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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록(경전연구회) 녹취23
14-24 신 값을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道流야 寔情大難이요 佛法幽玄이나 解得可可地니라
도류 식정대난 불법유현 해득가가지
山僧竟日에 與他說破나 學者總不在意하고 千徧萬徧을
산승경일 여타설파 학자총불재의 천변만변
脚底踏過하야 黑沒焌地로다 無一箇形段하야 歷歷孤明이언만
각저답과 흑몰준지 무일개형단 역력고명
學人信不及하고 便向名句上生解하야 年登半百토록
학인신불급 편향명구상생해 연등반백
祇管傍家負死屍行하며 擔却擔子天下走하나니
지관방가부사시행 담각담자천하주
索草鞋錢有日在로다
색초혜전유일재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진실한 마음을 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고 불법은 심오하지만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닌 당연한 일[可可]이다. 산승은 온 종일 그들로 더불어 설파해주지만 공부하는 이들은 도대체 마음을 쓰지 않는다. 천 번 만 번 밟고 다니면서도 도무지 깜깜하다. 아무런 형체도 없으면서 밝고 뚜렷한 이것을 학인들은 믿지 못하고 명자와 글귀 위에서 이해하려 한다. 나이가 오십이 넘도록 단지 송장을 짊어지고 밖으로만 다니는구나. 이렇게 짐을 지고 천하를 돌아다녔으니 짚신 값을 받을 날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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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流야 寔情大難이요 佛法幽玄이나 解得可可地니라
도류 식정대난 불법유현 해득가가지
진실한 뜻을 말하는 것입니다. 진실한 뜻은 아주 어렵다. 진실은 발심이라고 할까요? 진실한 발심은 정말 어렵다.“불법유현(佛法幽玄)이나”그리고 불법은 깊고 깊다.“해득가가지(解得可可地)니라”불법을 만약 이해할 것 같으면 좋고 좋도다.
山僧竟日에 與他說破나 學者總不在意하고 千徧萬徧을
산승경일 여타설파 학자총불재의 천변만변
산승이 종일토록 그대들과 더불어 설파, 그런 이야기를 하지마는“학자총불재의(學者總不在意)하고”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들 그 말을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 이거야. 우리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불법 좋다고 하는 소리 얼마나 많이 들어 왔습니까? 불교가 귀하고 참으로 위대한 가르침이라고 하는 소리 얼마나 많이 들어 왔습니까? 그러나 크게 마음에 썩 새기지 않는다 이거야. 천 번 듣고 만 번 들어도
脚底踏過하야 黑沒焌地로다 無一箇形段하야 歷歷孤明이언만
각저답과 흑몰준지 무일개형단 역력고명
그냥 다리 밑으로 밟아서 지난다. 천 번을 듣고, 만 번을 들어도 다 그냥 귀로 스치고 지나간다.“흑몰준지(黑沒焌地)로다”캄캄해서 불빛이 전혀 없도다.“무일개형단(無一箇形段)하야”조그만 모양도 없는 그 사실, 또 그 사람이“역력고명(歷歷孤明)”너무너무 확실하게 홀로 밝건마는
學人信不及하고 便向名句上生解하야 年登半百토록
학인신불급 편향명구상생해 연등반백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아니하고“편향명구상생해(便向名句上生解)하야”명구, 경전에 뭐 이런저런 근사한 이야기, 또 근사한 명구들, 그것을 향해서 알음알이를 내어 가지고서“연등반백(年登半百)토록”오십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祇管傍家負死屍行하며 擔却擔子天下走하나니
지관방가부사시행 담각담자천하주
다만‘방가(傍家)’옆집으로, 또 딴 길로 이 말이야. 바른 길로 들어서지 않고, 옆집으로 송장을 짊어지고 다니며“담각담자천하주(擔却擔子天下走)하나니”그것을 한 짐 짊어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니
索草鞋錢有日在로다
색초혜전유일재
신 값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초혜전(草鞋錢)’옛날에는 다 짚신을 신고 다녔으니까. 그래서 신 값을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하루에 멀리가면 짚신 두 켤레, 세 켤레까지 닳거든요. 옛날에는 하루에 신을 짚신을 뒤에다 두, 세 켤레씩 짊어지고 다니고 그랬거든요. 신이 잘 닳았어요. 그러니까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우리들의 가슴을 좀 뜨겁게 만드는 것이 수 천 번, 수 만 번 이야기를 들어 왔지마는 그냥 다리 밑으로 스치고 지나가버린다. 그 간단한 것. 형상이 없으면서도 이렇게 분명한 사실! 이것을 도대체 믿지를 않고 쓸데없는 그런 명구만 쫓아가면서 수많은 세월을 흘러 보낸다 이거야. 그래 송장을 짊어지고 천하를 돌아다니니 참으로 신이 얼마나 닳겠나? 그러면 신 값이라도 갚아야지. 이런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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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5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을 다 쓴다
大德아 山僧이 說向外無法하면 學人不會하고
대덕 산승 설향외무법 학인불회
便卽向裏作解하야 便卽倚壁坐하며 舌拄上齶하고
편즉향리작해 편즉의벽좌 설주상악
湛然不動하야 取此爲是祖門佛法也하나니 大錯이로다
