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Letter" -일본문학의 미의식 |
|
|
|
|
|
|
|
|
|
|
<목차>
Ⅰ. 들어가기
Ⅱ. 영화<러브레터>
(1) <러브레터>의 내용
Ⅲ.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일본문학의 모습들
(1) 일본 문학의 벚꽃의 정통성과 영화<러브레터>
(2) 백색의 상징성과 영화<러브레터>
(3)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닮은 사람의 이미지 -『겐지 모노가타리』
(4) 일본문학에서의 ‘훔쳐보기‘ 기법
(5)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미의식 -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
Ⅳ. 일본문학의 두 가지 흐름
Ⅴ. 나가기
☆참고자료
http://www.nuch.ac.kr/genji/index.html
http://my.dreamwiz.com/junypark/movie/ebs/ebs-d-05.htm#
http://ppcl.cnu.ac.kr/my/love/loveletter/writings/sakura05.htm
『 청령일기 』의 「 아와레 」에 관한 일고찰 - 박윤호
한국일본학회 | 일본학보 | 1993
일본학보, Vol.31, No.0, Startpage 159, Totalpage 31
http://www.filmjournal.cau.ac.kr/num07/trans/aaron_gerow.html
『일본 고전의 방랑문학』, 김충영, 안암신서7, 1997
『일본문학 이해』, 김문길 외 3인, 형설출판사, 1998
Ⅰ. 들어가기
1945년 해방이후 줄곧 일본문화의 국내침투를 막아왔었고, 부분적인 누수는 있었지만 대체로 반 백년 가까이 가장 가까운 나라의 가장 대중적인 문화의 국내유입을 차단시켜왔다.
그들의 개방적인 문화는 유교적인 우리나라의 의식과 맞지 않으며, 일본문화를 개방했을 경우의 문화적 충격이 클 것이며 우리의 문화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인위적인 장벽은 정부의 정책변화와 인터넷 등 기술적인 문제로 놀랄 정도로 급속히 무너져 내렸고, 일본문화의 개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일본문화 유입의 초반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개봉된 일본영화 〈가게무사〉,〈하나비〉,〈우나기〉등이 그렇게 경쟁력 있는 상품이 아니란 것이 알려졌고, 또한 일본문화의 한국적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판 실락원〉,<산전수전〉등이 비참한 흥행성적을 거두었기에 일본 문화에 대한 시각이 좀더 현실화될 수 있었다. 게다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국산영화의 선전을 비교해본다면 일본문화에 대한 우월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콜라 문화', '청바지 문화', '노래방 문화' 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듯이, 문화가 일종의 산업이 되어버린 요즘, '일본 문화'라는 것은 다원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사무라이 문화'나 '기모노 문화', 혹은 '음란퇴폐 문화'의 상징으로까지 취급받던 일본의 대중문화는 음악과 영화라는 신세대 취향의 영상문화에서는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수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신세대적 문화는 소수의 매니아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아이들이 〈드래곤 볼〉만화를 보고, 학생들이 〈X-Japan〉시디를 모으고, 소녀들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열광하더라도, 그것은 이른바 '오타쿠1)' 이상의 파괴력은 보이지 못했다.
초기의 문화개방의 우려와는 달리 국내의 문화수용의 폭과 방식을 확연히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문학의 힘과 우수 영화에 대해 더욱더 환상과 기대를 증폭시켜왔다. 대중적인 문화와 순수문학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일본문화는 선정적이고 파괴적인 것뿐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고대의 문학작품으로부터 이어져오는 그들만의 순수한 감수성을 찾아보고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일본문화 개방이후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된 영화 <러브레터>를 통하여 일본문학의 정서가 어떻게 전해져 오고 있는지, 또한 영화에 나타난 일본문학 작품과 미학을 알아보고자 한다.
Ⅱ. 영화<러브레터>
영화 <러브레터>는 일본에서 저명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극장용 영화 데뷔작이다. 이와이 감독은 이 영화 이전에 이미 열 편 가까운 텔레비전 방영용 영화를 만들었다. 이들 소품들은 우리나라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두 인기 있는 작품이다. 그가 이전의 일본 영화계의 거장들과 다른 점은 그가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도 수용가능한 일본심성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시아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성을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인류의 사랑과 열정을 순수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그의 영화가 '그림엽서'같고, 그의 대사가 순정만화에 나오는 대화들 같고, 그의 영화주인공이 하이틴 로맨스의 히로인인 것은 그러한 기초에서 시작되는 것들이다. 그런 영화가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다분히 소녀적 감상과 동화적 몽상인 것이다.
