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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원문보기 글쓴이: 똘아씨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과열 국가다. 개개인들은 별로 과열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대학입시제도 하나에 의해 대학을 가건 안 가건 전국민이 휘둘리고 있다. 태어나서 막 재롱둥이를 벗어나 크기 시작할 무렵이면 “공부”라는 것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대학을 안가는 “선택”을 할 자유도 없다. 대학을 안가려면 “막가파”가 되서 주변 모두를 포기시켜야 한다.(이게 청소년 문제의 본질 아닌가?) 그렇게 일부가 낙오자가 되서 떨어져 나가고 대부분은 경쟁체제에서 뛰기 시작한다. 몇년을 질식할 분위기에서 부모님들과 싸우기도 하고 함께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를 하다가 “딱 하루” 시험(‘한판승부제’라 부른다)을 보고는 해방감을 맛본다. 그것도 잠시고… 일부분을 제외한 다수는 크게 좌절을 한다. 20세 성인을 그렇게 출발해서는 한 15년쯤 그걸 잊고 살다가 나의 분신들과 함께 그 짓을 한두번 더 한다. 내 분신은 나보다 더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하며 뛰지만 역시 승리자는 소수일 뿐이다. 한국 사람들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이 짐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 좋은 일, 행복한 일이 있어 좋다가도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무거워 온다.
“이런 엿같은 제도가 다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낙오자 (Loser)다. 생각없이 뛰는자 만이 선두 그룹에 낄 수가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지만 대학입시 앞에는 민주주의도 무릎을 꿇는다. 다수를 불행하게 하는데 그 다수는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왜 그렇까?
“대학입학시험만 없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는 철부지 소녀들의 꿈일 뿐이고, 똑똑하다는 인간들은 모두 그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최상”을 선호하므로 그 “최상”에 걸맞는 능력인간들을 선발하려면 할 수 없단다. 그럴까? 나도 캐나다에 오기 전까지 그런 줄 알았다.
캐나다에는 대학입학시험이 없다.(미국에는 우리와 마찮가지로 대학입학평가시험 SAT (Scholastic Assessment Test)가 있다) 캐나다 대학들은 100% 고교내신성적만 보고 학생들을 입학시킨다. 그것도 거의 3학년 1학기 성적 위주로… 대학 중에서 작문을 써서 내라는 곳도 있지만 시험이 아니라 인터넷에 주제가 하나 있어서 응시하면서 아무 때나 써서 내면 된다. 그런 제도는 잔머리 많이 굴리는 한국 사람들에겐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글은 한국도 그렇게 하자고 쓰는 글은 아니다. 참고하라는 것일 뿐이다. 학력고사 없앤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왜 캐나다에는 객관적으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없고 입시열기도 없을까? 좋은 학교가 없어서 일까? 아니, 학교들은 좋다.
아래 오려 붙여 놓은 것에서 보여주듯이, 최근 이곳 일간지인 Toronto Star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토론토 대학의 Ranking은 북미 13위, 세계 17위라고 한다.(인터넷에서 찾아보니 Ranking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Toronto Star에서 인용한 것은 Time Higher Education 이라는 웹사이트다. 한국의 포항공대가 28위, KAIST가 79위, 서울대가 109위에 있다.)
토론토대학 보다 앞 순위에 있는 학교들의 학비가 3~5만불 하는 데에 비하여 학비가 6천불 정도인 토론토 대학, 맥길대학 (몬트리얼)은 비용을 대비하면 더 매력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고 자식이 입학하기만 하면 떠들석하게 잔치라도 벌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토론토에 이민와서 살면서 이상한 것 중에 하나가 토론토 대학을 좋게 평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토론토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 안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실제로 보면 토론토 대학을 졸업했다는 젊은이들이 편의점, 비디오점에서 알바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부모의 구멍가게에 눌러 앉아 점빵 주인으로 자리를 굳힌 이야기도 여러번 듣게 되었다. 난 그게 선진국의 심각한 청년 실업의 여파라고 생각했었다. 토론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안되서 다시 College (전문대)를 다닌 후에 취직을 했다는 사례도 여러번 들었다. 사람들이 토론토 대학을 나오면 취직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상들이 도처에 있었다. 왜 그럴까? 너무 이론적인 교육만 해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기피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아이가 대학갈 때 쯤 되어 자료도 보고 귀동냥도 하면서 풀리게 되었다.
