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상봉터미널에서 6시25분에 속초가는 완행 버스를 탄다. 전에는 6시10분에 출발 하는 직행 버스가 있어서 설악산을 다니기 좋았는데 그 버스가 없어졌다니 이제 당일 산행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일단 버스를 타고 다른 교통 편을 물어보니 그래도 이 버스가 오색으로 제일 먼저 가는 차라고 하니 그냥 눌러 앉는다. 여기 저기에서 정차하며 사람을 안달나게 하더니만 오색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넘었는데 직행 때보다 1시간 20분은 늦게 온 셈이다.
독주골 입구를 눈여겨보며 낯익은 길을 올라가면 단풍 철이라 등산객들이 넘쳐나고 돌 계단을 오르다 지친 아주머니들이 가뿐 숨을 몰아쉰다. 제1쉼터에서 남들이 보지않게 슬쩍 왼쪽능선으로 올라가면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오르면 노송들이 많이 서있는 암릉이 시작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족적도 별로 없고 표지기도 오래된 것 한두개 밖에 없다. 바위들을 넘고 오르면 앞에 험준한 암봉이 나타나는데 우회하는 길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관목들을 잡고 암봉을 기어오르니 전망도 좋고 시원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깍아지른 암릉을 보니 그만 기가 꺽인다. 홀로 산행에서 이렇게 위험한 릿지 등반은 할수 없는 법이라 다시 암봉을 내려온다.
제1쉼터로 내려가 좋은 길을 오르면 설악 폭포로 내려가는 목책있는 삼거리에서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뚜렷한 길이 보인다. 가파른 길을 오르면 아까 올라갔던 암릉 길과 만나고 기분 좋은 소나무 길이 이어진다. 암릉들을 이리저리 돌고 밧줄을 잡으며 암봉들을 오른다. 중청대피소로 올라가는 갈림 길을 지나고 봉우리를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앞에 높은 암봉이 보인다.
급해지는 경사길을 오르고 암봉에 닿으니 그제서야 끝청이 솟아있고 올라온 사람들이 작게 보인다. 아름드리 거목들이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고 험한 바위 지대를 넘는다. 큰 바위들을 잡으며 한동안 오르고 너덜지대를 지나면 바람이 세차게 부는 끝청(1604m)이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바위위에 오르면 지나온 끝청 능선도 제법 우뚝하고 푸른 산은 서서이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한계령 삼거리로 내려가다 1459봉 근처를 지나며 독주폭포에서 올라오는 길을 유심히 찾아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작은 너덜지대를 통과해서 올라올 것도 같은데 조만간에 직접 와 봐야겠다.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고 도둑바위골 입구에서 줄을 넘어 희미한 길로 내려간다. 관목들과 싸리나무들을 지나면 좁은 건천지대가 나오고 이끼가 끼어 미끄러운 돌들을 밟고 내려가면 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가느다란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시야가 확 트이며 너른 암반지대가 나타난다. 윗쪽으로는 귀떼기청봉으로 올라갈수 있는 건천지대가 연결되는데 다소 험하게 보인다. 특이하게 흰색을 띄는 넓은 반석들은 층을 이루며 겹겹이 펼쳐있고 그 위로는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반석을 따라 내려가면 협곡 사이로 형형색색 물들은 단풍들이 아름답고 물 위로 떨어진 빨간 단풍 잎은 색종이 배인 양 흔들거리며 떠내려 간다.
반석지대는 끝나고 계곡 따라 숲길을 내려가면 아름드리 거목들이 물가에 쓰러져 있고 깊은 계곡을 조심해서 건너야 한다. 한동안 내려가면 넓은 폭포 상단에 이르고 계곡을 횡단하면 백운동폭포 오른쪽으로 가느다란 밧줄이 걸려있다. 약 30여 미터의 가파른 흙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면 물줄기가 흰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져서 가슴 속이 시원해 진다. 잠시 내려가면 곡백운은 직백운과 만나며 넓어지고 너른 비박터를 지나면서 물줄기가 커진다. 마주 보이는 용아릉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며 한동안 내려가면 철다리가 나오고 수렴동계곡과 만난다.
수렴동 산장을 지나니 날이 저물고 컴컴한 산길을 내려와 백담사를 지난다. 혹시라도 내려가는 차가 없을까 살펴봐도 사방으로 인적이 없어 그냥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주차장에 어언 다가니 내려오던 차가 세워주는데 마침 동승했던 두 사람이 고맙게도 자기들 차로 구리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소청까지 올랐다가 내려온다는 두 젊은사람과 홍천 근처의 휴게소에서 동동주와 막국수로 허기를 때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