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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심장으로 연기하는, 배우 정운선 |
글 송호석, 사진 조상현, 장소협찬 카페 위(02-338-0407)
1999년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는 내 마음의 풍금은 16살 사춘기 학생의 설레는 첫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2008년 뮤지컬로 상연한 하여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극본상, 작곡상,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 2번째 시즌으로 기획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시즌 3>에서 160:1의 경쟁률을 뚫고 단독 캐스팅으로 ‘최홍연’ 역을 맡은 배우 정운선 씨를 만났다. 열정 가득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커피 좋아하세요?
커피 좋아해요. 근데 아직 어떤 원산지의 커피가 맛있고, 어떤 커피를 분석해서 좋아한다기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커피와 함께하죠.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셔요.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보다 밖에 나가서 하늘을 보며 바람을 쐬며 커피를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제 주요 활동 무대인 예술의 전당 앞마당이나 가까운 공원에서 자유롭게 여유를 즐길 때는 늘 커피와 함께하는 것 같아요. 참! 비오는 날 마시는 한 잔의 커피도 너무 좋아요.
연기를 하게 된 계기?
9살 때 아역배우부터 시작을 해서 저에게는 ‘연기’ 이외의 목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연극, 뮤지컬, 영화 가리 것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고,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해왔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어떤 작품에 출연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계속 이런저런 작품들을 해왔어요. 그런데 저 자신이 ‘완벽주의’ 같은 게 있어서, 모든 인생의 포커스를 연기에 맞추고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어짜피 평생 배우를 할껀데’라는 생각에서 2009년 1년을 ‘나에게 주는 선물’로 생각하고 연기와 관련된 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보냈어요.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시간을 가져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할까? ‘나에게 이런 생각도 있구나’,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나씩 느끼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다시는 가질 수 없는 큰 배움의 시간이었죠. 저는 참 좋았는데 주변에서 ‘여배우가 젊을 때 1년을 그렇게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그래도 뭐 어때요.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평생 배우할 건데.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요. 그런 시간을 가지고 난 후 너무나 감사하게 <내 마음의 풍금> 최홍연 역을 맡게 되었죠.
<내 마음의 풍금은 자신에게 어떤 작품인지?
이 작품은 잘 알고 계신 것처럼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에요. 16살짜리 늦깎이 초등학생이 시골 학교에 갓 부임한 선생님을 좋아하는 내용이죠. 사실 작품 경험도 많지 않은 신인이 이렇게 큰 작품의 단독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여주인공이란 것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솔직히 부담을 느낄 여유도 없었어요. 내가 선택된 만큼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일이었죠. 가수에게는 노래, 화가에게는 그림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인 것처럼 배우는 연기로 자신을 전하는 사람이잖아요. 꾸며낸 겉모습이 아닌 진심을 드러내는 창으로 홍연이의 감정을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시골마을에 사는 16살 늦깎이 초등학생 최홍연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순수함 속에 소소한 즐거움과 애틋함이 있는,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두근거림’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 .
160:1의 경쟁률이었다던데?
정말 많은 배우들이 지원했었어요. 사실 저도 최홍연 역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었거든요. 16살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이야기. 그래서 영화도 몇 번씩 돌려보고 가발이랑 의상을 미리 준비해서 입어보고 ‘이런 감정이었을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을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어요. 또, 나의 첫사랑은 어땠었는지 생각하며 그 때의 애틋함도 떠올려보기도 했었죠. 그런 과정 속에서 홍연 역에 점점 더 끌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죠. 딱 오디션이 시작했을 때 다들 너무 긴장을 했는데 저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편하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심사하는 분들이 원하는 감정과 연기를 보여줬어요. 그게 주요한 것 같아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연출이었던 오만석 씨가 ‘몸이 열려 있는 배우’라서 선택하게 됐다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왠지 뿌듯했죠. 그렇게 제가 정운선이 아닌 최홍연으로 살게 되었죠.