어떤 분이 열실히 가게를 하면서 아들에게 일도 안시키고 뒷바라지 해서 아이가 토론토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졸업식장에 가보니 한쪽에는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쓰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도 졸업생인데 학사모를 안쓰고 있고 아들이 거기에 앉아 있더란다. 너무나 충격을 받고 낙심을 해서 그 뒤로는 가게도 열심히 안하고 인생 즐기며 사시는데 아들에게 가게 일을 좀 시켰더니 녀석이 아예 눌러 앉더라는 것이다. 토론토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약 30%가 넘지 않는다고 한다. 입학한 학생중 남자는 17%, 여자는 약 45%정도가 학위를 받는다고 한다. 공부와 시험이 어려워 점수를 못 받아 전공과목 이수를 못하고, 대신 다른 과목들로 학점을 따서 학점이수로 졸업을 하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는 학생이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학생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이력서를 쓸 때 한국에서 처럼 무슨대학 무슨과 졸업했다고 쓰지 않고 학부 학위를 적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토론토 대학이 이렇게 어려운 반면에 고등학교에서는 내신 점수를 아주 후하게 준다. 한국 아이들은 고등학교에서 숙제만 성실히 해도 80점이상 받는데 90점 이상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도 많다. 토론토 대학에는 90점 이상 받는 학생들이 주로 가지만 그보다 낮은 학생도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서 평균 성적이 85점 정도 이상이면 토론토 대학에 들어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에서 성적이 그냥 상위권이면 토론토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3학년 1학기 점수로 내신 100%라고 하면 먼저 떠오를 생각이 선생님 몇 분 구워 삶아 성적 조금 올리면 들어 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먼저 들테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도 없다. 숙제가 성적에 반영되므로 아이가 숙제를 잘 하는지만 감시하면 끝나는 일이다. 숙제 제대로 한 놈이 시험도 어느 정도는 볼테니 상위권 성적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부모가 좀 신경쓰고 닥달을 하면 토론토 대학 갈 수 있는 자격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토론토 대학의 입학제도는 한마디로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신있으면 함 들어와 봐!” 이거였다.
문은 열려 있는데… 안에 있는 학생들은 죽기살기로 공부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졸업했다는 학생들 중의 일부는 빌빌대고 있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 좀 힘들다. 더구나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그 부모가 선호하는 직업은 일단 의사, 변호사다. 그건 학부과정에 없고 졸업 후에 학부 성적을 가지고 Medical School과 Law School에 가야 한다. 거기서는 대학교 성적(GPA)를 중시한다. 대학에서 4.0만점의 GPA에서 3.6 이상은 되어야 명함이라도 내밀고 3.8은 넘어야 가능성이 있다고들 한다. 그런 점수 받는 학생들을 ‘공부의 신’이라고 부르는 거 아닌가? 살아 남아서 학위를 받니 못 받니 하는 게 첫째 관심사인 토론토 대학에서 공부의 신이 받는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위험부담이 엄청 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은 다양하게 특화 시켜놓은 학과들을 선전한다. 회계사 보장 프로그램이 있고 산학협동과정이라서 취직이 잘 된다는 Waterloo 대학 (블랙베리를 만든는 RIM이라는 회사의 산실임, 토론토 서쪽 120km), 자체Medical School있어서 소수정예의 학부과정과의 연계프로그램을 제시하는 McMaster 대학 (토론토 서쪽 80km), 우수한 MBA School의 전통을 학부에 만들어 놓은 York 대학 (토론토내), 오래 전부터 Business(상대)에 강하다는 Western Ontario대학 (토론토 서쪽 200km), 역시 비지니스에 강하고 백인들이 많이 간다는 Queens 대학 (토론토 동쪽 300 km), 실용적 교육 위주로 취직이 잘된다는 Ryerson 대학 (토론토 도심)등등 좋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소문들이 많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도 모두 분산될 수 밖에 없다. 내 주변에 성적 90점 넘는 학생들 중에서 오히려 토론토 대학을 간 학생을 찾기 더 힘들다. 우리 아들 고등학교에서도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Waterloo대학 (세계 200개 대학 Ranking안에 없다)으로 갔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공부 잘하는 학생, 어중간한 학생이 모두 섞이게 되므로 대학교 줄세우기가 될 수가 없다. 대학교 1, 2, 3위 서열을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각자 갈 길을 갈 뿐이지 누가 좋은 곳에 가고 누가 별 볼 일 없는 대학에 가고 그런게 없게 되는 것이다.
