있는 자모를 좀 더 도입하면 될 것입니다. 가령 좀 어거지이긴 하지만 바로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 ^
(가장 복잡한 경우를 상정해본 사례)
이런 문자의 아름다움에 관한 것은, 나중에 서예가들이 다시 연구해야 할 문제임.
2. 정보문화와 관련하여
하여간 한글의 기능적 우수성은 이미 살펴보았는데, 특히 이 점은 정보화사회에서 한국이 초기에 빠른 진입이 가능토록 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가령 자판 입력방식의 개발이라든가, 일반인들의 자판 사용법 등에서 다른 문자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능적 우수성을 보여준 바 있고, 이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또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한글"의 이러한 정보문화 기능으로 인해 한국어권 정보 자체가 다른 언어권의 정보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능가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상의 정보가 가진 질적 측면과 양적인 측면은 결코 문자체계의 우열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문자보다는 그 언어 자체의 보급률 및 그 사용인구수에 달려있습니다. 가령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정보량을 가진 언어는 영어입니다만, 향후 중국어가 또 상당한 선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한글이 가진 기능적 장점은 일반대중을 온라인으로 불러들이고, 인터넷 같은 정보문화에 친숙하게 만드는 데 상당히 시간을 절약시켜준다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좀더 불편한 문자체계를 가진 사람들이나 언어권이 영원히 어떤 난점에 봉착할 것이란 오해는 잘못된 것입니다. 가령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복잡한 방식의 입력체계를 가진 문화권에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터넷 보급률 및 사용인구 비율 면에서 그다지 차이가 없는 상태가 나타나게 됩니다. 또 혹시 주변에 중국인 친구들이나 일본인 친구들이 있을 경우 관찰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들이 한글보다는 상당히 복잡한 입력방식을 갖고도, 온라인 채팅이나 정보검색과 게시물작성 등에 그다지 불편을 겪거나 시간적으로 특별히 한국어 사용자보다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순전히 남의 글을 오로지 타이핑만 하는 전문 타자수나 속기록 작성자의 경우는 자신의 머릿 속에서 사고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글문화권과 타 문화권의 경우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분당 600타-1000타 수준에 있는 입력전문가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매우 중요하겠죠... 하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의 머리 속에서 정리해서 입력해야 하는 비전문 타자수나 일반인들의 경우, 120-150타 정도의 스피드만 나와도 충분히 문서를 정리해나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한글이 아닌 더 불편한 문자체계를 가진 민족들도, 자국어로 독자적인 문서작성활동을 하는 수준에서 보면, 한국인들의 사용능력과 별 차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약간 더 불편하긴 하겠지만, 이미 익숙해진 그들의 입장에서는 별 불편으로 못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한글 문자체계의 기능성으로 인해 한국어 정보문화권이 세계를 선도할 것이란 오해나 선전도 이제 좀 그만들 언급했으면 싶습니다..... 제가 실제 사례 하나를 말씀드린다면, 바로 제 자신이 독수리 타법을 사용하며, 우리 카페의 거의 모든 게시물이 바로 독수리타법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듯합니다... 즉 제가 만일 독수리타법이 아니고 보다 빠른 속도로 입력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 아주 의미있는 양적, 질적 차이가 날 정도로 더 많은 정보들을 우리 카페가 확보했을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바로 한자나 보다 불편한 문자체계를 사용하는 문화권 역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한국사회만큼이나 온라인의 대중성이 모두 이뤄지게 된다는 점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동남아시아와 캄보디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한국만큼 인터넷 보급률이 많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광케이블 설치나 컴퓨터 보급률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의 영향이 큰 것이지, 결코 문자나 언어체계가 가진 한계 때문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문자체계를 갖지 못한 언어의 사용자들은, 아마도 "한글" 체계를 수입한다면 가장 큰 효율성을 확보할 것임에 분명합니다만......, 기존에 이미 자국어를 표기할 문자체계를 가진 민족들은 기존의 문자체계가 가장 편리하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이 됩니다.
가령 현재의 "한국어 표기용 한글"이 한국어가 가진 한계로 인해 자음의 수가 적어서 발생하는 외래어 표기 문제를 극복한답시고, 새롭게 자음표기용 문자를 만들 경우 그로 인해 새롭게 발생할 혼란이 더 클 것이란 점은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가끔식 캄보디아에서 사용하는 크메르어의 경우야말로 크메르어에 맞게 개량된 "한글" 표기체계를 사용하면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기존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체계 도입에 따른 혼란보다 문제가 덜 발생할 것이므로, 역시 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기존의 사용 문자를 인정하는 입장인 제가.... 어찌하여 크메르어를 한글표기 좀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겠습니까?