(1) <러브레터>의 내용
와따나베 히로꼬는 2년 전에 죽은 옛 연인 후지이 이츠키(남)의 추도식에 참석하게된다. 식이 끝날 무렵 옛 연인의 아버지의 부탁에 의해 그의 어머니를 차로 모셔드리면서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우연히 그녀는 그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그가 중학시절, 지금의 도시(고베시)로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고베에서 떨어진 ‘오타루’ 라는 작은 도시의 이전 주소를 찾아낸다. 그러나 그 주소는 이미 예전에 국도가 나면서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그의 어머니에 의해 알게되지만 짤막한 인사말로서 받지 못할 편지를 띄워본다.
며칠 후 그녀는 ‘오타루‘에서 ’후지이 이츠키로’2)부터의 답장을 받는다. 히로코는 과거와 결별하기 위해 아키바와 함께 ‘이츠키‘를 만나러 오타루로 간다. 히로코와 ’이츠키’는 서로 길이 엇갈려 만나지는 못하지만 히로코는 어렴풋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츠키‘의 모습을 본다. 히로코와 꼭 닮은 ’후지이 이츠키‘는 자신의 연인인 후지이 이츠키와 같은 학교 같은 반을 지냈다. 히로꼬는 이츠키의 어릴 적이 궁금해져 추억을 나누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히로꼬와 ’이츠키‘의 '추억 나누어 갖기'가 시작된다. 이츠키와 ’이츠키(여)‘는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많은 놀림을 받는다. 게다가 도서반원도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둘이서 시작하게 된다. ’이츠키‘는 자기에게 장난을 치면서 다른 사람이 읽지 않는 책의 독서카드에 자기의 이름을 적어놓는 취미를 가진 이츠키을 이상하게 여긴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던 ‘이츠키’는 조금씩 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노스탤지어에 빠진다. 그러나 히로코는 이츠키가 살아 있을 때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자신에게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점차 이츠키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이츠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를 잊으려 노력하고 결국 이츠키가 죽은 산으로 가서 자신의 의문을 풀고 이츠키에게 "잘 지내고 있나요?"를 외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어느날 ‘이츠키’에게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도서반원 후배들이 찾아온다. 그 도서반원들이 ‘이츠키’에게 내민 독서카드의 뒷면에는 이츠키가 그린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스케치되어있다.
Ⅲ.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일본문학의 모습들
(1) 일본 문학의 벚꽃의 정통성과 영화<러브레터>
일본인들은 벚꽃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고전문학에도 꽃이라는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꽃은 대개 벚꽃을 가리킨다. 이것은 중고 시대 중기 이후에 궁정의 귀족들에 의해 매화를 대신하여 벚꽃이 유달리 애호되기 시작하면서 생긴 경향이라 추측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사이교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가의 벚꽃에 대한 애정은 흡사 사랑에 빠져 연모의 정으로 가득 찬 사람과도 같이, 벚꽃을 그리워하고 예찬하고 번민하는 심정을 노래에 담아 읊고 있다.
벚꽃 안 지고
달빛 흐리지 않고
세상이라면
더 이상 번민 없을
나의 몸이 되련만 3)
「언제나 벚꽃 지는 일 없고 달빛이 구름에 가려 흐려지거나 안 보이게 될 적이 없는 세상이라면 벚꽃 질 일을 앞당겨 걱정하고 구름에 가린 달을 안타까워해야 할 일이 없을 터이므로 더 이상 나에게 번민할 일이 없게 되련만」이라는 뜻으로 벚꽃과 달을 지극히 사랑한 사이교다움이 역력히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와 같은 사이교의 벚꽃 사랑은 죽음과 관련하여 읊은 다음의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확인된다.
