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최소한의 위험만 감수하는 것이 좋을까, 불확실하더라도 더 큰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좋을까?

[KABBU]

위험의 딜레마 _ “Game Theory”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위험의 딜레마에는 일반적으로 위험을 줄이려는 (신중한 선택)과,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더 큰 위험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려는 (모험적 선택)의 길이 있다. 따라서 경기자들이 감수할 위험의 수준과 강도는 이 딜레마에서 모두가 직면하게 되는 기본적인 선택 사항이 된다. 전략적 교전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지의 결과, 즉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교전을 하겠다는 것은 교전의 회피나 거부보다 분명 더욱 모험적인 선택이다.

그렇다면 일단 교전을 시작하겠다고 결정했으면, 과연 어느 선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그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적은 이익을 얻는 대신 최소한의 위험만 감수할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인지,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더 큰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모험적 선택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전략적 교전을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위험의 딜레마에서 일반적으로 신중한 선택을 택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대부분 결국 큰 이익을 포기하고 대신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만족을 최대화하는 것보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획득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무엇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훨씬 크기 때문에 대부분 최소한의 위험만 감당하고자 한다. 그래서 일단 시작하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교전 자체를 먼저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교전을 시작하게 되면 이 위험의 딜레마를 피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전략적 교전을 회피하는 진짜 이유

전략의 불확실성이 우리를 주춤하게 만든다.

때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전략적 교전을 피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어빙 고프먼은 도시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행동들을 그 예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우리는 (시민적 무관심)을 이용하여 낯선 이들과의 교전을 회피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거리에서 행인들을 흘긋 쳐다본 뒤에 곧바로 눈길을 돌린다. 혹은 다툼이 벌어지면 자신이 연루되는 것을 피하려고 그저 못 본 체하거나 침묵을 지킨다. 물론 상대방이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전략적 교전에 끌어들이려고 작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시민적 무관심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노상강도를 당할 수도 있다.

이처럼 참견하기를 기피하는 태도의 밑바탕에는 냉소적인 체념 또는 최소한 마지못해 현상을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 특히 현대생활의 많은 관료주의적인 절차나 행태들을 접할 때, 우리가 아무리 전략적으로 개입한다 해도 그 결과는 우리의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똑같을 거라고 느낀다. 심지어는 차라리 개입하지 않을 때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풍조는 그 사회의 문화적 전통일 수도 있고, 또는 개인적 특성일 수도 있다.

이러한 성향과 의도 외에도, 우리 안에 내재한 많은 타성들이 전략적 교전을 기피하게끔 만든다. 몇몇 경우에 이러한 타성은 타인과의 전략적 교전을 완전히 방해하거나 때로는 아예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즉 뻔히 결과가 예상되는 전투라면 그 교전을 회피하게끔 유도한다. 하지만 가끔 노여움이나 격분 같은 (격렬한 감정)이 이러한 계산마저 압도하여 우리를 전쟁터로 이끄는 때도 있다. 물론 그러한 격정들은 대부분의 게임 이론가들이 말하는 합리성에 대한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러한 격정들이 반드시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합리적으로 계산한 결과 그 교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조차도,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목표를 몰아붙이게끔 만드는 감정적인 자극, 격렬한 감정 등이 여전히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략적 행동을 회피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습관화된 행동의 취약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적인 행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방해하거나 중단시키는 것이 더 쉬운 법이다. 왜냐하면, 우선 대부분의 전략적 행동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경우만을 보더라고 전쟁을 시작할 때는 많은 무기와 병력, 군비 등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전쟁을 계속하기가 힘들다. 아군을 향한 오인 사격 역시 불가피한 전쟁 비용이 된다. 이처럼 모든 전략적 교전은 어떤 형태로든 부수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기 마련이다. 물론 자극에 끄떡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략적 행동(특히 타인들의 반응)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교전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이 때 경기자들의 삶에서 다른 측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예를 들면, 가정이나 돈 문제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정치가가 그러한 경우다.

