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크메르의 세계"를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면서, 우리가 다루는 테마가 다양하고, 그 스펙트럼이 넓다는 이야길 했습니다만, 사실 그 글은 너무도 정규적인 글이라 좀 정제해서 쓴거고,
거기에 뭐 몇 가지 더 들어간다면, 가령
- 낮문화에서 밤문화까지...
- 평화에서 전쟁에 이르기까지..
- 금욕에서 욕망에 이르기까지..
처럼, 뭐 이런 극단적 대비의 스펙트럼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란 것이 원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모여있는 것이니, 어떤 특정한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 나쁜 것이란 규범적 행동강령이란 것은, 사실 초등학교 도덕책, 즉 소학에서 다룰 문제이고...
실은 인생이란 긴 여정을 놓고 보면, 이러한 양 극단에 어떻게 "끄달림없이", "걸림없이" 사느냐 하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여간 오늘 우리가 다룰 문제는, 참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매춘"만큼이나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인 "군인"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면이 음악과 문화를 다루는 곳이니 좀 넓게 잡아 "군사문화"란 주제를 좀 다뤄볼까 합니다. 그런데 이걸 그냥 서술적으로 다루면 재미가 별로 없으니, 우선은 좀 예술적 형태란 수단을 동원하면서, 또 "다문화"란 관점에서 세계 각국의 주요한 모습들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사실 군사적 승리에 대한 욕구나 전쟁은 인류가 가진 어떤 집단적 권력욕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결국 본능이 본능으로 발산되면 "외설"이 되고, 반면 그것에 어떤 미학적 가치가 부여되면 "예술"이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군사문화 역시 발달된 제도적 측면으로 접근한 후, 그것의 형식미라는 조금 "미학적 차원"에서 바라보면 나름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즐길만한, 그런 오락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여....
그래서 오늘은 군사문화의 제도적, 형식적 측면의 구체적 결정체인 (1)군악대, (2)의장대, (3)이것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군사행진 혹은 분열과 열병의 모습을 다루려 합니다. 가볍게만 말입니다.
하여간 오늘 보여드릴 동영상들 중에는 주로 분열 모습이 많습니다만, 분열은 최고 지휘관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사열대 앞을 행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회원님들 모두 최고 지휘관의 입장에서, 이 고가의 공연예술을 감상하시기들 바랍니다.~ ^ ^ 원래는 지휘관도 일어서서 사열을 받는 것이 예의입니다만, 회원님들은 그냥 앉아서, 두 다리 쭉 뻗어시고 편하게들 감상하십시요~ ^ ^
우선 제일 먼저 소개해드릴 것은,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 미국 군대의 얼굴마담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동영상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동영상은 1942년 개봉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처음에 등장인물이 "무엇을 할지라도 그대들은 모두 미 해병들이다"란 말을 하면서 시작되는 행진모습입니다. 미군의 기본적인 제식동작은 60여년이 지난 현재도 이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신장들이 크기 때문에 가볍고 자연스런 동작이지만, 파워풀한 느낌을 줍니다. 이 음악 역시 지금도 연주되고 병사들이 부르는 바로 "미국 해병 행진곡"입니다.
이 동영상은 미국 해군 의장대의 실내공연 모습입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고전적인 구식 장총은 아마도 한국인들이 다루기에는 너무 대형 장총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기에다 제법 커다란 대검까지 착검한 이 무지막지한 흉기를 가지고, 이들은 서커스 및 예술적 수준의 공연을 보여줍니다.
다음은 2008년 테헤란로에서 거행된 대한민국 국군의 날 60주년 시가행진 모습입니다.
한국군의 제식동작은 기본적으로 자연스런 발동작을 가졌지만, 신체적으로 단신인 단점을 극복하고자 해서인지 팔동작이 상당히 높이 올라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쓸만한 동영상이 별로 공개가 안 되어 있어서, 일단 올려보았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한국군의 제식동작은 분명 일본과 어떤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이 동영상은 자위대 창설 50주년의 분열 모습입니다. 한국군의 동작과 매우 흡사합니다. 자위대 부대 구성의 특징은 전투부대 속에 듬성듬성 여군들이 함께 끼어있는가 하면, 간호부대와 같은 여성이 주류인 부대 속에 또 남자 군인들이 2-3명씩 끼어서 지나갑니다.