담연부동 취차위시조문불법야 대착
是儞若取不動淸淨境하야 爲是면 儞卽認他無明爲郞主라
시이약취부동청정경 위시 이즉인타무명위랑주
古人云, 湛湛黑暗深坑이 實可怖畏라하니 此之是也니라
고인운, 담담흑암심갱 실가포외 차지시야
“큰스님들이시여! 산승이 밖에는 법이 없다고 말하면 공부하는 이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곧 안으로 알음알이를 지어서 벽을 보고 앉아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는 이것을 조사문중[祖門]의 불법이라 여기는데 크게 잘못 아는 것이다. 그대들이 만약 움직임이 없는 청정한 경계를 옳다고 여긴다면 그대들은 저 무명(無明)을 주인으로 잘못 아는 것이다. 옛사람이 이르기를,‘깊고 깊어 캄캄한 구덩이는 참으로 무섭고 두렵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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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德아 山僧이 說向外無法하면 學人不會하고
대덕 산승 설향외무법 학인불회
밖을 향해서 법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할 것 같으면 학인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便卽向裏作解하야 便卽倚壁坐하며 舌拄上齶하고
편즉향리작해 편즉의벽좌 설주상악
곧 속으로 또 알음알이를 지어가지고서는“편즉의벽좌(便卽倚壁坐)하며”곧 벽을 의지해가지고 딱 앉는다. 면벽관심 한다 이거야. 그래서“설주상악(舌拄上齶)하고” 혀를 입천장에다 이렇게 대고
湛然不動하야 取此爲是祖門佛法也하나니 大錯이로다
담연부동 취차위시조문불법야 대착
조용히 앉아서 움직이지 안 해. 이게 묵조선(黙照禪)이라면 묵조선인데‘묵조선’이라는 말은 없어요. 그러나 옛날부터 이런 식의 좌선은 있어왔습니다. 화두를 드는 것은 전혀 아니라 구요. 그게 앉아서 묵묵히 생각하는 거예요.“설주상악(舌拄上齶),담연부동(湛然不動)의 벽좌(壁坐)”벽을 의지해서 앉아가지고 그러니까 중국 선방에는 전부 벽을 의지해서 앉아요. 우리는 면벽(面壁), 벽을 보고 앉는데 그 사람들은 벽을 의지해서 앉아요. 그리고 군대 내무반처럼 올라가서는 요런 탁자위에 앉도록 되어 있어요. 선방에 가보니까 쭉~ 탁자위에 돌아가면서 앉아가지고 졸다가 앞으로 꺼꾸러지면 큰일 나는 거야.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니까! 그리고 또 졸리면 앉아있는 뒤에 전부 커튼이 되어 있는데 커튼 열고 들어가서 자도록 되어 있어. 그것 희한하게 되어있더구먼. 그래갖고 좀 잠이 깨면 살~ 나와 가지고 뒤에서 앉아서 또 좌선하고. 그리고 포행시간에는 내려와 가지고 돌게 되어 있고. 선방이 아주 합리적으로 그렇게 잘 되어 있더라 구요. 그게 들어가서 잘 사람은 실컷 자고, 또 잠이 깨면 나와서 앉아서 좌선하고, 그리고 돌고. 우리나라하고는 달리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전에 내가 원산 스님 계실 때, 원산 스님이 중국에서 오래 사셔가지고 불국사 선방을 처음 개설했을 때 처음에 그렇게 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되었나? 아, 뜯어 고쳤지. 중간에 뜯어 고쳤는데 처음에는 중국 선방하고 똑같이 그렇게 했습니다. 불편 하더라 구요. 나도 거기서 한 철 지내봤는데 중국식으로... 그 스님이 좀 중국풍이거든요. 그래서 중국식으로 한다고 그렇게 했는데 우리 생리에는 조금 어색한 면이 있습디다. 벽을 의지해서앉습니다.설주상악(舌拄上齶).담연부동(湛然不動)!“취차위시조문불법야(取此爲是祖門佛法也)하나니” 이것을 가지고서는‘조문불법(祖門佛法)’조사문중의 불법이다. 최고급 불법이다. 이렇게 하고 떡 앉아서 그냥 하염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을 가지고“대착(大錯)이로다”크게 그르친 것이다. 크게 잘못된 것이다.
是儞若取不動淸淨境하야 爲是면 儞卽認他無明爲郞主라
시이약취부동청정경 위시 이즉인타무명위랑주
그대가 만약에 담연부동(湛然不動), 조용히 앉아서 움직이지 아니하는‘부동청정경(不動淸淨境)’그게 아주 훌륭한 경지지. 그런 경계를 취해기지고서 이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대들은“이즉인타무명위랑주(儞卽認他無明爲郞主)라”무명번뇌를 오인해가지고 훌륭한 주인을 삼는 것과 같다. 여기‘위랑주(爲郞主)’라고 하는 말은 본심, 주인공, 무위진인을 삼는 것과 같다 이 말이야. 컴컴한데 떨어져 있는 거야 사실은! 아, 이 주인공은 활발발한 거야. 활발발(活鱍鱍)!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야! 거침없이 흘러가는 게 이 주인공이라고! 그런데 그걸 딱 가두어가지고, 조용히 가두어 놓으면 이것은 그야말로 무명을 오인해서 본심을 삼는 거와 마찬가지다.
古人云, 湛湛黑暗深坑이 實可怖畏라하니 此之是也니라
고인운, 담담흑암심갱 실가포외 차지시야
고인이 말하기를“담담흑암심갱(湛湛黑暗深坑)이 실가포외(實可怖畏)라하니” 이런 경우를, 그러니까 우리가 무기공(無記空)에 떨어진다. 그런 표현을 하잖아요. 무기공(無記空)에! 그래 오래 앉아있으면 이건 화두도 아니고, 염불도 아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냥 컴컴하게 그냥 사량분별도 아니고 크게 망상도 없이 그만 컴컴한데 그 생각이 갖추어져요.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흐릿한 생각이! 차라리 망상을 왕성하게 하는 게 낫지. 망상을 왕성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흐릿한 생각에 떨어져 있는 거야.