내 바라건대
벚꽃 나무 아래서
봄에 죽고파
음력 이월 어느 날
보름달 뜰 무렵에 4)
내 영전에는
벚나무 꽃송이를
바쳐 주게나
나의 극락 왕생을
누가 빌러 준다면 5)
위의 두 작품에서 보듯이 사이교는 죽는 시기까지 꽃과 달이 한데 어우러질 음력 이원 보름달 뜰 무렵을 소망했고 또 실제로 이 소망대로 그는 이 무렵에 생을 마감했다. 뒤의 작품은 사진이 죽고 나서의 일을 부탁하는 조의 노래이다. 죽고 나서 혹시 누군가가 자신의 내세를 위해 빌려 준다면 다른 것을 필요 없고 벚꽃 한 송이만 자신의 영전에 바쳐 주면 족하겠다는 뜻이다. 실로 죽음까지도 뛰어 넘는 한없는 벚꽃에의 사랑이라 할 만하다.
위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문학작품에서의 벚꽃사랑과 사이교의 벚꽃과 죽음에 관한 것들이 영화 <러브레터>에도 나타난다. 눈이 많은 북해도의 지방 도시 오타루에서 ‘이츠키‘와 그녀의 친구가 와타나베 히로코가 보낸 편지를 읽어보며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6)
拜啓, 藤井樹樣,
今日(きょう) 歸(かえ)りの 坂道(さかみち)で 櫻(さくら)の
つぼみが ふくらんで いるのを みつけました.
こちらは そろそろ 春の氣配(けはい)です.
渡邊博子(わたなべひろこ)
(후지이 이츠키씨에게 -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언덕에서 벚꽃 봉우리가 부풀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곳은 봄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 와타나베 히로코.)
友人 : 「きてるは」
(친구: 그거야!)
樹 : 「梶井基次郞にあるでしょ?」
(이츠키: 카지 모토지로에 있지?)
友人 : 「櫻の木の下には 屍體(したい)[が]うまっている」
(친구: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樹 : 「あと, ほら,坡口安吾のさん...」
(이츠키: 그리고, 그래, 사카구치 안고씨...)
友人 : 「櫻の森の滿開の下」
(친구: "만개한 벚나무 숲 아래.")
樹 : 「そうそう.やっぱりよね, 櫻っていうのは そういうもんよね」
(이츠키: 그래, 역시, 벚꽃이란 그런 거네.)
友人 : 「そういうもんよ」
(친구: 맞아, 그런 거야)
樹 :「その わけの わかんない 手紙でしょ, 風邪藥ででしょ,それに 櫻と春のけはい」
(이츠키: 영문을 알 수 없는 편지에, 감기약에. 게다가 벚꽃에 봄기운...)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벚꽃의 의미와 이미지를 알기 전에 이츠키와 친구의 대화에 나오는 카지 모토지로와 사카구치 안고의 벚꽃에 대한 작품을 먼저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카지 모토지로는 1901년에 나서 1932년에 31세로 요절한 작가이다. 그는 짧은 글 『벚나무 아래엔』을 통해 일본 문학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것은 그가 죽기 5년 전쯤에 쓴 짧은 작품이다. 당시 카지는 경도제대병원에서 자신의 병의 진단을 통보 받은 직후였다. 한 온천지대로 정양을 가서 이 작품을 썼다. 아마도 그는 푸른 하늘의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벚꽃, 밤의 어둠에도 지지 않는 농후한 향기와 색깔을 내뿜으며 마음껏 피어있는 벚꽃을 보고 그 넘치는 생명의 감각에 일종의 공포를,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타오르는 선망의 감정을 느낀 것이라 생각된다. 아래에는 『벚나무 아래엔』작품 중의 일부이다.
『벚나무 아래엔』7)
벚나무 아래엔 시체가 파묻혀 있다!
이것은 믿어도 좋은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그렇지 않다면 벚꽃이 저렇게나 멋지게 피는 일 같은 것은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저 아름다움이 믿어지지 않아서 요즘 이삼일 불안했다. 그러나 지금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파묻혀 있다. 이것은 믿어도 좋은 것이다.
.....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을 찌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묘지를 파헤치고 시체를 즐기는 정신이상자와 같은 잔인한 기쁨을 나는 맛보았던 것이다.
