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봉 원정기_#5 하강 - 휴식 [ Day 12 ~ Day 15]
[회차별 목차]
#1 : 원정준비 및 개요
#2 : 출국 - 카라반[ Day 1 ~ Day 3]
#3 : 베이스캠프 - 고소 훈련 - 휴식[ [ Day 4 ~ Day 5]
#4 : 제1차 상승[Day 6 ~ Day 11]
#5 : 하강 - 휴식 [ Day 12 ~ Day 15]
#6 : 제2차 상승 - 정상공격 [ Day 16 ~ Day 20]
#7 : 캠프3,2,1 철수 - 베이스캠프 철수 - 귀국 [ Day 21 ~ Day 26]
# 원정 일정 |
일자 | 기간 | 내용 | 기타1 | 기타2 |
7/22~7/26 | 5Day | 출국[인천-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BC] | 비슈케크 1박, 오시 1박, BC 3박 | 출국 및 상행 카라반 |
7/27~8/3 | 8Day | 상승[BC-C1-C2-C3-C2-C1-BC] | C1 5박, C2 2박, BC 1박 | 상승과 하강 훈련 및 캠프 구축 |
8/4~8/5 | 2Day | 휴식[BC] | BC 2박 | 장비 점검과 패킹 |
8/6~8/9 | 4Day | 상승[BC-C1-C2-C3] | C1 2박, C2 1박, C3 1박 | 정상공격을 위한 상승 |
8/10 | 1Day | 정상[C3-정상-C3] | C3 1박 | 정상공격 |
8/11 | 1Day | 철수[C3-C2-C1-BC] | BC 1박 | 캠프 철수 |
8/12~8/13 | 2Day | 휴식[BC] | BC 2박 | 장비 점검과 패킹 |
8/14~8/16 | 3Day | 귀국[BC-오시-비슈케크-알마티-인천] | BC 1박, 비슈케크 1박, 알마티 1박 | BC 철수 및 귀국 |
원정기간 | 26Day | | | |
* 위 표는 원정 일정 26일간 상·하행 카라반과 위치별 숙영기간을 파악하기 위해 제작한 표이다.
8/2. D12
C2-C1 : 하강
거리 6.91km, 시간 3시간 51분, 상승고도 100m, 하강고도 1,085m
최저해발 4,388m, 최고해발 5,409m
경로 링크 : Garmin Connect
06:30, C2 아침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텐트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머리가 띵하고 코가 꽉 막힌게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전일 C1으로 내려갔어야 했는데 대원들 컨디션 때문에 하루를 C2에서 보내고 오늘 C1으로 하산한다.
C2에 있는 동안 식량은 장비 상국형이 맡아 끓이고 삶았다.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이유에서 아무도 그를 말리거나 제대로 돕지 못했고 그저 지켜보며 감사할 뿐이다.
며칠 후 다시 올라와야 하므로 재사용할 장비 등은 대행사 셀파 텐트에 데포하고 서둘러 하강 준비를 마친다.
07:40
C1으로 내려갈 생각 때문인지 조식을 먹고 나니 컨디션이 살짝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고도 적응이 어느 정도 된 원인도 있는 것 같지만, 힘든 C2 생활이 끝난다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하산길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내려갈 수 있었고, C1에 도달하니 전에 있던 고산병 증세도 사라졌다. 안도와 안심과 희한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게다가 다음날 BC로 내려간다고 생각하니 살짝 들뜨기도 한다. 김대장님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들을 배려한 결정이었다(원래는 C1에서 계속 상주할 계획되었으므로).
8/3. D13
C1-BC : 하강
거리 11.57km, 시간 2시간 44분, 상승고도 183m, 하강고도 860m
최저해발 3,608m, 최고해발 4,413m
경로 링크 : Garmin Connect
회복을 위해 BC로 내려간다. 수일 뒤 다시 올라와야 하지만 지금은 어서 빨리 내려가서 하루라도 편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다. 내려가서 먹을 식량 일부는 말(horse)에 실려 보내고 우린 모두 걸어서 하산한다.
말(horse) 운임은 1kg당 3달러를 받는다. 사람도 BC ~ C1 구간 양방향을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가격은 100~300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운 좋으면 100달러에 배낭 1개를 얹고 C1에 갈 수 있다.
C1에서 3,800m 지점까지 약 8km를 걸어서 내려가면 대행사 차가 기다리고 있다. 다시 대행사 차를 타고 약 4km 더 내려가면 BC에 도착한다.
8/4. D14
BC : 개인 정비
아침이 편안하다. 편안함의 정도는 고산병 증세가 없을 뿐이지 집과 같은 편안함은 절대 아니다. 여전히 코감기 증상은 가시지 않고 코를 풀면 피가 보인다. 날씨는 맑고 햇볕은 따뜻하다. 어김없이 오후엔 흐리더니 비가 내린다.
조식 후 빨래와 Hot Shower를 알아본다. 키친이 있는 장소는 대행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과 세탁실 등 운영에 필요한 공간들이 나뉘어 있다.
