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별난 산행기
2011.2.12(토)
수서성가정산악회 29명 가족들 태우고, 7:05분 성당 앞을 출발한 신평고속관광버스는
가평휴게소에서 20분 정도 넉넉히 쉬었는데도 9시 조금 넘으니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다.
황매산,팔공산,선유도,석룡산,방태산,설악산,가야산,황악산,대관령....
늘 멀리만 다니다 모처럼 가까운 곳 잡으니 참 널널한 시간.... ㅎ
***김유정역(?)-이름 한번 멋지다!
경춘선에서 강촌 다음역은 65년간 신남역으로 불리었는데, 2008년이라나... 사람이름 을 딴 대한민국 최초의 역으로 다시 탄생!
김유정의 고향이고 어릴 적 이야기가 담겨있는 실레마을은 행정구역명으로는 춘천시 신동면 증리(시루 甑)....
실레는 산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떡시루같다고 해서 붙였다던가?
그리고 금병산은 틀림없이 비단 금, 병풍 병 錦屛山이 맞을텐데 인터넷 어디를 뒤져도 한자표기가 없다! 한자문화권에서 한자를 깡그리 지워버리니 한글로만은 뜻이 통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역에서 나와 시내를 지나 산길 쪽으로 막 벗어나려는데, 실레마을 공소 나온다. 참 아담하고 예쁘장한 성당건물.
춘천교구 6대교구장이셨던 장익요한주교님이 은퇴 후 이곳에 머무신다던데.사제관은 어디쯤일까...?
토요일 오전인데도 인적이 전혀 없고, 한없이 너그럽고 인자하신 화강암 성모상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한컷!
공소를 뒤로하고 산기슭을 향해 걸으니 이내 '봄봄'이란 음식점 나온다.
오늘 뒤풀이를 여기서 할까 했었단 얘기 얼핏 들었는데.....목조건물이 주변 숲과 잘 어울린다. 김유정~ 그리고 봄봄~
오늘 산행은 아무래도 그와 그의 대표작을 모르고야 아무 재미 없을 듯 하고, 음식점 이름도 마침 '봄봄'이고 하니 어릴적 학교에서도 배웠던(?) 그의 대표작 줄거리라 도 살짝 인용해서 훑어보기로 한다......................
'나'는 점순이와 혼인시켜 준다는 주인의 말만 믿고 3년 7개월을 사경 한 푼 안 받고 머슴 살이를 하고 있다.
주인인 봉필에게 딸의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달라고 하면, 그는 점순이의 키가 미처 자라지 않아서 성례를 시켜 줄 수 없다고 한다. 어제 화전밭을 갈 때 점순이는 밤낮 일 만 할 것이냐고 따졌다. 나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오히려 장인에게 뺨을 맞게 된다. 나는 장인을 구장 댁으로 끌고 가 혼인 문제에 대해 해결을 보려고 한다. 구장은 빨리 성례를 시켜 주라고 하지만 장인은 점순이가 덜 컸다는 핑계를 또 한 번 내세운다. 그 날 밤,
뭉태에게서 내가 주인의 세 번째 데릴사윗감이며, 재작년 가을에 시집 간, 주인의 맏딸이 머슴 대신 데릴사위를 열 명이나
갈아치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 될 점순에게 병신이란 말을 들은 '나'는 일터로 나가다 말고 멍석 위에 드러눕는다.
이를 본 장인은 징역을 보내겠다고 겁을 주지만, 징역 가는 것이 병신이란 말을 듣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나'는 그저 말대꾸만 한다. 화가 난 장인은 지게 막대기로
'나'의 손과 발을 마구 때린다. 점순이가 보고 있음을 의식한 '나'는 장인의 수염을
잡아챘다. 바짝 약이 오른 장인이 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고 내가 거진
까무러치자 장인은 나의 바짓가랑이를 놓아주었다. 내가 엉금엉금 기어가서 다시
장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자 장인은 점순을 불렀고, 내게 달려 들어 귀를
잡아 당기며 우는 점순이를 보면서, '나'는 그녀의 알 수 없는 태도에 넋을 잃는다.........
민초들의 고달프고 답답한 삶을 구수한 해학으로 잘도 버무려 놓았다.