이 계곡에서는 그 무엇도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한다. 꾀꼬리나 박새도, 하얀 햇빛을 새파랗게 연기처럼 흩뿌리고 있는 나무의 새싹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몽롱한 심상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비참한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 평형이 있은 다음, 비로소 내 심상은 명확하게 된다. 내 마음은 악귀처럼 우울함에 목말라 있다. 나의 마음에 우울함이 완성되어야만 나의 마음은 부드러워진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사카구치 안고에 대해 알아보자. 사카구치 안고는 1947년에 『만개한 벚나무 숲 아래』라는 단편 소설을 썼다. 이것은 만발한 벚꽃과 여자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한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고독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문장이 몹시 아름답고 감동적인 훌륭한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다. 8)
이 이야기에서, 남자는 "만개한 벚나무 숲"과 "여자"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신이 무슨 행동
을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남자의 산과 여자의 도시, 그리고 남자의 "영원한 고독의 세계"와
여자에 있어서 목을 갖고 노는 유희가 정 반대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산에 돌아오던 남자는
등에 업은 여자를 귀신이라고 느끼고 목 졸라 죽인다. 여자는 영원의 고독을 잊게 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벚꽃의 아름다움"은 그 영원의 고독에 진정으로 직면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영원의 고독"에 직면시키는 존재가 "벚꽃의 아름다움"이고, 그 세계로부터 남자를 멀어지게 한 것이 "여자의 아름다움"이라면, "여자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은 영원의 고독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한 남자의 행위의 결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벚꽃의 아름다움"은 남자를 다시 한번 영원의 고독에 직면시키기 위해 여자를 귀신으로 변하게 만든 것이다. 영원의 고독에 마음이 끌린 남자는 "여자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며 그것이 바로 여자의 존재가 소멸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이 두 작품을 통해 이츠키와 그의 친구가 생각한 벚꽃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 영문도 모를 편지를 보내고 감기약까지 보낸 후에 벚꽃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 와타나베 히로코라는 존재가 이츠키‘에게는 시체를 그 뿌리로 움켜잡아 양분을 빨아먹고 여자의 아름다움과 경쟁할 수 있는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난 벚꽃처럼 자기에게 들러붙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존재로 느껴져 오는 것이다. 그것도 영원히 떠나지 않을 존재로서 말이다. 또한 여기에 나타난 벚꽃과 죽음에 관한 이미지는 후에 나타날 ’이츠키‘와 동명이인의 남자아이 이츠키의 죽음을 미리 암시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2) 백색의 상징성과 영화<러브레터>
어떠한 색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인 연상을 하여 일반화된 이미지를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색의 상징성과 의미는 모든 나라 혹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민족적 전통이나 습관 등에 따라 전혀 의미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색채에 대한 선호도나 종교적인 의미, 봉건 제도에 의한 위계나 등급에 의해서도 색채의 상징은 영향을 받는다.
여러 가지 색 중에도 흰색은 이러한 색의 상징성을 강하게 띄고 있다 할 수 있다. 흰색의 상징적인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밝고 깨끗함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것들이다. 서양에서는 흰색의 이러한 순수하고 깨끗함을 의미하는 상징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웨딩 드레스라는 것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흰색은, 긍정적인 의미도 있기는 하지만, 슬픔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환생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수의에 환생을 상징하는 흰색을 사용하고, 장례식에서도 흰색의 옷을 입는다. 이처럼 죽음과 그에 따른 의식에 흰색이 관련되기 때문에, 흰색은 죽음과 슬픔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이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흰색의 상징적인 의미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흰색의 상징성이 영화 <러브레터>에 나타나고 있다.
영화 <러브레터>의 포스터를 보면 이 영화의 이미지를 한눈에 잘 알 수 있다. 첫사랑의 순수하고 깨끗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공허한 이미지를 흰색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터뿐 만 아니라, 이 영화는 영화 전체에서 흰색의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영화 <러브레터>는 눈이 쌓인 동산에서 ‘후지이 이츠키’가 눈 위에 누워서 숨을 참고 있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녀가 일어나서 옷의 눈을 털고 산을 내려가는
\DOCUME~1\존앤존\LOCALS~1\Temp\Hnc\BinData\EMB00000afc78ad.BMPᇂ䉌Ǵŷ #HŲЌΤ{STYLE='font-family:"굴림";font-size:10.000pt;color:"#000000";line-height:21.333px;letter-spacing:0.000px;text-align:justify;'마주했을 때%#?Рʠ?ʠ?추는 장면 등, 영화 속에서는 흰색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눈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흰색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의미에서 영화 러브레터에서의 흰색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 전체를 이어주는 하나의 흐름이다. 즉 흰색이라는 이미지 안에서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눈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결국 흰색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코드인 것이다.