학교응시도 쉽고 편리한다. 학생이 대학입학 원서를 내는 웹사이트(온타리오주 대학응시센터, www.ouac.on.ca)에 자신을 등록해 놓으면 자신의 고등학교에서 성적을 그리로 직접 입력해 준다. 웹사이트에 각 대학과 계열/학과들이 있어서 원하는 곳에 클릭만 하면 된다. 신중하게 할 필요도 없다. 전형료가 $100정도인데 3개 대학까지 할 수 있고 추가 선택을 할 때만다 $50인가를 더 내면 되므로 얼마든지 신청할 수가 있어서 누구나 3개 대학이상 신청을 한다. 한동안 기다리면 여기저기서 입학허가서 (Admission)가 우편으로 온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겐 장학금을 준다는 제안도 함께 온다. 대부분의 대학이 90점이상, 토론토대학은 92점이상인 학생에게 약 $2000 (220만원)을 입학장학금으로 준다. 어떤 대학은 그 학생들에게 4년 장학금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렇게 메뉴판을 받아서 최종 통보일 전까지 이리저리 재다가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래서 학교를 선택하는 일도 신경을 곤두 세울 일이 없다. 자기 자식이 고3이 아닌 집에선 대학 입학철인지 전혀 모른다. 언론들에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열기는 고사하고 아무도 관심없다.
입시과열이 없는 이유가 좀 설명이 되었으리라. 그렇지만 토론토 대학을 다들 피한다고만 설명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못 먹어도 고!” 정신으로 토론토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왜 없겠는가? 그들을 따라가 보자. 우리 큰 아들이다. 거기로 떠미는 사람은 나다. (여기서 “나”는 부부일심 동체임. 나중에 잘못 될 경우 혼자 독박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함께 결정함.^^)
토론토 대학이 기피(?) 대상인 줄 잘 알면서도 보냈다. 가급적 집에서 통학하는 학교에 보내려는 이유도 있지만 나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아들 자랑하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구체성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아들을 팔고 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람) 아들이 잘하리라 믿는 것은 3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일단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 않았다. 학교성적이 순수실력이다. 캐나다 교민사회에도 학원들이 무척 많다. 자녀들 성적 올리고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노력이 한국 못지 않다. 그 학원들 중에 다수는 미국의 SAT를 준비하는 학원이다. 여기서 미국 대학으로 가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학력시험이라는 것이 사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SAT 학원에 다닌 학생들이 그냥 실력 배양용으로 다니는 것이지 실제 학비가 엄청 비싼 미국 대학으로 가는 학생들은 일부 한국에서 온 유학생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이 SAT학원을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을 안할까? 나는 자녀의 실력을 포장(학원은 효과적으로 점수 높이는 것에 집중한다)해서 순수실력보다 상위의 대학에 보냈을 경우에 자녀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기 때문 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포장실력으로 대학에 간 학생들이 대학에서 살아 남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혼자 공부하고 그 성적(능력)에 맞는 대학에 보낸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둘째, 준비훈련을 시켰다. 구체적으로 고등학교를 IB Program (International Baccalaureate, www.ibo.org) 을 운영하는 곳으로 보냈다. IB란 전세계 대학입학 학력표준화 프로그램인데 고교과정을 11학년 (고2)까지 모두 끝내고 12학년 (고3)때 전세계 공통의 IB 교과목 (대학 1학년 수준)을 공부하고 평가시험을 본다. 이 점수로 세계 유명대학들에 지원 할 수 있다. 이것은 SAT나 학력고사와는 다른다. 내용이 대학 1,2년 수준이면서 일종의 시험도 대부분 주관식이다. 유명한 사립학교들이 좋다는 것은 그 학교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공부를 심도있고 높은 수준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토에 공립학교 중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급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가 있어서 아들을 그리로 보냈다. 공부와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일반 학교보다 훨씬 낮은 점수가 나오게 되고 이는 100% 내신만으로 응모하는 대학입학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50 ~ 70%의 학생들이 중간에 일반 학급으로 옮긴다. 여기서 끝까지 버티면서 점수 잘 받으려면 한국의 고3 수험생 못지 않게 공부해야 한다. 숙제하느라 밤새우는 일도 종종 있다.