“담담흑암심갱(湛湛黑暗深坑)”아주 깊고 깊은 골짜기의 깊은 구덩이가 실가포외(實可怖畏)라, 실로 가히 두렵다. 그렇게 되고 그게 재미가 붙으면 그건 빼도 박도 못하는 거지. 그걸 [서장]같은 데는“흑산귀굴(黑山鬼窟)이라”이것도 산 음지에 또 동굴이 있는데 그 동굴에는 달빛도 햇빛도 들어가지 않고 항상 컴컴한 거야. 거기에 귀신이 산다는 거지. 흑산귀굴(黑山鬼窟), 흑산이라는 것은 산 뒷면이라는 것입니다. 산 뒷면에 햇빛도 달빛도 비치지 않는 산 뒷면에 동굴이 뚫려 있다 이거야. 그럼 거기에 귀신이 살기 딱 좋은 거야. 귀신은 어두운 것을 좋아하고 밝은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걸 일러서 흑산귀굴(黑山鬼窟)이라 하는데 우리의 정신이 그런 상태가 되는 것. 이것은 정말 곤란한 것이다 이거야. 차라리 망상을 왕성하게 하는 게 나은 거지. 실가포외(實可怖畏), 그것이 실로 가히 두렵다는 것을“차지시야(此之是也)니라”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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儞若認他動者是면 一切艸木이 皆解動하니 應可是道也니라
이약인타동자시 일체초목 개해동 응가시도야
所以動者是風大요 不動者是地大니 動與不動이 俱無自性이니라
소이동자시풍대 부동자시지대 동여부동 구무자성
儞若向動處捉他하면 他向不動處立하고 儞若向不動處捉他하면
이약향동처착타 타향부동처립 이약향부동처착타
他向動處立하나니 譬如潛泉魚가 鼓波而自躍이니라
타향동처립 비여잠천어 고파이자약
大德아 動與不動은 是二種境이니 還是無依道人은
대덕 동여부동 시이종경 환시무의도인
用動用不動하나니라
용동용불동
“그대들이 만약 움직이는 것을 오인해서 옳다고 한다면 온갖 초목들도 다 움직일 줄 아니 그것도 응당 도이리라. 그러므로 움직이는 것은 바람의 성질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땅의 성질이다.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이 모두 다 고정된 자성이 없다. 그대들이 만약 움직이는 곳에서 그것을 붙잡으려 하면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 곳에 서 있다. 또 그대들이 만약 움직이지 않는 곳에서 그것을 붙잡으려 하면 그것은 움직이는 곳에 서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물 속에 있는 물고기가 물결을 치면서 뛰어오르는 것과 같다. 큰스님들이시여,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이 두 가지 경계이다. 의지함이 없는 도인[無依道人]이라야 움직임도 쓰고 움직이지 않음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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儞若認他動者是면 一切艸木이 皆解動하니 應可是道也니라
이약인타동자시 일체초목 개해동 응가시도야
그대가 만약 저 움직이는 것을 오인해서 그게 좋은 것이다. 라고 한다면, 일체초목이 다 움직이잖아. 그러면 그것도 도(道)겠네. 이런 말이야.
所以動者是風大요 不動者是地大니 動與不動이 俱無自性이니라
소이동자시풍대 부동자시지대 동여부동 구무자성
움직이고 움직이지 아니한 것이 다 자성이 없는 것이다.
儞若向動處捉他하면 他向不動處立하고 儞若向不動處捉他하면
이약향동처착타 타향부동처립 이약향부동처착타
그대들이 만약에‘동처(動處)’를 향해서 착타(捉他), 주인공. 무위진인, 타(他)는 그거예요. 그 사람을 딱 포착을 할 것 같으면 그 사람은‘부동처(不動處)’가 있다 이거야. 아, 이 움직이는 것이‘참 나’구나! 라고 딱 이렇게 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동하지 않는 것이라 했어.“이약향부동처착타(儞若向不動處捉他)하면”그리고 그대가 만약에 움직이지 않는 그 마음자리가 나의 참 모습이다. 참 생명이라고 이렇게 여기면 그리고 그것을 잡으면‘착타(捉他)’ 그것을 포착한다고 할 것 같으면 그게 포착이 되나? 안 잡히는 게 마음인데! 안 잡히거든요 마음은!
他向動處立하나니 譬如潛泉魚가 鼓波而自躍이니라
타향동처립 비여잠천어 고파이자약
그럴 것 같으면 벌써 그것은 어느새 움직인다 이거야. 우리가 마음 한번 움직이려면, 앉아서 장난삼아라도 한번 해봐요. 마음을 잡으려고 하면 그 놈의 마음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여기서 딱 잡으면 벌써 저만치 가 있고, 거기 가서 잡으면 또 저 만치 가있고 그런다 구요. 이 마음이! 이게 그런 표현입니다.“비여잠천어(譬如潛泉魚)가”비유컨대 물에 잠겨있는 고기가“고파이자약(鼓波而自躍)이니라”파도를 타고 스스로 뛰는 것과 같은 것이다.
大德아 動與不動은 是二種境이니 還是無依道人은
대덕 동여부동 시이종경 환시무의도인
대덕이여! 움직이고 움직이지 아니한 것은 양변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 쪽, 저 쪽 상대적인 편견에 떨어지는 것이니“환시무의도인(還是無依道人)은”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진짜사람, 무위진인 그게 무위도인이야. 의지함이 없는 도인은
用動用不動하나니라
용동용불동
동(動)도 쓰고 부동(不動)도 쓴다 이거야. 동할 때는 동하고 부동할 때는 부동하는 것. 이게 참 주인공이고 참 생명이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아주 표현이 간단명료하면서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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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6 삼종근기로 판단한다
如諸方學人來하면 山僧此間은 作三種根器斷이라
여제방학인래 산승차간 작삼종근기단
如中下根器來하면 我便奪其境而不除其法하고
여중하근기래 아편탈기경이불제기법
或中上根器來하면 我便境法을 俱奪하고 如上上根器來하면
혹중상근기래 아편경법 구탈 여상상근기래
我便境法人을 俱不奪하고 如有出格見解人來하면
아편경법인 구불탈 여유출객견해인래
山僧此間은 便全體作用하야 不歷根器니라
산승차간 편전체작용 불역근기
“제방의 학인들이 찾아오면 산승은 여기서 세 가지의 근기로 그들을 판단한다. 중하근기가 오면 나는 곧 경계만 빼앗고 그 법을 없애지 않는다. 혹 중상근기가 오면 나는 곧 경계와 법을 함께 빼앗는다. 만약 상상의 근기가 오면 나는 곧 경계와 법과 사람을 다 빼앗지 않는다. 만약 격을 벗어난 뛰어난 견해를 가진 사람이 오면 나는 여기서 곧 전체작용을 나타내어 근기를 따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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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諸方學人來하면 山僧此間은 作三種根器斷이라
여제방학인래 산승차간 작삼종근기단
제방에서 학인들이 올 것 같으면 산승차간은 삼종근기로서 판단한다. 요것도 아까 대인관계에 있어서 어떤 수단을 몇 가지 보인 것하고 비슷한 거죠.
