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13일 전국선수권대회 안양 부흥중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충남 강경여중 공격수 황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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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잔디가 정말 좋아. 나 여기서 뛰고 싶어.”
2년 전 어머니와 함께 충남 강경여중을 찾은 황인우는 학교의 잘 깔린 잔디에 반해 후딱 진로를 결정했다. 그때의 결심은 지금의 행복으로 이어졌다.
황인우는 13일 울산에서 열린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중등부 A조리그 3차전 안양 부흥중과의 경기에서 전반 31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넣은 천금 같은 골. 덕분에 강경여중은 조 1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조미희 강경여중 감독은 “인우는 결정력도 좋지만 볼 소유 능력도 뛰어난 공격수”라고 칭찬했다. 황인우는 “골보다 팀이 승리해 더 기쁘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2년 전 황인우에게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순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2013년 여자축구 명문 울산 현대청운중에 진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 힘줄이 파열로 그해 6월 말 수술 후 결국 6개월 동안 축구를 쉬어야 했다.
인우의 실망도 컸지만 어머니 이미옥씨(54)의 아픔은 더 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얻은 늦둥이 딸이 축구를 하겠다는 소리에 어머니는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 전라북도 남원에서 멀리 울산으로 딸을 보내야 했다. 먼거리 탓에 자주 챙겨주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아프기까지 하니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축구를 그만두라고 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부상에서 회복되면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집 근처에서 축구를 하자”고 제안했고 인우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인 강경여중을 찾았다. 인우는 무엇보다 잘 펼쳐진 파란 잔디를 맘에 들어했다. 어머니는 다른 부분도 더 살펴보자고 했지만 “내가 뛰어야 하니깐 무엇보다 잔디가 중요하다”며 고집을 피우는 딸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듬해인 2014년 황인우는 강경여중 유니폼을 입었다.
강경여중에 올 때만 해도 150cm였던 인우의 키는 1년 반만에 164cm까지 자랐다. 먹을 것 하나부터 시작해 몸 상태를 철저히 관리한 조미희 감독의 세심함이 컸다. 키만큼이나 실력도 훌쩍 성장했다.
여기에 강경여중 축구부는 최근 방마다 에어컨이 달린 최신 시설의 생활관(기숙사)으로 옮기는 등 학교와 충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황인우는 운동장에서 맘껏 뛸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반면 어머니는 “누구보다 예쁘게 키우고 싶었는데…”라며 조금은 아쉬움을 표했다. 물론 “멋진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딸을 마냥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