웃음을 통한 현실 들어내기~ 절묘하다.
이토록 아까운 인재들은 어쩌자고 그리 세상 일찍 버리고...ㅉ ㅉ
그렇다면 나는? 인재 아니라고 나머진 모두 다 시래기요 밥버러지라는 얘긴 아니지만....ㅎ
"누군가 너희를 억지로 사랑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오직 스스로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야 할 뿐이라는 것을 배워야 하느니라"
하모요!
각설하고~
조금 전 진입로에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쓸고있다가 지나치는 우리들에게 일일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 바로 그 이? 가
바로 이 마당 넓은 음식점 주인이었나 싶다.
그 목조건물 내부가 자못 궁금하지만 오늘 뒤풀이 예약이 이집이 아니라니 더 이상 미련은 뚝~
공기 맑은 근교시골에서 아담하게 나무건물 짓고 사니 얼핏 낭만적이기도 하고.......
긴 진입로 때맞춰 눈 쓸어주느라 자주자주 바쁠걸 생각하면 몸 고생 만만치 않아보이기도 하고...........
오늘 금병산 산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으니 몸마음이 더없이 편안해 진다.
아침마다 숲길을 거닙니다
움트고 새 날아 말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숨구멍이 저절로 열립니다.
발걸음이 빨라지면 나무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속상한 일이건 기분좋은 일이건 그런건 죄 뿜어버리고/
제 생명의 숨결 실컷 마시라 합니다
숲 속의 한 시간으로 하루 스물세 시간이 편안합니다.
어제 마신 술이 냉수가 되고 피운 담배는 안개처럼 걷힙니다.
오늘도 숲길을 거닙니다.
비가 오면 비와 더불어
눈이 오면 눈과 더불어
바람불면 바람과 더불어
나는 날마다 오늘입니다........ 김형영 <산책>
그렇게 숲내음 실컷 마시며 걷고 걸어서 도착한 정상 바로 옆 넓은 공터(헬기장?)에서
간식타임을 갖는 우리 외에도 시산제를 하는 산악회 한팀 더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면 키스트?카이스트? 뭐, 그런 쪽이겠지?
김 모락모락 나는 팥떡이 엄청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양도 푸짐해 보이기에 좀 얻어올까 하다가 말았다.
우리 일행이 너무 많기도 하고, 왠지 쪽 팔릴 거 같기도 하고...ㅋㅋ
정상에서 춘천시내 석사동 쪽을 꼼꼼이 내려다 보기도 하고, 사진도 몇 컷 찍기도 하고..
이윽고 김유정문학촌 방향으로 빙 돌아 하산하기로 하는데, 보기보단 제법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가다보니 어디쯤이었나? 앞서 가신 요아킴회장,요셉총무 함께 기다리고 계시네!? 왠일일까?
아브라함형제님 안 모시고 왔냐고요? 어헛......
나중에 알고보니 식사 후, 정상에서 사방 둘러보며 사진 좀 찍다보니 아무도 안보이시더래나?
그래서 올라온 길로 되돌아 내려가는 중에 총무님 전화를 받고서야 아차 싶어서 방향 틀었다니.....
38년 호랑이형님, 주의집중이 잘 안되신 모양이다.
나도 또 워낙에 비서과 쪽도 아니고, 의전도 약하고.... 내 앞가림하기에도 늘
버겁다보니....
어쨋거나 적지않은 부담감을 안고, 요셉총무와 함께 형제님 찾으러 출발지 방향으로
질러 가 보기로 한다.
산길이 복잡하지는 않으니 곧 만나기는 할거라고 생각하면서 숲길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어어랏?
이쪽 길은 예정에 없는 길인데, 이 길로 먼저 내려가는 우리 일행이 또 있네?
시몬형제와 자매님 만난다.
밋밋한 산이라서 길이 아무데로도 다 나있어 보인다.
어느쪽으로 가도 빙 돌아서 문학촌 쪽으로는 가게 되어있는 모양이지만 오늘 이 실레마을 둘레길을 우리가 다 전세내고 말았다...ㅋㅋ
한참 더 가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오른 쪽으로 내려가야 하니 산쪽으로는 올라가지 않고
잠시 기다려보기로 하는데 앗 저~만치에서 작은 점처럼 왠 노인 한분 털레털레 걸어오는 모습 보인다.