세째, 대학에서 아이의 적성에 맞을 것으로 보이는 비인기(?) 전공인 수학분야를 선택했다. 우리 큰 아이의 성격은 매우 세밀하지만 물정에 어둡고 어떤 상황에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약한 반면에 집중력은 매우 좋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전문직이나 비지니스 계열보다는 연구직이나 학문의 길을 아이에게 추천했고 녀석도 좋아한다. (한국기준으로) 인기학과가 아니므로 그 쪽으로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이 몰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생존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내 자식 토론토 대학에 보내기로 결정한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여기의 입시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 제도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말하자면 눈치 빠른 부모가 학력고사 없이 내신 100%의 입시제도인 “함 들와바!”시스템에서 어떻게 자녀 대입을 준비하는 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첫째 것은 사교육이 없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분위기 파악 못하고 한국식으로 자녀들 학원으로 과외로 뺑뺑이 돌리는 (한국, 중국)부모들 여기도 있다. 그 아이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될까?
둘째는 고교 평준화 보다는 우열 학습 (우열반이 아니다)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 명문대 갈 학생의 준비 훈련은 안된다. 한국에선 우열학급에 대한 거부감이 있겠지만 그것이 학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교실을 찾아다니며 배우는 여기 시스템에서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안한다. 여기 고등학교는 3가지 등급으로 배우는 것이 구분 되어 있다. 대입제도도 이것들과 연계되어 있다. (나중에 교육제도 3 에서 여기에 관해 다루어 보겠다.)
세째는 자녀의 적성에 맞춰 대학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대부분 학력고사 성적과 지망학과 인기도를 맞춰서 1점이라도 손해를 안볼 수 있는 전공 선택한다는 것 다 안다. 내 점수에 맞는 전공학과가 내 적성이 되게끔 하는 거다. 여기서도 직업 인기도에 따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적성에 딱 맞는 전공을 선택하면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일단 첫째와 둘째는 모든 사람의 꿈일테니 학력고사 없는 “함 들와바!”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교육없고 적성에 맞춰 공부하는 꿈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입학 제도에 대한 설명은 개략적으로 했고 대학교 생활을 좀 들어보자.
큰 놈이 들어간 토론토 대학은 몇가지 큰 계열 중에서 Physics & Mathematical Science다. 그 계열내에서 자신이 수강을 하는 교과목에 따라 자기 전공이 정해지는 것이다. (전공학과가 정해진 다음에 필수 교과목을 이수하는 한국과 반대다) 그래서 수학과를 가겠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고 그 쪽 전공과목을 이수해야지 자기가 뭘 전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가 전공하고 싶은 분야도 그것을 Specialist Program으로 할 것인지, 2개의 Major (복수전공)을 할 것인지, 1 Major + 2 Minor (전공1 +부전공2)로 할 것인지를 마음 먹고 거기에 필수로 이수해야 할 과목들의 수강번호에 맞춰서 과목을 이수하고 학점을 받으면 그 전공으로 가는 것이다. 우린 그 선택이 난이도와 관계가 있는 줄 모르고 그냥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좋겠다라고 Specialist Program을 추천했고, 아이도 좋다고 하며 수학/통계에 관련된 과목들을 신청을 했다. 교양과목 때문에 전공은 Calculus(미적분학)와 Algebra (대수학) 두과목을 하게 되었는데 IB 에서 배운 것의 학점 인정도 되지만 그래도 다시 공부해서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좋겠다고 신청을 했다.
큰 놈은 자기가 다 아는 것이라 첫 학기에 시간이 많을 것 같다며 엄마랑 아르바이트 할 구상도 하고 여유를 부렸다. 둘째 주가 되더니 자기 생각보다 어렵다며 표정이 좀 굳어졌다. 동생에게 하는 학교 이야기 중에는, 수업중에 계속 질문을 하는 학생이 하나 있는데 교수가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을 자꾸 질문을 해서 학생들이 말은 못하고 무척 짜증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질문하는 학생은 우리 식구들 대화에 자주 등장했다. “걔 요즘도 계속 그러니?”그러면 “Yah, 엄청 짜증나요.”하며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강의를 거의 못 알아들으며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에 계속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한달쯤 지나서는 그 학생이 이제 수업에 안들어 온단다. “그런 아이들 많니?”하고 물어보니 약 1/3 이 Drop해서 120명중에 80여명이 수업에 들어 온단다. 우리 아이도 이미 심각한 상태가 되서 밥먹고 공부만 한다. 엔지니어링 (토론토 대학은 Engineering이 우수) 쪽으로 간 친구는 1주일 동안 10시간 밖에 못 잤다며 자기는 그래도 형편이 좋은 편이란다. 한 달 반이 지나고 중간고사를 보더니 두 과목 모두 60점 정도인데 그게 반 평균이란다. “그럼 그 아래로는 대부분 Drop 하겠네?”하니 그렇다고 한다. “그럼 네가 꼴찌 그룹이네?” 하니 말이 없다. “너도 Drop 하는게 어떻겠니?” 하니까 그러면 1년을 쉬어야 한단다. 