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디카시
-경남 고성에서 미국 시카고뉴욕으로
3. 디카시의 활성화와 글로벌화로 가는 도정
디카시는 해독이 어려운 시, 시인들만의 전유물로 독자와 불통하는 시를 버리고 공감과 소통의 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시로 탈바꿈하게 해 보자는 ‘야무진 꿈’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꿈이 그 발원의 땅인 경남 고성을 넘어 삼남 지방을 휘돌아 한국 전역으로 그 무대를 넓혔다. 그리고 이제 국경을 넘어 해외로 확장되어 가고 있으니 문학의 활성화, 대중화, 글로벌화에 있어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소수의 디카시 동호인과 이론가들이 동참했으나, 이제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은 물론 한국 문단에 그 이름을 가진 저명 시인들도 디카시 창작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발원지 지자체인 고성군 그리고 고성문화원과의 인식 공유 및 행정 지원이 날로 확장되고 있는가 하면 벌써 16회에 이른 ‘경남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 이 시운동의 선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디카시 공모전이 여러 문학제에서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고성 인근 하동의 이병주국제문학제와 토지문학제, 진주의 형평문학제, 충북 보은의 오장환문학제, 경기 양평의 황순원문학제 등의 문학제가 그렇다. 디카시는 이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는 공적 인증을 받기에 이르렀고, 한국현대문학사 기술에도 등장한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사전에 새 문학용어로 등재되는가 하면,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편 《인문학용어대사전》에 문학비평 용어로도 수록되었다. 교보문고의 디카시 낭독회,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카시기획전, 창원중앙여고 등의 디카시 제작하기 학습 등은 SNS 전성시대에 최적화된 문예장르로서의 흥왕한 미래를 예고한다.
또 있다. 충남 홍성의 결성향교와 디카시의 연대는 소외된 전통문화의 부양을, 그리고 노숙인 희망아카데미에서의 디카시를 통한 치유 및 재활 프로그램은 불우한 사회 구성원들을 위무하는 공익의 역할을 감당한 사례다. 디카시연구소는 고성군 교육위원회와의 MOU를 통해 디카시의 긍정적 측면을 실제 학습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계간지 <디카시>의 발간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언론사들 가운데 《머니투데이》나《오마이뉴스》, 《고성신문》 같은 매체에서는 디카시의 연재 또는 해설을 통해 그 저변 확대와 디카시에 대한 창작의 관심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유형의 노력이 많은 유력한 문인들의 디카시 창작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이 새로운 문예장르의 앞날에 혁혁한 청신호가 내걸렸다고 보는 이유다.
차제에 디카시의 활성화를 위한 ‘고난의 행군’이 국내에서만 시행되지 않고 해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미국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물론 그보다 앞서 중국 하남성을 중심으로 시작된 ‘중국 대학생 한글 디카시 공모전’은 벌써 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국제적 확산의 시범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막이 오른 디카시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그 국제적 행보의 내일을 장담하여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적 조류의 형용과 이에 대한 시인 및 독자들의 대응을 유념할 때, 이 문예장르가 번성했으면 했지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디카시의 창작자들, 이를 공명(共鳴)하며 누리는 동호인과 독자들, 그리고 그 발원지인 경남 고성은 이의 문화적·역사적 의의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옳을 것이다.
한반도 남녘의 작은 고장에서 출범하여 온 나라를 적시고 이제 세계를 향해 흐름을 이어가는 이 소중한 물결을 잘 부양하고 양성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디카시연구소에서도 기관의 조직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창의적인 사업을 구상하며 국내 유관 문학단체나 문예지 및 문학관과의 MOU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작 깊이 명념해야 할 일은, 디카시를 통한 문학운동에 ‘운동’만 남고 ‘문학’이 희석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카시로 인하여 창작자와 수용자가 서로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이 모든 세설은 그야말로 별반 가치 없는 것이 될 터이다.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10. 7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