如中下根器來하면 我便奪其境而不除其法하고
여중하근기래 아편탈기경이불제기법
중근기, 하근기가 올 것 같으면 내가 곧 그 사람의 경계를 부정하고‘불제기법(不除其法)’법을 제하지 않는다. 경계는 빼앗아버리고 법은 제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도 있고 또
或中上根器來하면 我便境法을 俱奪하고 如上上根器來하면
혹중상근기래 아편경법 구탈 여상상근기래
혹‘중상근기(中上根器)’가 올 것 같으면 나는 곧 경계와 법을 함께 부정해버린다. 그리고 “여상상근기래(如上上根器來)하면” 그리고 상상근기가 올 것 같으면
我便境法人을 俱不奪하고 如有出格見解人來하면
아편경법인 구불탈 여유출객견해인래
나는 곧 경계와 법과 사람을 함께 빼앗지 아니하고 그건 뭔 말인고 하니 주인과 객관 그리고 이 현실까지도 함께 빼앗지 아니하고 그대로 펼쳐놓은 그대로 한다 이거야. 그리고“여유출객견해인래(如有出格見解人來)하면”그리고 또 하나의 경우는 만약에‘출객견해(出格見解)’격을 벗어난 견해, 이것은 최고의 견해죠. 격을 벗어난 그런 사람이 올 것 같으면
山僧此間은 便全體作用하야 不歷根器니라
산승차간 편전체작용 불역근기
곧 전체작용, 우리가 맨 처음 임제록을 대했을 때 황벽 스님께 “불법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황벽 스님이 사정없이 20방망이를 세 번이나 후려쳐서 그런 일을 보여준 일이 전체작용입니다. 전체가 다 작용하는 것. 무슨 전체가? 내 전체가! 나의 전체면 우주 전체라! 모든 것이 동시에 동원된 것을 전체작용이라 그래요. 거기에는 추호의 틈도 없습니다. 정말 불교가 알고 싶어서 방장스님께 올라가서 물었는데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사정없이 후려쳐버리는 거야. 그 순간, 바늘 끝만치도 빈틈이 없는 전체작용이 거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하는 것을 예로 들 수가 있습니다.“불역근기(不歷根器)니라”근기와 상관없이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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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德아 到這裏하야 學人著力處니라
대덕 도자리 학인착력처
不通風하며 石火電光도 卽過了也니라
불통풍 석화전광 즉과료야
學人이 若眼定動하면 卽沒交涉이니 疑心卽差요
학인 약안정동 즉몰교섭 의심즉차
動念卽乖라 有人解者하면 不離目前이니라
동념즉괴 유인해자 불리목전
“큰스님들이여, 여기에 이르게 되면 공부하는 이가 힘을 한껏 써야 한다. 바람도 통하지 않고 전광석화까지도 곧 지나가 버린다. 학인이 만약 눈만 깜박여도 곧 교섭이 없어진다. 마음으로 헤아리려 하면 곧 틀리며, 생각을 움직였다 하면 바로 어긋나 버린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눈앞을 여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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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德아 到這裏하야 學人著力處니라
대덕 도자리 학인착력처
대덕이여, 이(裏)속에 이르러서 여기에 학인이 힘을 붙여야 할 것이다. 거기에 한번 뭔가 엿보아야 할 곳이다 이 말이야.
不通風하며 石火電光도 卽過了也니라
불통풍 석화전광 즉과료야
반도 통하지 아니하며, 전광석화도 거기에는 곧 지나가버리는 그런 곳이다.