상대방의 전략적 행동 자체가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략적 교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략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한 경기자, 전략에 서툰 경기자 혹은 배신자 등에 의해 당신의 전략적 계획이 중단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신과 상대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전략에 일정 정도의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의 배우자가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길 원치 않는 다면 제때 집을 나서려는 당신의 계획은 이루어질 수가 없을 것이고,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성관계를 원치 않는다면 성관계를 갖고자 하는 당신의 전략적 행동은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적당한 때에 지연을 하거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쉽게 협력을 거부해 당신과의 전략적 교전을 회피할 수 있다. 또 의사 진행 방해와 같은 경우, 정적들은 당신이 제안한 의제의 처리를 방해하면서 다른 의제들로 회의장을 가득 메울 수도 있다. 이처럼 대개의 경우 타인들의 협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므로, 강제력이 절대적인 경우는 드물다.

서툰 전략적 경기자들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변호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유죄를 인정하고 사전에 형량을 조정하여 확실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재판이라는 전략적 불확실성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어쩌면 재판을 통해서 형량을 더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처음부터 전략의 불확실성을 피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심지어는 모든 경기자들이 동의할 때조차도 전략적 행동을 방해하는 사건들이 우연히 발생해 우리로 하여금 전략적 교전을 회피하게끔 만든다. 전략의 대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말대로 세계는 혼란스러우며 안개가 자욱하다. 우리는 날씨를 비롯한 몇몇 요인들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반면에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도구들은 통제가 가능한 듯이 보여도, 때로는 그 도구들조차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

전략의 불확실성의 또 다른 근원은 누가 당신의 상대 경기자가 될 것인지를 결코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신이 경기장에 들어서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 또 적들이 동맹자들을 데려오고, 구경꾼들이 느닷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신의 회사가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면, 다른 회사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으로 교전하는 상대에 대한 통제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전략이다. 또한 자신이 속한 조직을 통제하고 그 구성원 모두를 진행 중인 게임에 붙들어두기도 만만찮은 일이다. 찰리 채플린의 재치 있는 말처럼, 훌륭한 연기의 비결은 등장과 퇴장에 있다. 이는 영화나 연극뿐만 아니라 전략적 교전에도 적용된다.

*전략을 부인하는 것이 진짜 전략이다.

감시자 혹은 시민운동 단체의 전략

게임은 변화한다. 시작이 언제나 시작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쪽이 미처 눈치 채지도 못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이 다른 종류의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남편에게 결혼생활을 정리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훨씬 전에 이미 이혼 준비를 시작하는 여성의 경우처럼 말이다. 혹은 당신은 당신이 취하는 행동의 전략적 속성을 감추려 애쓸 수도 있다. 몰래 특정 직원의 작업 시간을 측정하는 관리자처럼 말이다. 이 경우에 직원은 관리자가 직접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에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그 관리자의 전략적 행동을 눈치 챌 때에만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때 관리자는 자신의 전략적 행동을 숨기고 있는 것이며, 그럴 때에만 그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처럼 당신이 취하는 행동의 전략적 속성을 부인하는 것은 특히 전략과 갈등을 수용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종종 훌륭한 전략적 술수가 되기도 한다. 사회개혁 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자신들이 (정치적)이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자신들의 행동은 조직적이거나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자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그들은 정치적 의도라는 자신의 전략을 숨긴 채 행동하는 셈이고, 이런 전략을 숨겨야만 그 단체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지어 전략적 행동이 한창 진행 중일 때조차도, 타인들로 하여금 우리가 전략적 행동을 개시하는 시점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전략적 행동을 부인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전략적 교전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순서가 중요하므로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의 문제는 중요하다. 이 문제는 부분적으로 전략적 행동에 필요한 정보의 활용 능력과 관련이 있다. 누가 무엇을 언제 아느냐에 따라 행동 방식도 달라진다. 또한 일의 발생 순서에 따라서 정보와 사건의 뒤에 남는 문화적 인상, 즉 특정 시점에 알게 되거나 보게 된 것에 의한 감정적인 영향도 달라진다. 격언에도 있듯이 (또한 인지심리학자들도 인정하듯이) 첫인상은 특히 영향력이 크다. 첫인상에 따라서 한 사람의 행동을 보고도 어떤 이는 충격에 따른 분노라 판단하고, 또 어떤 이는 지쳐서 체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행동 자체가 중요하다. 전략적 행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으려면, 그전에 많은 것들이 제자리를 잡아야 하며, 행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세심한 준비를 해야 한다. 또 여러 명의 경기자들이 연루되어 있는 경우에는, 정확한 순서가 중요하므로 경기자들 사이의 순서 조정도 필수적이다.

