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삼색 숲길,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걷기 좋은 길’이 전국 각 지역별로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산과 바다의 둘레길을 비롯하여 명승지와 역사 유적지를 연결하는 순례길 등이 갖가지 이름을 달고 속속 등장한다. 그런데 300년 전 치수(治水)사업으로 조성한 제방의 노목들이 숲을 이루어 걷기 명소가 된 곳도 있다.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길 앞뒤로 대나무 숲으로 이름난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길’을 연계하여 ‘힐링 산책로’로가 되었다.
전통문화와 생태자원이 조화를 이룬 전남 담양, 명성에 걸맞는 ‘담양오방길’이 걷기운동을 즐기는 많은 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오방길은 1코스 수목길을 시작으로 산성길, 습지길, 싸목싸목길, 누정길로 구성돼 있는데, 전체 거리가 63㎞이다. 그 가운데 대중적인 인기가 가장 높은 수목길은 ‘죽녹원(竹綠苑)’에서 시작하여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을 거쳐 담양리조트에 이르는 8.1㎞로 보통 걸음으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담양은 문화자원과 생태자원이 풍성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데, 자연을 이해하고 생활 가운데로 끌어들였던 이 지역 사람들의 지혜와 넉넉한 마음을 읽게 해준다. 특히 담양의 중심에 자리한 수목길은 죽녹원의 왕대, 관방제림의 푸조나무와 팽나무, 그리고 메타세쿼이아의 가로수 길로 이어져 우리나라 최고의 삼색 숲길을 즐길 수 있다. 곁들여 인근의 ‘국수거리’와 ‘메타 프로방스’를 찾는 것은 보너스가 된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하여 2003년 5월에 개원한 대나무 정원으로 31만㎡의 울창한 대숲을 자랑한다. 2.4㎞의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죽림욕을 즐기는 것이 으뜸이다. 대나무와 물방울이 만나면 혈액을 맑게 하고 살균력도 높은 음이온이 일반 숲보다 10배 이상 방출된다고 한다. 대나무 생태전시관과 정자 4동, 쉼터 4곳도 있다.
담양천 강둑으로 묵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죽녹원 앞에서 ‘메타세쿼이아길’에 이르기까지 2㎞에 걸쳐 있는 ‘관방제림’이다. 이 숲은 가장 멀리는 300년 전부터 담양천 홍수를 막기 위한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200~300년의 노거수들이 둑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는데, 주요 수종은 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18그루), 개서어나무(1그루) 등이다. 큰 나무는 가슴높이 줄기 지름이 130㎝, 작은 나무도 90㎝ 이상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이 숲은 지금은 원래 목표인 치수보다 주민들에게 넉넉한 휴식공간과,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 역할을 하고 있다. 1648년 담양 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수해를 막기 위해 담양천을 따라 둑을 쌓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 해마다 장마철이 닥치기 전에 다시 둑을 보수했다. 1854년에는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관비로 연인원 3만 명을 동원하여 관방제를 완공하고 둑 위에 숲을 조성했다.
노거수 아래에는 평상이 놓여있고, 이곳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랑방이나 마을회관처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관방제림의 대부분은 사색과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몫이다. 중간중간에 벤치도 놓여 있고, 담양천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 추억 만들기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이 길에는 조각상 공원이 있는가 하면, 미곡창고를 카페와 전시실로 개조하여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기에 좋은 ‘담빛예술창고'도 만난다.
관방제림이 끝나는 곳에서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로수 길로 이름난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난다. 2.1㎞ 구간에 가슴 높이 지름 85㎝, 높이 27m에 이르는 487그루의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줄을 지어 서있다. 1972년 담양~순창간 국도 42호선을 건설하면서 식재하여 40여 년의 연륜을 쌓고 있다. 곧은길에 일렬로 가지런하게 서있는 가로수가 단조롭게 보이지만 이 단순미가 사진촬영의 좋은 배경이 되기도 한다.
메타세쿼이아길에서는 새로 선보이는 작은 유럽마을인 ‘메타 프로방스(Meta Provence)’가 바로 연결이 된다.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어 동화나라를 연상케 한다. 프랑스풍의 집과 골목의 장식이 소품처럼 앙증맞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식당과 노천카페, 기념품가게에서 유럽풍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메타 프로방스는 상가와 패션아울렛 밖에도 풀빌라 펜션과 메타 펜션, 리조트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전체 공정은 현재 70% 정도이다.
‘메타 프로방스’와 달리 죽녹원 남쪽, 관방제림 입구 맞은편에 둑방길을 따라 10여 개소의 전통 국수집이 자리하는 ‘국수거리’가 있다. 이 ‘담양 국수거리’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7대 겨울철 별미 관광지’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유명하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냉국수 등이 주메뉴인데, 대부분 중면을 사용하며 서너 가지 반찬을 곁들인다. 멸치 국물에 삶은 달걀인 ‘약계란’과 파전, 도토리묵 등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