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따가운 햇살에 갈증 나는 전사(형제)들은 옹달샘의 맑은 물도 뒤로 한 채, 삼다 제주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비행기에 몸과 마음을 실었다. 전사들은 기내에서 솔직한 자기 마음으로, 서로 이번 원정 경기의 깔판(물주)으로 삼으며, 음흉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수평선을 건너, 서귀포 근교 목적지 (롯데 스카이 힐 CC)에 도착하여 서로들 낄낄거린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다.
우리는 탈의실 거울을 보며, 못생긴 얼굴에 그나마 기미라도 낄까 싶어, 썬 크림 떡칠하고 핏물의 전투장인 필드로 나섰다.
전장(필드)에서 바라보이는 바다는 검푸른 물결이며, 태양열 받은 지면은 파란 잔디에서 생성되는 후끈한 복사열 때문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동안 수많은 원한 관계로 이빨 갈던 우리 전사들은 샷 건 방식의 총소리와 함께 오전 11시에 시작한 티업은 27홀을 돌고서, 오후 8시 20분에 1차 전투(경기)가 끝났다.
태양 아래 녹은 바닷가 해파리 신세가 된 우리가 겨우 정신을 차릴쭘 이쁜 도우미 “왈” 제주에서는 자기가 근무하는 롯데 스카이힐 CC가 가장 아름답고 제반 시설이 좋으며, 또한 어려운 코스라 기량 있는 vip 고객만 찾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거짓이 아닌 맞는 말이다, 전사 모두 vip는 아니지만 좋은 시설 속에서 전투 결과는 장시간 여행의 피로와 살인적이 더위를 감안하더라도 성적은 정말 말이 아니다.
27홀 4명의 평균 타가 160개였는데 그래도 그날의 승부는 결정되어 깔판은 확정되었다. 이 더운 날씨에 깔판 전사의 인상은 벌레 씹은 얼굴이 되어 정말 가간이 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더니......ㅋ ㅋ ㅋ
그런데 그놈의 그늘 집 음식 가격은 왜 그리도 비싼지, 김밥 한 줄에 부가세 포함 육천 원 하고도 오십 원이다. 다음 음식은 나열하기도 싫다, 촌놈은 배가 고파 그저 믿고 깔판 전사가 뿌려놓은 자금으로 배불리 먹었을 뿐이다.
전투와 더위에 지친 전사들은 동물원 북극곰처럼 지쳐 사워장 냉탕에서 나올 생각들을 하지 않는다.
청결 용의 검사를 마친 전사는 오성장군의 롯데호텔에 여장을 풀고 달콤한 휴식의 유혹도 뿌리친 채 깔판들의 전리 금(돈)을 챙겨 영광스러운 오늘 하루의 일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제주 시내로 총알같이 출발했다.
"와~! 비바리 생선회는 정말 환상적이며 일품이다". 다금바리, 고등어, 은갈치. 모두 다 육지와는 특별한 맛의 차이가 있다. 허기진 배를 두드리며 채우고 나니, 사악한 승자들은 오늘의 전투 결과를 강평한답시고 겉으론 패자를 위로하고, 뒤돌아선 양심으론 낄낄거리는 인간의 양면 속에 모두 제정신들이 아니다.
적당한 알코올이 인체에 서서히 화학반응을 일으키자 2차는 모두 공동 작업현장으로(나이트) 가자고 한다. 전투로 징수한 전리 금이 아직 충분하다. 작업 반장으론 가장 반반한 일꾼이 나섰지만, 현장에서의 작업은 오뉴월 땡볕에 전투하는 것보다 더 힘만 들고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결국 우리는 죄 없는 양주만 몇 병 죽여 몸만 망가트리고, 남은 전리 금은 패전 위로금으로 전달하고 내일 또 다른 도전의 전투를 위해 자정이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날 피로와 술이 덜 깬 몸으로 내일의 전투를 위해 눈을 비비니, 온 주위가 파라다이스와 같이 휘황찬란하여 깜짝 놀랐다. 이 파라다이스와 같이 훌륭한 시설에서 전날의 고된 심신의 피로를 풀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마음의 정을 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양심에 금이 간 지금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당장 체크아웃하고 또다시 깔판 잡어로 전투장(필드)으로 가야 하는데.......ㅎ ㅎ ㅎ
전사 모두는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오겠다고 약속한다. 그것도 마누라가 아닌 애인 만들어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참 웃지 못할 생각들을 하며 오전 9시 16분 27홀 전투를 위해 출발했다.
오늘은 깔판들이 조금 나은 것 같다.
어제의 고통이 조금은 적응되어 실력이 초반부터 대단하다. 밤새 깔판들이 비장한 맘 단단히 먹은 모양이다. 조금은 떨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오뉴월 땡볕에 삼다의 바람이 이국의 야자나무 잎을 흔들듯이 깔판들은 상하이 트위스트 음악에 맞추어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더운 날에 미안한 맘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ㅎ ㅎ ㅎ
아~ 멈추지 않는 시간을 원망하며 27홀 중 2홀 만을 남기고 훗날 다시 한번 찾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며, 아쉬운 미련 속에 전사들은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지친 몸을 던졌다. 달리는 차 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 삼다와 푸른 바다, 맑은 하늘, 우거진 숲들이 참 아름답다.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는 제주의 자연을 잘 가꾸고 보존하여 자손만대로 이어져 영원하길 바라며. 출발시각 100분을 앞둔 공항 앞 덤장 식당의 만찬은 추억의 뇌리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17년 전의 글이니까 그냥 봐 드릴게요
그만큼 성숙이 덜 되었다는 증거니까요
남의 돈 따먹고 그 돈으로 나이트까지 가셨다면
지금의 이성으로는 허용되지 않으셨겠죠
젊은 한 때의 객기가 아닌 다음에는 ㅎㅎㅎ
감사히 감상했습니다^^
자기 버릇 犬 주지 못하잖아요
시인님, 지금도 골프 칠 때 약간의 머니가 걸리지 않으면 재미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이라도 걸린 운동을 합니다. 너무 솔직하게 표현된 글이지요. ㅋ 이쁘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