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비껴간 신토불이
광우병 파동이 나기 불과 한 달 전에 조류독감이라는 사상 최대의 재앙이 오리, 닭 요리 음식점에 들이 닥쳤다. 어느 통닭 체인점 사장이 하루 만원도 팔리지 않는 것을 보고 자살했다는 신문기사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였다. 우연찮게 신토불이라는 식당을 갈 기회가 있었다. 그곳이라고 별 수가 있을 수 없었다. 무척 넓은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아주 드문드문 보였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있으려니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지배인인 듯 한 분이 와서 찾아와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조류독감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설명을 장황히 하고 나갔다. 우리 팀은 어차피 오리고기를 먹으러 왔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맛있게나 잘해 달라고 하였다. 조금 있다가 들어온 게장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왜 이렇게 많이 주느냐고 하니까 손님이 많이 줄어서 이렇게라도 찾아온 손님에게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서빙보는 분이 이야기하였다. 이 집의 특징은 오히려 오리고기보다도 게장이라고 할 만큼 양념게장이 맛있었다. 웬만한 게장집보다 훨씬 맛있다. 그 후 몇 년 후 다시 들린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게장을 나중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추가로 한 번 더 가져다 준다.
신토불이는 오리요리를 코스요리화 하였다. 양념게장을 비롯한 앞 반찬이 나오고 오리구이, 양념구이, 오리탕, 백숙이 차례대로 나온다. 가족들이 와서 먹어도 괜찮고 회식을 해도 과히 나쁘지 않다. 연인들끼리 와도 먹기 좋다. 메뉴를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서울을 중심으로 직영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주)이목원의 오리고기 전문점들의 형태는 복잡한 한정식의 형식을 오리 정식으로 만들어 주는데 비해서 신토불이는 달랑 대(大), 중(中) 두 가지 메뉴로만 내 놓으니 뭘 시킬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후식으로 나오는 팥빙수도 맛있어 젊은이나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미끼메뉴가 아주 맛있고 제일 먼저 손님을 유혹한다. 양념게장이 그것이다. 대박을 터트리기 전에도 고객들이 신토불이에는 오리고기보다도 게장 먹으러 가자고 했을 정도이다. 신토불이는 메인 요리에 앞서 나오는 미끼메뉴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코스요리화 했다는 점이 대박식당으로의 사전 포석을 닦았다고나 할까. 코스요리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메뉴들이 하나로 묶이니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식당 입장에서는 주문받을 때마다 메뉴가 달라지지 않으니 준비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와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재고만 충분히 준비되면 그때 그때 만들어 내놓기만 하면 되니 아무리 손님이 많이 와도 감당해낼 수 있다. 주문에서부터 조리와 서빙 그리고 식사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아주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또 하나의 이점을 선사해 준다. 바로 테이블 회전수를 높여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신토불이는 아주 번화가가 아닌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얼마나 음식에 자신이 있기에? 하는 것도 되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제발에 독을 푸는 방법이다. 어느 음식점이든 이왕이면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소위 목 좋은 곳은 권리금이 몇 억씩 한다. 그래도 식당을 하는 많은 경영자들은 이왕이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A급 자리를 선택한다. 맛이 아니더라도 올 수 밖에 없는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망하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일 것이다. 천안에 있는 신토불이의 직영점 두 곳은 사람들의 유동성이 거의 없는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또한 가격대비 고객만족도가 아주 높다. 4인 기준으로 5만원 정도면 지금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삼겹살집을 가더라도 1인당 평균 객단가가 15,000원에서 20,000원은 나온다. 인분 개념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양껏 먹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은 대부분은 사람들이 경험한 바다.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한 가지 요리가 아닌 여러 가지 요리를 다 먹을 수 있다는 장점과 각각의 요리들이 제 나름대로 맛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또 하나의 성공요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국물요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강릉집’은 매운탕이 나오고, ‘신토불이’는 오리탕이 나온다. 우리 국민들은 식사를 할 때 국물이 없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찌개문화가 발달해 왔다. 이 탕 요리는 술을 먹을 땐 술안주가 되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땐 반찬으로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더구나 탕 요리는 배를 부르게 해준다. 국물에 밥까지 먹게 되면 지금까지 먹은 음식에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더 얹게 되니 배가 부르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이 탕요리가 대박식당의 마무리 역할을 잘 한 것이다.
마지막 조언 하나, 바빠서 그런지 서비스가 그리 친절하지 않다. 손님의 기분이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맞아주는 느낌은 없다. 나중 서비스 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더운 날 손님이 물밀듯 밀려 들어오면 그때는 손님이 손님으로 보이지 않고 웬수로 보인다고 서빙보는 종업원들이 말한 기억이 있다. 아마도 대박식당집 종업원들은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그렇지만 새로 온 손님은 그런 것은 모른다. 그저 이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만 잔뜩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런 손님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언짢게 돌아간다면, 그래서 그런 손님이 자주 있게 된다면 대박집으로서의 명성은 차츰 사라질 수도 있다. 옛말에는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공은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하지만 추락은 하루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