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가 너 좋아하는거 아냐?
홍아. 혹시 너 민윤기랑 사겨?
알랑몰랑
00.
> 버리고 간다.
" 다녀오겠습니다아 -! "
화면 위. 미리보기로 보이는 문자에 마이 단추를 잠그던 손을 멈추고 핸드폰과 책가방을 집어든채 튕겨져나오듯 집 밖으로 뛰쳐 나오자 늘 그렇듯, 매정하던 문자와는 다르게 평온한 표정으로 집 앞 기둥에 기대 서서 핸드폰을 내려다 보고있는 민윤기가 보였다.
" 윤기! "
늘 그렇듯 늦은게 미안해 일부러 큰 소리로 민윤기를 부르며 달려가자 민윤기도 늘 그렇듯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바라본다.
" 아 왜 또 그렇게 쳐다봐. "
다가가 앞에 서기가 무섭게 여전히 무서운 얼굴로 내 어깨를 잡아 기어코 등을 돌려세운 민윤기가 집 쪽으로 다시 내 등을 떠민다.
" 옷 다시 입고나와. "
" 아 왜! 나 오늘 코드도 입고 나왔잖아! "
" 넌 옷 입을때 좀 생각을 하면서 입어. 오늘 날씨 안 느껴지냐? "
" ........ "
" 패딩. 패딩입고 나와 작년에 생일선물로 사준거. "
" 아 그냥 가자아..응? 늦었잖아! "
" 시간있어. 빨리 갈아입고나와 "
01.
민윤기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다시 집에 돌아가 패딩을 껴입고 나오자 그제서야 민윤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 아 나 진짜 패딩 싫은데.. "
" 왜 싫은데? 패딩이? 따듯하지. 가볍지. "
투덜거리는 내 목소리에 민윤기가 고개를 돌려나를 바라보며 물었고,나는 두꺼운 패딩탓에 둔해진 움직임으로 팔을 들어 흔들며 대답했다.
" ..뚱뚱해보여. "
내 예상대로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걸음을 멈춰세운 민윤기가 몸을 틀어 무서운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 누가. "
" 뭐가 또.. "
" 누가 뚱뚱하대. 어떤 새끼가. "
어릴적, 통통했던 모습에 놀림을 당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민윤기는 유독 내 외모적인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 아 뭐래, 그냥 내가 뚱뚱해보이는것 같아서 싫다고. "
민윤기의 무서운 표정에 쫄아 얼버무리듯 대답을 하며 고개를 숙이자 작게 한숨을 쉰 민윤기가 내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오더니 내가 입고있는 패딩 옷깃을 잡아 꼼꼼히 지퍼를 채우기 시작했다.
" 하나도 안 뚱뚱해보여. "
" ...아, 답답해. "
" 쓰읍. "
" ...... "
답답하다는 내 말에도 기어코 목 끝까지 지퍼를 채워버린 민윤기가 주먹을 쥐더니 아프지 않게 내 머리를 쥐어 박는다.
" 아! "
" 제발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마 등신아. "
" ..안해 "
내 대답에 안하긴, 하고 중얼거린 민윤기가 다시 몸을 틀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나도 민윤기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아침은. "
" ..먹었어! "
" 너는 거짓말 할거면 그냥 말을 하지말라고 몇번 말하냐. "
한심하다는듯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입을 삐죽이자 민윤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제가 매고있는 책가방을 내쪽으로 돌려 선다.
" 맨 앞 주머니. "
늘 그렇듯 민윤기의 가방 맨 앞주머니엔 미숫가루가 든 물병이 들어있었고, 나는 자연스레 그걸 꺼내 들었다.
" 흔들어 먹어. "
" 응. 잘먹을게 윤기. "
02.
" 줘. "
늘 그렇듯 학교 오는길 내내 담겨있던 미숫가루를 비워 깨끗해진 병을 내 손에서 빼내간 민윤기가 처음 병이 들려있었던 앞주머니에 다시 병을 찔러넣었다. 학교에서 물 마실때 써야한다며 매번 닦아서 주겠다던 내 말도 무시하곤 빈병을 챙겨가는 민윤기다.
" 들어가. "
" 응. 너 오늘 야자해? "
" 넌. "
" 해야지.. 넌 안해? "
" 해. 끝나고 기다려 같이가게 "
고개를 끄덕이자 민윤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긴다.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던 민윤기랑은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학교가 갈렸다. 그래봤자 바로 옆에있는 학교였지만, 나는 망상여고를 다니고, 민윤기는 그 옆에 있는 남녀공학 상망고에 다녔다. 걸어서는 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민윤기는 항상 나와 함께 등하교를 했다.
" 뭐야, 또 민윤기? "
" 어? 어어. 뭐야 언제 왔어. "
" 아까. 둘이 진짜 뭐야? 수상해. "
" 아 그런거 아니라니까. 들어가자! "
03.
< 나 끝났당
야자가 끝나고 학교를 나오며 민윤기에게 문자를 보내자,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띠링, 띠,띠링. 하고 세번의 알람이 울렸다.
> 나도.
> 지금 가니까 앞에서 기다려.
> 가로등 밑에 서있어. 밝은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하여튼 민윤기, 잔소리 대마왕. 울 엄마보다 심하다니까.
04.
학교 대문으로 나와 민윤기가 말한대로 가로등 밑에 서자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민윤기 학교쪽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 야 홍어 - ! "
역시나 전정국이었다. 민윤기 학교 친구인데, 민윤기를 엄-청 좋아한다. 맨날 민윤기를 졸졸 쫓아다니는 바람에 자연스레 나랑도 친해게됐고, 민윤기 학교 친구중 내가 유일하게 알고지내는 한명이었다.
