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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지랑함께가는 일본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불량
2006년 초에 우리가족 3명이서 배낭메고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빠35세, 엄마33세, 아이6세남자)
95년 겨울에 간적이 있는 곳인데,
이번엔 운젠, 나가사키, 하우스템보스, 하카다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처음 여행정보는 예전에 샀던 그러니까 95년도에 산거말고 99년도 신혼여행갈 때 샀던 여행책으로 보고 대충 다녀오려고 했는데 그때 책에서 딱 규슈지역 부분이 없어졌더라구요. 제가 아마 누굴 줬나봅니다.
어쩔 수 없이 서점에 가서 ‘Just go 후쿠오카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시공사)’라는 책을 샀는데 제가 갈곳의 여행정보만 있고 두께가 얇아서 샀는데 냉패였습니다.
집에 와서 자세히 읽어보니 제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없고(먹고 자고 교통편)... 아마 배낭여행자들을 위해 만든 책이 아닌 패키지 여행자를 위한 책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책과 인터넷에서 정보를 좀 모았습니다. 인터넷은 다음카페 ‘민지맘과 가는 일본여행’에서 자료를 많이 봤습니다.
비행기표하고 호텔은 ‘여행박사’라는 여행사를 통해서 끊었는데 거기서 사은품으로 여행책자 준다길래 서점에서 ‘여행박사’에서 만든 ‘Inside Kyushu'를 봤었지만 안샀습니다. 같은 책일것 같아서요.
집에서 여행준비하면서 여행당일에 공항에서 받는 그 책을 기대해 보기로 했습니다.
공항에서 받은 책은 역시나 일본여행객 송출 1위 업체에서 만든 책답게 아주 맘에 쏙 들었습니다.
그책 아니었으면 좀 고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책 뿐만이 아니라 담당직원이 내 여행지역 쪽으로 추려보내준 여행안내 팜플렛과 지도등도 한보따리였습니다. ^^. 역시 여행박사였습니다. 문미진씨 고마워요.
배낭여행 갈때는 정보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안내책이죠. 이번에 가이드북의 완성도와 내 여행 스타일과 맞아야 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비행편은 인천공항에서 아침 9시 비행기였습니다.
집에서 새벽 5시에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용인 우리집에서 인천공항까지 1시간3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새벽길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수속밟고 비행기탔더니 애기가 비행기 뜨는데 소리지르고 난리가 아닙니다.
‘와~’하는 수준이 아닌 ‘으아악~’하는 큰소리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울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타는 거 였거든요.
앗 참 여권도 처음 만든거죠. 참고로 여권만들 때 도청이나 구청에 가면 줄도서고 사람도 많고 시간도 오래걸립니다. 전 용인시청에서 만들었습니다. 용인시청에서 직접 만들어 주지는 않고 시청에서 접수해서 경기도청에 가져다주는 대행업무 정도를 하는데, 시청으로가면 사람도 없어서 줄도 안서고 만들어 주는 담당자도 여유로와서 아주 친절하게 잘 설명해 줍니다.
대신 한번 빠꾸 맞았습니다.
요즘 여권사진 조건이 엄격한거 아시죠?
아이 사진의 입술위에 작은 점이 찍혀있다고 되돌아왔더라구요.
덕분에 안사람은 거의 20일만에 아이는 거의 30일만에 나왔지요.
어차피 미리 미리 만들어 놓는 거니까(작년 가을에 만들었죠) 시간은 상관없었고
편하고 싸게 만들었습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비행기타고 아이가 소리지르고...
비행기뜨니까 먹을 걸 주던데 역시나 듣던 소문데로 크림빵처럼 생긴 긴빵+오렌지주스+야채+물+커피 이렇게만 주더군요. 하긴 비행시간이 한시간밖에 안탔으니 갸네가 뭔 돈이 남는다고 멀리가는 비행기처럼 한상 가득주겠어요?
그나마 돌아올때는 그것도 빨리 먹으라고 하더군요. 돌아올때는 비행시간이 50분밖에 안되서 시간이 없었어요. 헉헉.
첫날은 비행장 앞에서 버스 두 번이나 타고 ‘운젠 국립공원’에 갔습니다.
동경근처에 있는 하코네처럼 땅에서 수증기 올라오는 곳인데 하코네가 산위에 있다면 여긴 그저 작은 동산위에 있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곳이죠.
그런데 일본 국립공원으로 첫 번째 등록된 곳이랍니다. 유서가 깊다는 거죠.
