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삽니다 - 제 안에 빛을 품은 개똥벌레들의 '부산' 이야기
[서문]
부산은 가파르고 촘촘하다. 갯비린내 짙고, 산그늘이 깊고, 역사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반짝이는 비늘이 총총한 큰 물고기 한 마리 같다. 비린 현실이 품은 아픔과 희망이 층층이 겹을 이룬다. 이 책은 부산의 과거와 미래가 끌어안고 있는 상생과 영원, 그 아득한 지층을 한 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부산은 무수한 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존재론적인 틈은 개별 주체가 기억하고 움직이는 것에 따라 파동을 만들며 매번 재구성된다. 그때 이 틈은 아름다운 굴곡을 만들며 개인의 가치 속으로 스며든다. 의식하건 안 하건, 물리적이건 심리적이건 부산의 모든 시간과 공간은 단순한 양태가 아니라 무한성을 배태하는 삶의 지표라는 말이다.
도시가 이룬 무수한 겹 속에서 자신의 결을 읽어내는 개인의 기억은 부산이 품은 역사 속 시공간의 실체를 보여준다. 기억으로 서성거리는 자리와 그 시간들은 부산의 미래를 찾아가는 실뿌리이다.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삶과 꿈을 잇는다. 곧 인간의 행위와 사유가 도시를 계속 자라게 하는 것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인간과 자연의 질서가 융합된 의미의 중심이다. 자신의 지역 속에서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는다는 것은 진정한 정체성을 얼마나 내면적으로 확보하느냐의 모험이기도 하다.
해양수도와 피란수도라는 특성을 가진 부산은 안과 밖으로든 그리움과 희망으로 물결치는 의미와 가치의 공간이다. 애환으로 주름진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들은 얼마나 강렬하고 새로운가. 이렇게 태평양을 향해 부산만의 상징을 생산하는 감수성과 상상력은 평범한 기억을 가장 우주적인 근원으로 열어준다. 부산을 기억하고자 하는 언어 속에서 도시는 더 친숙해진다. 기억이 풍요로울 때 도시는 더 빛난다. 오늘도 부산은 아침저녁 생명의 무늬를 찾아가는 무한한 존재감으로 역류하는 중이리라.
중요한 것은 기억은 기적을 만들고, 기적은 다시 또 기억을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