學人이 若眼定動하면 卽沒交涉이니 疑心卽差요
학인 약안정동 즉몰교섭 의심즉차
학인이 만약에 눈을 깜박만 해도 이 말이야. 조금만 움직이면 거기에 교섭이 없다. 거기에는 들어갈 틈이 없다 이거야. 마음을 헤아리면 곧 어긋나 버리고
動念卽乖라 有人解者하면 不離目前이니라
동념즉괴 유인해자 불리목전
생각을 움직일 것 같으면 곧 어긋나 버린다.“유인해자(有人解者)하면”그러나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이해할 것 같으면 현재작용하고 있는 것.“불리목전(不離目前)이니라”지금 목전에서 작용하고 있는 바로 그 사실을 안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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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德아 儞擔鉢囊屎擔子하고 傍家走하야 求佛求法하니
대덕 이담발낭시담자 방가주 구불구법
卽今與麽馳求底를 儞還識渠麽아 活鱍鱍地하야 祇是勿根株라
즉금여마치구저 이환식거마 활발발지 지시물근주
擁不聚하며 撥不散하야 求著卽轉遠이니 不求면 還在目前하야
옹불취 발불산 구착즉전원 불구 환재목전
靈音屬耳어니 若人不信하면 徒勞百年이니라
영음속이 약인불신 도로백년
“큰스님들이여, 그대들은 바랑에 똥짐을 짊어지고 옆으로 내달리며 부처를 구하고 법을 구하는데, 지금 그렇게 구하는 바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대들은 아는가? 활발발하게 작용하지만 그 뿌리가 없으니 움켜잡아도 모이지 않고 펼쳐도 흩어지지가 않는다. 구할수록 더욱 멀어지고, 구하지 않으면 도리어 눈앞에 있다. 신령스런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데 만약 이것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면 백년 세월을 헛수고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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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德아 儞擔鉢囊屎擔子하고 傍家走하야 求佛求法하니
대덕 이담발낭시담자 방가주 구불구법
대덕이여, 그대들이 바랑에다가 똥 덩어리를 잔뜩 한 짐 짊어지고“방가주(傍家走)하야”옆집으로, 옆집으로, 딴 데로, 딴 데로 그냥 내달려서 부처를 구하고 법을 구하나니
卽今與麽馳求底를 儞還識渠麽아 活鱍鱍地하야 祇是勿根株라
즉금여마치구저 이환식거마 활발발지 지시물근주
지금 그렇게 치구하고, 열심히 열심히 무엇인가 구하려고 쫓아다니는 그것을 그대는“이환식거마(儞還識渠麽)아”그놈을 구하려고 쫓아가는 그 당체, 그 자체를 그대는 아는가? “오대산에는 문수보살이 없다”문수보살을 찾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절하면서 나아가는 당신이야말로 진짜 살아있는 문수다! 하는 그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치구(馳求)하는 것! 법을 구하려고 밖으로 쫓아다니는 그 당체! 그 놈을 그대는 아는가 말이야. 그것은“활발발지(活鱍鱍地)하야” 활발발, 아주 팔팔하게 살아있는 대 생명체다 이거야.“지시물근주(祇是勿根株)라”그렇지만 그것은 뿌리가 없어. 어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정 불변하는 것이다.“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야”끊임없이 흘러가고 전체 작용하는 것이고,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하는 거야. 만 가지 경계를 따라서 굴러가고 굴러가는 게 우리 생명의 본령이야. 본래 모습이 그렇게 되어 있어.‘물근주(勿根株)라’ 뿌리가 없다 이거야.
擁不聚하며 撥不散하야 求著卽轉遠이니 不求면 還在目前하야
옹불취 발불산 구착즉전원 불구 환재목전
움켜쥐어도 움켜지지가 않아. 모이지가 안 해. 그 물건은! 아무리 우리가 흩어 진 마음을 가두고, 가두고. 움켜지고, 움켜지고 해봐야 그게 움켜집니까? 움켜지는 게 아니 예요.“발불산(撥不散)하야”또 흩어봐야 흩어지지도 안 해. 그놈은 제멋대로라. 이게 지 생긴 대로 노는 거라. 그런 실재, 그런 본래 모습을 우리가 잘 파악하고 이해해서 거기에 맞게 순리대로 사는 것. 이게 중요해요. 그걸 괜히 가두려고도 하지 말고, 제약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렇다고 지 멋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라는 뜻도 아니지마는 그걸 그렇게 가두려고 해봐야 가두어 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옹불취발불산(擁不聚撥不散)이야!”집중될 때는 자연스레 집중돼. 흩어질 때는 저절로 흩어지고. 그래서
“구착즉전원(求著卽轉遠)이니”구할 것 같으면 더욱더 멀어짐이니“불구(不求)면 환재목전(還在目前)하야”구하지 아니할 것 같으면 어느새 눈앞에 떡 있어. 그래서 옛날에 우리가 도를 찾는 일, 마음을 찾는 일이, 마치 건망증 걸린 할아버지가, 옛날 담뱃대는 길거든요. 긴 담뱃대 그걸 딱 손에 잡고 길을 걸어가는 거야. 앞에 왔을 때는“아, 담뱃대 여기 있네.”하고 뒤에 이렇게 하면“담뱃대 없다.”하고. 앞에 딱 나오면 있다하고, 이렇게 뒤로 가버리면 없다 그러고 마치 그와 같다는 거지. 구하면 더욱 멀어지고 구하지 아니하면 눈앞에 와 있지. 건망증이 워낙 심하니까! 앞에 왔을 때 눈에 보이면 있다고 보고, 손을 뒤로 이렇게 저었을 때 담뱃대가 뒤로 가면“아이, 내 담뱃대 어디 갔나?”하고. 이런 식과 똑 같다는 거지. 환재목전(還在目前), 구하지 아니하면 사실 더 가까이 있고, 구하지 않을 때는 우리마음이 더 가까이 있어.
“아이, 여기 있는데 하고 구하려고 찾아보면 벌써 저만치 가있어. 그게 왜 그러냐? 이게 어떻게 보면 찾아질 것 같지만 주객이 없는 관계상, 본래 주객이 없는 한 사람인데 거기에 우정, 찾는 사람과 찾아질 사람을 나누어 놓고 보는 거야. 찾는 마음과 찾아질 마음을 둘로 나누어 놓고 보는 거야. 이게 한 덩어리인데 나누어 놓고 보는 거지. 그래서 찾으려고 하는 거야. 끊임없이 찾으려고 하는 거야. 찾으려고 할 때는 이미 나누어 놓고 있는 거지. 그것 나누어질 성질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걸 나누어 놓고 아, 내 마음 찾아야지, 찾아야지 하는 것은 이미 딴 사람이라. 그리고 찾아야할 진짜 마음이 저기 있다는 뜻이 되어버리는 거라. 그러니 이게 찾아지나? 계속 엇바뀌는 거야. 계속... 그러니까 여기 봐요! 구하면 더욱 멀어지고 차라리 찾지 아니할 때, 구하지 아니할 때는 눈앞에 있다. 참 가까운 표현이 예요. 정말 가까운 표현입니다. 이보다 더 가깝게는 아마 표현하기 어려울 거예요.
