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
심상, 영상이 떠오르게 그리자
시를 읽으면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심상의 원리를 시에 적용한 것입니다. 심상(Image)은 현대 비평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입니다. 심상은 외부의 사물이 우리의 마음에 비춰진 그림자이고, 영상은 어떤 사물의 모습이 자막에 나타나는 그림자라고 할 수 있죠.
소동파(1037~1101)는 왕유(701~761)의 <남전연우도(藍田煙雨圖)〉를평하면서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고 하였습니다. 시와 그림의 근원이 같다(詩畵同原)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시는 문자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시는 문자로 시각이나 음성 심상을 그려주어 독자의 상상력을 고조시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김광균, 「뎃상」 부분)을 읽었을 때 색채어를 통한 그림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양의 마카우레이는 “화가가 색채로 하는 일을 언어로 하는 기술”을 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림이 색의 선택과 배합을 잘해야 하듯이 시 역시 적합한 언어를 선택하고 배열해야 합니다. 대상을 표현할 때 언어를 적합하게 선택할 경우 아름다운 시가 탄생할 것입니다.
2024. 2. 26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