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 치료와 상담기법-청소년 정신장애 1위 우울증
1. 청소년 우울증이란
청소년 우울증은 청소년에게 발생하는 심리적 정서적 장애로 ‘십대 우울증(teenage depression)’, 청소년 주요 우울증 또는 주요 우울장애라고도 지칭된다. 청소년 우울증은 의학적으로 성인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증상은 성인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문제 및 발달상의 문제들이 성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우울감이 그들의 생활을 방해하기 시작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달리 학업부진이나 대인관계 갈등, 학교 부적응, 청소년 비행 등의 행동문제, 술, 담배, 인터넷 중독 등과 같은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은 청소년 자살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증상의 초기에 돌보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청소년 건강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 질병과 정신장애 원인 중 1위가 우울증이며, 이것이 청소년 자살관련 주요 정신병리라고 보고하였다(김현정, 2015). 자살을 시도했거나 지속적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의 40%에서 우울증상이 발견되었음을 볼 때 청소년기의 우울은 다른 여러 가지 부적응적 행동들, 즉 학업성적 저하, 폭력, 교우관계의 악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Lewinsohn, Rohde, Klein & Seeley, 1999).
2. 청소년 우울증의 증상
우울증은 수반되는 다른 증상이 전혀 없는 단순한 일시적 감정변화에서부터 심각성을 나타내는 여러 유형의 우울증까지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발적 행동이나 주도성 감소, 부정적인 자세, 무기력의 지속, 공격성의 증가, 식욕감퇴가 나타난다. 그리고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고갈 및 대뇌에서의 콜린성 신경전달의 활발과 같은 생리적 변화 등이 나타난다. 또 우울증과 동반되는 분노감이나 절망감 등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증상을 종합해 본다면 슬픈 감정이 지속되고 일상에서 흥미와 즐거움을 잃게 되며, 식욕을 잃어 체중이 줄어들거나 잠을 못자는 등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행동이 매우 느려지거나 평소보다 매우 불안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외로움, 울음, 나쁜 것에 대한 두려움,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스스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자신이 가치 없다고 느끼며 예민해지고 죄책감 및 자기의식적인 행동을 하며 슬픔과 걱정이 많아지게 된다(임영식, 2000 재인용).
따라서 우울증 증상이 있는 청소년들은 눈물을 자주 흘리며 평소와 다르게 행동이 느려진다. 그리고 자발성이 줄어들고 기분이 불안정해 보일 수도 있다. 또 자신의 외모에신경을 쓰지 않고 언어 속에서 절망감과 좌절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멍청해” 또는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 혹은 “나는 나쁜 놈이야”와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우울한 청소년은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우울증이 있는 청소년은 집중력이 떨어져 자신이 학업을 따라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고 믿고 수업에 소홀하거나 결석이 빈번해지기도 한다. 또 쉽게 기진맥진하게 되고 무력함을 느껴 다른 활동에 대한 관심도 상실하게 되며 결국은 학업을 포기하기도 한다(김기정, 2009). 우울증이 있는 청소년 중 일부는 반복적으로 자해행동이나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기도 한다. 이들은 술, 담배 또는 다른 약물을 남용하기도 하며 과도하게 인터넷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리고 등교거부, 가출, 폭력과 같은 비행행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게 나타난다(Rita & Allen, 2012).
3. 청소년 우울증 치료와 상담
1)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크게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심리치료나 약물치료 중 어느 한 가지만 사용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병합치료가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우울증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 상담사, 다른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울 때 증상의 심각도, 약물 가족력, 과거의 치료반응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약물치료적 접근을 시도하는 한국의 정신과에서는 뇌화학 성분에 영향을 주는 항우울제를 단독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50년대 이후에 개발된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s; TCA)로서 이미프라민(imipramine), 아미트립틸린a(amitriptyline), 노르트립틸린(nortriptyline) 등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정신치료에 집중되었던 우울증의 치료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TCA의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삶의 질 저하, 복용 중단으로 인한 재발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 1980년대 이후 선택적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이하 SNRI; 둘록세틴(dulxetine)과 벤라팍신(venlafaxine)]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이하 SSRI; 플루옥세틴(fluoxetine), 서트랄린(sertraline), 파록세틴(paroxetine), 플루복사민(fluvoxamine), 시탈로프람(citalopram),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등)]가 개발되었다(오윤선, 2010).