*전략적 교전을 먼저 시작할 때 유리한 점

당신이 주로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전략적 교전을 시작하려 한다면, 그리고 타인들과 궁극적으로 협력을 하게 될 일은 없으리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타인들을 소외시켜도 상관없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강력한 (선수 치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선수치기란, 남보다 먼저 시작하거나 남이 하기 전에 앞질러 하는 행동이다.

사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행동을 알아채고서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서 다양한 조치를 취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선수 치기는 당신이 먼저 적에게 전략적으로 싸움을 걸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선수 치기는 전략적으로 적에게 먼저 싸움을 걸음으로써 당신을 유리한 고지에 서게 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선수를 친 당신은 유리한 점이라고는 거의 없는 대응책만을 상대방에게 남기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이 사실상 백기를 들게 만드는 결정을 취할 수도 있다. 혹은 비밀리에 제3자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적들의 명성에 흠집을 내거나, 당국이 파악하는 정보를 당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또한 적들에게서 호의뿐만 아니라 그들의 잠재적인 동맹자까지도 빼앗아올 수 있다. 게다가 당신이 비밀리에 움직이는 이상, 당신의 주장과 예상이 도전을 받을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이와 같은 선수 치기의 핵심 이점은 바로(기습 공격)이다. 상대방은 닥쳐올 일을 알지 못하며, 심지어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그들은 당신의 기습 공격에 대비할 만한 자원이나 관심을 미처 끌어모으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 태세를 갖추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당신의 적들이 결집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노르망디를 침공하든, 기업 인수를 시도하든, 기습은 상대방의 궁극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원하는 바를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기습의 이점은 교전의 장소에 의해 좌우된다. 마키아밸리가 권한 삼림이나 산악 지역의 경우처럼, 몇몇 지역은 적군보다는 아군이 복병을 숨기기가 더 유리하다. 이때야말로 경기장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기습을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가 있다.

특히 사기가 걸려 있는 경우라면, 적절한 선수 치기를 통해서 적들의 감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교전의 개시자는 주체로서의 감각을 강화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며, 아울러 자신의 자신감이 커진만큼 적들의 자신감을 약화시킨다. 그러면 적들의 반응은 지연되거나 무기력해질 것이다. 공격을 받은 쪽은 상대방의 압도적인 공격에 직면하여 사기가 꺾이거나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수 치기, 즉 기습 공격으로 적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때 당신의 적들은 당신의 움직임이 아니라, 당신의 위력에 놀랄 것이다. 적들은 당신을 자원이나 추가 인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상대라고는 간주하지 않다가 결국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다. 또 그들은 당신이 교묘한 전략을 통해 부족한 자원을 보완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면서, 당신에게는 자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 무시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 몇몇이 제트 여객기를 위력적인 폭탄으로 둔갑시킬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처럼 적들을 무기력하다고 규정했는데 뜻밖에도 그들이 행동을 취하는 경우에 우리는 특히 더 놀라게 된다. 갑자기 적들을 강력하다고 다시 규정해야만 할 경우, 우리의 사기는 한층 더 꺾인다.

