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쿠폰시대 쿠폰족들은 부지런했다. 신문지를 뒤적여가며 쿠폰을 가위로 오려낸 뒤 지갑에 따로 보관해 두곤 했다. 각종 쿠폰들로 가득 찬 지갑은 두툼했고 미처 사용하지 못한 채 날짜가 지나버린 쿠폰을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온라인쿠폰시대 쿠폰족들도 바쁘기는 매한가지다. 메일만 열면 여러 업체에서 보내준 쿠폰들이 종류별로 가득 쌓여 신문지를 뒤적이는 수고로움은 덜 수 있었지만 쿠폰을 출력해서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해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번거로움 없이도 간편하게 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 문자 서비스인 MMS기술을 응용해 클릭 몇번이면 자유롭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쿠폰' 덕분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모바일쿠폰의 활성화가 반가운 건 마찬가지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종이쿠폰보다 더욱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성과 편리함이 최대 장점
올해 대학 졸업반인 공윤선(26) 씨는 요즘 할인쿠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뮤지컬과 같은 문화공연을 볼 때 40% 정도 할인 받는 것은 기본. 이번 주말에는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용평으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비용 부담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렌터카는 30% 할인 받은 금액에 빌린데다 호텔 역시 1박 요금은 무료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교통비와 숙박비의 상당 부분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혜택을 받기 위해 공씨가 준비한 것은 달랑 자신의 휴대폰뿐. 공씨는 "요즘은 동네 비디오가게나 통닭집까지 쿠폰이 발행될 만큼 쿠폰이 넘쳐나고 있지만 사실 그 많은 쿠폰을 일일이 오려가며 활용하기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며 "모바일쿠폰은 휴대하기도 편하고 쉽게 관리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쿠폰 활용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쿠폰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휴대성'과 '편리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휴대폰 사용 인구는 4300만명 정도. 보급률만 해도 90%를 훌쩍 넘어선다. 국민 1인당 1대씩 휴대폰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휴대전화를 이용한 데이터 통화량이 음성 통화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도 마케팅 측면에서 모바일쿠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휴대폰 무선인터넷이용 실태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10대와 20대의 무선인터넷 이용률이 70%를 훌쩍 넘어서고 있는 것. MMS나 동영상 메일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이 앞으로 더욱 보편화 될 것임을 예측하게 하는 부분이다.
조형섭 LG데이콤 eBiz사업부 차장은 "이미 휴대전화와 같은 모바일 기기는 생활 속에서 가장 친숙한 매체로 자리잡은데다 특히 MMS와 같은 데이터통신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수단으로서 모바일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휴대폰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모바일 쿠폰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효과 높아 기업들 관심 급증
국내 모바일쿠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건 2006년 12월 SK텔레콤의 '기프티콘' 서비스가 출시되면서부터다. 네이트온이나 웹사이트에서 선물을 골라 쿠폰을 상대방에게 보내면 받은 사람은 매장에서 쿠폰을 해당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돼있는 이 서비스는 하루 이용자만 1만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초기 20여개에 불과하던 기프티콘의 상품 수는 현재 100~120개 정도. 2년 사이에 상품 수도 제휴업체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LG데이콤은 지난해 11월 이동통신 3사의 고객에게 한꺼번에 3장까지 모바일 쿠폰을 발송할 수 있는 '모바일쿠폰북' 서비스를 실시, 마케팅 툴로서 모바일쿠폰의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SK네트웍스 역시 올해 3월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무료ㆍ할인쿠폰을 제공하는 'OK쿠펀'을
출시하며 모바일쿠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양승원 SK네트웍스 플랫폼사업팀 과장은 "현재는 모바일쿠폰이 도입단계라 아직 그 성과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모바일시장에 대한 잠재력이 무한한데다 인쇄 비용 등을 절감하면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쿠폰에 관심을 갖고 제휴를 문의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쿠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 모바일쿠폰을 활용해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현대카드는 LG데이콤의 '모바일쿠폰북' 서비스를 통해 한 백화점 고객들에게 쿠폰을 대량으로 발송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벤트 참여 고객 수가 예전에 비해 2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매출액 역시 2.5배 가량 상승했다.
맹현경 현대카드 브랜드기획팀 대리는 "처음에는 실효성에 의문을 가졌지만 실제 모바일쿠폰을 사용해 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며 "앞으로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레드망고도 모바일쿠폰을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도 꼽힌다. 레드망고는 지난해 1월 모바일 게임 '레드망고 타이쿤'을 출시하며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모바일쿠폰 서비스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온라인에서 레드망고를 즐기는 잠재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택한 마케팅 방법이었다.
현재 레드망고를 방문하는 고개들의 쿠폰 사용을 비교해 봤을 때 모바일쿠폰을 사용하는 경우는 종이쿠폰에 비해 5~6배, 온라인쿠폰에 비해서도 3~4배 정도 많다. 그만큼 모바일쿠폰이 다른 쿠폰에 비해 고객을 유입하는 마케팅 효과가 높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바일쿠폰을 활용한 마케팅이 초기 시장인 만큼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양승원 SK네트웍스 플랫폼사업팀 과장은 "모바일쿠폰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업체 대부분이 스타벅스나 CGV같은 외식업, 티켓판매 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쿠폰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야 쿠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기업들 역시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댓글 좀 편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