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엔도 슈사쿠(1923~1996)-
17세기 일본의 역사적 사실과 기록에 기반해 창작한 역사소설이다. 에도 시대 초기 그리스도교 박해 한가운데 놓인 포르투갈인 사제를 통해, 신과 신앙의 의미를 다뤘다.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레이엄 그린으로부터 '엔도는 20세기 기독교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이다'라는 찬사를 받는 등 전후 일본 문학의 대표작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해설
17세기 일본 막부의 가톨릭 탄압을 소재로, '인간이 고통받을 때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라는 그리스도로서의 질문을 담았다. 등장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심리묘사가 장점이자 특징이다. 특히 고문당하는 교우들을 위해서 배교할 것인지 고민하는 가톨릭 신부 호드리구의 고뇌와 그리스도와의 대화 장면은 엔도의 작가로서의 실력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앙이 잘 묘사된 장면이다. 한국에서는 1982년 홍성사에서 출판했으며, 2002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역사적 배경
이 작품은 그리스도교 박해 시기 일본에서 선교하다 배교한 실존 인물 크리스토방 페헤이라와 주세페 키아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쓰여졌다. 페헤이라는 작품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등장하며, 키아라는 세바스티앙 호드리구로 그려져 있다. 실제의 키아라는 시칠리아 출신의 이탈리아인으로 일본에 들어가기 전에는 만난 적도 없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는 사제 관계 설정을 위해 포르투갈인 호드리구로 각색되었다.
크리스토방 페헤이라는 그리스도교 탄압이 극에 달하던 1609년에 일본으로 잠입, 일본교구장 대리를 맡아 다년간 예수회 조직을 이끌었다. 이후 1633년 나가사키에서 체포되어 다른 사제, 신자들과 함께 5일간 혹독한 고문을 받는다. 여기서 나카우라 줄리앙(中浦ジュリアン) 등의 신자들은 순교하였으나, 페헤이라는 끝내 배교하게 된다. 배교 후에는 사와노 추안(沢野忠庵)으로 개명하고 일본인 부인과 결혼하여 막부에 협력한다. 교구장급 사제의 배교 소식에 로마 가톨릭 교회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고, 많은 선교사들이 일본 잠입을 지원한다.
키아라도 이에 동참한 예수회 선교사의 한 명으로, 필리핀을 거쳐 일본에 잠입했다. 이후 현재 후쿠오카 현인 지쿠젠 국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1643년 5월에 체포되어 나가사키로 압송된다. 다시 7월에는 에도로 압송되었으며, 여기서 당시 에도 막부의 오메츠케(大目付) 직을 맡고 있던 이노우에 마사시게에게 보내진다. 이노우에 마사시게는 작중에서 이노우에 치쿠고노카미라는 이름으로 그려져 있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노우에는 그리스도교 탄압과 시마바라의 난 진압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이 공적으로 석고 1만 3천석의 다이묘에 봉해졌다. 이노우에는 페헤이라와 키아라의 만남을 주선하여 배교하도록 강권하였다. 뒤이어 키아라는 막부의 중신 사카이 다다카쓰, 홋타 마사모리 등의 관저에서 취조를 받았으며, 이 과정은 당시 쇼군이던 도쿠가와 이에미쓰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결국 거듭된 고문 끝에 키아라도 페헤이라처럼 배교하게 된다. 나중에 오카모토 산에몬(岡本三右衛門)이라는 일본인 순교자의 이름과 후첩을 물려받았으며, 그리스도교 및 선교사에 대한 정보 제공과 배교 설득에 협력하다가 1685년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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