靈音屬耳어니 若人不信하면 徒勞百年이니라
영음속이 약인불신 도로백년
신령스러운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저 빗소리가 귀를 파고들잖아요. 전 신령스런 소리가 귀를 파고드는 거야. 눈을 찌르듯이 사물이 나에게 비쳐오는 거지.“약인불신(若人不信)하면”만약 이것을 믿지 않는다면, 이러고도 이것을 믿지 않는다면“도로백년(徒勞百年)이니라”한낱 수고로이 백년 세월을 보낼 뿐이다. 말은 가장 간략하게, 간단명료하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드러내 보여줄까? 설명이 길면 딴 길로 흐르니까! 어떻게 하던지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고 드러내 보이는 것. 이 법문에서 아주 역력히 보이죠. 이래서 임제 스님의 법문이 깊이가 있고, 또 그것을 우리가 잘 음미해서 맛을 들이면 참으로 매력이 있는 가르침이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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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7 모두다 놓아버려라
道流야 一刹那間에 便入華藏世界하며 入毘盧遮那國土하며
도류 일찰나간 편입화장세계 입비로자나국토
入解說國土하며 入神通國土하며 入淸淨國土하며 入法界하며
입해설국토 입신통국토 입청정국토 입법계
入穢入淨하며 入凡入聖하며 入餓鬼畜生이나
입예입정 입범입성 입아귀축생
處處討覓尋하야도 皆不見有生有死하고 唯有空名이로다
처처토멱심 개불견유성유사 유유공명
幻化空花를 不勞把捉이니 得失是非를 一時放却하라
환화공화 불노파착 득실시비 일시방각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한 찰나 사이에 연화장 세계에 들어가고 비로자나불의 국토에도 들어간다. 해탈국토에도 들어가고 신통국토에도 들어가고 청정국토에도 들어간다. 법계에도 들어가며 깨끗한 곳에도 들어가고 더러운 곳에도 들어간다. 범부의 세계에도 들어가고 성인의 세계에도 들어가며, 아귀ㆍ축생의 세계에도 들어간다. 그러나 곳곳마다 찾고 찾아보아도 아무 곳에도 생사가 있음을 보지 못하고 허망한 이름만 있을 뿐이다. 환영이며 허깨비며 헛꽃인 것을 애써서 붙잡으려 하지 말고 이득과 손실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모두다 놓아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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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流야 一刹那間에 便入華藏世界하며 入毘盧遮那國土하며
도류 일찰나간 편입화장세계 입비로자나국토
한 순간에 우리가 화장세계에도 들어가고, 비로자나국토에도 들어가고
入解說國土하며 入神通國土하며 入淸淨國土하며 入法界하며
입해설국토 입신통국토 입청정국토 입법계
해탈국토에도 들어가고, 신통국토, 청정국토에 뭐 법계에도 들어가고
入穢入淨하며 入凡入聖하며 入餓鬼畜生이나
입예입정 입범입성 입아귀축생
더러운 국토, 깨끗한 국토, 범부의 세계, 성인의 세계, 아귀축생에도 들어가나니
處處討覓尋하야도 皆不見有生有死하고 唯有空名이로다
처처토멱심 개불견유성유사 유유공명
찾고, 찾고 또 찾나니 그놈의 것이 찾는다고 얼마나 헤맵니까? 그러면서 곳곳에 기웃거리면서 찾고, 찾고 또 찾으니“개불견유성유사(皆不見有生有死)하고”그러나 어디에도 다 생(生)이 있고, 사(死)가 있음을 보지 못하고“유유공명(唯有空名)이로다”오직 헛된 이름만 있을 뿐이로다. 헛된 이름만! 화장세계ㆍ비로자나국토ㆍ해탈국토ㆍ신통국토 뭐 별별 이름을 다 붙여가지고 거기서 찾아봐야 오직 공명! 텅 빈 메아리일 뿐이다.
幻化空花를 不勞把捉이니 得失是非를 一時放却하라
환화공화 불노파착 득실시비 일시방각
“환화공화 불노파착(幻化空花 不勞把捉)”여기는 이렇게 했네요.“몽환공화 하로파착(夢幻空華 何勞把捉)득실시비(得失是非)를 일시방각(一時放却)하라”신심명에서 제가 좋아하는 구절중의 하나인데“환상이요 헛꽃이요 수고로이 잡으려고 하지 마라.”얻었다 잃었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을 일시에 놓아버려라. 모두가 공명, 헛된 이름일 뿐이다. 부정적인 입장에서 보면 사실 전부 그래요. 우리가 사실 그것을 한번 밟고 일어서서 그 다음에 긍정적인 면으로 나아가야 이게 진짜지.“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입장에서 돌아와서 산은 다만 산이고, 물은 다만 물일뿐이다.”이렇게 돼야 이게 진짜 절대 긍정이거든요. 절대 부정을 거쳐서 절대긍정이라. 이 모든 것이 무슨 화장세계ㆍ비로자나국토ㆍ해탈국토 이게 전부 공명이지만 공하다고 하는 경계를 넘어서면 자유자재로 쓰는 거야. 그때는 화장세계도 되고, 비로자나국토도 되고, 해탈국토도 되고, 뭐 범부도 되고, 성인도 되고, 더러운 모습도 보이고, 깨끗한 모습도 보이고, 뭐 온갖 것을 우리가 다 마음껏 연출할 수가 있는 거지. 그때는 걸리지 않는다 이거야. 하나도 걸릴 것이 없는 거야. 그것이 아주 바람직한 삶인 거죠.