(3)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닮은 사람의 이미지 -『겐지 모노가타리』
『겐지 모노가타리』는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 전인 11세기 경 무라사키 시키부에 쓰여졌다고 추정되는 일본의 장편소설이다. 겐지는 천황인 아버지를 가진 최고의 신분과 최고로 잘생긴 외모, 게다가 음악, 무술, 학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영웅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겐지가 일생에 걸쳐 관계한 여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겐지 모노가타리』는 이런 수많은 여자들과 겐지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소설입니다. 천하 절세 미남이고 신분이 높아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겐지는 어릴 때 일찍 돌아가서 얼굴도 모르는 엄마의 환영을 평생토록 버리지 못한다. 그의 화려하고 다양한 여성편력도 바로 이런 엄마에 대한 환영을 다른 여자에게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어머니의 죽음 뒤에, 어머니와 닮은 후지쓰보라는 의붓어머니가 들어왔다. 겐지는 그녀를 사랑하여 관계를 가지고 자식까지 낳게 되는 것도, 겐지의 이런 정신적 갈구에 의해 생긴 것이다. 그 의붓어머니는 죽은 친어머니랑 너무도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겐지는 다른 어떤 여자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확실한 어머니의 환영을 그 의붓어머니에게서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겐지가 그 수많은 부인들 중에서 가장 사랑한 것은 무라사키노우에인데, 그녀가 어릴 때부터 겐지에게 선택받은 것도 의붓어머니인 후지쓰보와 닮았기 때문이다.
『겐지 모노가타리』에 나타나는 닮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다. 어른이 된 이츠키는 어릴 때 자신이 좋아했던 ‘이츠키’와 꼭 닮은 히로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고백을 하고 연인이 된다. 그러나 이츠키의 죽음 후에 히로코는 어린 시절 이츠키와 같은 이름의 ‘이츠키’가 있었고 그녀가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히로코는 이츠키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자신이 아니었으며 자신이 어린 시절의 ‘이츠키’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9)
이처럼 영화<러브레터>에서는 헤이안 시대의 대표적인 고전작품인 『겐지 모노가타리』에서 쓰인 닮은 사람에 대한 사랑을 소재로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 일본문학에서의 ‘훔쳐보기‘ 기법
영화<러브레터>에서 도서위원이 된 두 이츠키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츠키는 일은 하지 않고 도서관 창문에 기대서서 책을 읽고 있을 뿐이다. ‘이츠키’는 책을 읽고 있는 이츠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10) 그 장면에서 이츠키 뒤에 있는 흰색 커튼이 바람에 날리며 이츠키의 모습을 보일 듯 말 듯 살짝 가려주고 있다.
위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게 일본의 고전이나 현대의 문학에서 쓰이는 기법 중의 하나는 있는 그대로 모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옛 일본의 문학이나 사회에서는 관심이 있는 여자의 집에 찾아가 얽혀있는 울타리의 틈 사이로 그녀를 바라본다. 직접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일 듯 말 듯한 틈 사이로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꽃과 달에 대한 노래를 많이 하였는데 이 때에도 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기보다는 달빛에 어슴푸레 비친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이 많다. 다음의 작품은 이러한 일본문학의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초승달 아래
달빛을 벗어나서
보였던 모습
아리땁던 자태를
언제나 잊게 될까11)
이 작품은 「초승달 아래서 어렴풋한 달빛을 벗어나서 보였던 그 여인의 아리땁던 자태를 언제나 잊을 수 있게 될까. 아니 영영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환한 보름달 아래서 연인의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는 표현보다는 어렴풋이 보고 그 모습을 못 잊어 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애절함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5)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미의식 -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를 중심으로 일본문학의 본질을 논한 사람은 모토오리 노리나가(1730~1801)이다. 그는 「아와레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마음에 깊이 느끼는 바를 일컫는다」라고 했다. 요컨대 ’아와레’는 마음 속 깊은 감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이후 ‘아와레’에 대해서는 여러방면의 의미가 첨가되었다. 특히 오카자키요시에는 『日本文藝學』(1935)등에서 ‘아와레’를 일본문예사조의 하나로서 제창하여 일본문예의 원리로서 주장하고 있다.12)
이와 같이 모노노아와레란 객체적 대상과 주체적 감정의 융합에서 일어나는 감동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공명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을 감득하기 위해 그 전제가 되는 것은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슬픔을 아는 마음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펴본 영화<러브레터>에 이러한 모노노아와레의 미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산에서 조난 당해 연인을 잃은 히로코의 슬픔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그러한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츠키’의 어린 시절에, 이츠키와 이름이 같아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우리에게 잔잔한 미소를 띄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쯤에 자신의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히로코는 그가 조난 당한 산을 앞에 두고 죽은 연인에게 큰 소리로 안부를 묻는다. 그 산을 향해 걸어가다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 대답 없는 그의 연인에게 반복해서 안부를 묻고 있다.13) 이러한 장면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히로코의 연인에 대한 사랑과 그녀의 아픈 상처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노노아와레로써 객체적 대상인 히로코의 애절한 마음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융합하여 생긴 감동인 것이다.
