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에 나타나는 생리 변화
1) 공복감의 발생
음식을 안 먹으니 배가 고픈 현상, 즉 공복감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평소에 많이 먹었던 사람의 경우에는 더 심한 공복감이 나타난다. 예비 단식을 소홀히 했을 경우에도 이런 현상이 더 나타난다. 생리적으로 위가 비어 있으니 공복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심리적으로도 공복감이 일어날 수 있다,
생리적인 공복감은 보통 2-3일 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안 먹으면 죽는다’는 고정 관념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공포감은 ‘안 먹는 것이 좋다’, 한 달은 안 먹어도 끄떡없이 살 수 있다‘, 오히려 ’안 먹어야 좋아진다‘ 등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암시와 의지로서 극복하여야 한다. 단식의 제일 관문은 바로 이 공복감의 극복이니만큼 이겨내야 한다. 이 공복감의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2) 탈력감과 피로감
탈력감과 무기력은 힘이 빠져 나른해지는 현상이다. 이것은 공복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복감이 심하면 탈력감도 심하게 된다. 이 탈력감은 공복감이 줄어들면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탈력감이 계속되다가도 본 단식 5, 6일 경부터는 오히려 심신이 상쾌하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본인이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생기가 돌고 머리가 맑아진다. 또한 평소에는 5-6층 계단을 올라가면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던 사람도 단식 중에는 아무 저항 없이 단숨에 오를 수 있게 된다.
배가 고프고 힘이 빠지고 나른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꾸 누어있거나 잠을 자면 탈력감이나 피로감이 이때다 하고 몰려와 더 힘들 수가 있다. 이것도 그 사람의 의지나 신념과 관련이 있다. 단식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이 정도의 공복감, 탈력감, 피로감에 진다고 하면 앞으로의 어려움이나 큰일을 해내기 어렵다는 의지로 이겨내야 한다.
3) 체중의 감소
음식을 안 먹은 상태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니 당연히 체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체중은 예비 단식부터 줄기 시작하여 본 단식이 끝나고 보식 기간을 거쳐 정상식사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된다. 체중이 감소하는 비율은 처음에 많이 줄어들다가 차츰 적게 줄어들게 된다. 체내에서 처음에는 불필요한 것을 마음껏 소모하다가 그것이 다 소모된 뒤에는 최소한의 소모에 그치도록 적응해나가기 때문이다.
평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고 가볍던 사람은 적게 줄어들게 된다. 대체로 처음 본 단식 2,3일 동안은 약 1kg 정도씩 줄어들다가 4,5일 째는 0.5kg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대개 사람의 경우 체중의 30-40% 정도 까지 빠지게 되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한다. 60kg의 사람이면 40kg까지 줄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이다. 2주간 단식으로 약 20%까지 줄게 되니 약 1개월간 단식을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4) 체온의 상승
단식 중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체온 상승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에는 먹은 것을 위장 같은 소화기관에서 소화하고, 흡수한 당, 단백질, 지방 등을 열의 근원으로 삼아 발열시키는데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도 필요하다. 이에 비해 단식 중에는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는 대신에 몸 안에 쌓여있으면서 피의 오염원이 되고 있는 잉여 영양물 (지방과 당)과 노폐물을 열원 삼아 연소시키게 된다.
양자를 비교해보면 생리학적으로도 후자 쪽이 몸에 대한 부담이 적다. 몸이 평소에는 체내에서 행하던 소화나 장에서의 영양분의 흡수 등의 일을 하지 않는 대신에 단식 중에는 피의 오염원을 연소시켜 가벼운 열을 냄으로써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5) 설태(舌苔)의 발생
단식 중에는 대개 입 안에서 악취가 나고 혓바늘이 칼칼하거나 설태가 생기게 된다. 이것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일시적이나마 있게 된다.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대체로 더 심하다. 이것은 독소나 노폐물의 배설 현상이기도 하고 식욕을 없애주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6) 소변의 혼탁
일반적으로 단식 중에는 소변이 혼탁해지고 냄새도 몹시 난다. 이것은 노폐물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노폐물이나 독소가 많이 쌓여있던 사람일수록 심하고 심지어는 어떤 사람은 간장 같은 색깔의 소변이 계속 나오는 사람도 있다. 단식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노폐물과 독소가 거의 빠지고 나면 마침내 물 같은 맑은 소변이 시원스럽게 나오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물을 많이 마시면 좀 더 맑아지는 것은 그 소변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7) 숙변의 배출
숙변은 적어도 5-7일은 넘어서야 나오게 된다. 7일 단식의 경우 본 단식 때 안 나와도 보식 때 다른 변에 밀려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숙변은 콜타르같이 끈적끈적하고 흐늑흐늑한 덩어리로 나오는 경우도 많고 냄새도 지독하다. 때로는 염소 똥 같은 것이 서너 사발이나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숙변이 배출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숙변이 나온 뒤의 그 시원함이란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단식이 노리는 생리적 효과 가운데 가장 으뜸 되는 것은 이 숙변의 배출이다. 숙변이 많이 나온 뒤에는 일시적으로 축 늘어지고 빈혈을 일으키는 사람도 잇다. 숙변 배출의 일시적인 반가운 충격이다. 처음 하는 사람일수록 숙변 배출량은 많다. 자주 하는 사람은 숙변이 많이 쌓아있지 않을 터이니 처음처럼 많지 않다.