그냥 없다. 공하다고만 하는 것은 본래 불교의 뜻은 아닙니다. 그것은 중간과정이죠. 없다고 한다든지, 공하다고 하는 것은 온갖 인연에 의해서 잠깐 있을 뿐이고 본래는 공한 것이야! 라고 하는 것은 중간과정입니다. 결론은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제대로 있다.“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경계를 넘어서면 다만 산은 산이고 물은 다만 물이다.”그러니까 높은 산이 있는데 그 산에 올라가기 전에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 올라가면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야! 다시 내려오면 그때는 올라가기 이전 경계하고 다른 거지. 올라갔다가 내려온 사람하고, 산에 올라가기 전, 올라가지도 않고 처음부터 밑에 있는 사람하고는 영 인생의 맛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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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8 전통과 계보가 있어야 한다
道流야 山僧佛法은 的的相承하야 從麻谷和尙과
도류 산승불법 적적상승 종마곡화상
丹霞和尙과 道一和尙과 廬山與石鞏和尙하야
단하화상 도일화상 여산여석공화상
一路行徧天下하나 無人信得하고 盡皆起謗이로다
일로행변천하 무인신득 진개기방
如道一和尙用處는 純一無雜이라 學人三百五百이
여도일화상용처 순일무잡 학인삼백오백
盡皆不見他意요 如廬山和尙은 自在眞正하니
진개불견타의 여여산화상 자재진정
順逆用處를 學人不測涯際하고 悉皆忙然이요
순역용처 학인불측애제 실개망연
如丹霞和尙은 翫珠隱顯하야 學人來者가 皆悉被罵요
여단하화상 완주은현 학인래자 개실피매
如痲谷用處는 苦如黃蘗하야 皆近不得이요
여마곡용처 고여황벽 개근부득
如石鞏用處는 向箭頭上覓人하니 來者皆懼로다
여석공용처 향전두상멱인 내자개구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산승의 불법은 확실하고 분명한 선문의 정통을 계승한 것이다. 위로부터 내려온 마곡 화상과 단하 화상(738~823)과 도일 화상(709~788)과 여산 화상과 석공 화상은 한 길로 조사선의 가풍을 천하에 두루 폈는데 아무도 믿지 않고 모두들 비방만 하고 있다. 예컨대 도일 화상이 법을 쓴 것은 매우 순수하여 잡티가 없었다. 그 분에게 도를 배우던 3백에서 5백이나 되는 학인들은 모두 다 화상의 뜻을 보지 못하였다. 여산 화상은 자재하시고 참되고 바른 분이었다. 순으로 혹은 역으로 법을 쓰는 것을 학인들이 그 경계를 측량하지 못하고 모두 다 갈팡질팡하였다. 단하화상은 구슬을 굴리는 솜씨가 자유자재하여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찾아오는 학인들마다 모두 꾸지람을 들었다. 마곡 화상이 법을 쓰는 것은 그 쓰기가 소태나무와 같아서 모두들 가까이하지 못하였다. 또 석공화상이 법을 쓰는 것은 화살 끝에서 사람을 찾는 것이어서 오는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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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流야 山僧佛法은 的的相承하야 從麻谷和尙과
도류 산승불법 적적상승 종마곡화상
도류야, 산승불법은 분명하고 분명하게 계승된 것이다. 확실하게 계승을 하였다. 그래서 여기에 소개하는 이런 스님, 저런 스님들도 다 가풍과 종풍이 있는 이들이다. 마곡화상과
丹霞和尙과 道一和尙과 廬山與石鞏和尙하야
단하화상 도일화상 여산여석공화상
단화화상, 도일화상, 여산여석공화상이 있어서
一路行徧天下하나 無人信得하고 盡皆起謗이로다
일로행변천하 무인신득 진개기방
한 길로 행해서 천하에 두루하니, 각자의 가풍이죠. 사람들이 그들을 믿어주지 아니하고 모두 비방만 일으킨다.
如道一和尙用處는 純一無雜이라 學人三百五百이
여도일화상용처 순일무잡 학인삼백오백
도일화상이 법을 쓰는 것은“순일무잡(純一無雜)이라”마조도일이라고 아주 대단하죠? 그 밑에 도인이 제일 많이 나왔죠. 순일무잡(純一無雜)이다. 학인이 3백에서 5백이나 되지만
盡皆不見他意요 如廬山和尙은 自在眞正하니
진개불견타의 여여산화상 자재진정
그 순일무잡인 것을 다 보지 못하다 이거야. 도일스님은“즉심시불(卽心是佛)”을 주로 많이 했어요.“마음이 곧 부처다”하는 그런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죠. 모두들 그 당시 그분의 그러한 뜻을 보지 못했고, 여산화상은 아주 자유자재하고 참되고 바르니
順逆用處를 學人不測涯際하고 悉皆忙然이요
순역용처 학인불측애제 실개망연
순경계, 역경계에 당해서 자기의 어떤 경지대로 자유자재하게 작용하는 것. 법을 쓰는 것은 학인들이 그‘애재(涯際)’를 측량하지 못한다. 모두들 그 끝이 어딘가를 측량하지 못하고 아득하게 여긴다 이 말이야.
如丹霞和尙은 翫珠隱顯하야 學人來者가 皆悉被罵요
여단하화상 완주은현 학인래자 개실피매
단하화상은 구슬을 가지고, 구슬이라는 것은 우리 마음을 두고 하는 소리인데 그것을 가지고 놀 듯, 마술하는 사람처럼 금방 보였다가 숨겼다 보였다 하는 것이 자유자재해서 학인들이 오면 단하화상에게 다 꾸중을 듣게 된다.
如痲谷用處는 苦如黃蘗하야 皆近不得이요
여마곡용처 고여황벽 개근부득
또 마곡화상이 작용하는 곳은 그 쓰기가 소태와 같다 이거야. 이‘황벽(黃蘗)’이라는 게 소태나무거든요. 법을 쓰는 것이 소태나무와 같아서“개근부득(皆近不得)이요”가까이 할 수가 없다.
