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하순으로 들어서니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의 숲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만 간다.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고, 대부분 나무는 서로 비슷비슷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수많은 나무가 펼치는 녹색의 정원에서 눈도장 제대로 찍으며 홀딱 반하게 하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산딸나무다.
화려했던 이른 봄꽃들이 하나둘씩 지고 나면 팥배나무를 시작으로 산사, 이팝, 마가목, 때죽, 아까시나무 같은 하얀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오뉴월에는 유난히 흰 꽃들이 많이 피는 거 같다. 순백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했던 죽마고우 배 면장은 이제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같아 싫다지만, 머지않아 쥐똥나무꽃도 담장 너머 찔레꽃도 그윽한 향기로 우리 곁을 다가올 것이다. 굳이 흰머리라 하지 않고 ‘로맨스그레이(romance grey)’쯤으로 불러두자.
산딸나무(Kousa Dogwood, 四照花)는 층층나뭇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층층나무처럼 가지가 넓게 층을 이루며 자란다. 꽃은 네 장의 꽃잎이 마주 보며 붙어 있는데, 가지 끝에 수백 개씩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토종 산딸나무꽃은 여러 가지 색이 섞이지 않아 청순하고 담백한 순백의 꽃이다. 꽃잎처럼 보이는 네 개의 편(片)은 사실은 꽃이 아니라 꽃을 싸고 있는 꽃받침이며, 그 가운데 부분에 작게 모여있는 것이 진짜 꽃이다.
산딸나무 열매
산딸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자라며, 키가 5~10m 정도다. 꽃은 오뉴월에 피며 손가락 마디만 한 동그란 열매가 긴 자루 끝에 열려 가을에 빨갛게 익는다. 표면에는 거북이 등 같은 무늬가 있고, 열매는 흔히 먹는 딸기와 비슷하게 생겨서 산딸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산딸기나무와 이름이 비슷하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산딸기나무와는 엄연히 다른 식물이기 때문이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뭇과, 산딸기나무는 장미과로 분류부터 다르다.
산딸나무 꽃잎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두 장씩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데, 유럽의 여러 기독교 국가와 미국에서는 십자가 모양의 꽃과 아름다움 때문에 산딸나무를 정원수로 널리 심는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데 주로 흰색이 주류를 이루며 노랑, 분홍, 빨강 꽃도 이따금 얼굴을 내민다.
이들은 미국산딸나무, 꽃산딸나무, 무늬산딸나무, 수양산딸나무 등으로 불리며 원예종으로 개량된 것인데, 멕시코나 일본에서 들어온 것도 있다. 꽃산딸나무는 화려한 색감의 꽃이 더욱 풍성하고 모양도 선명하다. 특히 ‘매직 도그우드’란 애칭의 꽃은 모양이 입체적이면서도 매우 독특해 정원에 심기에 안성맞춤이다.
산딸나무 단풍
산딸나무는 녹음과 대비되는 흰 꽃과 빨간 열매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다 보니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최고의 인기 조경수다.
산딸나무 잎
※ 관리 포인트
- 응달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지만 햇빛이 풍부한 반그늘 또는 양지바른 곳도 괜찮다.
- 내한성이 강해 전국 어디서든 잘 자라지만 염분에 대한 내성이 낮아 바닷가에서는 자라기 힘들 수 있다.
- 유기물이 풍부한 산성 토양이 적합하며 배수가 잘되게 해야 병충해에 견디는 힘이 생길 수 있다.
- 탄저병과 흰가루병 등 곰팡이로 인한 질병에 취약하지만 일부 품종은 이런 질병에 저항력이 강하게 개량됐다.
- 옆으로 길게 뻗은 불필요한 가지나 너무 높이 자란 가지는 분기점 위에서 전정한다.
- 번식은 꺾꽂이로도 가능하나 주로 햇가지의 충실한 부분을 잘라 접붙임 한다.
출처 : 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