*이혼을 먼저 결심한 배우자가 전략적으로 유리한 이유

동맹자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전략적 교전을 먼저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그들은 편리하게도 자신의 감정을 미리 경험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잠재적인 동맹자들을 칭찬할 수도 있고, 잠재적인 적들을 몹쓸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부부 중 별거나 이혼을 먼저 결심한 쪽은 배우자에게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음을 통보하기 전에 부부 관계의 정리에 따른 자신의 슬픔을 미리 경험하게 된다. 다이앤 보핸은 (개시자)의 역할을 상대 배우자의 역할과 체계적으로 비교한, 부부의 헤어짐을 다룬 어느 책에서 이 점을 강조한다. 개시자, 즉 이혼을 먼저 결심한 쪽은 상대방보다 먼저 부부 관계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삶을 꾸려가기 시작하고, 자신을 부부를 구성하는 한쪽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으로 인식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계발하며, 자신에게 호의적인 동맹자와 친구를 찾고, 지금까지의 부부 관계 중 부정적인 면을 확대하여 되돌아보며, 심지어는 자신만의 비밀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때 부부 중 어느 한쪽은 그들의 상호작용을 상충적인 것으로 보기 시작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여전히 그것이 협력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달리 해석한다. 그렇게 되면 어느 한쪽은 심각한 불만들을 제기하고, 다른 한쪽은 그것들이 별일 아니라고 여긴다. 한쪽이 부부 공동의 심리 치료법을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이혼으로 가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그것을 관계 개선의 수단으로 간주한다. 결국 이것은 개시자는 미리 여러 감정을 겪어서 정리를 했는데, 다른 쪽은 개시자의 기습 공격으로 미처 감정의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반핵운동이 실패한 이유

당신의 공격을 받은 자들은 초기에는 당신과 계속 교전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당신이 획득한 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그것을 갖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그들도 점차 세력을 결집하여 당신에게 반격을 가한다. 따라서 당신에게 찬성하는 몇몇 단체들은 초기 단계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다가, 이후 적들이 결집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잃게 된다. 그 실례를 하나 들자면 미국의 반핵운동을 들 수 있다. 1960년대는 미국의 반핵운동가들이 뚜렷한 활동을 보이는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하기 전이다. 이때 그들은 전력회사들이 추진한 몇몇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막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전력회사들이 원자로를 건설할 부지를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판단해 반핵단체와의 교전에서 물러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핵운동이 점차 성장하자, 전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 각 지역의 전력회사들은 서로 힘을 합쳐 반핵단체들에 저항하거나 심지어는 그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력회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반대운동이 우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면으로 맞서야 할 흐름의 일부였던 것이다. 따라서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비용 문제로 취소된 원자로 건설 계획은 몇 건 있었지만, 반핵운동 때문에 취소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반핵운동의 적들이 효과적으로 반격을 가한 결과다.

선수 치기의 마지막 이점은, 다른 경기자들이 당신이 꾸미는 일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게임에 뛰어들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성공적인 전략적 행동은 전략적 교전으로 절대 발전하지 않는, 다시 말해 적들이 당신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여 저항도 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들을 속임수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극도의 보안 문제이기도 하다.

*전략적 교전을 먼저 시작할 때 불리한 점

전략적 교전을 먼저 시작할 때, 혹은 그에 응할 때 처하게 되는 딜레마

우리가 먼저 싸움을 걸 때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선수 치기, 기습 공격 등을 통해 적들이 눈치 채기 전에 여러 가지 이점들을 선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들이 항상 우리가 예상한 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켜 교전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전략적 교전을 먼저 시작했을 때의 불리한 점에 대해 살펴보겠다.