운젠 가는길을 조사하는데는 좀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하면 나가사키 시내를 가던가 하우스템보스를 가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잘 안가는 코스라서 나가사키 공항에서 운젠가는 차편을 아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물론 일본사람은 알겠지만....
출발하기 전에 여기저기 인터넷 뒤져서 대충 알아낸 다금 일단 가서 적당히 연결해 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일본사람들 친절은 세계수준이어서 별 어려움 없었습니다.
나가사키 공항의 버스표 자판기엔 버스기사 복장같은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여행객들에게 자판기 표를 끊어주고 계셨어요.
제가 ‘이사하야 니마이킷뿌’하니까 이사하야 표를 끊어주시고(니마이깃뿌 : 왕복표라서 좀 싼데, 두사람이 편도로 쓸 수도 있어요),
‘아임 고우 이사하야, 앤드 트랜스퍼 투 운젠’ 했더니 알아듣고는 이사하야에서 운젠가는 버스시간표도 어디서 알아내셨는지 적어오셨더라구요.
그리곤 제가 탄 버스 아저씨한테 뭐라뭐라 말씀하셨는데
나중에 이사하야 터미널에서 내렸을 때 아저씨가 내 손을 잡고 운젠버스 타는 현영버스터미널 플랫폼(터미널 아주 작아요)앞에 데려다주고 ‘운젠’을 손으로 찍어주면서 시간표 찍어주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만국 공통어 바디랭귀지.
너무 고마운 분들이셨습니다.
이사하야에서 운젠가는 길은 일단 이사하야 시내를 버스가 통과했습니다.
일본 일반사람들 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코스여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작은 전원주택같은 단독주택, 원룸만한 창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들. 베란다에 널려있는 이불들. 타고 내릴 때 인사하는 아주머니와 꼬박꼬박 ‘아리가또’라고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기사아저씨. 신호등 잘 지키는 차들. 물론 버스포함이죠.
운젠에 도착해서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대중식당같은 곳에서 먹었는데 말을 못하니까 주인아주머니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먹고 싶은거를 찍으면서 ‘고레 또 고레’이렇게 말했죠. 그런말 안해도 되는데 그래도 연습 좀 할려고 일부러 말했습니다.
다 먹고나서는 가이드책 뒤를 보고는 떠듬떠듬 읽어죠. ‘고찌소 사마데시따 = 잘먹었습니다’
여행내내 ‘고찌소 사마데시따’는 무지 써먹었어요. ㅋㅋ
운젠 지옥을 대충 둘러보고 찐계란과 ‘라무네’라는 천연사이다를 먹었죠.
일본 지옥관광지(땅에서 김나오는 노천 뜨거운 물웅덩이들을 일본사람들은 지옥이라고 많이 붇이더라구요)에 가면 어디나 있는거죠. 역시나 맛있게 먹었습니다.
안사람이 라무네 사이다 몇 병 사가지고 가자는거 다음에 먹고 싶을 때 또 오자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운젠 마을에 있는 대중목욕탕을 갔습니다.
어른 100엔 어린이 50엔인데 물말고는 아무것도 안주는 곳이지요.
시설은 우리동네 ‘보훈탕’수준보다 더 검소했어요.
수건, 비누, 치약 다 가져가야합니다.
일단 목욕탕 밖에는 남탕 여탕 입구가 따로 있습니다.
각자 헤어지면서 이따 만나자고 하고 들어갔죠.
문을 여니 입욕권 자판기가 있는데 자판기는 한대더군요. 우린 다시 만났습니다.
거시거 표 사고 남자 여자 각각 문열고 들어갔죠.
왠 걸 또 만났습니다.
남자 여자 탈의실은 공간이 분리되어있고 벽으로 막혀있지만 중간에 주인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습니다. 남자와 여자 탈의실 중간에 아주머니가 앉아있고 양쪽을 다 관장하시더군요.
물론 남탕쪽에는 구멍이 큰 망사천으로 좀 가려는 놨습니다.
작은 회수함같은 상자에 플라스틱 표를 넣고 옷을 벗고 바구니에 넣은 뒤에 선반에 올려놓았습니다.
내 옷 주머니와 가방안에는 우리 여행의 전부(돈 + 뱅기표 + 여권 + 숙박권 + 여행책 + 카메라...)가 들어있는데 별로 불안하지는 않더라구요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갔습니다. 중간에 어른 서너명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탕이있고 주위에 수도꼭지 3개만 달랑있는 시설이었습니다.
그리곤 여탕과는 낮으막한 2m정도되는 칸막이만 쳐있었죠.
물론 까치발로 처다보면 여탕이 다 보일정도 높이였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보고싶으면 그 칸막이에 있는 문열고 들어가면 됐으니까요(크크 문이 있었어요).