원래 군사적 제의(ritual)에는 여러가지 의미와 목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집단에 대한 충성심의 고취와 개인적 자긍심을 심어준다는지 하는 것으로, 그 형식미가 뛰어날 수록 효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유사시에 이들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포감을 초월할 수 있는 비장함을 강조해주거나 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그 점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한국군대가 외국군대를 벤치마킹 하지 않으려거든, 우리 국산품 중에 차라리 이런 것에서 좀 벤치마킹이 필요할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1980년대 중후반에 나온 곡인데, 군가라면 뭐 이 정도 비장감 정도는 좀 집어넣었으면 싶습니다. 총알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말이죠.... 저들에게 이 정도 강력한 문화적 무기가 있었기에, 최루탄과 백골단의 폭력 앞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버텼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념적으로 좌우를 불문하고, 또 이런 집단 문화예술에 너무 빠지게 되면, 사람이 전체주의자로 변해 다양성이나 다문화 이런 거랑 거리가 멀어지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 하여간 이런 속성이 있어서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이런 군사 의례(Military Ritual)나 군사 예술(Military Art)에서는 상당히 기술적으로 강한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강력한 독재나 혹은 중앙집권적 동원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뭐든 했다 하면 블록버스터가 나옵니다. 한 번 보시죠.
먼저 최근 10월 1일에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 군사행진, 중국 건국 60주년 행사입니다. 이 동영상은 바로 떠들석하게 화제가 되었던 중국 여성 예비군 부대의 분열 모습입니다만, 맨 앞의 2명은 전문적인 유명 모델로 현역 군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행사에 오점을 남긴 바로 그 동영상입니다. 하여간 중국군의 유니폼 디자인들이 최근 매우 좋아졌고, 제식동작은 사회주의권 원조인 러시아보다도 훨씬 짧고 절도있는 동작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방송 중계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치밀한 카메라 앵글의 이동을 보고 있노라면, 방송중계팀 역시 사전에 여러번 함께 리허설을 했음을 알 수 있고, 후진타오 주석의 등장 타임 등을 참고하면, 중국이 이 행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번 중국 군사행진의 다양한 부대들을 종합적으로 담은 영상입니다. 위의 붉은 유니폼의 여군들 이전에 지나가는 부대들인데, 여기에 또다른 삼군 여군단이 등장하고, 후진타오주석의 미소띤 모습도 등장합니다. 중국군은 의외로 다소곳하고 여성스런 동작으로 이동하다가, 사열구간으로 들어오면서 완전히 다른 제식동작으로 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군의 2009년 행사모습은 과거의 그들의 제식동작에서 한 가지가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이들은 분열시에 사열대 앞을 통과할 때 총부리를 앞으로 겨누곤 했는데, 그것이 너무 공격적으로 보여서인지 2009년 행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 동영상과 같이, 대검을 착검한 총기를 휴대한 부대들은 사열대 앞을 통과할 때 훨씬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2009년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군의 개인화기가 보다 경량화되면서, 이런 형태의 제식동작이 사라진 것은 아닌가도 추측됩니다.
이번엔 최근에 다시 강국으로 부상하는 러시아 군대를 보시겠습니다.
그러면 사회주의권 원조인 러시아는 또 놀고 있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 ^ 이 동영상은 금년 5월 9일 거행된 독일에 대한 전승기념일 행사 중 분열 모습입니다. 역시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의 나라답게, 우선 군악대의 음악이 심상치 않습니다. 또한 역시 신장이 큰 슬라브 민족답게, 동작들도 파워풀하고, 유럽적인 다양한 색상이 혼합된 다양한 유니폼을 보여줍니다.
