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추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상추,파,양배추.....모든 신선채소의 값이 폭등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연일 배추값 폭등을 보도하고 유통의 문제점을 파고들면서 산지 수집상의 밭떼기에 대해 무차별 악덕 상인으로 매도했습니다. 물론 밭떼기로 싸게 배추를 입도선매하여 이문을 많이 남긴 상인들이 있겠지만 그게 전부 다는 아닙니다. 핵심을 놓친거죠.
왜 배추값이 이렇게 하늘같이 올랐는가에 대해 농사 경력 35년인 해토마루가 몇 마디 하겠습니다.
올해 배추를 포함한 신선채소의 값이 폭등한 것은 날씨의 영향이 큽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여름에는 몹시 더웠고 배추의 파종과 생육기에는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날씨는 인간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몫으로는 수요보다 공급을 늘려 시중 채소값 폭등을 막아야 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 우리 다함께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배추김치는 일년 내내 밥상에 오르는 반찬입니다.
예전엔 가을에 김장을 하면 겨울동안 먹고 봄에는 다른 김치를 담가 먹었습니다. 요즘엔 김치 냉장고 덕으로 가을김장을 여름까지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배추를 계절별로 분류하면 대표적인 배추가 김장용 가을 배추입니다.김장배추는 고냉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하고 수확합니다. 김장용 배추가 끝나면 월동배추가 나옵니다. 월동배추는 말 그대로 겨울동안 밭에서 죽은 것 같은 상태로 있다가 1월~2월 사이에 따내는 배추입니다. 겨울에도 기온이 따뜻한 남도지방에서 재배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해남이나 진도입니다.
봄배추는 하우스 배추입니다. 3월에 파종하여 하우스에서 기르는 배추인데 수확은 4월~5월에 합니다. 대표적 생산지가 낙동강 주변의 하우스단지. 부여, 금강주변, 충남 서산의 해미 등이 유명합니다.
여름배추는 어디서 재배할까요? 당연히 기온이 서늘한 고냉지에서 재배합니다. 강원도의 영월, 평창, 등의 지역이 유명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냉지 배추입니다.
배추는 기온이 섭씨25도가 넘으면 잘 자라지 않습니다. 당연히 평야지대의 여름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리니 배추가 잘 자라지 않죠. 그래서 여름배추는 고냉지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입니다.
배추의 맛은 어느 계절에 키운 배추가 맛이 있을까요?
가을 김장용 배추입니다. 월동배추는 내한성으로 교배한 종자이기 때문에 가을배추보다 억센 대신 맛은 조금 떨어집니다. 봄배추는 물배추입니다. 연하기는 한데 배추 고유의 맛이 없습니다. 여름배추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장용 가을배추의 맛을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올해 배추값 파동은 8월부터 시작했습니다.
평야지대에서는 여름배추를 재배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재배면적이 전년도와 같은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고냉지인 강원도 지방의 파종면적도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갈수록 농촌의 노동력이 노쇠하다 보니 인건비 상승이 있고, 그동안 배추값이 시원찮아서 농부들이 재배기피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날씨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올해 배추값 폭등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거기다가 4대강 사업으로 신선채소의 면적이 아마 많이 줄어들었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는 그 축소면적이 1.4%라고 하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16%라고 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수치와 통계에 오류가 있어 뵙니다.
4대강 사업을 하는 낙동강이나 금강, 남한강의 둔치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유수면을 임대하여 농사짓는 농부들 중에 정상적으로 공유수면 점용허가를 얻어 농사짓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냥 허가없이 짓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더구나 보도를 보면 4대강 사업을 발표한 2008년부터는 공유수면 점용허가 연장을 해 주지 않은 지자체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는 아마 토지 보상비와 연관이 있어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정부나 반대입장에 있는 측에서 발표한 재배면적의 축소 현황은 정확해 보이지 않습니다.
강변의 둔치에서 재배되는 신선채소의 종류는 무,상추, 얼갈이, 열무, 당근, 오이, 부추, 쪽파, 대파 등입니다. 포기배추를 재배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강변의 둔치는 비옥한 땅입니다. 여름에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면서 퇴적물이 쌓여 땅이 비옥하고 사질토이기 때문에 물빠짐이 좋아 채소를 기르는데는 최고의 땅입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기온을 낮혀주기 때문에 삼복에도 채소들이 잘 자랍니다.
이렇게 채소가 잘 자라는 강변 둔치의 땅에는 열무나 얼갈이 같은 경우 파종에서 25일이 되면 수확을 합니다. 여름에 배추값이 비싸면 얼갈이나, 열무김치로 대신 담가 먹는데 올해는 이 모든 채소가 수요보다 공급이 딸리다보니 배추값이 더 뛴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 사업이 배추값을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내년에도 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0년 채소 유통을 한 상인들은 앞으로 여름 채소값은 계속 강세일 것이라면 여름채소를 심으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8월 고냉지배추가가 왜 9월과 10월에도 강세일까요?
