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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산동면 김정준씨가 봉산리 마을회관에서 불산가스에 노출돼 작물들이 고사한 마을 들녘을 바라보고 있다. | |
“생업인 농사를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하루하루가 막막합니다.” 불화수소산(불산) 누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김정준씨(50·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1리)는 누렇게 말라버린 들녘을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김씨를 비롯한 이곳 주민들은 6일 임시대피소로 거처를 옮긴 후에도 매일같이 삶의 터전이던 마을에 나오고 있다.
김씨는 한우 50마리에 벼 2만6,400㎡(8,000평)와 멜론 4,950㎡(1,500평)를 경영하는 농사꾼이다. 하지만 그는 수확을 앞둔 9월27일 뜻하지 않게 농장이 불산가스에 노출돼 올 농사를 고스란히 접어야 했다.
“수확으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인데 이렇게 손 놓고 있으니….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의 당장 걱정거리는 바로 연말에 갚아야 할 영농자금이다. 수확한 농산물과 한우를 출하해 빚을 갚을 요량이었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무슨 수로 영농자금을 상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다행히 산동농협(조합장 안인호)을 통해 내년 3월까지 무이자로 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가족들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여기에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오염지역 농산물’이라는 꼬리표다. 그는 “비오염지역 농산물인데도 벌써 구미지역 농산물이 공판장에서 반품되는 등 불신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나도 피해자인데 괜히 다른 농업인들에게 죄를 짓는 느낌이 들어 힘들다”고 했다. 현재 구미시에서는 사고 발생 반경 3㎞ 지역의 농산물에 대해서는 반출 금지는 물론 피해조사 후 전량 폐기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토양이 불산에 노출돼 앞으로 몇년간 농사를 짓지 못할 수도 있다는 풍문도 그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그는 “전문기관의 정밀진단과 조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잔류 등 문제가 있다면 완전히 이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토양이나 지하수 등을 신속히 중화하거나 제독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8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과연 보상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는 “피해주민들의 건강하게 다시 생업에 복귀해 안심하고 살아 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구미=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2012년 구미 가스 누출 사고>
개요
2012년 9월 27일 밤 경상북도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플루오린 화학 제품 생산 업체인 주식회사 휴브글로벌 구미 공장에서 탱크로리에 실린 플루오린화 수소산(불산) 가스를 공장 내 설비에 주입하던 중 불산 가스가 유출되어,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피해
구미시는 이번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이 398명이며, 산동면 봉산리를 중심으로 91.2 헥타르의 농작물 피해와 소 1000여 마리 등의 가축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방환경청은 이 사고로 발생한 폐수가 오염처리시설로 옮겨졌으며, 공단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2차 피해가 진행되면서 치료받은 사람은 1,954명으로, 농작물 피해 135ha,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 내 40개 업체가 53억의 피해를 보는 등 전체적인 피해가 늘어났다.
경상북도는 가스 누출 피해지역인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임천리 주민과 인근 근로자등 1200명을 대상으로 주민건강 역학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으며, 대한민국 정부도 구미시를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2012년 10월 8일 기준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