" 야!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
" 홍어를 홍어라 부르지 뭐라해. "
" 홍어 아니라고!! "
" 맨날 싸우는거 지겹지도 않냐. 애 좀 그만 괴롭혀 새끼야. "
나를 놀리는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며 틈만 나면 나를 돌리려드는 전정국 때문에 내가 성질을 내면 중재하는건 늘 민윤기의 몫이였다.
" 아 맞다. "
민윤기 덕분에 조용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정국이 고새를 못참고 다시 입을 나불대기 시작했다. 아오 저 수다쟁이.
" 야 홍어. "
"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
" 애 좀 그만 괴롭히라고. "
민윤기의 중재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민윤기를 지나쳐 나에게 다가온 전정국이 내 팔에 팔짱을 끼며 친한척을 해온다
" 왜이래 떨어져. "
" 쓰읍, 들어봐. 오늘 대박 사건있었다니까? "
" 아 뭔데. "
" 민윤기 오늘 학교에서 고백 받았다? "
" 고백? "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내 옆에선 전정국과 민윤기를 번갈아 바라보는데, 민윤기가 귀찮다는 얼굴로 내 옆에서 전정국을 떼어낸다.
" 애한테 쓸데없는 말 좀 하지마. "
" 뭐가! 진짜잖아! 민윤기한테 오늘 1학년 여자애가 고백했어! "
전정국의 말에 내 옆에선 민윤기를 바라보는데, 우리가 하는게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아이의 얘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다.
" 대박. 그래서? "
"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학교 완전 뒤집어졌지. "
" 뭘 또 뒤집어져, 오바 좀 하지마. 그리고 넌 뭘 그딴 쓸데없는걸 궁금해 하고있어. 넌 니 앞이나 제대로 보고 걸어. "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밀어내는 민윤기의 행동에 괜히 더 오기가 생겨 민윤기를 무시하고 전정국에게 다가가 묻자, 예상대로 완전 신이난 전정국이 신나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 점심시간에 밥 먹고 교실 가려는데, 어떤 여자애가 와가지고 민윤기한테 할 말있다고! 그러는거야. "
" 대박. 그래서? "
"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그대로 데려가서 고백한거지. "
" 대박 대박!! 그래서 어떤데. 이뻐? 응? 키는? 커? 작아? "
" 야. 전정국 너 집에 안 가냐. 저기 버스. "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거의 처음 들어보는 민윤기의 여자 얘기라 신이나 전정국이랑 떠들어대고있는데, 민윤기가 다시 나와 전정국을 막아서더니 전정국을 보며 말했다.
" 와씨! 야! 나 간다! 홍어! 낼 다시 얘기 해줄게! "
05.
" 오 민윤기 몰랐는데 이거 완전 인기남이었네,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응? "
"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옷 좀 제대로 입으라고했지. "
내 장난을 단 한마디로 차단해버린 민윤기가 아침때처럼 내 옷깃을 잡아 당겨 지퍼를 목 끝까지 채워주었다.
" 아 그러지 말고 얘기해봐. 응? 뭐라고 고백했는데? "
" 몰라 기억 안 나. "
" 뭘 기억 안 나! "
" 진짜 기억 안 나. "
" 씨, 치사하다 치사해! 알겠어! 나도 이제 안 물어봐! "
아무말도 안 해주는 민윤기 때문에 괜히 심술이나 입을 삐죽이며 걸음을 빨리하자 뒤로 피식하며 웃는 민윤기의 웃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내 걸음을 따라잡은 민윤기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 점심은. "
" 나도 기억 안 나는데? "
" 장난치지말고, 점심. "
내 틱틱 거림에 민윤기가 엄한 목소리를 내며 다시 물었다. 내 밥을 챙기는건 민윤기의 버릇 같은거였다. 예전 통통했을 시절. 통통한 모습 때문에 놀림을 받는게 싫어 살을 뺀다는 명목하에 매일 식사를 거르다 몸이 안 좋아져 틈만나면 영양실조로 픽픽 쓰러지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생긴 민윤기의 버릇이었다.
내 식사 챙기기.
" ..먹었어. "
" 뭐 먹었는데. "
" 몰라, 맛 없는거. "
" 뭔데. "
" 아 몰라! 너는 내 질문에 대답도 안해주면서 뭘 자꾸 물어! "
내 버럭임에 민윤기가 피식하고 웃으며 나를 내려다 봤다.
"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
" 아 몰라! "
" 알았어, 물어봐 그럼. "
" 진짜? "
내 대답에 나에게 두르고 있던 팔을 거둬 제 팔짱을 낀 민윤기가 어디 한번 해보라는듯 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뭐부터 물어보지.
" 예뻐? 너한테 고백했다는 그 여자애. "
내 질문에 나를 빤히 바라보던 민윤기가 어이없다는듯 피식하고 웃었다.
" 난 또 뭐라고, 그게 그렇게 궁금해? "
" 응! "
고개를 마구 끄덕이자 나를 빤히 내려다보던 민윤기가 웃으며 내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 아아! 장난치지 말고오! "
발끈하는 나를 내려다보며 민윤기가 얄밉게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 글쎄, "
" ..... "
" 니가 더 이뻐. "
뭔 생각으로 쓴 망상인지 몰라요..다는 아니고, 아주 약간 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써 봤읍니다. 아주 약간. 아주아주 약간. 아 근데 진짜 다 모르겠고 그냥 윤기 조아..윤기 내꼬 사랑해..(속닥) 윤기 너 쥰나 내꺼야. (소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바드새오. (핫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