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들이 아닙니다. 며느리의 남편이지.. / 선업 스님
▒ 문
저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고 잘 지내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일전에는 밑반찬을 좀 만들어 갖다 주려고
아들네 집에 갔더니 집이 비어 있었어요.
그래서 현관문 앞에서 며느리한테 전화를 해서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잠시 말이 없던 며느리는 "관리실에 맡겨 두고 가시라"고 했고요..
며칠 후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연락 없이 오시는 건 삼가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저는 잔소리하러 간 것도 아니고..
그저 며느리하고 딸처럼 지내고 싶은데..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어찌해야 하나요?
▒ 답
일단 결혼을 시켰으면 다른 별, 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장가보내기 전엔 내 아들이지만,
장가보낸 다음에는 며느리의 남편이다 생각하셔야 하고요..
별과 별은 각자 자기 궤도를 돌 듯이,
결혼시킨 자식들하고도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그들이 무언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때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면.. 마음을 열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하는
집착을 내려 놓으셔야 합니다.
* 어떤 보살님에게서 들은 이야기 -
아파트 관리실에 갔더니 어떤 젊은 주부가
시어머니가 맡겨 놓은 것으로 보이는 달랑 무 김치 통을 받아 들고
"에이, 또 가져왔네. 짜증나~"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랍니다.
'아이구, 나도 며느리한테 조심해야겠구나..'
----- 법륜스님 힐링캠프 -----
(한혜진) "고부간에 갈등이 있으면
중간에서 남편 분들이 굉장히 힘드실 거 같아요."
(법륜스님) "그럴 때 첫째로 남자가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야 할 것은..
스무 살 이전에 결혼하기 전까지는
엄마의 아들로서 그 가정의 일원이었지만
결혼하면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겁니다.
회사로 치면 회사가 분리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자꾸 이중 멤버쉽을 고집하면 문제가 돼요. (이중 회원권)
그러니까 엄마에게는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딱 인사를 하고, 그 멤버쉽은 정리를 하고
새로운 멤버쉽을 정확하게 해 줘야 결혼한 여성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걸 분명하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그래서 남자들이 수명이 짧아요."
(그러면 그 어머니의 서운한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어머니가 서운한 것은 시어머니의 문제입니다. 아들은 한계가 있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가 돌보는 것은,
아이가 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보살펴주는 것이고
어머니가 50이든 60, 70이든.. 아직은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때
자식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건 효도가 아녜요.
어머니가 80이 넘거나 병이 들거나 해서
혼자 살 수 없을 때 보살펴 드리는 게 자연의 이치이고 인간의 도리이지..
어머니가 잘 살 수 있는 나이인데도
내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거기에 매달리면 이치에 맞지 않아요.
이것이 첫째로 아들이 지켜야 할 도리이고.. 시어머니는
정말 아들을 사랑한다면 자기 인생길을 가도록 해 주는 게 사랑입니다.
정을 끊어 줘야 합니다.
비유를 들어 말씀드리면,
12월에 방에 불을 땔 때 장작 10개를 땠는데,
2월까지는 10개를 계속 땠어..
그런데 3월이 돼도 10개를 때면 방이 좀 덥겠죠?
4월이 됐는데도 10개를 때면 많이 덥겠죠?
7~8월이 됐는데도 계속 10개를 때면 더워서 못 살겠죠?
이건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해치는 겁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엔 장작 10개를 때고, 봄에는 5개로 줄여 주고,
여름엔 불을 때지 않는 것처럼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서, 낳아서는 극진히 사랑해 주고,
사춘기 때는 지켜봐 주고,
성인이 되면 정을 딱 끊어 줘서
자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합니다.
자연에 있는 동물은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사람은 어릴 때 사랑스럽게 키웠던 습관이 몸에 배어서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러는 겁니다.
그것은 겨울에 때던 장작을 여름에도 그대로 때서
오히려 사람을 괴롭게 만들듯이
아이가 성인이 되고도 계속 그러면 그것은 아이의 성장을 막는 것이고
아이로서는 부모가 이젠 사랑이 아니고 감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