요셉형제는 눈도 참 밝다. 그리고 휴대폰통화로 방향을 이쪽으로 꺾도록 지시를 했다는데, 그 감도 절묘하게 딱 들어맞았다.
시간 차 많이 나지않고 바로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다.
자~ 서둘러 갑시다.모두가 먼저 가 있을 그 곳으로...
뒤풀이 예약집 [시루]를 향해 열심히 걸어 이윽고 당도해 보니 아담하게 참 잘 지은 예쁜 음식점이었다.
S전자 퇴직한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와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데, 안주인 하모니카님 닮았는지 아들도 딸도 다 잘 생겼다.
지난달 산행때부터 예고되었던 아브라함형님의 한턱이 이곳에서 근사하게 펼쳐진다.
돼지두루치기와 두부요리....각종 주류....
그런데 38년,40년,41년 노장 세분이 한자리에 앉게되고 각종 주류가 엉키면서 형님에게만 특별한 영감을 불러일으키셨나?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흥얼거리시던 1호,2호,3호 노래가 아마도 거기서 만들어졌다고 보인다.
음식점 나올 무렵에 형님이 너무많이 취해서 작은(?) 오해와 혼선이 있었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귀가 때에 만만치 않은 실수가 계속되었었지만
토,일 지나고 월,화 쯤엔 모든게 다 바로 해결되었다고 안다. 이분 저분 모두 다들 참 좋으신 분들이시다.
오늘 산행후기는 나무도 숲도 새도 구름도 바람도 별로 없이 이쯤에서 그치고,
식사 후에 둘러본 김유정문학촌 구경한 소감을 겸해서 소설가 김유정에 대한 공부 한번 해 보는걸로 마치자~
집단지식의 시대이다. 뒤지면 다 나온다. 마구마구 인용한다....모두가 똑똑해 지는 순간!
......김유정은 1923년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 4학년을 졸업하고,휘문고보를 거쳐 1930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으나 곧 제명처분을 당했다. 이듬해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퇴학했다.
1933년 서울에 올라가 산골 나그네와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했다.
일제 강점기 암울한 시기 1930년대 한국문학에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 김유정은 강원도 춘천시 실레면에서 출생하여 29이라는
이른 나이에 요절하였다.
김유정은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29세를 일기로 요절하기까지 불과 2년 동안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겼다....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낙비가 당선되며,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가작으로 입선.
같은 해 구인회 후기동인으로 가입하면서 금따는 콩밭,산골,만무방,봄봄,안해 등을 발표하였다.
1936년에는 가을,두꺼비,이런 음악회,동백꽃,정조,슬픈이야기 등을 1937년에는 땡볕,따라지,연기,정분을 잇달아 발표했다.
김유정은 1937년 3월 29일 사망하였는데 2년이라는 짧은 창작기간 동안 30여편의 소설과 10여 편의 수필을 발표하는 창작력을
발휘하였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의 띄어난 해학정신으로 독특하게 짜여져 있다.
그의 해학은 비참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직선적인 반응이 가져올 상처를 미리 예방해 주면서,피동적인 위치에서
무한히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정신의 장를 강조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웃음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허무주의적 패배감이나 감상적 울분에 빠지지 않고, 그 고통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현실적 삶의 염원이 함축된 해학정신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행위 역시 겉으로는 비록 우둔하고 비속하게 보일지라도 고통스러운 외적 세계와 가혹한
주위환경에 무기력하게 굴복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하층민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유정역!
그리고 김유정문학촌!
이곳 말고도 스토리텔링이 전국 곳곳에서 살아나
문화유산 되살려내기와 침체한 지역경제 살리기에 같이 도움이 되면 더없이 좋은일 아니겠는가? 참으로 멋진 일!
첫댓글 멋진 산행 후기 항상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힝상 부럽습니다.정말 마음 고생 많으셨조.
하이고~ 다 고생하셨죠...참,스틱도 찾아드렸으니 마무리 다 잘 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