*선수 치기, 기습 공격의 역효과

적들이 당신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치 챈다면 앞에서 언급한 선수 치기, 기습의 이점들 대부분은 사라져버린다. 적들은 오히려 당신의 움직임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 적들은 당신의 움직임을 알고 있지만, 당신은 적들이 당신의 움직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적들은 덫을 놓거나 매복할 수가 있다. 적의 탱크들이 언덕 꼭대기에 느닷없이 나타나거나, 적의 궁수들이 당신이 취약한 측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상대편 변호사들은 당신이 힘들게 설득해서 증언대에 세운 증인의 깜짝 증언을 뒤엎고 그것을 반박할 만한,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큰 핵폭탄급 증거를 준비해올 수도 있다. 또 당신이 이혼을 준비 중인데,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이 애인과 주고받은 이메일들을 이미 따로 저장해두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당신은 당신의 선수 치기가 기습이라고 믿고 있는데, 적이 그것에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당신은, 그리고 당신의 전략은 아마 크게 흔들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습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공격을 받은 자들은 분개할 것이다. 그들은 공격을 받을 때까지 자신들은 줄곧 자신들의 일에만 전념해온 무고한 피해자라고 느낄 것이며, 또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무고한 피해자로 묘사하면서 그들의 동정심에 호소할 것이다.

피해자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연민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감정은 그들을 공격한 악인들에 대한 분개와 격분, 증오로 바뀔 수 있다. 그 증오로 그들은 상대방 또는 적들에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분개에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도덕적 측면이 있는데, 전략적 경기자들은 종종 이를 활용하여 구경꾼들을 자신들의 지지자 혹은 적어도 동조자로 전향시킨다. 또 전략적 행위자는 타인들의 동정심을 형성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든 간에 그 행동이 공격적인 행동인지 방어적인 행동인지 가르는 데 대단한 공을 들인다. 많은 당사자들은 전략적 교전을 시작하고 있음을 부인하면서, 자신들은 단지 해묵은 교전을 계속하고(혹은 종식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면서 명예를 지키고 있다고(절대로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고)주장한다. 실례로 현대 스페인의 건국자들과 그 계승자들은 무어인 추방이 이베리아 반도의 재정복에 불과하다고 표현한다. 즉 그것은 새로운 분쟁이 아니라, 해묵은 분쟁의 마무리라는 주장이다.

상대방의 공격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주변의 동정심을 얻어내기 위한 이러한 시도에는 심지어 멀쩡한 건물까지도 이용된다.

다윗파는 텍사스 주 웨이코에 자신들의 농장을 세웠고, 외부의 침입을 예상(이는 근거 없는 불신에서 비롯되었다.)하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사들였다. 하지만 뜬금없이 정부 측에서는 이 농장이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구조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부 측에서 다윗파 신도들을 공격한 이후에, 미 재무부는 다소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이 사건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재무부는 농장 포위 사태를 촉발시킨 이전의 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데이비드 코레시와 그의 사이비 종교 집단인 다윗파 신자들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76명의 ATF(미 주류, 담배 및 무기 통제국)요원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매복이라니? 다윗파 신자들은 자신들이 너무나 수세에 몰려 있다고 느낀 나머지, ATF 요원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911로 구조 요청 전화를 걸 정도였다.

*기습의 이점이 사라지게 될 때 처하게 되는 딜레마

전략적 교전을 먼저 개시하는 자들은 일단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한 후에 행동을 개시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이 느끼게 될지도 모를 분노를 희석시키려 할 것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위협이 정당한 경고임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들이 당신의 위협을 가식으로 받아들인다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또 전략적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먼저 위협을 한다면, 적들이 당신의 공격에 미리 대비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습의 이점이 사라진다. 당신의 행동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분명히 예고하면서 진행할 경우, 당신의 위협이 한낱 말로만 끝나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자칫하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또 당신은 자신의 위협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이후에 당신이 후속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기를 바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상대방이 당신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거의 주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만약 당신이 위협을 가할 경우, 나중에 가서도 그 위협을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의 초기 기습 공격이 성공했다면, 그 다음에 오는 위험은 (지나친 자신감)이다. 공격의 성공으로 자기 과신에 빠진 당신은 전선을 지나치게 확장하려고 할 것이다. 또 자신이 가진 자원이 지탱해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행동을 취하려 할 것이다. 더불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려 게임의 규모를 키우고,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전선에서 교전하려 한다. 그리하여 당당함이 당신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렇게 먼저 교전을 개시하는 것에 따르는 궁극적인 위험은, 당신의 공격을 받은 적들이 당신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오히려 교전을 먼저 시작한 당신이 훨씬 열악한 입장에 (미국의 반핵운동에서 원자력 관련 업계의 반격 사례에서 보았듯이)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위험의 딜레마의 변종인(교전의 딜레마)다.