Ⅳ. 일본문학의 두 가지 흐름
우리는 흔히 일본의 문화들은 선정적이며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러브레터>에 나타난 이미지는 순수하고 가슴이 저미는 첫사랑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처럼 일본의 문화뿐만 아니라 문학에는 대중성과 순수성이라는 두 가지의 흐름이 공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무로마치 시대의 기타야마 문화와 히가시야먀 문화의 두 흐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 생각된다. 금각사로 대표되는 기타야마 문화는 북산문화라고도 불린다. 제3대 쇼오군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무렵 교토 시내의 기타야마에 있는 금각을 중심으로 한 문화이다. 막부가 교토에 설치되자 공가와 무사의 문화가 융합되었다. 무로마치 막부 전성기 시대에 발전된 북산문화는 매우 화려하다. 반면에 히가시야마 문화는 동산산장에 쇼군 요시마사가 은거하기 위해 지었다는 은각사로 대표되며 동산문화라고도 한다. 선종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다도와 화도 등 한가로움을 중시하는 조용한 분위기의 문화가 발전했다. 화려한 북산문화와 한가로움을 중시하는 동산문화는 각각 금각사와 은각사로 대표되면서 한 시대에 공존했던 것이다. 무로마치 시대의 이러한 경향이 현재 일본문학에도 흐르고 있다.
일본문학의 문단은 순수문학, 대중문학, 중간 소설 등으로서 순수문학이란 일본의 근대문학 및 문단의 독특한 용어로 순수한 예술을 지향해 쓰여진 작품이고 대중문학은 일반독자의 오락적 흥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쓰여진 작품이다. 일본에는 아쿠타가와, 나오키상 등 많은 문학상이 있다. 아쿠타가와상은 순수문학에 나오키상은 엔터테인먼트의 대중문학의 소설에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년2회 수상하며 응모가 아니라 잡지나 단행본으로 발표된 기존작품 중에서 뽑는다. 일본에서는 순수문학을 위한 문학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오키상과 같은 대중문학에 대한 문학상도 존재하면서 두 문학적 흐름의 공존을 인정하고 있다.
Ⅴ. 나가기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의 영화<러브레터>와 영화에 나타나는 일본문학의 정통성, 이미지,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나오는 모노노아와레라는 미의식 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영화
<러브레터>에서는 일본인들만의 미의식뿐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공통점으로 형성되어 있는 백색에 대한 상징성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적인 것을 지니면서도 보편성을 지닌 영화<러브레터>는 "일본인"으로 보이지 않는 가정을 의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에게 일본인 고유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국의 영화가 타국에서도 흥행하기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어떤 나라의 영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경향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관객들의 정서가 변한다 하더라도 인간내면의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연인을 잃은 상실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러브레터>는 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도 충분히 들어맞는 영화로써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자료
http://www.nuch.ac.kr/genji/index.html
http://my.dreamwiz.com/junypark/movie/ebs/ebs-d-05.htm#
http://ppcl.cnu.ac.kr/my/love/loveletter/writings/sakura05.htm
『 청령일기 』의 「 아와레 」에 관한 일고찰 - 박윤호
한국일본학회 | 일본학보 | 1993
일본학보, Vol.31, No.0, Startpage 159, Totalpage 31
http://www.filmjournal.cau.ac.kr/num07/trans/aaron_gerow.html
『일본 고전의 방랑문학』, 김충영, 안암신서7, 1997
『일본문학 이해』, 김문길 외 3인, 형설출판사,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