그 이유는 바로 크메르어야말로 너무도 많은 자모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로 컴퓨터에서 입력하는 작업 자체가 엄청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바꿀 필요는 없지만, 정말로 바꾸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타이핑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님을 말씀드려 본 것입니다. ^ ^
가령 한글과 알파벳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앞에서 불편한 사례로 예를 든 한자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어나 일본어의 경우조차도, (1)[시프트 키를 사용 안하고] 그냥 입력하기와 (2) 시프트 키를 누른 상태에서 입력하기... 대체로 크게 2종류의 입력방식을 가집니다. 그런데 크메르어 입력방식은 다음의 4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1) 노말 키 : 시프트 키를 안 누른 상태로 바로 입력.
(2) 시프트 키 사용 : 시프트 키 + 노말 키
(3) 우측 Alt 키 사용 : Alt 키 (우측편) + 노말 키
(4) 시프트 키 + 우측 Alt 키 + 노말 키 |
과연 세계에 이보다 더 복잡한 방식의 입력방식이 있을까 싶습니다. ~~ ^ ^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의 링크를 클릭해보시면, 아주 상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크메르어 자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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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편 말미에도 부록을 첨가했습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는 한글의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파악후 표기와 발음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하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발음의 장점때문에 한국어를 배울때 비교적 정확하게 발음이 되는 군요.
국문학을 전공으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이렇게 "한글과 한국어"를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는 것은 보면 놀랍습니다.
허의철학 님 말씀대로, 우리말을 명료히(Clearly) 이해한다는 것은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사실은 모국어를 명료히 구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사색과 사고가 논리적이고 명료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원래는 원어민이라면 자국의 국어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철학과에서 극히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만 참여하는 강좌인 <논리적 사고훈련>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방식으로 트레이닝 된 사람들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강좌>로 투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비전문가들의 경우도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외국인 대상 한국어를 더 잘 가르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미국판 김영삼"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한번 생각해보시죠... 그가 예일 대학 출신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 같은 명문대학들에는, 초창기에 대학에 재정적 공헌을 많이 한 가문의 자제들은 아주 바보가 아니라면 입학이 좀 용이합니다.... 부시 대통령도 조상을 잘 둔 덕분에 예일 동문이 된것이죠... 그런데 이 사람의 지적 능력은 암만 보아도 그리 높아보이진 않습니다만,,,,, 연설이나 언행은 그런대로 자기 입장을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명문대학의 교양학부과정(1-2학년)은 대부분 전원 기숙사 생활이고, .. 물론 사감선생이 있는 반-교도소형 기숙사가 아닙니다..... 주로 교육과정도 글쓰기와 논술, 논리적 사고훈련을 시키는데.... 이 교육과정이 좋기 때문에, 부시 같은 샤프하지 않은 사람조차 버젓한 어법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통해 미국사회 전체의 화법이나 언어문화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제가 상당히 자유주의자이고, 우파의 주요한 철학적 전제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를 생각할 때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참 좋은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어법이 조금 더 품위있는 방식의 수사법(레토릭)을 도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실 어떤 이의 주장에는 (1)논리적 요소와 (2)감성적 요소(표현방식 등 레토릭)... 2가지로 나눠지는데, 의외로 한국인들은 (1)보다 (2)에 더 빨리 속아넘어가거나 동요되는 국민들이란 점을... 좀 고려했더라면 하는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좀 더 나은 결과가 나타났을 겁니다....
그런데 <논리적 태도>는 어떤 점에서 꼭 교육과정만으로는 안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즉 굳이 교육을 받지 않아도 천성적으로 논리적인 사람들도 있고.... 우리가 간혹 아주 드물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트레이닝을 받으면 더욱 더 명료하게 됩니다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대부분 또... 다 안다고 생각하고 더이상의 교육을 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논리적 태도가 별로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사실 지적인 훈련이란 것도 좀 인연과 천부적 자질, 스스로의 선택능력... 이런 게 좀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가령 작고하신 김대중 대통령 같은 인물이 천부적으로 논리적 성향을 가졌던 인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시대적 한계를 넘어 사색을 할 수 있었던 인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좀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교육과정이 주어질 필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