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군 장교들의 욕하기 대회
육군참모총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고 閔耭植(민기식) 장군은 일화를 많이 남겼다.
기상천외의 언동엔 뜻이 있었다.
그를 기인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그를 존경하였다.
짓궂은 농담엔 늘 언중유골의 교훈과 정의감이 묻어 있었다.
1962년 5월 朴正熙 최고회의 의장에 의하여
1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그는 부대를 시찰하고 놀랐다.
당시 휴전선을 지키는 한국군은 통신, 야포, 탄약까지
모든 장비를 미군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물자 부족으로 부대장들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보급품이 충분하지 못하니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였다.
閔耭植은 일선 초소 근무자들한테만은
보급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현황파악을 위하여 우선 GP 근무 장교들을 소집하였다.
대위 이상, 단, 술을 마실 수 있는 장교로 한정하였다.
25명이었다. 그는 사령부의 참모들도 동석하게 하였다.
녹음기도 준비하였다.
35도나 되는 안동소주 다섯 상자,
그리고 안주로 마늘과 파를 갖다 놓았다.
민 사령관은 이렇게 선언하였다.
“지금부터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욕 대회’를 하겠다.
앞에 큰 식기가 있는데, 거기에 술을 가득 따르고 마신 뒤
녹음기 앞에 가서 마음대로 털어놓으라.
오늘 여기서 한 말에 대하여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단, 朴正熙 중장에 대한 욕만은 안 된다.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니 욕하지 말라.
나더러 개새끼라고 해도 좋으니 욕을 마음대로 하라.
욕을 제일 잘한 사람에겐 상을 내리겠다.”
GP장들은 처음엔 머뭇거리다가 술에 취하니 서슴없이
녹음기 앞에서 욕을 하고 비판을 쏟아내었다.
그는 욕 대회에서 GP장들이 털어놓은 불만사항
70여 가지를 적어 朴正熙 의장에게 보냈다.
朴 의장은 “나도 야전군 참모장을 할 때 느꼈던 것입니다.
즉각 해결 하겠소”라고 약속,
지원이 이뤄졌다는 일화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