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파이널 2차전에서 나온 래리 버드의 활약상입니다.
디펜딩 챔피언 레이커스를 4승 1패로 꺾으며 기세가 오를대로 올라 있었던 트윈타워스의 휴스턴 로켓츠. 그들의 상대는 최전성기 기량을 뽐내던 래리 버드와 올해의 식스맨 상을 받은 빌 월튼의 보스턴 셀틱스.
1. 골밑 더블 페이크 패싱 모션으로 하킴 농락
버드에겐 너무 흔했던 플레이죠. 보통은 저 상황에서 페이크 준 다음 자기가 슛을 하는데, 하킴이 페이크에 완전히 속지를 않으니까, 순간적으로 패싱 모션을 두 번 연속으로 가져가서 하킴의 발을 묶고 패리쉬에게 패스해줍니다.
2. 포스트업 동작에서 순간적인 스텝백 점프슛
버드 전담 수비수인 로드니 맥크레이는 매우 뛰어난 수비수였습니다. 힘과 사이즈도 좋았고 운동능력도 만빵이었던 선수죠. 올-디펜시브 팀에도 2회 선정되었던 선수.
버드는 이 선수를 상대로 백다운 드리블을 치다가 순간적으로 스텝백 페이더웨이 점프슛을 터뜨립니다. 저 시절엔 스텝백 점프슛이 흔치 않았습니다. 이런 동작에서 나오는 슛은 수비불가죠.
3. 버드 특유의 센스로 하는 수비 플레이
버드는 스틸을 무리하게 시도하던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weak side에서부터 패싱레인을 보며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스윽 긁어주는 플레이를 많이 했죠. 손의 악력이 세서 웬만한 힘좋은 빅맨들이 공을 움켜잡고 있어도 스윽 훑어내버리는 플레이를 참 잘했습니다.
4. 패싱 페이크 동작으로 하킴 발 묶어놓고 빠른 타이밍의 점프슛
하킴은 풋워크가 워낙 좋아서 페이크 모션으로 속이기가 힘든 선수인데, 페이크 동작 자체가 워낙 크고 깊게 들어가니까 아주 잠깐이나마 속일 수가 있게 되죠. 그 찰나의 순간에 베이스라인 점프슛을 터뜨리는 버드입니다.
5. 페이더웨이, 3점슛, 가리지 않고 터뜨리기 시작한 버드
림 근처까지 치고 들어가면 페이더웨이, 팀원의 스크린을 이용해 밖에서 공 잡으면 3점.
3점이 전략적 공격옵션이 아니었고, 더구나 3점을 쏘는 포워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절, 버드의 가공할 공격옵션 중 하나가 바로 3점슛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6. 현란한 풋워크로 수비 벗겨내기
혹자는 버드를 가리켜 '느리고 운동능력은 떨어졌지만 BQ가 좋았던 선수' 라고 쉽게들 얘기를 합니다. 과연 버드의 플레이를 당시에 봤었는지 의문입니다.
버드의 순간 스피드와 민첩함, 그리고 놀라운 풋워크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저런 빠른 스텝이 안 받쳐주면 버드의 공격성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7. 어느 상황, 어느 순간에나 터져나오는 '막' 패스
저런 상황에선 체스트 패스를 할 수도 없고 바운드 패스를 할 수도 없죠. 유일한(?) 패스길이 저런 겁니다. 괴상한 팔 궤적으로도 오픈맨을 찾아 마구잡이로 킬 패스를 넣어주는 창의적인 임기응변 능력. 저런 것이 버드를 타 선수들로부터 구별지어줍니다.
8. 스틸 후 파울을 당했지만 그대로 진행해 킬 패스 넣어준 버드
하킴으로부터 공을 빼앗은 후, 하킴의 주먹에 얼굴을 맞았지만 주심이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해 그냥 진행시킨 것 같습니다. 버드는 인터뷰에서 오른쪽 눈이 보이질 않았는데 파울콜이 안나서 그냥 뛰었다고 말했습니다. 3점을 쏘는 척 하며 로켓츠 선수들 시야를 림 쪽으로 끌어모은 뒤 골밑의 패리쉬에게 킬 패스를 넣어줍니다. 랄프 샘슨은 달려오는 버드를 견제하다가 패리쉬까지 놓치고 말았죠.
9. 강력한 리바운더 버드
리바운드 능력으로만 따지면 커리어 내내 리그 탑 5안에 들었고, 포워드 중에선 벅 윌리암스, 찰스 바클리와 함께 탑 3였던 선수. 특히 반드시 잡아야하는 수비 리바운드는 절대로 놓치지 않았던 선수.
