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10경
부여군 관광 안내 지도를 편다. 한 장의 지도안에 숱하게 많은 정보가 보인다. 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때에 따라서는 며칠을 머무르며 속속들이 살피는 여행이 매우 값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주나 안동처럼 부여도 머물러서 쉬어가며 여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도시다. 숙소는 롯데부여리조트가 있으니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연잎밥 정식이 부여 대표 음식이라지만 별로 대단치도 않다. 여행객이 원하는 메뉴 중 그럴싸한 맛집은 읍내에 거의 다 있다.
부여는 백제 120년의 도읍지다. 역사 여행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다. 당일치기 부여 여행은 읍내만으로도 충분하다. 우선 국보 제287호 백제 금동대향로를 직관하기 위해 국립부여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신라의 금관보다 더 아름다운 금속 공예품이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은 부분까지 사유(思惟)하기를 권한다. 백제 석탑의 최고봉인 국보 제9호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정림사지박물관도 추천한다. 여름이면 궁남지 연꽃을 보고, 가을에는 부여 왕릉원을 걸으며 토종밤 서너 개를 줍는 것도 부여를 추억하기에 적당하다.
1박 여행이면 만수산 무량사가 먼저다. 표고 향이 진한 버섯덮밥은 일주문 밖 식당에서 맛보기를 권한다. 스님이 된 조선의 선비 매월당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의 부도가 있는 천년 고찰이다. 경주 남산에서 설잠(雪岑)으로, 서울 수락산에서 동봉(東峰)으로, 양양 설악에서 췌세옹(贅世翁)으로, 청한자(淸寒子)로 무량사에 와서 매월당(梅月堂)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지성인을 만날 수 있다. 만복사저포기를 포함해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이며 설잠 스님이 30대 초반에 쓴 작품이다.
천왕문에서 보는 전경은 감탄이 절로 난다. 이층의 극락전(보물 제356호)을 배경으로 오층석탑(보물 제185호)과 석등(보물 제233호) 그리고 고목의 배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비라도 내리면 그 장중함에 반하여 그윽한 불심이 일어 저절로 합장하게 된다. 무량사는 부여 무량사 소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565호), 부여 무량사 삼전패(보물 제1860호) 등의 보물 다섯 점과 국보 제350호 부여 무량사 괘불탱 등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김시습 초상(보물 제1497호)과 오층석탑 출토 금동불상 일괄(보물 제2060호)은 서울 소재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9월 어느 맑은 날, 새소리는 높고 물소리는 멀다. 노랑 상사화 곱게 피어 하늘거리는 절집이다. 호젓한 시간을 가지려면 무량사만 한 곳도 드물다. 극락전에서 삼배하고 분합문 밖을 내다보는데 서방정토 극락계가 따로 없다. 부모님을 떠올리면 업보 생각에 삭발하고 절밥을 먹을까 망설이게 된다. 전통 산사 체험행사가 있는 10월 주말에 들리면 갖가지 체험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넉살이 좋은 시주는 주지 정덕 스님이 인생 글귀 하나 써주는 에코백을 선물받는 횡재를 하기도 한다.
2박 3일 정도면 어떨까. 한나절은 윤집, 오달제, 홍익한의 위패를 모신 신미존치(辛未存置) 47서원 중 하나인 부여 창렬사와 부여 금사리 성당을 둘러보면 좋겠다. 홍산 동헌과 객사 마루에 걸터앉아 쉬다가 홍산 향교의 800년 은행나무 아래를 걸어도 좋다. 또 다른 한나절에는 임천면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7호)의 도톰한 입술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근처 성흥산 가림성 사랑나무 아래에서 영원히 사랑하겠노라는 사진 한 장 정도 남기면 더없이 근사하다.
축제의 고장이다. 버섯이나 알밤 축제는 국화 축제에 끼인 곁다리다. 하지만 해마다 10월이면 열흘 동안 화려하고 성대한 축제인 <백제문화제>가 열린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축제 기간에 백마강 일원과 백제문화단지를 관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여 중앙시장에서 홍어찌개를 안주로 소주 한 병 비울 기회를 놓친 게 제일 아쉽다.
부소산성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부여 1경을 부소산 낙화암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부소산성을 일컫는 말이다. 사비문 안에는 백제의 성충, 흥수, 계백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 삼충사를 비롯하여 궁녀사, 충령사 등이 있다. 영일대의 일출과 반월루의 석양은 아는 사람만 안다. 사자루 편액에 대한 사연과 백마장강 현판에는 출렁이는 물결이 일품이다. 낙화암 위 백화정에서 내려다보는 금강 경치뿐만 아니라 한 잔을 마시면 3년이 젊어진다는 고란사 약수를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계절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산성길을 걸어볼 일이다.
1경, 부소산 낙화암(부소산성 -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31)
2경, 정림사지 오층석탑 -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3경, 궁남지 -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4경, 부여왕릉원 - 부여군 부여읍 왕릉로 61
5경, 백제보와 천정대(백제보 - 부여군 부여읍 북포로 45,
천정대 -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호암길 106-24)
6경, 백마강(백마강 구드레 공원 - 부여군 부여읍 백강로 148)
7경, 백제문화단지 -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8경, 만수산 무량사 - 부여군 외산면 무량로 203
9경, 서동요 테마파크 - 부여군 충화면 충신로 616
10경 성흥산 사랑 나무 -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