전공과목은 하나하나가 다음 단계의 과목으로 연결되므로 그걸 안끝내면 다른 과목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토 대학에는 학교를 10년째 다니는 학생들도 더러 있고 5~6년은 보통이라고 한다. 학교 다닐 때 공부안한 내가 도와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뭐가 어려운데? 한 번 보자” 하니까 모두 증명문제란다. 숙제도 ‘증명하라’, 시험도 ‘증명하라’고 해답지도 없어서 자기가 증명을 잘 하고 있는지 틀렸는지도 잘 몰라서 답답하단다. 우리는 ‘아무래도 과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선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과외로 돈벌이를 하지만 토론토 대학 학생들은 오히려 4학년 또는 졸업한 사람들에게 과외를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 포장실력으로 들어 온 학생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대학 공부가 과외로 해결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잘 아는 사람중에 토론토대학 생명공학을 좋은 성적으로 전공했지만 치대를 들어가려다가 안되서 재수 (의대를 지망하는 재수, 삼수생이 많음)하면서 과외를 가르치는 청년이 있는데 한 학생에게 한달에 약 1백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자기 생각에 그 학생이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과외를 한다해도 졸업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모가 원하니 하는데까지 해보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단다. 한국에서 고3 분위기가 여기는 대학 1,2학년에 형성이 되어 있다. 밤잠 안자고 공부해야 한다. 고3이 여자친구 사귀거나 술마시고 놀 여유가 없듯이 여기 대학생이 그렇다.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여자친구 사귀는 학생은 이미 끝났다고 본단다. 술먹고 미팅하고 신나게 놀던 나의 대학 1학년 시절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야말로 발등의 불을 끄느라 정신없다. 가끔 노는 것이 시험 끝난날 하루나 이틀 친구가 있는 엔지니어링 건물내의 휴게실에서 게임하고 노는 것 이외에는 거의 책과 씨름을 한다.
우리도 과외를 받을 생각을 하며 수학을 전공하는 2학년 학생을 소개받았다. 그 학생이 과목 번호를 물어보더니 자기는 그것 보다 한단계 아래 번호를 수강했단다. 그제서야 Specialist Program수강 과목이 Major 수강 과목과 다른 난이도의 수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과외를 받아 해결이 될 성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는 과외를 받지 않기로 하고 아이가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학기말 시험에서 조금 만회를 해서 1학기는 간신히 넘길 수 있었고 아이도 조금 안정된 분위기다.
이것이 토론토 대학에 입학해 첫 학기를 보낸 학생의 이야기다. 힘들어도 자기가 선택한 길이므로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것을 선택한 사람도 소수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전혀 없다.
한국에선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서 인생 성공의 주춧돌을 놓는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대학 입학 자체가 인생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가시밭이며 위험이 큰 길이다. 토론토 대학은 극단적인 예이지만 다른 대학들도 조금 정도가 낮기는 해도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캐나다에선 공부 열심히 할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대학 갈 생각을 안한다. 많은 수의 고등학생들이 굳이 대학에 가서 고생할 필요를 못느낀다. 그래서 대체로 즐겁게 논다. 세상에는 대학에서 학문을 연마해야 수행할 수 있는 직업보다 그런 학문을 익히지 않아도 기술만 익히면 할 수 있는 직업들이 훨씬 더 많다. 그 직업들을 준비하는 학교가 College (전문학교)고 거기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 된다. 전문학교는 한국처럼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고등학교서는 University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College를 가겠다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이 다르다. 그래서 대학입학을 하려는 학생들의 숫자가 한국처럼 많지가 않다. (교육제도 3에서 이에 대한 글을 써 볼 생각이다.)
“학력고사만 없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하는 소녀의 꿈이 캐나다에선 현실이다. 구르는 낙옆만 봐도 웃는다는 청소년들에게 행복을 돌려주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 책임을 져야한다. 청소년들의 행복을 빼앗는 것이 백년대계 일 수는 없다. 나는 “함 들와바!”제도가 “한판승부제”에 비해 학생들을 훨씬 행복하게 하고 전국민을 입시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번 대통령에 출마하실 분들께 공약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 제도는 단순히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내신 100%를 채택하므로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등학교의 제도와 사회의 직업에 따른 보수의 차이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것들이 캐나다에서 어떻게 되어 있는지 계속 정리해 볼 생각이다.
옮긴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