*게임 이론가들의 오류

전략적 선택은 이성적 계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략적 선택은 감정에서 나온다.

우리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믿고 있던 세상이 변했다는 증거다. 이것은 실제로 세상이 변한 것이라기보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감정이 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우리는 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먼저 충격에 압도당하거나, 충격을 받고 우울해지거나 회의적이 되어 모든걸 운에 맡기고 체념하는 수가 있다. 혹은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부족해 악당에게 당당히 맞서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충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 전략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는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주변이 다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고, 그 행동을 취할 자신감과 자원이 있으면,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정신적 충격은 흔히 전략적 행동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된다. 이때의 충격은 우리의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고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스스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마음먹게끔 이끌 수가 있다.

상대방이 가끔 우리의 전략적 반응을 최대한 줄여볼 요량으로 우리가 받는 정신적 충격을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빙 고프먼은 이것에 (희생자 진정시키기)란 용어를 붙인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희생자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사기꾼 집단에서 한 사람이 남아 그를 상대한다. (진정제 역할)을 맡은 그 사람은 희생자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해석할 때 도움을 주어, 그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범인들 뒤를 쫓지 못하게 막는다. 이때 희생자는 진정제 역할을 맡은 범인을 상대로 분노를 폭발시키게 되거나, 그의 말을 듣고 범인들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전략적 행동을 미루게 되거나, 그냥 단순히 인생공부했다고 여기게 된다. 직원이나 고객이 불만을 토로할 때 이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사람들이 정부 당국에 불만을 호소하는 등 전략상 새 국면을 열지 못하도록 막는 기업도 많다.

정신적 충격을 이야기할 때는 감정이 특히 강조되는데, 사실 (감정)은 전략적 교전에 들어가겠다고 마음을 먹는 대부분의 결정과 관련이 있다. 상대방과 전략적 교전을 하면서 얻는 보상이 없더라도 우리는 분노와 충격, 두려움 등의 감정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이익을 냉철하게 계산하는 데서 전략적 선택이 나온다는 게임이론가들의 생각은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전략적 선택은 감정의 강렬한 충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불만을 접수하고, 친구들을 배신하려면 마음속에 격렬한 감정이 일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감정이 행동의 동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를 숙명적 순간으로 몰고 가는 건, 바로 감정이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의도된 행동에도 그렇지 않은 행동에도 똑같이 충격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 전략적이든 아니든, 비열하고 불쾌한 행동이란 생각이 들면 바로 행동에 나서게 된다. 우리는 모욕을 느낄 때, 누군가가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모욕을 준 것인지의 여부를 따져볼 시간이 없다. 사실 아무 증거 없이 그저 그럴 거라 가정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우리에게 모욕을 준 상대방의 행동이 의도적인 행동이라 여겨져 분노가 더욱 커지면 더 거센 반응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협을 가한 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전략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모호할 때는 적대 세력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의식적으로 한 행동 때문에 우리가 곤경에 빠진 경우, 우리는 우리에게 가해진 위협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혹은 경기자든, 우리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우리는 전략적 대응을 통해 사태를 바로잡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신이나 자연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무언가(예를 들면 홍수나 허리케인 등)에 의해 위협을 받는 경우에는 고작해야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이제부터 종교 활동에 보다 정기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다짐이나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만 할 뿐, 그에 대응해 전략을 짜내는 것은 그다지 적절한 행동으로 비치지 않는다. 자연이 우리의 전략적 움직임에 반응하는 일은 없다. 욥은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처사에 분개하면서도 불평을 터뜨리는 것 외에는 달리 전략적으로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 그 외 다른 일을 한다 해도 헛수고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나 자연이 아닌 인간을 상대할 때,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의도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의도적 입장은, 철학자 대니얼 데넷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를 해석하고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상하는 방법을 분석할 때 사용한 용어다. 이는 상식적인 물리학에 따라 예측을 하는 물리적 입장과는 구별된다. 뿐만 아니라 이는 어떤 사물이 애초의 계획에 따라 움직일 거라 생각하는 (계획적 입장)과도 구별된다. 우리는 회사나 여타 단체를 상대할 때 그것이 계획된 체계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계획적 입장을 따르면(특히나 전략적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는) 방향을 잘못 잡게 될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적 입장을 의도적 입장으로 바꾸고,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근거해 목적을 가정한다. “처음에 사람들은 완벽한 합리성이 통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가정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그런 기대를 하나 둘 버리게 된다.”고 데넷은 말한다. 그는 이어서 “사람들은 거의 매순간 이 의도적 입장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그들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가지고 그를 책망하기도 한다.