길에 붙어있는 크고 작은 포스터 속의 제 모습을 보면서 참 좋더라고요. ‘꿈꾸는 거 아니야?’, ‘갑지가 왜?’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실없이 웃게 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정말 행복했어요. 참! 이런 일도 있었어요.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동생과 함께 갔는데 그 편의점에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속으로 ‘저거 난데’하는 생각을 하는데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본다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큭큭 거렸더니 동생이 ‘언니 왜이래!’라고 하더라고요.
홍연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 였는지?
홍연이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사랑스러운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린아이들은 감정에 솔직하잖아요. 체면을 차릴 일도 없기 때문에 웃고 싶을 때 크게 웃고, 울고 싶을 때 펑펑 울기도 하고. 그런 감정속에서 ‘두근거림’이 느졌어요.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느껴지는 진실된 두근거림, 선생님이 떠날 때 느낀 현실을 받아들이는 두근거림. 그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어요.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사춘기 소녀의 감정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오히려 제가 홍연이에게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연 기간 중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요?
총 46번 공연을 했는데 매번 할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특별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공연을 좀 하다보면 관객들 표정이 보이는데, 입가는 미소가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감정의 호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힘을 내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감정 표현에 서투르셔서 눈물이 나더라도 수줍게 얼른 닦는 모습을 보았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니까 제가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만큼 많은 관객분들이 호응해 주실 때 정말 힘이 되요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씬이 있다면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너무 소중해요. 홍연이가 선생님에게 반해서 감정을 수줍게 전하는 장면, 양호선생님과 티격태격하는 장면, 커피를 마셨다며 아가씨가 되었다고 뛰어다니는 장면, 선생님이 떠난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장면 등. 하나하나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 홍연이의 솔직한 감정표현을 연기하면서 밝고, 깨끗함 속에 드러나는 소소한 웃음과 눈물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여러 전문가들의 호평이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공연을 하며 중간 중간 기사를 검색하며, 또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내용을 들었어요. ‘홍연역의 적임자가 나타났다’든지 ‘나를 관객으로 만들어주었다’든지. 정말 감사하죠. 이제 작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신인배우에게 너무 좋은 평가들을 해주셔서 더욱 쉬지 않고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사는 역할인 만큼 더 많이 공부하고, 느끼고,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사람의 좋은 평가에 부응하는 좋은 배우가 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해요. 정말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역할’이란 생각으로 어떤 작품이 주어져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나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닮고 싶은 배우는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누구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본 영화 ‘더 리더(The Leader)’의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또, ‘맘마미아’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출연했던 ‘메릴 스트립’도 좋아해요. 정말 평생 연기를 할 생각으로 배우로 살고 싶은 만큼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연기가 삶이고, 일상이며 마음인 그런 배우.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연극 ‘갈매기’의 니나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이런 장르를 따져 편식을 하지 않고 제가 필요한 곳 저를 필요로 하는 역할이라면 마다치 않고 연기할 생각이에 .
에필로그(Epilogue)
짧은 시간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두근거림’이었다. 육상 출발선상에 서있는 사람의 긴장감이 담긴 두근거림, 첫사랑의 애틋함이 담긴 두근거림 등. 연기에 대해 아직도 ‘두근거림’을 가진 그녀는 천상 배우였다. 이제 막 출발선을 통과한 육상선수처럼 앞으로 달려갈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렘을 가진 그녀의 열정이 느껴졌다.
<내 마음의 풍금> 극중에는 강동수 선생님과 홍연이가 함께 부르는 ‘나비의 꿈’이란 노래가 나온다. 홍연의 일기장을 나풀거리며 나비를 표현하는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홍연이는 꼭 시인이 될 것 같은데?
딱딱한 껍질 속에서 조용히 기다리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누구 생각을 할까?
잠을 자고 있을까? 꿈을 꾸고 있을까?
자기가 나비라는 걸 나비는 알고 있을까?’
딱딱한 껍질 속에서 나비가 되어 저 하늘을 날고 있을 자신을 꿈꾸는 것은 비단 홍연이가 아니라 배우 정운선 자신일 것이다.
출처:아이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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