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케이 엉거와 존 레비가 힘을 합쳐 뉴욕에 여성복 업체인 길리언 (Gillian)을 설립할 때 그들은 굳이 자신들의 리더십을 증명하려고 애를 쓰지 않았다.
"물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큰 재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레비는 엉거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라면 당신과 기꺼이 사업을 시작하겠어요."
그들은 그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성취했다. 길리언사의 연 수익은 1억 2천 5백만 달러가 넘고 고용 직원은 300명에 달하며, 미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 유럽, 호주 등지에 세련된 커리어 여성복을 판매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그들은 리더십에 대해 몇 가지 주장을 피력하게 되었다. 즉, 남성과 여성 중역들이 함께 일할 때 편안한 상태에서 일할 수 있으며 그들의 각기 다른 경영 방식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동성이 아닌 이성이 협력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엉거와 레비를 비롯하여 본고에 언급되는 다른 이성 동업자들의 예는 최근에 대두되는 몇 가지 의문점들을 대변한다.
과연 여성의 경영 방식이 남성의 경영 방식과 다른가? 여성적 경영 방식이 전통적인 “권위적” 경영 방식에 비해 더 효과적인가? 회사를 설립하고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여성 사업가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실정에서 이들이 미국 경제계에 가져오는 변화는 어떤 것인가?
최근까지만 해도 사업 경영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위계적이고 행동 중심적인, 때로는 군인과 같이 엄한 경영 방식을 고수하는 남성들인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상적인 경영자는 리 아이아코카나 존 웨인과 같이 독립적이고 강인하며 자기 주장이 뚜렷한 영웅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차세대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경영 방식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많은 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더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하였다. 다른 이들의 참여를 적극 장려하면서 남성 경영자들보다 부하 직원들을 더욱 섬세하게 보살피는 면모도 보여주었다.
기민한 회사들은 이미 다양한 경영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남성 지도자들과 함께 여성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체의 경우 서로 다른 경영 방식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장점을 배워나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성과에 중점을 두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의 장점을 자신들의 경영 방식에 도입하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부드러운” 경영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들과 수 많은 경영인들은 입을 모아 여성이 경영자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가졌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전 세대에 비해 개방적이면서 많은 이들과의 상호 작용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더욱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들의 경영 방식이 적합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현대의 노동 인구를 생각할 때 이와 같은 리더십이 더욱 절실히 필요함을 피력하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와턴 스쿨의 스나이더 기업가 센터 소장인 에드워드 몰트는 여성적 경영 방식이 “이 시대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하면서 오늘날의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경영자는 모험적이며 선견적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변화를 도입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또한, 그는 남성이 “다른 이에게 명령하고 이에 복종하도록 하는데 익숙한” 반면 여성은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에 그들이 이러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경영 효율성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뉴욕 컨설팅 회사인 러닝 시스템의 주디스 호이는 여성적 경영 방식의 특징이 회사가 직면하는 3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은 고객 서비스의 요구, 높은 품질의 필요성, 리더십 자체의 부재가 그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측면은 여성이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이 밖에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여성들만 이러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 결과들과 여러 선례들을 살펴보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이러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또한,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사업 기회가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가 좀더 경쟁적으로 사업에 매진하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길리언사의 성공은 여성 경영자인 케이 엉거가 그녀 자신과 같은 커리어 우면들의 구미를 맞출 수 있는 센스를 가지고 있었던 데에 일부 기인한다. 그녀는 자신이 전 세계 직장 여성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전례 없이 수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기업가로써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여성들은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세움으로써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현재 미국에는 4백만 명 이상의 여성 경영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기존의 회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에서 근무하는 백인 남성의 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회사들은 점차 그 수가 증가하는 여성과 소수 집단에서 경영적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찾게 되었다.