세탁실에는 작은 드럼 세탁기가 한 대가 있는데 한 번 돌리는데 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다들 빨랫감을 모아 세탁실로 옮기니 양이 꽤 된다. 드럼세탁기로 세 번을 돌려 빨래를 하고 따뜻한 햇볕에 하나하나 널어놓았다. 개운함이 느껴졌다. 세탁비는 김대장님이 지불했다.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최고 선물은 Hot Shower였다. 2주 만에 씻는 몸, 최대한 불려 묵은 때를 없애보려 노력한다. 근데 문제는 얼굴이다. C1-C2를 올라가면서 눈에 반사된 자외선에 익은 피부가 부분적으로 물집이 생긴 후 터져 진물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화상연고를 발라주어 아물고는 있었지만, 상처가 완전히 나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개운하게 씻는 게 우선이었기에 쓰라림을 감수하고 살살 닦아 낸다.
오늘은 김대장님의 추천으로 양(sheep)을 잡아먹기로 한다(표현이 야만? 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달리 표현을 못 하겠다). 대행사를 통하는 것보다는 BC 아래 원주민에게 직접 알아보기로 한다(가격 차이가 날 듯해서). 몇 차례의 접촉과 딜(deal) 끝에 그 집 아들이 1t 트럭에 검은색 암양 한 마리를 묶어 선보인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걱정되어 더 어린양을 원했지만, 말이 안 통하니 그냥 넘어간다.
우리가 '포터 보이'라고 부르는 그 집 아들의 이름은 '하지무라드'라고 한다. 나이는 18세 말도 잘 타고, 운전도 잘한다. 또 친화력도 좋다. 양도 잘 잡고….
양 1마리는 150달러를 지불했다. 가격은 대원들을 위한 기력 회복 차원에서 모두 긍정이다. 조리는 연수형이 조선이공대팀 전용 주방에서 압력솥에 조리를 해왔다. 현지식 조리법을 알지 못해 한국에서 가져온 소갈비 양념에 과일과 채소를 추가한 후 양고기 찜을 해주셨는데 냄새도 안 나고 야들야들하니 맛있었다(대원 모두 대만족). 양고기 절반을 조선이공대 팀에게 나눠드렸는데 남은 절반으로도 우리 팀 및 BC 다른 팀들과 나눠 먹기에 충분했다.
# 한국을 떠난지 2주가 지났다.
고도 및 루트 적응을 위해 BC부터 C3까지 왕복하는 훈련이 이어졌고, BC를 출발한지 8일만에 다시 내려왔다. 한라산보다 높은 곳이 처음인 나, 고산병 증세가 이렇게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 줄 몰랐고, 그 고산병 증세는 C3 126m를 앞두고 돌아서게 만들었다. 고산등반에 필요한 사항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댓가는 참혹했다.
수일 뒤 써밋 도전을 위해 다시 같은 구간을 반복해야 한다. 좀 더 차분하게 흔들리지 말고 나와 대원들을 믿어보기로 한다.
8/5. D15
BC : 개인 정비 및 고도 적응훈련(개인)
거리 8km, 시간 3시간 12분, 상승고도 355m, 하강고도 352m
최저해발 3,491m, 최고해발 3,623m
경로 링크 : (생략)
08:00 조식 후 간단한 회의에 들어간다.
본래 원정계획서상 써밋데이는 8/9일이었는데, 날씨 예보를 보니 바람이 심하게 불 것으로 예상되어 하루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8/9일 자정 즈음 등정을 시작하기로 말씀하신다. 고산등반은 대원들의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날씨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수시로 일기 예보를 지켜보면서 써밋데이를 살펴야 한다.
10:30 각자 장비 등 점검 후 자유시간이다.
난 고도 적응을 위해 상국형과 노성 형님께 인근에 산책을 제안한다. 형들도 큰 이견 없이 동의하고, 고도 적응을 위해 BC 남서쪽이 있는 계곡을 따라 내려간 후 계곡 건넛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계곡을 건널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짙은 회색빛의 계곡은 빙하가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어서 깊이도 가늠이 안 되고 마땅히 건널만한 바위가 연결된 곳을 찾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BC에서 약 2.5km를 내려간 지점에 놓인 철 다리를 이용해서 건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내려갈 때 계곡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계곡 너머로 올라가다가, 다시 건널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계곡을 또 건너보려다가, 흘러내리는 흙 경사면을 건너려다가, 자칫 Lenin Peak 등정도 못 해보고 빙하 계곡에 빠져 다치거나 사고가 날 뻔했다. 다행히 다시 돌아 내려가 온 길을 이용해서 BC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나의 고집 때문에 피해를 줄 뻔했다.
13:50 BC에 도착했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오후 따듯한 햇살에 텐트가 놓였던 빈 데크에 앉아 황태채를 간식으로 먹으며 편안한 오후를 보낸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은 황태채였다. 황태채는 조선이공대팀에게도 한봉지 드렸는데 거기서도 인기가 좋아 금세 한봉지를 비웠다고 했다. 물론 가이드도 맛있게 잘 먹었다(FISH??라고 물으면서).
저녁은 어제 먹고 남은 양고기에 소갈비찜 소스로 만든 양고기 찜을 메인으로 섞박지, 통마늘, 쌀밥 등 퓨전 한국식으로 맛있는 석식을 해결했다. 내일 C1으로 출발해야 하므로 든든한 저녁을 먹어둬야 했다.
# 6에 계속...
첫댓글 오 독서의 여유까지...고산병 회복해서 다행!
등산화 냄새 맡으면 고산병 조금 사라진다고 하던데...그래서?^^
뭐야 등산화냄새ㅋㅋㅋㅋㅋㅋㅋ
'웃기지도 않는다'에서 빵터짐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