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울이 흐르는 미탄(美灘) 이처럼 아름답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지명은 여태껏 보지 못했다. 31번, 56번과 함께 강원도 구석구석을 가로지르는 42번 국도 상에 있어 수십 번도 더 지나다닌 길. 영월, 정선과 함께 강원도 오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평정의 중심이요, 청옥산(1,256m), 재치산(751m), 삿갓봉(1,055m), 성마령(979m), 백운산(883m) 등의 산과 동강이 흐르는 산수가 수려한 고장이다. 무엇보다도, 집착과도 같은 일이지만 미탄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다. 평창읍내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멧둔재(660m)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영월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주도로를 따라 잠깐 굽이진 도로를 벗어나면 일자로 쭉 뻗은 도로를 만난다. 미탄면소재지인 창리다. 특히나 이 42번 국도에서 이렇게 반듯한 길은 이 미탄이 유일할 것이다. 그것도 잠시 비행기재와 솔치가 나타나며 길은 구절양절, 양의 내장같은 길이 풀리지 않을 듯 꺾여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미탄은 두손을 오므린 듯 오목한 분지형태를 이루고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그 양쪽으로 트인 42번 국도만이 유일한 통로 구실을 하고 있는 셈.
미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청옥산, 대부분의 미탄 사람들은 이 청옥산 자락에 의지해 살아가며 생명의 산이요, 희망의 산으로 섬긴다. 청옥산 바로 아래로는 평창 아라리의 발원지로 불리는 육백마지기가 있다. 육백마지기는 산나물 천국으로도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곤드레 나물과 곰치(곰추, 곰취), 딱주기 등은 평창은 물론 정선과 영월까지 이름이 알려진 산나물로 곤드레나물밥 재료로 사용된다. 매년 5월 말에는 '육백마지기 산나물 축제'를 열고 있다. 미탄에서 육백마지기로 오르는 방법으로 두 길이 있다. 미탄 면사무소 옆으로 청옥산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가는 길과 면소재지로 들어가 주택가 골목을 빠져나가 단군 성전을 지나는 산길이 있다. 중턱의 단군 성전을 지나 만나는 탁 트인 시야가 먼 이국 땅에 선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이색적이다. 대부분 고랭지 채소밭으로 해발고도가 높고, 사방이 트인 공간이라 5월 산나물 철에도 추위를 느낄 만큼 서늘한 공기와 바람이 불어 가슴 속 깊숙이 쌓인 찌꺼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 이러한 지형조건을 활용하여 강원도는 대관령과 태백, 양구, 양양과 함께 이곳 미탄 육백마지기에 모두 197.69㎿의 전기를 생산하는 116기의 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천문관측 및 자연관찰, 산나물채취관광 등과 연계해 상품화도 시도할 계획. 육백마지기를 찾아간 날도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나무가 베어지고, 산이 무너지고...., 그렇게 이 땅의 소중한 것 하나가 또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 청옥산 자락 수리재
미탄에는 산나물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평창 송어하면 이미 알려진 데로지만 이 평창 송어의 본고장은 미탄이다. 청옥산 자락에서 흘러 온 차갑고 깨끗한 물이 그 맛이 비결일 것이다. 또한 미탄면에 위치한 본동 성황당은 강원도 정선과 삼척으로 넘어가던 큰길인 성마령 초입에 자리한 성황당으로 예전에는 미탄이 평창의 중심지였음을 알려주는 근거라고 하며 정선군수와 관련된 설화를 비롯해 다양한 옛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울고 왔다 울고 간다'하여 정선에 부임받는 군수는 두 번 운다는 설화. 그것은 힘겹고 서러운 임지로 가는 길에 한번 울고, 나중에 다른 임지로 떠나기 위해 정선 땅을 떠날 때 정선의 인심에 반해 또 한번 울고 간다는 얘기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촬영지 가는 길. 멧둔재를 넘다가 작은 표지판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찾은 미탄인지라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짐작하지만 영화 촬영지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기에 찾아보았다. 미탄면 율치리 폐광지에 있었다. 산길로 오리를 들어가는 깊숙한 곳에 자리한 셋트장이다. 모두 급조한 느낌이 팍팍 오는 어설프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셋트장이라는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사실 처음 듣는 영화라 내용을 몰라 실감은 나지 않았다. 아래에 영화 줄거리와 제작노트를 덧붙인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새말IC-42번 국도-안흥-평창-미탄. 중앙고속도로 신림IC-주천-평창-미탄. 평창을 지나 멧둔재 터널을 넘어서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2킬로 가면 율치 마을, 영화 촬영지 표지판을 따라 다시 비포장길로 2킬로를 오르면 셋트장이다. 대부분은 승용차도 가능한 길이지만 딱 한군데 깊이 페인 곳이 있어 콘크리트 포장이 끝나는 곳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것이 좋겠다. 왕복 1시간 내외 거리리고, 녹음이 우거진 푹신푹신한 흙길이라 걷기에는 좋은 길. 입장료, 관리자도 없는 방치 된 셋트장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 웰컴 투 동막골 촬영 셋트장, 깊은 산중이라 독특한 분위기. 꼭 산적들의 소굴같다고나 할까...
