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송 박정웅의 대표시 들 (2)
(시) 월 출 산 (月出山) / 시인, 인송 박정웅
금강산 닮은 형형색색 기암괴석
넉넉히 보듬어 안고
천황봉, 구정봉 내뿜는 정기는
영암과 강진의 영원한 스승.
너를 오르던 꿈나무 시절
포부와 이상의 깃발이
마음 정원에 펄럭였다.
추억의 조각을 물고
날아다닌 산새들 따라
빨간 정열의 입술 뾰족이 내민
동백꽃 숲을 지나
옛 올랐던 산봉우리에 와
눈앞을 굽어보니
21세기 전남의 푸른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너.
너의 입김 받아
아스라이 먼 네 발치에
들어선 전남도청.
너의 기운 먹고
잠용으로 꿈틀거리는
영산강 하구 뚝 파노라마.
너의 품속에서
너의 가르침 받고
일본과 고려왕조의
새 하늘을 열어준
왕인 박사와 도선 국사.
나의 사랑 월출산아 !
너는 큰 인재들 낳았고
인재들 너를 명소로 만들었으니
이제, 너의 그 힘찬 날개 펴
다시 한 번 전남에, 조국에
푸른 새 하늘을 열어 주려무나.
지리산 / 인송. 박정웅
경남, 전남북 한 자락씩 붙잡아
품어 안고
우람한 몸체 속 수 많은 젖줄을
섬진강에 먹이며
등성이마다 주름치마 곱게 입고
그리움 토해내는 단풍 아가씨들
발아래 일렁이는 운해(雲海)
설레는 삽화 펼친 일출, 일몰, 낙월.
그러나 미로에 미로 품은 겹산에
공비들 둥지 틀어
여순 반란, 6.25. 공비토벌로
군경, 공비 간 총부리 겨눈 끝에
젊은 피가 강물 된 노고단과 피아골.
이제, 아프고 쓰라린 옛 상처는
세월 무게 삼킨
두견새의 피울음 속에
새살이 돋아났고
호연지기 등에 멘 산악인들
속세를 누르고 피어 오른
천의무봉(天衣無縫) 운무 벗 삼아
전설의 옛 그림자 귀에 담으며
종주등반, 횡주등반으로
분주한 장터가 된 너.
겨레와 역사의 산 증인
너, 지리산아 !
통일의 그 날까지
두 번 다시 조국의 비극
되풀이 되지 않도록
너의 듬직한 모습 그대로
이 나라 이 민족을 지켜 주려무나.
갈대의 노래 / 인송 박 정 웅.
낮달 뜬 허공이 그리워
분수(噴水) 내뿜고 있는
마지막 숨결.
쓰러지는 몸뚱이엔
이별 노래 불러도
뿌리의 굳센 혼은
화사한 내년의 초록 꿈
창공에 펼칠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쉼 없이 부른다.
봄날 내민 연초록 아기 손
계절의 등 타고 자라
마디마디에, 이파리에
비바람, 햇빛, 별빛 노래
꿀꺽꿀꺽 머금을 때마다
서걱서걱, 사르르~~
초록 기운 토하며
연속 화답했던 기쁜 노래.
드디어 솜털 분수
새로 터지는 날
추억 보따리를
도란도란 바람결에
가득 싣고 노래한다.
황금빛 아침햇살과
진홍빛 황혼 벗 삼아
자장가를 함께 부른다.
강진 다산 초당 / 인송 박정웅
강진만 해수 머금은 청풍(靑風)은
귤동 마을 깊숙이 손길을 뻗어
농가 뜨락 유자나무를
임 만나듯 포옹하니
농익은 열매들은
허브향 노란 여운을
폴폴 날린다.
유자 향 흠뻑 마시고
만가지 미덕 기운이 쌓인
만덕산 자락 깔고 앉은 초당엔
실학의 길 열어준 임의 고운 숨결
숲속 길목마다 가득 서려
후손들 가슴에 귀감의 수를 놓고
임의 높은 뜻을 미소로 화답한다.
영롱한 눈망울 산바람도
빽빽한 밀림을 힘겹게 뚫고
동암, 서암, 천일각, 정석(丁石)
두루 쓰다듬어
임의 큰 발자취를 노래한다.
( 2003년 강진 다산 초당을 답사하고 )
다도해 겨울 바다 / 박정웅
동장군 큰 손이
화려하던 해수욕장
설거지해 가고
텅 빈 백사장.
젊은 체취 스러지고
몸 휘젓고 다니며
모래밭 희롱하는 칼바람.