10. 백다운 드리블로 샷클락 다 쓰고 페이크 동작을 가미해 핑거롤 레이업
3쿼터 말미에 보여준 모습입니다. 공격 리바운드 된 공을 받아서 24초 동안 저런 백다운 드리블을 치다가 성공시킨 슛입니다.
모든 선수들과 관중들이 버드가 마지막 슛을 던질 거라는 걸 20초 넘게 알고 보고 있었는데, 버드를 혼자서 수비하던 맥크레이는 얼마나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웠을까요? 더블팀 가는 순간, 오픈맨에게로 킬패스가 들어가니 다름 팀원이 도와줄 수도 없고.
11. 많은 사람들이 86 파이널 베스트 플레이로 꼽는 패싱
라이브로 보다가 소리를 질렀던 플레이입니다.
수비수들 다 농락하며 오픈맨 찾아 공 찔러준 플레이. 다만, 하킴이 너무 빨리 커버플레이를 들어가는 바람에 제리 시스팅즈가 페이크 동작 한 번 주고 점프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저 당시엔 이런 상황에서의 패스는 어시스트로 기록이 되질 않았습니다.
THIS IS ART !!
12. 보스턴의 환상적인 픽 플레이로 만들어낸 월튼 투 버드 플레이
86 시즌 셀틱스는 역사상 가장 패싱 연계플레이가 뛰어났던 팀으로 손꼽힙니다.
이 플레이도 잘 보시면, 화면 윗쪽에선 시스팅과 월튼이 서로 스크린을 서주며 월튼이 오픈되게 만들어 나가고요, 아랫쪽을 보시면 데니스 존슨이 스크린을 서줘서 버드가 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죠. 네 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멋진 플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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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버드는 이 경기에서 (요즘 농구팬들이 보시기엔 별로 대단치도 않은) 31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 4스틸, 2블락샷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당시에 직접 보면서 기록한 스탯은 31점, 9리바운드, 9어시스트였습니다. 그러나 버드의 경기는 사실 스탯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셀틱스 플레이 모두에 관여를 하다시피 했던 선수이며, 항상 수비수 2인을 달고 뛰었기 때문에 거기서 직간접적으로 파생되는 플레이를 양산해내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1979년에 데뷔해서부터 허리부상을 처음 당했던 1989년(?) 정도까지 이 80년대의 버드는 항상 저런 플레이들로 팀을 이기게 만들었습니다. 버드의 플레이를 당시에 못봐서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므로... 앞으로 기회가 되면 래리 버드의 플레이들을 종종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중요한건 팀을 어떻게든 이기게 만드는 선수라는거죠 농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전설 ㄷㄷ
크으 버드는 진짜 플레이 스타일이 멋있네요
와와 하고 입만 벌리다가 11번 패스보고 입에서 와! 가 저절로 터져나왔네요!!
최고네요!
고맙습니다.
박사님 통해서 버드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선수라는걸 배워갑니다^^
이 게시물을 만든 보람이 있네요!
잘 봣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크 귀한 짤들 정말 잘 봤습니다 👍👍
버드 때문에 하킴 굴욕짤이 ㅎㅎ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크게 속은 것도 아닌데… 버드는 자그마한 틈이라도 절대 놓치지 않았네요 11번짤은 그저 아트라는 말 밖에는 🤩
하킴 굴욕짤 보기 힘든데 유독 버드는 그런 선수들을 농락하는 모습을 만드는데 도가 텄죠 ㄷㄷ
다시 말해서, 하킴의 수비범위가 넓었기 때문에 저런 상황도 많이 발생한 겁니다. 버드가 자기 마크맨을 떨궈버려도 하킴이 금방 커버를 들어왔으니까요.
@Doctor J 아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하킴 정도 되니 저범위를 커버하다가 훼이크에 반응하는거지 애당초 웬만한 선수들은…
아니 11번째는 화이트초콜릿?
위와 같은 Ball fake로 상대를 잘 속이는 게 버드와 지노빌리의 공통점 같습니다.
와 저도 11번에서 육성으로 탄성 터졌어요!! 역시 양질의 글 감사드립니다^^
돈치치가 그나마 유사한 선수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신체조건은 버드가 더 나은 것 같네요 ㅎㅎㅎ
버드가 신장도 5~6 센티 더 컸고, 체중이나 힘은 빅맨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버드가 농구bq로는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해 그 의견에 동의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저는 승부근성에 있어서도 역대 넘버원으로 봅니다.
진짜 고놈의 허리만 아니었어도 ㅠㅠ
이 부분이 참 아쉬운게... 파울이나 수비나, 농구 자체가 너무 거친 시대였는데, 버드는 또 승부근성까지 강해서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날리고, 로드매니지도 거부하고 그랬어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도 풀로 뛰었으니까요. 이런게 계속 쌓여서 허리부상까지 이어졌다고 봅니다.