그 이유는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추석을 전후로 출하하는 고냉지배추가 끝나면 그 다음에 준고냉지배추가 출하됩니다. 중부 산간 지방에서 재배된 초가을 배추입니다. 그런데 중부지방의 배추 파종과 이식 시기에 태풍 곤파스와 한 달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그러다보니 물량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물량도 배추 포기가 꽉 차기도 전에 서둘러 밀어내기 출하를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작년 배추값과 유통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태안은 해양성 기후로 가을 김장배추를 기르기가 알맞은 지역입니다. 2009년 김장용 배추값은 밭에서 소위 산지 수집상이라는 상인에게 밭떼기로 포기당 500원에 팔았습니다.
500원에 팔린 배추가 도시 소비자들에게는 얼마에 팔렸을까요? 이벤트성 판매가 아닌 정상적인 판매값으로는 아마 소비자가 2,000원 정도 했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얼핏보면 중간 상인들이 도둑놈 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산지 수집상은 밭떼기로 산 배추를 인부를 동원하여 따서 3포기식 그물망 작업을 합니다. 요즘 농촌의 여자 품삯은 70,000원입니다. 60~70대 노인들이죠. 밭에서 4륜구동차량으로 배추를 실어 대형 트럭에 상차를 합니다. 당연히 상차비가 듭니다. 서울 공판장으로 가는 운송비, 서울에서 하차비, 쓰레기비, 수수료를 지불하고 경매에 넘어간 배추는 중간상인이 마진을 남기고 소매상으로 넘어갑니다.
소매상 마진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팔다가 안 팔린 채소는 쓰레기로 변하니까 마진이 높다고 합니다. 하긴 공장에서 만든 옷도 소비자값에 팔리지 않고 재고로 남을 옷값 50% 얹어서 책정한다고 하는데 살아있는 생물은 오죽하겠습니까.
산지에서 500원짜리 배추가 2,000원이라는 값으로 소비자 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그리 유통업자들을 탓할 게 못됩니다.
그보다도 가장 안 된 게 농사꾼들이죠. 배추는 1평에서 10포기 정도 수확합니다. 그러니까 1평에서 5,000 원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죠. 이건 말도 안 되는 적자 농사죠. 제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1975년에도 어른들 말씀이 땅 1평에서 10,000원이 나와 야 농사꾼들이 적자는 면한다고 했는데 5,000원이라니....그러다 보니 배추재배면적이 점점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농촌인구 고령화로 일손은 없지 인건비는 오르지.....아마 앞으로 올해 같은 현상이 꼭 날씨 때문이 아니라도 빈번할 것입니다.
이게 바로 농촌의 현실이고 올해 배추값 폭등의 핵심입니다.
정부가 책상에서 수치와 씨름하는 동안 노련한 유통업자들은 벌써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떠들듯이 농민 조합원 단체인 농협이 유통을 멀리하고 돈장사에 골몰하는 것도 농산물의 폭등과 폭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태안의 밭떼기 배추값은 상품 포기당 1,300~15,00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 배추가 서울로 올라가 소비자들 손에 갈 때는 3,000~4,000원에 거래될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나서 가격 조정을 한다고 해도 현재 농산물의 유통과 정보는 상인들을 따라갈 수 없고 시장의 가격도 그들이 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농사꾼들 입장에서 보면 배추값이 폭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안합니다. 언제 폭락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은 산지의 배추값이 너무 똥값이었습니다. 농사꾼 입장에서 보면 산지 배추값이 1,000원 정도 형성되고 그 대신 유통의 단계를 줄여 소비자들이 적당한 가격으로 배추를 구입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닥친 한파에 중부 산간 지방의 배추 결구에 지장이 많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보도가 아니라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참, 올해 날씨 유난합니다. 아마 늦게 파종하고 이식한 배추들은 제대로 결구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김장용 배추가 또 한 번 요동을 치겠지요.
요즘엔 농사꾼들도, 산지 유통상인도 그 누구도 김장 시즌의 배추값에 대한 확실한 전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정부에서만 낙관적으로 보고 김장 시기를 늦추라고 합니다.
제발 가을 날씨가 온화하여 늦게 심은 배추가 잘 자랐으면 좋겠고, 김장값이 적정하게 형성했으면 좋겠고, 정부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농사 경력 35년이 된 어느 농사꾼 의 배추 생각입니다.
첫댓글 소규모 계약재배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유통비용을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