내가 ‘여보~’하니까 저쪽에서 ‘왜요~’하더라구요.
울 아이도 ‘엄마~’하니까 저쪽에서 ‘오야~’하고. 헤헤
우리뿐만 아니라 현지 일본아저씨도 저쪽에다가 ‘나 나가요’하는 것 같이 말하더라구요.
저쪽에서도 대답하고..헤헤
일본 여행 준비하면서 남녀혼탕이 어디있나 알아봤더니 '혼탕'이라는 목욕탕은 의외로 많이 있었습니다. 일본어 사이트라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족욕탕도 혼탕이라하고 수영복입고 같이 하는 레져탕도 혼탕이라하고 한탕가지고 날짜에 따라서 남자 여자 따로 하는 시골 목욕탕도 혼탕이라 하는것 같더라구요. 우리가 상상하는 남자여자 섞여서 목욕하는 진정한 혼탕은 이제 없는것 같았습니다.
목욕 다하고 관광버스 터미널에서 직행버스타고 나가사키로 와서 숙소에 짐풀고
전차타고 차이나타운에 가서 저녁밥으로 잠퐁(짬뽕)을 먹었습니다.
짬뽕은 일본 나가사키가 원조랍니다.
그리고는 푹 쉬었습니다.
이렇게 첫째날이 저물었습니다.
둘째날 일어나 보니 우리가 잤던 호텔 객실의 창밖 경관이 아주 좋았습니다.
15층정도에서 잤는데 나가사키 바다도 좀 보이고 집들도 보이고 창문도 무지크고.
20층 식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침은 뷔페였습니다.
많이 먹었습니다. 특히 ‘낫또’ 일본 청국장을 먹어봤습니다.
요플레 같은 통에 들어있더라 구요. 뚜껑열고 숟가락으로 떠먹었는데
누가 콩에 코풀어 논 것처럼 끈적거리고...맛은 그저 그랬습니다. 그래도 언제 먹어보냐..눈 딱감고 먹었습니다. 안사람은 냄새만 맡고 아이는 먹이지 않았습니다. 여행하는 중간에 배아프다고 하면 곤란하잖아요.
나가사키 경관 구경하면서 한시간 정도 먹은 거 같아요.
전차를 타고 원자폭탄 떨어진 곳 구경하고 나가사키 역으로 갔습니다.
나가사키에는 야경도 멋있고 오우라덴슈도 성당, 구라바엔 정원, 데지마 네덜란드 거리와 카스테라도 맛봐야하는데 첫날 운젠에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해서 이런 것들은 포기했습니다.
나가사키역의 미도리노마도구치(열차표 매표소)에서 사세보까지 가는 시사이도라이나(Sea Side Liner)열차의 니마이킷뿌(왕복권)를 끊었습니다.
기차 앞에서 가서 차장같은 사람에게 표를 보여주고 확인하고 탔습니다. 혹시 잘못 탈까봐. 만사불여튼튼.
역의 편의점에서 산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즐거운 여행을 했는데 열차 첫 정거정이 원자폭탄떨어진 곳 옆에 있는 역이더군요. 우린 그걸 몰라서 아까 여기에서 나가사키 역까지 전차타고 거스러와서 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전차요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했을텐데..쩝.
일본 편의점에서 오징어포 팔데요? 우리꺼하고 똑같드만. 일본사람들 원래 그거 먹었나? 난 오징어 우리나라 사람만 먹는 줄 알았는데...
하우스템보스에 도착해서 잘 놀았습니다.
미리 표를 여기 여행사에서 끊어가서 뭐 번거로운거 없이 바로 들어갔는데 비가 보슬보슬와서 구경다니기에는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우산은 출발하기전에 일기예보 확인해서 두 개 가지고 가서 요긴하게 쓰고 제 자신의 준비성에 스스로 칭찬하고 만족하면서 여행내내 무겁게 들고다녔죠.
하템에서 한국말 하는 직원을 두명이나 만났습니다. 오히려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중에 한국말 하는 사람은 한명밖에 없더군요. 직원이 너댓명 됐었는데. 한국말 하는사람 좀 더 쓰지 그랬을까나.
한국말 하는 직원 한명은 입구에 있는 안내하는 분이고, 다른분은 초코렛 상점에 있는분인데 초콜렛 가게에서 내가 더듬더듬 말하면서 애기한테 설명하면서 어떤거 먹을까 고르는데 갑자기 ‘그건 안에 술이 들어있어요’하는거다. 깜딱놀랐지. 그럼 진작 한국말 할 줄 안다고나 하지. 쩝
두분 다 동포랍니다. 이민간 교포말고 거기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
다음에 다른곳에서 한분 더 만나는데 이분 도움도 아주 많이 받았죠.