조류인간ㅋㅋㅋ 현시대에서 삼점 슈터들과 함께 하면 더 대단한 활약을 할 것 같아요. 창의적인 플레이와 승부 근성, 그리고 외모로 오해하기 쉬운, 의외로 좋은 운동 능력.. 이렇게 말하고보니 지노빌리가 생각나네요!
버드는 포워드 포지션을, 지노빌리는 가드 포지션을 대표하는, 비슷한 종류의 선수들이었다고 봅니다.
그러고보니 지노빌리와 비슷한면이 많네요
와 8,11번 패스은 입이 쩍 벌어지네요!!
저 패스 한 번 시도해보세요. 엄청 힘듭니다. 강한 어깨, 팔, 전완근, 손아귀의 힘이 필요하고요. 그 힘이 갖추어져 있어도 뒤로 빼다가 공을 흘리기 십상입니다.
버드의 스탯이 요즘에는 그리 대단치 않다는 말씀이 웃프게 느껴지네요ㅎㅎ 시대적인 트렌드와 방향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스탯만을 척도로 보는건 합리적이지 않죠. 야구의 조정방어율같은 개념이 필요한것도 같고요.(심지어 조정방어율도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진짜 요즘 선수들 스탯 보면은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NBA 농구 트렌드와 스타일이 많이 바뀌긴 했어요.
근데 버드의 멋진 장면들인데 왜 저는 저 상황에서도 잘안속고 농락안당하는 올라주원이 더 대단해보이는걸까요? 페이크에 속아도 완전히 떨어져나가지를 않는 민첩하고 힘좋은 7푸터라니요...
@AcePenny 네, 그 점도 대단하죠. 프로 2년차 선수인데...
@AcePenny 22222 저도 이 글보면서 드림의 위엄을 느꼈습니다
아니 스텝백까지;;
슛,리바운드,패스,힘,센스,리더쉽,승부욕 등등 정말 다 가진 남자네요
이래서 멱살잡고 팀을 끌고가는 위대한 선수라고 하나보군요
최전성기 시기가 조던과 겹쳤으면 조던도 그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것 같네요
네, 조던과 불스의 발목을 붙잡던 팀이 셀틱스였죠. 그 이후에 피스톤즈였고요.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눈 호강 하고 갑니다.
새삼 버드가 얼마나 영리한 선수였는지 실감합니다. 11번 패스에서 선보인 저 순간 판단력에 반응 속도, 거기에 넓은 시야까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한가지 더 인상적인 것은 굉장히 플레이 하는 데 있어서 여유롭고 침착해 보인다는 점이에요. 무려 파이널에서요!
버드의 백넘버와 같은 33번째 댓글을 다신 것에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Doctor J 감사합니다. ^^
지금 버드가 플레이했다면 인기가 더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귀한 미국인 백인 스타인데 플레이를 보면 무수히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이 양산되고 미디어에 노출되면 어후...
예전에 어떤 버드옹 하이라이트 영상 보니, 자세나 폼은 좀 다르지만, 웬지 플레이 스타일이 허재 같을거 같다라는 생각 많이 들더군요.
영상에 스틸에 이은 속공,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 장면들 많았는데 보면서 웬지 허재가 계속 생각나던
덩치 커서 못 달릴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달리기 주력이 허재급 이상으로 보였습니다
오, 새로운 관점이시네요.
버드와 허재... 버드가 좀 둔탁한 면이 있긴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됩니다.
역시 버드 ㅎㅎ 아저씨 농구같아서
머리 잘 굴리고, 슛만 되면 할 수 있을 듯 싶은데,
하나 하나 훓어 보고 Dr.J님 설명 들어보니
BQ 좋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네요 ^^;
전 스톡턴, 버드류 농구를 좋아합니다 ^^
요즘은 요키치, 시몬스(?), 그린(?) 같은 선수요~
물론 시몬스, 그린은 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요.
돈치치가 둘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도 전 받습니다.
늘 좋은글과 설명 감사 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다른건 둘째치고 버드 경기보면 리바운드 장악력이 정말 돋보이더군요. 팀원인 7풋 거한 센터 패리쉬와 롱팔 파포 맥헤일보다 더 잘잡던 포워드.
81년 파이널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전성기 모제스 말론을 버드가 상대하며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수집해요. 버드가 파이널에서 평균 16개 리바운드를 했죠. 버드만 아니었다면, 모제스가 골밑 완전히 장악하고 로켓츠가 원맨팀으로 우승했을 겁니다.
시대를 앞서간 선수. 아니 시대를 초월한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와 와 와 진짜 !!!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