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서 남자가 치마를 입는이유를 가르쳐주세요
|
|
'스코틀랜드'
브리튼 섬에 거주하던 켈트 족의 일파인 스코트 족이 앵글로색슨 족의 침공을 피해 북부 산악지역으로 쫓겨가 세운 나라. 오랫동안 독립적인 왕국으로 존재하면서 잉글랜드와 반목을 거듭했고, 1707년 순전히 실리적인 이유로 잉글랜드와 통합해 '대 브리튼 왕국'의 일원이 되지만 여전히 특유의 지역색을 자랑하고,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축구 시합이 벌어지면 잉글랜드를 응원할 바에야 프랑스를 응원하는...단순히 '영국'의 한 지방이라고 얘기하기엔 너무도 독특한 지방.
이 스코틀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면 보통은
치마 입는 남자들, 백파이프 연주, 스카치 위스키..대강 이 정도를 떠올릴 수 있겠죠.
스코틀랜드의 민족 의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격자무늬 치마-킬트. 여기에 그려진 격자무늬는 스코틀랜드의 유서깊은 가문들의 상징이라고 합니다만...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킬트는 1727년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스코틀랜드 인은 18세기 이전에는 킬트를 입지 않았다는 소리입니다. 이 정도로 역사가 짧은 의상이 민족의상일까요?
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킬트는 토머스 로린슨이라는 '잉글랜드 인'이 고안했습니다-_-;
로린슨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통합 이후에 스코틀랜드에 제철소를 세우고 스코틀랜드 인들을 고용했습니다. 그는 스코틀랜드 인이 너무 가난해서 바지 한 벌 살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재봉이 간단한 킬트를 고안했습니다. 차라리 스코틀랜드 인에게 주는 월급을 올려주는게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자기가 돈을 더 쓰기는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킬트는 잉글랜드 인이 만든 노동자를 위한 저가 의류였습니다. 물론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이런 저가 의류가 스코틀랜드의 상징으로 등극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제공한 것 역시 잉글랜드였습니다-_-
1745년 잉글랜드 편향의 의회는 킬트 금지령을 내립니다. 이유는 '스코틀랜드 인을 잉글랜드 인과 다르게 보이기 하기 때문에'였습니다. 킬트는 스코틀랜드 사람들만 입고 있었거든요.
이때부터 이전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킬트는 순식간에 스코틀랜드의 민족 정신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잉글랜드가 금지했기 때문에' 하층 노동자들이나 입던 킬트를 너도나도 입고 싶어하게 됩니다. 스코틀랜드의 유력한 씨족의 어르신들까지 그전까지 입던 긴 셔츠 대신 자기 가문 특유의 격자 무늬를 이 킬트에 그려넣고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요 씨족들마다 예전부터 자기 씨족만의 독특한 격자 무늬 킬트를 입어 왔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거짓말입니다만, 250년이 지난 지금은 어찌 된 일인지 모두들 그 말을 믿고 있습니다.
백파이프 역시 안타깝지만 고대부터 내려오던 스코틀랜드의 민속 악기가 아닙니다. 먼 옛날, 스코틀랜드의 음유시인들이 들고 다니던 악기는 하프였습니다.
-----------------------------------------------------------------------
이 글의 내용을 정리하면, 바지보다는 치마식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만들기 쉬웠고, 또한 한가지 천으로 만들필요없이 누더기처럼 덕지덕지 이어붙일 수 있는 간단한 작업복이라는 것이 첫 원인이었다는 셈입니다. 그러나 반 잉글랜드 감정이, 이 킬트를 스코틀랜드의 민족의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네요. 흠, 재미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