회원님들이 또 북한의 군사행진에 대해 언급을 해주셔서, 다시 추가로 편집해 넣습니다. 북한인민군의 제식동작은 사회주의권 내에서도 특히 동작이 큰 편에 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팔동작을 아예 없애고, 오로지 쭉뻗어 올리는 발동작으로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북한의 동영상은 2편을 준비했습니다.
최근에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도착장면입니다.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방문 시, 명예위병대장(의장대장)이 소리치는 멘트가 궁금했는데, 이 동영상에 아주 깔끔하게 나옵니다.
전형적인 북한 인민군의 분열모습입니다. 드물게도 열병대형에서 분열대형으로 이동하는 예비단계가 등장합니다. 열병대형에서 움직이지 않는 맨 앞의 1,000명~1,500명 정도가 모두 군악대인데, 원래 이들의 매스게임을 펼치며 등장하는 모습 역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생략했습니다. 근데 북한에서는 우리가 "분열"이라고 부르는 것을 "열병"이라고 부르네요. 한국군에서 "열병"이라고 하면, 지휘관이 정지한 부대들을 이동하며 사열하는 것을 말하는데 말이죠..
뭐 많이 있겠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우리가 관심있는 캄보디아 군대의 분열 모습을 넣어보았습니다. 2009년 10월 13일에, 훈센 총리 친위부대인 "70여단" 15주년 창설기념일에 열린 행사입니다. 그렇지만 70여단 말고도 여러 부대들이 참가했는데, 이 중 캄보디아 최강 특수부대로 알려진 "911 공수여단"의 행진 모습입니다. 과거보다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약간은 영세해보입니다. 동작이 사회주의권과 서방 스타일이 섞여서인지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 ^
그리고 요즘 우리가 태국 정치도 공부하고 있으니, 태국편도 한번 준비해 보았습니다. 원래 국왕이 존재하는 나라들은 역시 근위대들이 볼만합니다만, 태국 근위대는 영국 근위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또 원조를 능가할 정도로 만만치 않네요. 바로 노란셔츠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성가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매년 열리는 국왕탄신일 기념행사인데 2006년 행사 모습입니다. 병력 규모가 좀 되는군요.. 그리고 태국 왕실의 색깔인 노란색 캐딜락 오픈카를 타고 열병하는 푸미폰 국왕 부처의 모습도 나옵니다. 특히 분열 시 사열대에서 국왕과 함께 거수경례로 답하는 시리낏 왕후의 모습을 보면, 이 여인도 보통 여걸은 아닐 것 같아 보입니다.
정말로 너무 많이 보지 마세요~ 다문화의 적으로 변할 수도 있으니 위험한 정보임을 항상 명심 하세요~ ^ ^ 근데 위험할 수록 또 중독성이 있는 법이죠 ~~ 믿거나 말거나....
첫댓글 미 해군 의장대는 무지막지한 장총을 마지막 부분에서 쌍절곤 다루듯이 합니다.... 그리고 중국 여군들 행진은 정말 예술이네요.. 뭐랄까 밀리터리 문화와 대중예술이 결합된듯한...
그렇하고... 원래 분열이라는 것이 좌우나 앞뒤 정렬보다도 대각선 정렬을 보면 그 수준이 보입니다만, 러시아군의 대각선 정렬 압권이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군 명예위병대(의장대)도 만만치 않은데.. 잡혀갈까봐 자제했습니다~~ ^ ^
마지막에 북한군 열병식이 나오겠지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북한의 열병식을 보면 전율을 느낍니다.
하하, 결국 북한군도 집어 넣었습니다.. ^ ^ 북한군 군악대는 혼(호른)을 많이 편성했다는 특징이 보이네요..
오랫만에 이 게시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시리낏 왕후에 대해 우리가 처음에 느꼈던.. 그 강렬한 직감.. 역시 들어맞았네요... 통빡 중에.. 나쁜 통빡은 다 들어 맞아서 걱정입니다.. 뭐, 좀 .. 복권살 때 그런 통빡이 좀 맞아주면 좋겠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