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짧은 만남으로 맺어진 우리의 결혼, 서로에 대해 많이 몰랐고 즐거운 추억도 많이 못 가졌지만 단지 사랑만으로 우린 결혼을 했지. 서울 연남동의 일심교회에서 첫 만남이 시작되었고, 처음엔 교회라서 조심조심했지. 당신에 대한 첫 느낌은 그냥 풋풋한 풋과일처럼 싱그럽고 순수해 보였고 해맑은 미소가 내 가슴에 와 닿았지. 그리고 즐겁고 설레이는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했고 충남 서천에서 신혼보금자리를 꾸몄지.
둘 다 서울사람인 우리가 처음 얼마간은 지방생활이 새로웠지만 이내 당신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외로움으로 점점 힘든 생활이 되었고 이내 우울증 초기증상까지 진행이 되었지. 사택단지는 낮에도 너무 조용하고, 걸어서 5분이면 춘장대 해수욕장이라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사는 것과 같았고 문명과는 완전히 담쌓은 그 곳의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들도 다 잘 사는데 왜 그러는 거야’ 라며 매일 윽박지르기만 했었지.
항상 해바라기처럼 밝은 당신의 얼굴에 점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날이 많아지며, 당신의 두 눈엔 눈물 흘리는 날이 잦아졌고 난 이해는커녕 화만 내며 당신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어. 꿈과 행복한 사랑의 나날로 채워야 할 신혼생활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고 결혼4개월째 생긴 우리 딸 지인이를 잉태하여 새로운 변화가 이는 듯 했으나 그것도 잠시, 또 나의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로 당신에게 다시 상처를 주며 태교에도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어. 임신 중 태교가 상당히 중요한데 당신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어 지금의 지인이가 예민한 것 같아.
여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 이제야 지난날을 후회하며 당신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후 이곳 태안으로 이사 온 후에도 내 모습과 우리 생활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 다만 우리 가정엔 사랑스러운 지인이의 탄생으로 식구가 한 명 늘었다는 것이 변한 것일 뿐. 요즈음은 지인이의 커가는 모습과 재롱을 보는 것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지. 그러나 지인이에게도 그동안은 너무 못했던 것 같아. 예민하고 자주 운다고 조그만 지인이에게 매를 자주 들기도 했지. 그러나 요즘은 지인이나 당신에게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지인이도 커가면서 온순하고 더욱 좋아지겠지.
그리고 요즘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변을 둘러보아도 당신만큼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아내는 없는 것 같아. 이제야 그것을 인정하게 되었지. 그것을 왜 신혼 초부터 몰랐을까? 왜 매일 당신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으며 나 자신의 큰 허물은 왜 보지 못 했는지.... 이제는 깊이 반성하며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더욱이 요즘 아버지 학교에 나가잖아. 처음엔 극구 반대했지만 목사님과 당신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시작하고 보니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하고 있거든. 이제 이 과정을 수료하면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거듭날 수 있을꺼야.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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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충서6기) 형제는 아내 최은미 자매와 딸 지인(3)이와 초원교회를 섬기며 살아갑니다. 가족이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이 더욱 자라며, 특히 어린 지인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도합니다.
첫댓글 남식이 예기인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