사실 많은 위협은 순전히 자연적인 위협과 인간적인 위협 사이에 존재한다. 지구 대기 오염과 같이 우리의 폐를 병들게 하지만 그 책임을 딱히 무엇에 돌릴 수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생태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정차 생길 핵발전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심어주기보다는, 저 멀리 타국에 이미 건립되어 있는 발전소가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보다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위협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더 많이 분개하고 책망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NASA는 우주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인간에게 쉽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경제적 위협)은 전략적 행동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해고, 임금 삭감, 직장 폐쇄 등의 조치는 실질적인 생활 안정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까지 위협한다. 노동자의 폭동은 주로 이런 이유로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반갑지 못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시키는 기업의 고위 중역은 국제적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대세를 따르려면 이러한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세계화)는 이럴 때 기업의 좋은 구실이 된다. 그런 구실로 책임을 돌리고 노동자의 전략적 반응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다 (아니면 전략적 반응이 경쟁지인 일본 등을 향하게 만든다.) 이런 주장은 미국 문화 속에서 특히 잘 통한다. 미국에서 경제적 능력은 복합적인 성취를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 모욕감이나 능력 상실, 박탈감을 느끼고 앞으로의 생활도 궁핍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때 나서서 조치를 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술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도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다. 그 책임을 결코 자연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기관들은(특히 기업들은) 한눈을 팔다 자체 점검을 소홀히 한 기술자를 탓하거나, 그들이 개발해낸 기술 자체가 위험한 것이었다고 발뺌한다. 그런데 우주선의 경우는 예외다. 왜냐하면 우주인에게는 우주선을 통제할 기술이 원래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든든한 자금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여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주선의 경우도, 우주선 발사가 실패했다고 나사가 우주인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모호할 때 무엇보다 좋은 전략은 적대 세력에게 사건의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농약 제조 판매사인 유니온 카바이드사는 (확실한 증거가 전혀 없었음에도) 사보타지 때문에 1984년의 보팔참사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했다.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책임 한계의 문제)는 전략적 행동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정부가 보건 및 자연 환경, 안전 문제에 더욱더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한때는 신의 손에 달린 문제로 여겨지던 것들이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논쟁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기업의 대변인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급격히 변화하는 자연 현상의 일부라고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의 생산 프로세스에 개입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근본주의자들은 HIV는 자연이 아닌 인간의 선택에 의해 퍼지는 것이기 때문에, 에이즈 환자들이 병에 걸린 건 그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희생자들은 문제를 의학적 차원에서 다룰 것을 주장하며 맞선다.