하늘이
바다 깊숙이 내려앉은
저 먼 수평선 향해
北國 향수 꿈 물고
열병식 하는 철새 떼
겨울 어부들 위로한다
가난한 어부
한숨 토해내고 있는
스티로폼 부유물 곁엔
살을 에는 동장군
진드기로 괴롭혀도
가족 정 영글어
뜨겁게 오가는 양식어장
물안개 입김들
투박한 손길들.
황국화/ 인송 박정웅
아지랑이 손, 두견새 소리
몸통 속에 삼키고
소낙비, 천둥소리로
키를 늘리며
인고(忍苦)의 강을 두 번 건너
비로소 여기 선 당신.
청자 빛 하늘 들어 올린
계절의 카리스마.
황금 단지 속 꿀 향기
시나브로 꺼내주고
산야에 찬 서리 휘저을 때
홀로 서서 노란 웃음 짓는
수절(守節)꼬리표가 미쁘다.
당신 얼굴 보고 싶어
서성거리면
맑은 웃음 송이송이
노란별 되어
사뿐히 마음 정원에
내려앉으며
“동장군 그림자가
어른거릴 땐
머~ 언 길 떠난다”는
안타까운 속삭임.
정다산(丁茶山) 유적지 / 인송. 박정웅
앞마당은
남한강이 강 끝에 짐을 푸는 곳.
차라리 바다라 불러야 할 곳.
큰 호수 쟁반은
강 건너 산자락 그림자를 담고
물새들 춤사위는
마음 커튼을 활짝 연다.
실학의 길 뚫으며
거중기로 수원성 축조하던
드높은 임의 혼이시어!
못 다한 임의 목민심서 꿈은
임의 유택(幽宅)을 감싸 안고
호수 수면까지 뻗어 내린
하늘 길에 곱게 걸려
후손들 가슴에
귀감의 수(繡)를 놓네요.
(2000. 3.3.작)
** 정다산 유적지는 경기도 양수리 근처에 있다.
순천 송광사 / 박정웅
한국판 노아의 방주 전설
머리에 이고
전남의 젖줄 주암호를 품으며
코끼리 형상의
조계산 서쪽 한 자락을
물고 서 있는 너.
모두 너의 물 먹고
고려 불교를 이끈 16국사
장하구나! 찬란한 승보 사찰.
고승들 아름다운 혼
불심을 수놓고
수많은 외국인도 까만 밤 불 밝혀
빠져 있는 참선 예불
면면히 이어지는 승보사찰의 명성.
여명을 뚫고 더 배출될 두 국사가
한국과 세계 불교문화를
큰 동아줄로 이끈다는
너의 옛 예언 이루러지게
한국 조계종 총림으로
우뚝 서 다오. 영원히.....
** 한국 三寶사찰 : 1)승보(僧寶)사찰 - 순천 송광사(16국사 등 유명 고승을 가장 많이 배출) ,
2)法寶(經寶)사찰 - 합천 해인사(佛法을 기록한 佛 經典이 가장 많음),
3)佛寶사찰 - 양산 통도사(부처님 즉 佛의 직접 가르침과 행적 자료가 가장 많음.)
서울 양재천 / 仁松 박정웅
산과 들을 삼켜버린
공룡아파트 숲이 서러워
강남의 젖줄로
다시 살아난 너.
고향 냄새 맡고 싶을 땐
너의 품속에 핀
야생화 , 으악새로
마셔보는 스와니강 향수(鄕愁).
산책 나온 시민들
위문공연 펼치는
물오리와 두루미 춤사위는
선경(仙境)의 날개옷을 펄럭이는
영롱한 무용수.
잿빛 하늘 걷어내어
과부하 걸린 영혼들
포근히 안아주고
세월 무게 더해져도
물비늘 속을 희롱하는
물고기 떼 합창소리와
비단 옷 펼치는 은빛 물결 소리는
서울의 명소로 거듭났다.
**스와니강 향수: 미국의 작곡가 포스터의 “스와니 강물” 노래에서 인용하여 모든 사람들 마음의
고향으로 보통 명사화 하여 사용했음.
늦가을 파노라마 / 인송 박정웅
청자 빛 비단 보자기
펼친 창공에
새털구름 한 오라기
한가롭게 노닐고
손에 화필 움켜쥔 갈바람은
색동옷을
수목에 진하게 덧칠한다.
논두렁엔 찢어진 옷 입고
고독 그림자 씹은 허수아비가 서 있다.