@ 셋트장 가는 길. 이런 비포장 산길이 2킬로미터...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줄거리]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 곳에 모인 그들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그 때......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마을, 동막골. 이 곳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한 대. 추락한 전투기 안에는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가 있었다. 동막골에 살고있는 여일(강혜정)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온다. 바로 그 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과 문상상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 오게 되면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동막골에 모이게 되고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목숨을 걸고 사수하고 싶었던 그 곳, 동막골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세 사람· 국군, 인민군, 연합군 총을 본 적도 없는 동막골 사람들 앞에서 수류탄, 총, 철모, 무전기· 이 들이 가지고 있던 특수 장비들은 아무런 힘도 못 쓰는 신기한 물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쟁의 긴장은 동막골까지 덥치고 말았다. 동막골에 추락한 미군기가 적군에 의해 폭격됐다고 오인한 국군이 마을을 집중 폭격하기로 한 것. 적 위치 확인...! 현재 좌표...델타 호텔 4045 이 사실을 알게 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은 한국 전쟁 사상 유례없는 연합 공동 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세 사람은 목숨까지 걸고 동막골을 지키려고 한 것일까?
[제작노트]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었다면 2005년에는 <웰컴 투 동막골>이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남긴 것은 기록적인 흥행 수치만이 아니었다. 두 영화는 그 동안 잊고 살아왔던 우리 시대의 아픔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소 무거울 수도 있었던 부분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발판들을 디딤돌 삼아 <웰컴 투 동막골>은 이제 더욱 색다르고 과감한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외부와 단절된 강원도 산골마을, 동막골. 이 곳 사람들에게 이 땅에 전쟁은 한 번도 없었다. 1950년 11월에도 그들은 옥수수와 감자를 구워 먹으며 늘 똑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산맥 넘어 형제에게 총, 칼을 부리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애절한 외침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그런데 동막골, 그 곳에 국군, 인민군, 미군이 모였다. 결코 융화될 수 없는 그들. 그러나 이들은 동막골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들에게 이 곳은 목숨보다 소중한 특별한 곳이었다. 왜?
역사적인 현장의 재현을 시도하다!!
세트 제작은 그 시작부터 전쟁이었다. 태백산 줄기가 있는 강원도 일대를 3주 동안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샅샅이 뒤진 후에야 제작진들이 그리던 동막골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곳은 강원도 평창시 미탄면 율치리. 4 가구가 몇 년 전까지 살다가 이제는 아예 인기척도 없는 산이 되어 버렸다. 폐광촌으로 버려진 야산에 땅을 다지고 마을을 내야 했다.
9월 초 제작에 들어간 세트는 100일간 밤낮으로 매달려 도로를 내고, 자제를 운반하여 11월 10일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5,000평에 이르는 부지에 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집 10채, 방 20개, 우물에서 개울까지, 완벽한 하나의 마을이 탄생했다.
특히 마을 마당 한 가운데 자리잡은 500년된 정자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수호자인만큼 촬영씬도 많아 아예 특수 제작을 했다. 정자 나무의 특수 제작을 위해 대우 이안 아파트의 CF에 정원 제작을 담당했던 조형 전문가 서인석씨를 영입했다. 2주간 3,000만원을 들여 제작된 이 정자 나무는 나뭇잎도 하나씩 붙이는 수작업에 제작팀의 정성이 묻어 진짜 마음씨 좋은 터주대감 같은 나무로 태어났다. 또한 동막골을 감싸는 풍성한 조경을 연출하기 위해 나무에만 3억원을 투자했다. 대형트럭으로 수 십 차례 나무를 나르고 꾸미는 작업을 통해 1950년대의 완벽한 마을을 만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