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영, 늦여름밤의 꿈 _
제 2회 김기자의 어쿠스틱 가든 @ 상상정원
* 꽃과 나무가 가득한 옥상 정원에서 진행된 어쿠스틱 가든
홍대 한편에 위치한 상상공장 옥상에서 자연과 바람과 함께하는 김기자의 어쿠스틱 가든. 도심 속 잘 가꿔진 옥상 정원에서 뮤지션과 더욱 가까이 앉아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된 공연이다. 지난 7월 이장혁에 이은 두 번째 손님은 최근 ep 앨범을 발표한 오소영이었다.
* 리허설을 진행중인 오소영
9월 18일 공연 당일, 상상공장에서는 아침부터 분주한 무대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처음으로 마이크와 앰프 등 음향 장비를 들여와 진행하는 공연이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어느새 선선한 저녁 공기가 상상옥상을 채우고, 무대 설치가 마무리되자마자 곧장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음악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오소영의 꾸밈없는 목소리가 정원을 채우자, 방금 전까지 공연 준비로 분주했던 상상공장은 일순 조용해졌다. 에디터들은 취재 회의를 하는 중간 중간에 옥상에서 들려오는 오소영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였다.
낭만적인 공연 시작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리허설이 끝나자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어둠이 깔려왔다. 옅게 어둠이 깔린 저녁 7시에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소영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긴 원피스에 기타를 들고 나타나 마치 정원 안에서 딱 제 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첫 번째 곡은 솔직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 <기억상실>이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에 정원에서 펼쳐지는 어쿠스틱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낭만적이었다. 사실 공연을 함께 준비한 에디터들도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펼쳐지는 환상적인 장면에 깜짝 놀란 눈빛을 서로 주고받았다.
감기에 걸려 목소리 상태가 최상이 아니라며 죄송하단 말로 말문을 연 오소영은 ‘마음으로나마 목이 터져라 부르겠습니다’라는 말로 진심을 전했다. 두 번째 곡 <바람>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초가을 바람이 불어왔고 정원의 꽃과 이파리들이 오소영의 노랫소리와 함께 흔들거렸다.
* 관객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공연 중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김기자의 어쿠스틱 가든은 공연 전에 관객들에게 미리 뮤지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받는다. 이 질문은 공연 사이사이에 김기자가 진행하는 인터뷰에 반영되었다. 목소리 상태가 좋지 않아 ‘100퍼센트의 저를 다 못 보여드리는 것 같아’ 계속 미안해하던 오소영에게 김기자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감기는 자주 걸리세요’였다. 이사할 짐정리를 하면서 먼지를 많이 마셔 감기에 걸렸다는 오소영은 어쿠스틱 가든에 참여한 관객들에게는 자신의 다음 공연을 할인해주겠다고 약속해 환호성을 불러 일으켰다.
‘오소영씨는 집 밖으로 잘 안나올 것 같다. 신비주의 컨셉인가’라는 질문에 오소영은 ‘사실 올빼미 생활을 오래 해서 햇빛 아래 나가면 녹아내릴 것 같다. 나가도 저녁에 나간다.’라는 인상적인 대답을 남겼다. 평소 공연에서도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그녀라서, 김기자는 이번 공연이 가장 많이 말을 한 ‘최다 멘트 공연’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홍대 여신이라는 호칭이 탐나지 않느냐’는 재미있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그렇지는 않고, 그저 제대로 된 음악을 하는 실력 있는 뮤지션이고 싶다는 현답을 남겼다.
* 관객들은 눈을 감고 노랫소리에 빠져들었다
다음으로 커버곡인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에 이어 2집 앨범에 수록된 <끝없는 날들>과 <Soulmate>를 들려주었다. 저녁이 찾아와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옥상 지붕에서 비추는 조명을 받으며 오소영이 부르는 ‘우리는 서로의 눈부신 세상’이라는 가사가 유난히 가슴 깊이 다가왔다.
두 번째 인터뷰는 음악인으로서 오소영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집에서 혼자 기타와 가요 책들을 가지고 음악을 연습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재밌어하는 일이 음악임을 깨달았을 때 ‘아 나는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낀다는 그녀는 또한 새로운 악기를 혼자 독학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기타 뿐 아니라 플룻, 피리, 바이올린 등을 독학했다는 오소영에게 김기자가 방법을 묻자 ‘악기를 익히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오래 하다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이는 때가 온다’는 알듯말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 공연 중 질문에 답하고 있는 오소영
그 다음 오소영은 이번 EP에 실린 <다정한 위로>와 <미안해>, <어디라도>를 들려주었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다정한 위로>가 시작되자 몇몇 관객들이 반가워하며 첫 소절 ‘오 이런 이상한 일이 내 마음을 두드리며’를 입모양으로 따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상상공장 앞 서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중인지, 간간히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기자는 ‘오소영씨 공연 중 가장 많은 잡음과 바람과 함께하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하자, 오소영은 ‘운동장에서 계속 박수를 쳐 주시네요’라며 웃었다.
세 번째 인터뷰 시간에는 곡 작업을 하는 과정을 묻는 질문들이 계속되었다.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쓸 때 한 가지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고 밝힌 오소영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기억상실>을 꼽았다. 꿈을 꾼 내용을 그대로 쓴 곡이라고 한다. ‘왜 굶고 있냐고? 돈이 없으니까’라는 매우 솔직한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에 대해 ‘가수는 자기 음악 따라간다는데, 왜 이런 곡을 썼는지 가끔 후회한다’라는 말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에이미 만과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리고 이장혁을 꼽은 그녀는 에이미 만의 <Save me>를 들려주기도 했다.
자연속에서 노래하고 들은, 꿈같았던 공연
1집과 2집 사이 8년간의 긴 공백기를 ‘암흑기’라고 표현한 오소영은 지금 다시 노래하고 공연 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편치 않고, 공연에서는 말보다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해서 평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오소영. ‘지금도 기타 없이 멘트만 하라고 하면 떨려서 말을 잘 못할 거에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진정한 뮤지션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앵콜곡 <숲>으로 제 2회 어쿠스틱 가든은 마무리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왔을 법한 홍대 앞 옥상 정원에서 달과 바람과 함께한 어쿠스틱 가든은 훌륭한 라이브 공연이었을 뿐 아니라, 음악인 오소영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사진과 영상을 보면 당신도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늦여름 밤의 꿈같은 공연이었다고 감히 평해본다.
글/심미섭
사진/심솔
201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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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잉 잘보았습니다!ㅎㅎ다시 그날로 돌아가고싶네요 ㅎㅎ
^^ 오소영 씨가 정원과 너무 잘 어울리셨어요!
꿈같았던 공연이었습니다+_+
^^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