如石鞏用處는 向箭頭上覓人하니 來者皆懼로다
여석공용처 향전두상멱인 내자개구
또 석공화상은 본래 사냥꾼으로서 출가한 사람인데 사람들이 법을 물으러 오기만하면 그냥 큰 활에다가 화살을 장전해가지고 금방 막 그 사람을 향해서 활을 쏘듯이 그렇게 해서 사람을 찾는다 이거야. 사람을 떠보기도 하고, 바로 그냥 활을 들이대어 그 근기를 알아본다. 오는 사람이 전부 저 화살을 맞으면 죽는다 하고 전부 두려워함이라. 이 모두가 다 가풍이 있고, 특징이 있고, 종풍이 아주 두드러진 그런 분들이 다 하는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런 분들의 어록을 구해가지고 그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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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 옷 입은 것에 속지 말라 1
如山僧今日用處는 眞正成壞하며 翫弄神變하야
여산승금일용처 진정성괴 완농신변
入一切境호대 隨處無事하야 境不能換이니라
입일체경 수처무사 경불능환
但有來求者하면 我卽便出看渠하나 渠不識我일새
단유래구자 아즉편출간거 거불식아
我便著數般衣하면 學人生解하야 一向入我言句하나니 苦哉라
아편착수반의 학인생해 일향입아언구 고재
“산승이 오늘날 법을 쓰는 것은 진정으로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며 가지고 놀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부리기도 한다. 일체경계에 들어가지만 가는 곳마다 아무 일없어서 경계가 나를 빼앗지 못한다. 누가 찾아와서 구하는 이가 있으면 나는 곧바로 그를 알아보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곧 몇 가지 옷을 입어 보이면 학인들은 알음알이를 내어 한결같이 나의 말 속으로 끌려 들어오고 마니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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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山僧今日用處는 眞正成壞하며 翫弄神變하야
여산승금일용처 진정성괴 완농신변
산승이 금일 법을 쓰는 것은, 아주 참되고 바르게‘성괴(成壞)’성(成)은 긍정, 성립해준다 하는 뜻이고 괴(壞)는 소탕한다, 부정한다, 무너뜨린다. 이런 뜻입니다. 긍정과 부정이 아주 자유자재하다. 그래서 구슬을 가지고 희롱하면서 신통변화를 일으킨다 말이야. 가지고 노는 것이 자유자재하다.
入一切境호대 隨處無事하야 境不能換이니라
입일체경 수처무사 경불능환
일체경계에 들어가되 어느 곳에 가든지 일이 없어. 그래서 경계가 능히 그를 빼앗지 못한다. 어떤 경계, 부처의 경계나, 보살의 경계나 뭐 아무리 21세기의 아주 기상천외한 어떤 경계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이 사람에게는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다. 이 임제 스님에게는 그 경계가 임제 스님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현혹시키지 못하고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但有來求者하면 我卽便出看渠하나 渠不識我일새
단유래구자 아즉편출간거 거불식아
다만 나에게 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으면 나는 곧 나가서 그 사람을 살핀다 이거야. 이렇게 꿰뚫어 본다.‘간거(看渠)’꿰뚫어 보나니“거불식아(渠不識我)일새”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알아보지 못해.
我便著數般衣하면 學人生解하야 一向入我言句하나니 苦哉라
아편착수반의 학인생해 일향입아언구 고재
곧 몇 가지 옷을 꺼내놓고 이걸 입어보고 저걸 입어본다 이거야. 이 이야기도 해보고 저 이야기도 해보는 거야. 뭐 지식과 사량분별, 이런 걸 가지고 표현해 보는 거지.“뭐 아이고, 화엄경에 말하기를...”한다든지“과거 조사가 어떻게 했는데...”하고 이렇게 해 보는 거야.“학인생해(學人生解)하야”그러면 학인이 거기서 말 따라서 알음알이를 내지.“일향입아언구(一向入我言句)하나니”그래서 그만 내 말에 빨려들어 가나니“고재(苦哉)라”참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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瞎禿子無眼人이 把我著底衣하야 認靑黃赤白이로다
할독자무안인 파아착저의 인청황적백
我脫却하고 入淸淨境中하면
아탈각 입청정경중
“눈멀고 머리 깎은 중이거나 안목 없는 사람들이 내가 입은 옷을 가지고 푸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흰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내가 옷을 벗어버리고 텅 빈 경계에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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瞎禿子無眼人이 把我著底衣하야 認靑黃赤白이로다
할독자무안인 파아착저의 인청황적백
눈 먼, 머리 깎은 눈 없는 사람! 안목 없는 사람이 내가 입은 옷을 잡고 늘어진다. 그렇죠! 내가 말한 대로 쫓아가니까 옛날 사람 이야기하면 옛날 사람 그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경전 이야기하면 경전에 또 빨려 들어가서 거기에 집착한다 이거야. “인청황적백(認靑黃赤白)이로다”청황적백,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에 그만 집착을 해서 모두 오인하게 된다.
我脫却하고 入淸淨境中하면
아탈각 입청정경중
그래서 내가 그걸 집어던져 버려.“아탈각(我脫却)하고”그래서 내가 그것을 다 집어던져 버리고, 뭐 경전이고, 어록이고 무슨 어떤 훌륭한 이야기도 다 벗어버리고“입청정경중(入淸淨境中)하면”청정, 텅 빈 경계, 그것도 저것도 다 부정한 어떤 상태에 이르러서 모습을 보이면 (계속)
첫댓글 _()()()_
還是無依道人 用動用不動...고맙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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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法幽玄이나 解得可可地니라,,,밖을 향해서 법이 없다고 말 할 같으면 조용히 앉아서 무명번뇌를 오인해 주인으로 삼고 있구나,,,움직이고 움직이지 아니하는 양변을 뛰어 넘어라,,, 無依道人이라야 움직임도 쓰고 움직이지 않음도 쓴다!
幻化空花를 不勞把捉이니 得失是非를 一時放却하라 ...一輪月님!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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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_
불법유현(佛法幽玄)해득가가지(解得可可地)/구착즉전원(求著卽轉遠). 항시 감사드립니다. 공부 잘하고 갑니다._()()()_
求著卽轉遠이니 不求면 還在目前하야.. 구할 것 같으면 더욱더 멀어짐이니 구하지 아니할 것 같으면 도리어 눈 앞에 있으니... 一輪月님! 수고하셨습니다.._()()()_
감사 합니다._()()()_
動與不動은 是二種境이니 還是無依道人은 用動用不動하나니라... 一輪月님! 고맙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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幻化空花 不勞把捉 得失是非 一時放却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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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