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7 인산편지: 당신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까?]
6월의 나무에게 / 프란츠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 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 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기찬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 놓으니
한결같이 푸르름을 지켜 낸 맑음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 뜻 깊은 현충일을 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한 주의 첫 날입니다. 우리 인산편지 독자님들 모두 의미있는 주말을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어제 살고 있는 아파트 주위를 둘러보니 태극기를 내 건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현충일이니 조기를 걸어야 하는데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일어나자마자 태극기를 찾아 거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 학생들,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 내에서 조기를 게양하자는 방송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 모두의 머리에서, 가슴에서 조금씩 조금씩 잊혀져가고 퇴색해져 가는 게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누구를, 무엇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호국시인이라 불리는 저 같은 사람이 조금 더 발로 뛰면서 노력해야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제가 할 일임을 깊이 깨닫습니다.
저는 잠꾸러기입니다. 잠을 많이 자서 잠꾸러기가 아니라 잠을 잘 자서 잠꾸러기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생활을 되돌아 보면 저는 잠꾸러기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작가로 등단한 이후 군인과 작가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면서 매일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책을 읽고 인산편지 쓰기를 무려 8년 넘게 해 오고 있습니다.
훈련 등 특별한 경우에만 사전에 예고하고 잠시 쉬었지, 그냥 빠진 적은 없을 정도로 정말 치열하게 인산편지를 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총 수면시간이 채 다섯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힘 들지 않았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힘 들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즐겁게 하는 일이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에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면 중간에 그만두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부족하나마 품고 있는 마음을 세상에 전하고, 여러 독자님들과 소통하면서 제가 꿈 꾸는 세상을 열어간다는 생각에 지금도 힘든 줄 모르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나폴레옹과 에디슨으로 인해서입니다. 이걸 그분들 덕분에라고 해야 할지, 그분들 때문에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다 아시다시피 나폴레옹은 하루에 4시간만 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무리 치열한 전쟁을 치러도 매일 책을 읽었고, 매일 4시간만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잠을 정복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코르시카의 어부로 남았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는 세계를 정복하기 이전에 잠을 정복한 인물로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나폴레옹 수면법이라 하여 하루에 4시간 자는 방법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런 방법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잠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자기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하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의사들도 건강을 생각하면 무리하게 잠을 줄이지 말고 하루에 7~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을 권하고 있음은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발명왕 에디슨도 잠을 줄이자고 한 부분에서는 나폴레옹과 비슷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 중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시죠? 바로 밤을 환히 밝히는 전등입니다. 백열전구 말입니다.
1879년 에디슨이 발명한 전등으로 인해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그 이전에는 해만 지면 바로 암흑 세계가 펼쳐졌는데 백열전구로 인해 밤에도 환하게 빛을 비추는 세상으로 변한 것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에디슨은 "잠은 인류 최대의 적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자기 자신이 발명한 백열전구의 놀라운 효과를 만끽하면서 사람들에게 잠들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문명은 이 백열전구 하나로 인해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일상의 삶도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잠들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밤의 역사가 새로 시작된 것입니다.
폐해도 많았습니다. 인간의 생체리듬이 바뀌는 바람에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은 수면 호르몬이자 중요한 항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멜라토닌의 생성이 줄어들었습니다.
멜라토닌은 어두워져야 몸에서 생성되기 시작하는데 전구로 인해 어둡지 않으니 생체리듬이 깨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아닌 동식물 등 자연의 생태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문득 진리 하나를 떠올립니다. 이 세상에는 명이 있으면 암이 있습니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습니다. 암과 음이 불필요하고, 안 좋고, 불편한 게 아닙니다. 명과 암, 양과 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마땅한 겁니다.
그래서 올해 들어서는 저도 바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늘 새벽까지 깨어 있는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가급적이면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합니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1분 이내에 잠 드는 잠꾸러기이기 때문에 11시 30분 이전에 인산편지를 다 써 놓고, 정리를 하고 나면 12시 이전에 충분히 잘 수 있습니다.
우리 독자님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건강도 잘 챙기면서 하라고 하시기에 독자님들의 바람과 명령과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인산편지 가족 여러분!
지난 주말 저는 우연히 유투브 방송을 둘러보다가 '청년 고독사'에 관련된 시사다큐를 보았습니다. 어렴풋하게나마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게 되니 마음 속으로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삶의 밑바닥까지 다다른 느낌, 절벽 끝에 서 있는 느낌, 그 밑바닥과 절벽에 있음에도 손을 내밀거나 도움을 청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때의 그 막막함이 마음을 파고 들었고,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둠,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암 속에 있는 이들을 누군가는 챙겨야 하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제대로 된 나라이고, 올바로 된 나라가 아닙니까? 위정자들이 꼭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그런 처지에 있는 청년들에게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비록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어둠이 지나가고 빛이 찾아 온다는 것을 꼭 마음에 새기길 부탁하고 싶습니다.
오늘 프란츠 카프카가 노래한 마음을 당신께 전합니다.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 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 왔음을"
그렇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직접 건네지 않아도 압니다. 묵묵히 한 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 왔고, 지금도 걸어 오고 있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것임을 말입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오늘 인산이 당신께 묻습니다. "당신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 오고 있습니까?"
다시 시인의 마음이 되어봅니다.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왔기에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고 나무에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기꺼이 먼 길을 걸어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고단한 계절을 건너야만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됨을 꼭 기억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는 오늘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인문학 특강을 합니다. 잘 하고 오겠습니다. 6월의 나무에게 건네는 말처럼 많은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드리고 오겠습니다.
행복한 한 주가 되시길 빕니다.
-호국시인, 휴머니스트군인작가 인산 김인수
#인산편지
#지금당신이행복해야할이유
#지금당신이사랑해야할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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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앞에꽃한송이놓습니다
*사진은 제가 찍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