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만천 사거리 외곽도에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거두리에 처가가 있어서 고자 처가집 드나들듯 자주 그곳을 지날 때면 마네킹 인부를 만난다.
봄인데도 살을 에이는 추위가 강바람과 합세해서 요즘 한창 대지를 기죽인다.
그런데도 밤낮 쉬지않고 서서 교통질서에 일조하는 마네킹을 보며 사람은 아니지만
곁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면 어느새 심중의 말을 던지곤 한다.
-춥지? 오늘도 간과 쓸개를 빼놓고 서 있는거지?
-어때 비상등을 보고 잘 따르냐?
-팔 아프지? 웃어봐!
인간의 행동을 모방해 팔을 아래 위로 내리고 올리는데 통 말이 없다.
영화 로보캅에 기계인간이 재탄생한다는데 저 마네킹도 뇌라는 세포덩어리 기계를
머리에 얹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마네킹을 보노라면 인조인간, 로보트가 도래할 날도 멀지 않았음을 느끼며
자유의지 착시 칩을 착용한 인조인간이 과연 어떨까 그려본다. 바로 그때였다
-요셉! 신호등 떨어졌어 왜 안가요. 빵-빵- 빵-.
부리나케 달리는 뒷모습을 보며 마네킹이 그제야 웃는다.(끝)
출처: 정족리 가족친목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