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보면 숲이 없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척박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찾아가는 선도산은 2년 전 산불로 숲이 많이 망가진 산입니다. 화상은 입은 산에 이제 제법 새살이 돋아 올라 왔을 겁니다. 자욱한 황사 먼지를 뚫고 선도산으로 올라갑니다.
풍류마당 3층에서 본 선도산의 모습. 황사에 가려져 윤곽이 희미합니다. 이런 날 자연탐사학습이 걱정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가 가는 곳이 산이니까 오히려 황사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행사를 강행하였습니다.
무열왕릉 입구. 잠시 안내 선생님을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지우가 등나무 등걸을 타고 원숭이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꽃다지를 한 줄기 꺾어들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합니다.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들꽃은 무심히 보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조그만 꽃다지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길가에 소복이 피어 있는 개불알꽃. 이름과 모양이 얼른 결합이 되지 않습니다.
애기똥풀. 줄기를 자르면 아기똥처럼 연노랑의 즙액이 나옵니다. 이 액즙을 바르면 모기나 벌레 물린 곳이 금방 가라앉고 가려움증이 사라집니다. 애기똥풀은 양귀비과라서 마취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마귀가 난 자리에 바르면 사마귀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민들레 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민들레는 구덕초라 하여 옛날 서당 앞마당에 심어 놓고 아이들에게 민들레를 본받으라고 하였습니다. 아홉 가지 덕 가운데 으뜸은 역시 척박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 꽃"은 이러한 민들레의 속성에서 암시를 받아 쓴 소설입니다. 민들레는 이른 봄에 어린 잎을 캐어 나물로도 무쳐 먹습니다. 서양에서는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민들레의 아홉 가지 덕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요.
산으로 오르는 아이들의 손에 민들레 풀피리가 있습니다. 표정이 봄날 민들레 꽃과 같이 환합니다.
제비꽃. 이 꽃이 피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옵니다. 앙증맞은 제비꽃은 또 오랑캐 꽃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용악의 시 '오랑캐 꽃'에 의하면 이 꽃의 뒷모습이 오랑캐의 변발을 닮았다 하여 오랑캐 꽃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오랑캐의 변발처럼 튀어나온 이 부분이 바로 제비꽃의 꿀샘입니다. 일제시대 '고향의 봄'을 만든 이원수는 이 오랑캐꽃의 강인한 생명을 보고 감탄을 하며 어린이들에게 이 꽃처럼 자라나길 부탁하였습니다. 시인 안도현은 제비꽃에 대하여 몇 편의 시를 남겼는데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간다."라고 했으니 이 제비꽃을 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로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제비꽃은 오랑캐꽃 말고도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작아서 '앉은뱅이꽃', 꽃대로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운디고 '반지꽃', 병아리처럼 귀엽다고 '병아리꽃', 장수들이 씨름을 하는 것 같다고 하여 '장수꽃' 혹은 '씨름꽃'이라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꽃의 색깔은 보라색이지만 노란색이나 흰색도 있습니다.
시골의 빈터에 쌓아 놓은 모래더미 위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쉴러의 말 "인간만이 놀이를 하고, 놀이를 하는 한 인간이다."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놀이는 인간과 떠날 수가 없고 놀이를 할 때 어쩌면 가장 인간다워질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놀이가 죄악시되는 세상은 더 이상 인간의 세상이 아닌 약육강식의 '짐승의 세계'일 것입니다.
꽃잎을 아이들이 루페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서악 3층 석탑 앞에서 잠시 휴식 중.
노란 양지꽃.
구슬봉이.
각시붓꽃. 각시란 말은 아름답다는 의미도 있지만 작고 여리다는 뜻도 있습니다. 각시붓꽃에는 화랑 관창과 약혼녀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화랑 관창이 백제와의 싸움에서 죽고 난 후 그 정혼녀는 매일 관창의 무덤을 찾았고 그 슬픔으로 그녀마저 죽자 사람들이 관창의 무덤 옆에 장사를 지냈습니다. 이듬해에 그곳에서 예쁘고 여린 보라색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바로 각시붓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산불이 난 자리. 수십년 동안 커 온 소나무 수백 그루가 삽시간에 생명을 잃었고 그 주검들이 흉칙한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생명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죽은 소나무 사이로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납니다.
아이들에게 죽은 소나무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죽은 소나무를 분해하는 벌레들을 새들이 쪼아 먹은 자리입니다.
버섯 역시 죽은 소나무에 기생하면서 주검을 분해합니다.
소나무가 죽은 자리에 조개나물이 군락을 지어 자라고 있습니다.
솜방망이 꽃.
불탄 자리에 가장 먼저 피워 나는 것이 바로 고사리입니다.
아이들이 산비탈을 오르며 고사리를 꺾고 있습니다.
고사를 꺾어 손에 쥐고 가파른 산을 내려 갑니다.
불탄 자리의 신록. 활엽수 위로 죽은 소나무들이 보입니다. 소나무는 유난히 불에 약합니다. 산불이 나면 이런 활엽수는 불길이 스쳐가도 살아 남을 수가 있는데 소나무는 불기가 스치면 살아 남기가 어렵습니다.
드디어 선도산 정상 바로 아래 선도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점심을 먹을 시간입니다.
즐거운 점심시간. 이것만을 기다리고 온 아이들도 없지는 않을 터.
선도산 정상에서 기념 사진.
안내 선생님으로부터 선도산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김유신의 두 동생 보희와 문희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꿈을 판 보희와 꿈을 산 문희의 운명은 달라집니다.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꿈을 팔아선 안 되는데......
내려오는 길에 잠시 휴식.
오늘 선도산을 내려오면서 준우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첫댓글 헛..! 영우야 여자는 그러면 안된단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