하우스템보스에서 잘 놀고 하우스템보스특급 타고 하카다(후쿠오카)로 왔습니다.
하카다역에서 도시락사서 숙소에서 먹었습니다. 애기가 힘들었었나 봐요.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더라구요.
숙소에 짐 풀고 시내 나카스(여의도 같은곳)에 가서 야타이(포장마차屋台)에서 꼬치 사먹었죠. 대략 가격이 무지 비쌌던걸로 기억해요. 700엔정도 였으니까 우리돈으로 7천원정도 하잖아요.
꼬치 길이는 손잡이 말고 먹는 부분이 5센치도 안됐던거 같아요.
종류별로 한 개씩 시켜서 맛나게 아니 맛만 봤죠. 애기가 더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나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많이 많이 사줄걸 하는 후회가 됩니다.
갸가 ‘더 먹고 싶다’라고 딱 한번 말했거든요. 더 먹고싶으면 몇번 말을 더 하지 그랬냐, 미안해.
지도 여행하느라고 힘들었을텐데, 물론 내가 대부분 업고 다녀서 아마 우리애기는 일본땅 딱 100걸음이나 디뎠을라나? ㅎㅎ
다음에 또 가서 라무네 사이다하고 꼬치하고 도시락 많이 사줄게~
두 번째 날도 이렇게 마무리 했습니다.
셋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일층으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나가사키에서의 호텔은 특급이어서 방도 크고 목욕탕도 크고 주는 물건도 많았는데 여긴 비즈니스 호텔이어서 방도 작았지만 아침밥이 영 부실했습니다.
된장국에 밥...뭐 보통 간단하게 먹는 아침 해장국 스타일이었지요.
그래도 주는 밥이니까 우리 세식구 다 뚝딱 해치우고 짐싸고 나왔습니다.
하카다역의 코린락카에 가방 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하카다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가서 저녁에 공항갈 차 시간을 알아보고
거기 4층에 있는 100엔?乍? 가서 구경을 했죠.
애기는 거기서 햄버거 모양의 100엔짜리 주방용 시계(뭐 구울 때 돌려놓면 몇분있다가 띵~ 하는거요)샀고, 스티커 사진도 기념으로 찍었습니다.
거기 나와서는 그 뒷편 건물에 ‘요도바시 카메라’에 갔는데 우리나라 하이마트 같은곳이죠.
그리고는 골목길에 있는 작은 우동집에 들어갔습니다.
전 원래 하루 3끼만 먹으면 되는 체질이고 더 먹으면 배아픈 사람인데 울 안사람은 하루에 끼니만 5끼정도에 간식 수십회 먹는 사람이라서 먹자더군요. 아침먹은지 두시간도 안됐는데, 들어가서 아줌마한테 ‘우도옹’하니까 아줌마가 메뉴판 하나하나 찍으면서 읽어주더라구요. 거기있는거 다 우동이데. 우동만 한 10종류 넘지? 거기서 오른쪽에 두 개를 찍었어요. 뭔지도 모르고 ‘고레 또 고레’했죠. 원래 메뉴판에서 보편적이고 잘 나가는게 제일 위에 있잖습니까.
맛있게 잘 먹고 시내 ‘커넬시티 하카다’라는 곳을 갔습니다.
큰 쇼핑몰인데 거기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죠. 울 안사람이 그런걸 좋아해서.
입구에 있는 백남준씨가 만든 ‘테레비 많이 붙여 논거’에서 한컷,
건물 내부를 흘러 다니는 운하에서 한컷,
애기가 잠들어서 업고 다닐 수 없어 로비 커피숍에서 커피마시며(커피 한잔에 850엔),
디즈니샵에서 장난감으로 돌아가는 검(머슴아들 좋아하는 칼 있잖아요)과 인형 몇 개를 사고(일본사람들 유난히 디즈니만화에 열광을 하죠?),
거기 지하에 문방구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구멍문방구처럼 생겨서 우리나라에 있는 그런것들 다 있더군요. 훨씬 더 많았어요.
그리고 피카츄숍 있었는데 일본 전역에 한 10개밖에 없는 직영 스토어였습니다(이건 가따와서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줄을 매장이 돌아가도록 서있었는데 게임기 같은거에 아이템을 넣는 것 같았습니다. 성업중이더군요.