@위협을 일으킨 책임VS. 위협을 해결한 책임

책임이라는 개념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책망도 이 두 가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위협을 (일으킨) 책임이 있거나, 그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임이 항상 동일한 행위자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범죄, 전염병, 불경기 등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그런 문제를 (일으킨)게 아닌데도 말이다. 또 정부에게는 대형 태풍을 예측하거나 테러리스트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여러 가지 위협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방조치가 부족했던 것도 위협을 (일으킨)일종의 원인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갖가지 상호작용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제3자) 역할을 맡게 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정부 기관과 부서가 우리의 전략적 행동의 1차 목표물이 될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애초에 느낀 위협이 사라지기커녕 오히려 무력감까지 함께 느끼게 된다.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정부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통제력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그런 기관이 우리가 탄원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무기력함이라는 추가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기업과 같은 조직을 상대할 때도 똑같은 무력감(강도는 덜하다.)을 느낄 수 있지만, 그때는 화가 나도 그냥 입을 다문다. 기업과 같은 조직을 우리가 세상을 통제할 때 활용하는 수단으로 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기관이나 선거를 통해 뽑힌 공직자가 어떤 계획을 밀고 나갈 때, 우리는 정확히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알게 된다. 예를 들어 건설 계획을 애초에 제안한 곳이 어딘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때와 달리 이럴 경우, 즉 정부의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이때는 보통 정부가 민주적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을 질 것이며, 우리의 이익을 지켜줄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때보다, 정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을 때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책임을 돌리는 것도 전략이다.

책임을 물을 누군가를 찾는 행동 이면에는 자신은 책임을 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재난이나 사고를 설명할 때 신이나 자연은 뒷전으로 밀리고, 대신 다양한 조직체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느냐의 문제는 점점 더 전략적 활동의 면모를 띠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앤서니 기든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한다. 현대인들은 (교통, 통신 및 생산 분야에서나 심지어 정부에 대해서까지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그들이 만든 시스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윌리엄 프로이덴부르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필요한 계산을 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의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사회의 노동 분화가 한층 복잡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기대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실패하는 제도의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덧붙여, 그 실패를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에 전략적 갈등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략적 경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을 물을 다른 누군가를 찾는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은 책임을 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기업들이 공장 폐쇄의 책임을 시장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에 돌리는 것처럼, 관료주의 역시 조직적인 책임 회피를 위한 거대한 체계로 기능하기 위해 고안된 듯하다. 기업의 고위 중역들은 보통 자신이 저지른 실책이 표면화되기 전에 미리 자리를 옮겨 자신의 뒤를 잇는 후계자를 그 제물로 만든다.

책임을 부정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해 동원하는 수사는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어쨌든 전략적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진짜 이유는 전체 논변에서 별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전략가들은 위협을 인지했을 때, 적군이나 적대적인 경기자에게 책임을 돌려 자신의 동맹군과 지지자들을 움직여야만 한다. 잠재 시장이나 여타 다른 세력에도 일부 책임이 있음에도 그 사실은 숨긴다. 하지만 이들이 책임을 잘못 돌린다 해도, 누명을 씌운 그 효과는 똑같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갬슨은 이렇게 말한다. “목표물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그것이 고충의 실제 원인과 동떨어져 있다 해도) 부당한 누명을 씌우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때 책망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히 (구체적인 경기자)다.

누군가를 책망한다는 건 그들이 의도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어야 했는데 (무관심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이의 의도를 따지는 정도는 사람마다 상당히 차이가 난다. 편집증 환자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어디에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떤 행동이 그저 임의로 우연히, 아무 동기 없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때도 편집증 환자는 그 행동에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편집증 환자들은 자기 주변 세계의 위협을 재빨리 알아차린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행동할 거라 예상하기 때문에 이들 자신이 전략적 행동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된다. 또 걸핏하면 사람들을 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적도 더 많이 생긴다. 이들은 언제나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서 스스로 싸움을 자초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책망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전략적 교전까지 개시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사회학자 캔디스 클라크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를 일으킨 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생각 말고도 선제공격, 문화적 자본, 뉘우침의 정도, 이미 어떤 처벌을 받았는가의 여부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또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여러 정황이나, 판단하는 사람과 판단을 받는 사람 사이의 친밀감 정도도 영향을 미친다. 또 개인의 성격도 행동만큼이나 중요하다. 클라크는 문화적 자본이 있을 경우에는 책망을 덜 받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와는 반대로 또 다른 연구자에 따르면 위계적 권위를 가진 사람들은 책망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