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잘하는 사람과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의 차이점은 뭘까?
재밌는 게,
거절을 잘하는 사람들은 부탁도 잘하는 경향이 있고,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부탁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이 말인즉슨,
전자는 부탁을 할 때나 들어줄 때, 거절할 때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별 의미를 안 두지만,
후자는 부탁과 관련된 모든 일들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대방도 힘들텐데 부탁을 하는 건 실례가 아닐까?
내가 지금 거절하면 우리 관계가 불편해 지겠지?
거절을 많이 하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처럼 보일 지도 몰라.
부탁을 쉽게 하는 사람들은
부탁을 하면서도 '들어주면 좋고 안 들어주면 말고' 라는 식의 심플한 태도를 보이지만,
부탁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부탁이란 전자와는 달리 굉장히 중차대하고 의미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부탁을 할 때도 거절할 때도 매우 진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탁의 무게는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
부탁의 무게는 어떤 특성에 영향을 받는 걸까?
첫번째는 개인주의 신념입니다.
단독 플레이를 선호하며,
모든 개인들은 각자의 의무와 권리를 준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당위적으로 1인분 이상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부탁 상황 자체를 일단 자기 몫을 완수하는 데 실패한 상황처럼 가정하게 되죠.
이는 1인분이라는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못한 것이 되므로,
개인주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자격 미달과 같은 상태인 겁니다.
개인주의자들에게 <정당한 부탁 상황>이란,
1인분 이상을 초과하는, 그러니까, 누군가가 2-3인분 이상을 해야 할 때,
자신의 의무를 다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하는 하드 태스크(Hard Task) 상황에만 국한됩니다.
여기에 플러스,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1인분 몫을 다 해 낸 후 여유가 존재하는 상황이여만 해요.
왜냐하면, 아직 자신의 일도 다 끝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은
남의 일을 돕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을 끝내는 것에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당연히 개인주의자들에게 부탁과 관련된 일 일체는 그 무게가 매우 무거울 수밖에 없겠죠.
부탁의 무게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두번째는 바로 친화성입니다.
친화성은 신뢰, 진정성, 겸손, 이타성, 협조성, 공감력으로 이루어진 성격 팩터로써,
친화성이 높을수록, 타인 지향성/관계 지향성이 높아지게 되는데,
타인 및 관계 지향성이 높다는 것의 의미는 남들보다 나를 먼저 생각할 때 불편해진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친화성이 낮은 사람들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때 불편해지겠죠.
친화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남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무게는 무거워지기 마련입니다.
당연하겠죠.
나는 남들과 잘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람인데,
도움을 주고 받는 부탁 상황 자체가 관계 형성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므로,
그 무게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반면, 관계보다 내 안위가 더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부탁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지겠죠?
들어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부탁을 거절해도 내가 딱히 상관없다는 거지,
부탁을 거절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지도 모를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자, 여기서 중요한 건,
개인주의는 "신념"이고, 친화성은 "성격"이란 겁니다.
뭔가 어감은 내 삶을 우선시하는 개인주의와 관계를 우선시하는 친화성이 서로 대치되어 보이지만,
아무리 이타주의자라 한들,
그 신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의 삶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라는 모토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평생을 이타적으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그 반발 심리로 나에게 부족한 측면을 추구하고자 개인주의적 신념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죠.
결국, 친화적인 개인주의자들은
부탁 하나하나에 과중한 의미 부여를 하기 때문에 막상 그 자신은 부탁을 하지 않지만,
남들이 부탁을 하게 되면 속으로 불평불만에 휩싸이면서도 관계를 위해 마지못해 부탁을 들어주는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거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내면의 규율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게 아무리 힘들더라도,
내 삶을 우선시하기 위해 거절이라는 불편함을 꾹 참고 "선택"하는 것이죠.
인생에서 불편감은 제거나 통제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선택의 영역에 가까워요.
즉, 불편감 없이 스마트하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란 애당초 없고 (X)
들어주기 싫은 남들의 부탁을 용인해야 하는 불편감과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는 불편감 중에서
중장기적으로 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불편감을 하나 선택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후자가 내면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에,
아무리 친화성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거절을 내면의 규율로 만들어 연습하고 훈련해야만 하는 것이죠.
무엇을 위해?
나에게 친절하고 나에게 다정한 자기주도적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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