SNRI와 SSRI가 개발된 이후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제로서 벤라팍신(venlafaxine), 밀나시프란(milnacipran), 둘록세틴(duloxetine), 미르타자핀(mirtazapine), 부프로피온(bupropion), 아고멜라틴(agomelatine) 등이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적인 측면에서 어느 것이 더 탁월하다고 확증할 수는 없다. 정신과적 치료에는 이상의 항우울제와 함께 더불어 기분안정제(mood stabilizers)가 사용되고 있는데, 보통 리튬(lithium)은 기분의 굴곡을 정상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약물은 양극성 우울증 환자의 기분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며, 항우울제 단독 사용으로 호전되지 않을 때 항불안제와 함께 사용된다. 항불안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우울증상과 불안이 빈번하게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외에 항정신병약물, 갑상선제제 등이 포함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청소년 우울증 치료에서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이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 가족 및 환경 요인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청소년 우울증 심리적 치료기법에는 정신치료, 인지치료, 가족치료 등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는 한 가지 기법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접근을 통한청소년 우울증 상담치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청소년 우울증 상담치료기법
(1) 공감적 경청과 치료동맹
청소년 우울증 상담은 초기 면담에서 어떻게 공감적 경청(empathy listening)을 하며,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치료동맹(therapeutic alliance)을 수립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초기 면담 과정에서 상담목표를 설정하고 상담기법을 결정하기 위한 내담자 정보가 수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 청소년 내담자에게 이 과정에서 치료적이고 신뢰적 관계인 라포(rapport)를 안정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2) 저항과 전이 다루기
우울증 청소년 내담자는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억압저항(repression resistance), 전이저항(transference resistance), 이차 이득저항(secondary gain resistance)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존중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내담자의 분노, 죄책감, 자기 불확신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서 감정반응을 상담자에게 전치(displacement)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담자가 스스로 억압된 감정들을 내어놓기 전까지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방해를 받게 된다. 이때
상담자의 역할은 내담자의 억압된 감정들을 표현하도록 격려해 주고 수용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승화시킬 수 있도록 내담자를 도와야 한다.
(3) 반영과 명료화
청소년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과 행동에서 표현된 기본적인 감정, 생각 및 태도에 대해서 참신한 말로 부언해 주는 반영(reflection)을 잘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이 이해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어서 내담자가 무의식적이었거나 마음속에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문제 사건들과 그에 얽힌 감정들을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명료화(clarification)를 시도함으로써 자아(ego)의 경계가 열리고 논리적으로 자신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4) 직면과 논박
상담 과정이 원만하게 후기에 접어들면 청소년 내담자가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직면(confrontation)을 시도한다. 그리고 우울증 청소년 내담자의 경우 부정적 생각과 신념이 매우 집요한 경우가 많고 부정적인 악순환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 논박기법을 통해서 부정사고를 긍정사고로 전환하도록 도와야 한다.
(5) 해석과 환기
청소년 상담자는 해석(interpretation)을 통해 내담자가 과거의 생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현재 자신의 행동과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내재된 감정문제는 환기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때 ‘빈의자기법’을 활용하여 감정의 발산을 시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우울증의 경우, 자신이 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고 다시 의자를 바꾸어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도록 한다. 이때 내담자는 마치 싸움이나 다툼을 하는 것 같은 감정 분출이 연출될 수도 있다.
(6) 훈습과 구체적 지지 제공
청소년 우울증 상담은 직면과 통찰에 이어 억압감정을 표출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 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내담자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따라서 상담 초기에는 공감기법을 많이 활용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직면과 훈습 그리고 지속적인 강화 및 소거 학습이 요구된다.
구체적인 지침제공으로는 인지치료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일일 활동표(activity schedule), 단계적 과제물(gradual task assignment), 완수 만족사항 표기법(mastery and pleasure therapy),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대치요법(altern ative therapy), 인지연습(cognitive rehearsal), 숙제(homework assignment) 등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일일 활동표와 단계적 과제물 등을 사용할 때는 내담자로 하여금 먼저 자신의 생각들을 스스로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이 사고들(기능 장애적 사고)을 기록하는 용지(dysfunctional thought record)에 기록하여 내담자가 스스로 관찰한 자료들을 가지고 상담자가 함께 검토한다. 즉, 매일의 경험을 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함으로써 내담자가 미래상황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지적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Beck, Rush, Shaw & Emery, 1979).
마음수선공
상담심리학박사/ 교육학박사/상담심리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