8) 피부 발진
단식 중에는 넓적다리, 팔, 엉덩이 등에 두드러기 같은 발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가려워서 긁기 쉽지만 안 긁는 것이 좋다. 약도 바르지 말고 냉수로 자주 닦아 주거나 소금물을 발라 주어야 한다. 이 발진은 내버려두면 자연히 없어지게 된다.
9) 후각이 예민해진다
단식 중에는 냄새에 예민해진다. 특히 음식 냄새는 식욕으로 연결되어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되기도 한다. 이웃집 주방의 국 냄새까지 맡게 된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방 안에서 냄새가 나고 사람을 대하면 입에서 악취가 머리가 아플 경우도 있다. 다방에 들어가면 공기가 탁해 도저히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나오게 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던 방이나 사무실도 사실은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공기가 오연되었지만 평소에는 감각 기관이 둔해져서 이를 느끼지 못하다가 단식 중에는 예민해져서 이를 느낄 수가 있다.
10) 수면 시간의 감소
단식 중에는 일반적으로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다. 잠을 평소보다 덜 자게 된다는 뜻이다. 더 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장기 등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졸림 현상이 나타나나 단식 중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 어떤 사람들은 3-4 시간 지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잠이 오지 않아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이런 경우 명상이나 독서 등을 하는 것이 좋다.
11) 여자들에게 나타나는 반응
여자들에게만 나타나는 반응으로는 제 때가 아닌데도 월경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양도 많고 냄새도 고약할 수가 있다. 그러나 걱정할 경우가 없다. 나쁜 피가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게 여겨야 한다. 평소 월경불순이나 생리통으로 고생하던 사람은 그 증상이 치유되고 있는 증거이다. 폐경이 되었다고 생각되던 사람이 단식을 할 경우 다시 월경이 나올 수도 있다. 또한 평소 불임증이던 여성이 단식을 하여 임신하는 경우도 있다.
12) 호전 반응, 명현 현상
질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다식 중에는 초기에 그 병이 일시 악화되는 듯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관절이나 손발에 신경통과 같은 증상이 나나나기도 한다. 축녹증인 경우 고름이 흐르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옛날에 다쳤거나 앓은 적이 있던 병이 재발되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명현(瞑眩) 현상이라고 하는 호전 반응이다. 병이 낫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니 고맙게 여기면서 참고 견디면 대개 2-3일 사이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재생, 복원 반응이기 때문이다.
13) 그 밖의 다양한 반응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는데, 머리가 무겁고 어질어질하기도 하고, 오슬오슬 추위가 들기도 하고, 나른해서 꼼짝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눈에 핏줄이 서기도 하고, 입술의 살갗이 한 꺼풀 벗어지기도 하고, 전신이 가렵기도 하다. 이런 반응들도 신체 내의 독소나 노폐물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식 반응 가운데 구토와 메스꺼움이 많은데 구토는 대개 위장병 환자에게 많다. 위하수일 경우 대개 단식 3-4일에 들어가면 구토를 일으킨다. 이것은 늘러져 있던 위의 아래쪽에 괴어 있던 찌꺼기가, 위가 활력을 회복하고 수축하기 시작하니까 위 밖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즉 구토란 위가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이다. 위궤양도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보통은 견딜 정도이나 견디기가 어려울 만큼 심하거나 그 증상이 오래 계속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판단아래, 지압, 찜질, 마사지 등의 조치를 해본 후 그래도 안 되면 만식을 중단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단식을 중단한 다음 응급조치를 위해 병원으로 옮겨 주사를 꽂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영양제 같은 것을 혈관에 넣게 되면 쇼크를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만들 우려가 있다. 심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단식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의사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의사에게 절대 맡겨서는 안 된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서히 야채 주스나 미음 같은 것으로 회복을 시켜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