들풀마다 대롱대롱 은구슬에
이마 시리고
황금 수레 올라탄 들판은
몸체 홀랑 깎여가고
초록 옷 벗은 과일나무엔
주렁주렁 열매들
내공(內功)을 자랑한다.
황금 옷 들판 저편엔
서럽도록 땅에 깊숙이 내려앉아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지평선은
그리움의 추억 조각들을 물어 나른다.
(2009. 10. 29. 고향 방문 시)
남한산성 가을 등산길 / 인송 행박.시인 박정웅
정담(情談)들
켜켜이 쌓인 산책로 곁엔
여름옷 훌훌 벗어 던진
나무들 어깨에 앉아
먹이 받아먹고
등산객과 벗하다가
아쉽게 떠난 산새의
고운 눈망울 여운들.
병자호란 치욕을
몸통 속에 삼킨 노거수들
세월 무게에
목이 굽어 서 있고
가을 햇살을
온몸에 도배한 단풍잎들
노란 추억, 붉은 그리움
토해내며
아장아장 내려앉는다.
다도해 / 박정웅
전라남도 서남 해역.
뱃길 따라 이 백 여리 폭
밤하늘 뭇별 옮겨놓은 섬들
주저리주저리 전설을 품어 안고
어두운 밤 아롱지는 먼 불빛마다
환상의 향연을 펼친다.
물비늘 반짝이는 수평선 고향 삼아
서럽도록 그리운 노래 싣고
흰 꼬리 길게 내 뿜는 고기잡이배들
분주히 경주하고
스티로폼 부유물들
가난한 어민들 한숨 토해 내지만
만선 깃발 싣고
마을 포구로 들어오는
저녁 배 바라보는
가족들 가슴은 설레고
물새떼는 풍어 축제 흥을 돋운다. .
하늘이 흐려진 날
물나라 낙원 꿈꾸는 내 마음
두둥실 구름 타고
여기저기 내려다보며
어진 어부들 괴롭히는
얄미운 큰 파도와 폭풍우
품안에 껴안아 잠재우고 싶다.
새해 부모님 성묘 / 인송 박정웅
눈꽃 핀 노송가지 위로
외로움 물고 스쳐 간 산새 소리
허전한 가슴 찍어 내려도
금잔디 자란 위로
반겨 맞으신 생전 모습
가슴 뭉클해진 환하신 웃음.
소중히 일구신 산자락 밭이랑들
억센 잡초 손이 그 흔적 지워가고
새벽길 30 리 걸어
농산물 파시던 그 사랑 무게
추억 보따리 세월 강에 일렁인다.
해마다 원시림 되어가는
산 수풀, 가시밭길로
외로움 쏴 ~ 아 밀려든
부모님 영령.
세월무게 이겨 낼 새 터 잡아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
가슴 속 정담 창고.
비봉碑峰 등산 / 시인, 수필가 박 정 웅
하늘과 대화하는 시선 머문 허공에
설렘이 방망이질한다.
사계절 원색 바꿔 들고
과부하 영혼에
그윽한 초록 꿈을 칠해준다.
햇살 쥔 나뭇가지
계절을 핥으며
왕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고
파란 추억, 하얀 그리움에
왕관을 씌운다.
버거웠던 삶의 무게
뭉게구름에 띄우고
솔바람에 실려 오는
엔돌핀, 다이돌핀 자락들이
몸과 마음을 휘감는다.
** 비봉(碑峰):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북한산 험한 봉우리. 진짜 비석은 국립 용산 박물관에 보관하고
현재 서 있는 것은 모조품 비석이다. 친구들과 2015년 두 차례 등산 후 위 시를 작시 했다.
(인송 박정웅)
옛 전세 집 추억 /시. 인송 박정웅
신혼시절, 철로 변 전셋집에서
온 가족이 연탄가스에 중독
두 아들이 눈 뒤집던
아찔한 그 순간.
30년 만에 찾은 옛 전셋집.
추억은 기억 필름을 돌려
거처했던 방마다
연탄가스 냄새 지독히 스민
가족들 채취
액정 화면에 묻어나고
텃밭엔
두 젖먹이 손자 데리고
채소 가꾸신 어머님
호밋자루 손길도 보이는데
벌써 솔가하여
손자, 손녀 안겨 준 두 아들
할머니와 아내 등에 업혀
병원 나온 가여운 풍경과
아이들 간식 사서
종종걸음 질 쳐오는
아내의 애틋한 동영상을
닥아 오는 기적 소리가
또렷이 싣고 와서
펼치는 진한 삽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