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사자성어(25)>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울 유(柔), 능할 능(能), 유능(柔能)이라함은 ‘부드러운 것은 능히’라는 뜻이고, 누를 제(制), 굳셀 강(剛), 제강(制剛)이라 함은 ‘단단한 것을 제압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유능제강이라함은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라는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부드러운 것은 능히 단단한 것을 제압하고, 약한 것은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유능제강 약능승강:柔能制剛 弱能勝强)
나는 이 사자성어를 풀이할 때는 항상 버드나무가 연상된다.버드나무는 전통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섬세함에 많이 비유된다.늘어진 버들가지의 모습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비유하여 “유요(柳腰)”라 했는데 이는 버들가지와 같이 가는 허리를 뜻한다.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버드나무는 여인을 상징했다. 황금사자를 지키던 요정 헤스페리데스의 네 자매 중 한 사람인아이글레가 버드나무로 변신했다고 한다. 그래서 ‘버들같은(willowy)'이라고 하면 우아하고 날씬한 여인을 뜻한다. 버드나무의 장점은 그 유연성과 탄력성에 있다.필자가 그 옛날 산사에서 고시공부할 때,간혹 폭풍우가 세차게 몰아지는 날이 있었다폭풍우가 몰아칠 때마다 칠흑같은 밤 중에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우드득,우드득 ”하고 요란했다. 아침에 나가보면 딱딱한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은 많이 부러져 있었으나,버드나무는 여전히 멀쩡해 있었다.그렇다!약한 것이 오히려 강한 것을 능가할 수가 있는 것이다.“버들가지가 바람에 꺽일까?‘ 라는 속담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부드러워 바람에 곧 꺽일 것 같은 버들가지는 꺽이지 않고, 오히려 단단한 소나무 가지가 밤새 그렇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폭풍우에 꺽어지고 있었던 것이다.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세계에서도 겉으로는 남성이 강한 것 같아도부드러운 여성을 당해내지 못한다.
나는 나이 칠십이 넘도록 말 싸움해서 아내나 딸들에게 이겨본 적이 없다.
백전백패(百戰百敗)일 뿐이다.물에 빠져도 여성이 버티는 시간이 남성보다 길다는 통계가 있다.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무한대로 커서 가늠이 되지 않는다.수명 역시 남성이 여성에 비하여 몇년 짧은 것은 세계적인 공통현상이다.
그래서 남성도 여성과 같은 유연성을 기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사고방식과 대인관계가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고 탄력적이어야 한다.그래야 변화하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다.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고 해서현실과 영합(迎合)하거나 타협(妥協)하라는 그러한 의미는 아니다. 소신(所信)은 굳건히 지켜나가되,오늘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흘러간 유성기만을 부둥켜 안고 있어서는, 개인이건 기업이건 도태되는 것이오늘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부드럽고 약하기는 물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물에 속도를 가하면 딱딱한 강철판도 잘라내는 것을 TV를 통해서 보았다. 2500년 전 노자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단단한 이는 세월이 가면 깨지고 부서지고 하지만, 부드러운 혀는 훨씬 오래 남는다. 이를 치망설존(齒亡舌存)이라고 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하나,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굳고 단단해진다.
풀과 나무도 생겨날 때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마르고 굳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삶의 무리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유아독존식(唯我獨尊式) 독불장군(獨不將軍)으로 생활하는 자는 성공하지 못한다. 도무지 타인과 화합하지도 못하고 상생하지도 못해서 도태되는 것이다.
골프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빗나가기 일쑤이다. 유능한 권투선수일수록 팔에 힘을 빼고 탄력있고 신축성있게 타격한다. ‘나비처럼 날고 벌처럼 쏜다’고 무하마드 알리가 말했다.
모름지기 인생을 유연성있고 부드럽게 생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혜를 주는 것이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사자성어이다.(2022.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