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의 시대. 우리는 수소전기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엔진음 없이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전기차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요즘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런 풍경이 익숙해진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면 우리는 순수한 물만을 배출하며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기차가 시나브로 우리 삶 속에 녹아들었던 것처럼, 수소전기차 역시 자연스레 도로 위를 달릴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수소전기차의 등장을 단순히 ‘화석 연료 고갈에 따른 대체연료의 필요성’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높아지는 환경 규제에 맞춰 운용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점이야말로 수소전기차가 미래자동차로써 높게 평가 받고 있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 Fuel Cell’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1월 개최된 ‘CES 2018’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NEXO)’를 선보였습니다. 수소전기차의 상용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가끔 잘못된 정보가 알려져 오해를 받기도 하죠. 우리는 수소전기차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수소전기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봅니다.
수소차? 수소전기차?
수소전기차(FCEV)와 수소차(HICEV)는 수소를 연료로 쓴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동력 매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수소차(Hydrogen 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와 수소전기차(Fuel Cell Electric Vehicle)는 언뜻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자동차입니다. 같은 점이 있다면 운행 과정에서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순수한 물만 생산해낸다는 점이죠. 수소차는 실린더에서 수소를 직접 연소해 동력을 얻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현재 양산에 성공한 수소차는 없습니다.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를 액화상태로 보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자동차에 응축된 액화수소를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투싼 ix Fuel Cell이나 넥쏘 등 양산에 성공한 자동차는 수소전기차입니다.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이끌어내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이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동력을 얻습니다. 기존의 전기차와 다른 점이라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 내에서 직접 전기에너지를 생산해낸다는 점입니다.
수소자동차는 달리는 폭탄이다?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에 사용하는 수소는 구조가 다른 수소입니다
수소전기차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수소전기차의 연료인 수소가 폭발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입니다. 아마 수소폭탄의 존재 때문에 촉발된 오해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는 일반적인 ‘수소분자’입니다. 삼중수소와 중수소 등이 1억 도의 온도와 수천 기압의 압력 하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야 하는 수소폭탄과는 다릅니다. 사실상 ‘수소’라는 이름만 같을 뿐 재료부터 작동원리까지 다른 셈입니다.
수소전기차는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합니다
물론 수소전기차도 다른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상용화를 위해선 다방면으로 안전성을 시험해야 합니다. 얼마 전 예약판매를 시작한 넥쏘의 경우 수소탱크의 낙하충격시험, 파열시험, 총격시험 등을 진행해 안전성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총기, 기밀, 낙하, 가압, 화재, 고온 등 15개 인증시험을 두루 마친 수소탱크를 넥쏘에 탑재한 것입니다. 실제로 넥쏘에 탑재된 수소탱크는 용광로에서도, 수심 7,000m의 고압에서도 터지지 않고 안전한 상태로 남습니다. 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수소탱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방 충돌 성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한 전방구조물 및 수소탱크 보호를 위한 차체 구조물 적용으로 차량 자체의 충돌 안전성도 확보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구매비와 유지비가 비싸다?
최근 예약판매를 시작한 현대자동차 넥쏘의 실 구매액은 3천만 원 중후반대입니다
수소전기차는 새로운 친환경 동력원을 갖춘 자동차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그러나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받는 비용을 생각하면 실제 소비자가 수소전기차를 구매하는 비용은 동급 차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3월 19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현대자동차 넥쏘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지원을 받을 경우 3천만 원 중후반대에 구매 가능합니다. 넥쏘는 모던 6,890만 원, 프리미엄 7,220만 원의 2개 트림으로 나눠집니다. 정부 보조금 2,250만 원과 예상 지자체 보조금 1,000만 원~1,250만 원을 모두 지원받을 경우 3,390만 원 ~ 3,970만 원 사이에 중형 SUV 넥쏘를 구매할 수 있는 거죠.
수소전기차 넥쏘는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연료비용이 적게 듭니다
그렇다면 유지비는 어떨까요? 수소전기차의 연료인 수소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기 때문에 명확하게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울산 등에 설치된 충전소에선 kg당 5,500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33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넥쏘의 경우 완충하는 데 3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죠. 위의 표를 보면 복합연비 96.2km/kg(17인치 타이어 기준)의 넥쏘가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연료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수소전기차의 수요가 늘고 인프라가 구축될수록 수소 공급가가 싸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넥쏘는 석유화학, 철강제품 등 제조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부생수소)를 주로 사용합니다. 국내 각종 산업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량은 약 160만 톤 규모, 현재 수소전기차에 쓸 수 있는 부생수소량은 약 1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연간 50만대의 수소전기차 주행이 가능한 양입니다. 초기 수소산업 형성에 충분한 부생수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소전기차를 두고 궁극의 친환경차, 4차산업혁명의 집결체, 미래 국가경쟁력을 키워줄 산업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수소전기차의 시대’ 다음 편에서는 수소전기차에 집약된 첨단 기술과 연구개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