거기서 아이 유치원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피카츄 공책(표지에 일본어 써있는것^^. 예전에 선물산거 집에가서 봤더니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 더라구요. 이번엔 메딘자펜이 있나 봤죠. 선물잉게)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책이 한 30여권 있어야 하는데 맘에 드는 것이 진열장에 20권정도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한권을 들고 점원을 찾아서 ‘모어 디스 타입 노트북’했더니 잘 못알아 듣더군요.
'아이 원트 디스 노트북 모어 서티’ 그래도 못알아 듣더군요.
그런데 내가 안사람에게 얘기 하는 소리를 듣고는 ‘한-국-사-람-이-예-요’라고 하더군요. 한국 교포였어요. 이사람도 교포3세 정도 되는지 말은 잘 못하는데 의사소통 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창고같은데로 갔다오더니 더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있는거 아도쳐서 다 가져왔는데
선물할꺼냐고 해서 맞다고 ‘프레센토’할꺼라 했더니 공책을 넣을 비닐백도 공책숫자데로 주더군요.
그런데 그 공책이 한권에 얼만줄 아세요? 300엔 이었어요. 우리돈으로 3천원. 우리나라 공책이면 정말 3백원이면 샀을텐데..후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몇가지를 더 샀죠. 살때마다 ‘프레센토’라고 하면 앙증맞은 봉투에 물건을 넣어주고 리본가지 메어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일본사람들 선물포장 잘한다는 얘긴 들었는데 물건을 받는데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게 정성이 느껴지는 포장이었으니까요.
쇼핑몰 지하에서 ‘라멘’을 사먹었습니다. ‘이치란’이란 식당표 라면인데 하카다에는 이치란하고 일풍당(니푼도)라멘이 유명한데 가까운곳에서 먹었습니다.
여기도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독서실 칸막이 같은곳에 앉습니다.
옆사람 먹는거 신경쓰지 말고 먹으라는 배려였는데 그 칸막이 톡톡 치면서 ‘오프 디스 월’하면 칸막이를 치워줍니다.(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풋 오프 디스 파티션' 이 맞는 말인것 같아요.^^)
그렇게 세자리를 터서 라면을 먹었죠. 우리는 먹는거 서로 봐가면서 먹어야 하는 민족이라서^^
라면국물은 돼지뼈 국물이랍니다. 난 고소하게 맛있게 먹었는데 울 안사람은 느끼하다고 하더군요. 내가 두그릇 다 먹었습니다. 돼지고기 편육도 먹고 공기밥도 추가해먹고.
택시를 타고 하카다 역으로 돌아와서 지하철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갔고, 후쿠오카 국내선 청사에서 셔틀버스타고 국제선 청사로 가서 수속 밟고 면세쇼핑 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천공항에 저녁 11시쯤 도착했습니다.
주차요금을 낼려고 보니 주차권이 없어졌습니다.
분명 일본에서도 봤었는데 그사이 어디에 휩쓸려 버려졌나봅니다. 한참을 찾아도 없길래 주차장 출구에 가서 분실을 얘기했더니 들어온 증빙서류를 보여주면 된답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통행권요. 그것은 있었습니다. 그것하고 신분증하고 자동차등록증 보여주니까 그 날짜로 해서 요금계산을 해주더라구요(경차라서 하루에 5천원씩).
휴~ 뭐 잊어먹는 실수 안하는데 그런 실수를 하다니. 여행의 액땜을 마지막에 했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애기는 차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3째날이 이렇게 저물었고 우리 여행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여행을 준비할때는
패키지 보다는 우리끼리 여유롭게 보고싶은거 조금만 보고 애기 비행기 태워주고 외국 여행시켜주는 것에 의미를 두자고 하며 일정 무리하지 말고 살랑 살랑 가볍게 다녀오자 했는데
막상 지금에 와서 그때 사진을 보니 애기 얼굴도 부어있고 먹는것도 중간에 먹은 육개장과 비빔밥 빼고는 느끼한것 투성이어서 6살짜리 애기가 좀 고생을 한듯 싶습니다.
돌아온 다음날 저녁은 집에서 만찬을 했습니다. 고기도 고추장 많이 넣어 볶고 김치도 있는데로 다 꺼내고... 애기가 콧등에 땀나고 입술 빨개지도록 잘 먹더라구요. 자기도 매운게 고팠나 봅니다.
그래도 지금도 가끔 ‘땅에서 물이 끓었지이’, ‘일본 사람들은 참 친절하지이’, ‘예전엔 우리나라 괴롭혔는데 지금은 안그렇지이’ 등등의 말을하는것 보면 돈들인 보람은 있습니다.
(koreaoc@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