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역 리쿠르트 회사인 러셀 레이놀즈는 고위 중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가지고 응답자들을 “지도자형”(선견적, 혁신적, 전략적 사고의 소유자)과 "관리자형"(작업의 탄력을 유지하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전략적인 계획을 고안하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 집행 라인에 있거나 보조적인 직무를 담당하는 여성들 모두 같은 위치의 남성들에 비해 지도자형 중역이 될 확률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주디 로제너는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던 국제 여성 포럼에서 발표한 리더십 설문에 관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연구 보고서에서 여성 응답자들이 그녀가 “상호 작용적” 경영 방식이라고 부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상호작용적 경영 방식의 소유자는 다른 이들의 참여를 적극 장려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활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로제너는 이들 여성 경영자들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때 최상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456명의 중역들(여성: 355명, 남성: 101명)의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연구는 전문가들이 소위 “변형적” 방식이라고 부르는 경영 방식을 여성들이 사용할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 또한 제시하였다. 이 경우 경영자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기업의 목표로 변형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남성 응답자들은 기존의 권위적 경영 방식에 더 치우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주로 작업 성과를 직원들과의 거래의 연속으로 보고 바람직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상을, 부진한 성과에 대해서는 벌을 주는 “거래적” 경영 방식을 채택한다는 사실을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어바인 캘리포니아 주립대 경영 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인 로제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남성들이 경쟁심이 강하고, 강인하며, 거칠고, 과감하고, 통제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도록 강요된 반면 여성들은 다른 사람에게 협력하거나 그들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때로는 감정적이거나 연약하게 보이는 것이 용인되어 왔습니다. 여성들이 더 쉽게 상호작용적인 경영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환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회사 경영 컨설턴트인 마릴린 로덴은 그녀의 저서 『여성적 리더십, 성공적인 여성 사업가가 되는 법』(Feminine Leadership, or How To Succeed in Business Without Being One of the Boys (Times Books, 1985))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어떻게 보면 미래의 도전들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과거에 성공했던 많은 남성 경영자들보다 여성 경영자들이 더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많은 특성들 – 배려심, 대인관계 기술, 직관적 경영 기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 은 주로 여성들이 그들의 일생을 통해 발전시켜왔고 발휘하는 특성들이다.”
회사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여성 창업주들은 그들의 회사가 남성 경영자들이 운영하는 회사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여성 기업가인 로라 헵더슨은 여성 기업주들을 위한 협회에서 후원하는 심포지엄에서 "여성들이 만들어가는 기업 구조는 팀빌딩과 유동성을 촉진하고 특정 집단의 세력 형성을 막기 위해 모든 임원들에게 균등한 권한을 부여합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헵더슨은 연 매출이 1천 1백만 달러에 달하는 메릴랜드의 보건 연구 및 정보 회사 프로스펙트 어소시에츠사의 사장이다.
로제너는 최초의 여성 중역들은 기존의 장벽을 넘어야 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던 경영 방식을 답습했다고 지적한다.
"이제 차세대 여성들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남성들이 사용하던 경영 방식과 습관들을 답습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들은 여성으로서 지금까지 공유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발전시켰던 기술과 태도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합니다."
엘렌 리치스톤은 이제 더 이상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남성들보다 더 남성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연 2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컴퓨터 제조사인 불 HN 정보 시스템사의 재정 담당 이사로 올해 39살인 그녀는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1898년 불 그룹의 계열사로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빌러리카사는 점차 심화되는 적자를 만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리치스톤을 고용하였다. 이제 그녀는 전 세계에 700명의 부하 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녀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일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여성들이 결국 성공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매우 “철저한 전문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남자처럼 보이는 옷을 입기 보다는 치마를 입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리치스톤의 경우는 자신의 사무실에 사탕 그릇을 가져다 놓는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탕 그릇이 “전형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는 물건”이라고 놀림을 받고는 했지만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친밀감을 촉진하는데 작은 사탕이 얼마나 큰 일을 하는지 놀라울 뿐이다”라고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