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란계 사육 현실
- 암탉이 감금되어 사는 곳, 배터리케이지
산란계란 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을 말한다. 공장식 사육방식으로 축산업이 변화하면서 2014년 기준, 한국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인구수를 훨씬 뛰어넘는 6,400만 마리 이상을 기록했다. 생산되는 달걀 양은 하루 평균 3천 8백만 개가 넘는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지난 30년 동안 산란계 사육두수는 꾸준히 늘고, 사육 농가 수는 줄어드는 형태로 축산구조를 변화시켰다. 점점 소규모 농장이 사라지고 달걀 생산은 대규모 농장, 즉 축산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달걀을 낳는 닭들이 살아가는 환경 또한 이에 맞춰 변화했다.
표1. 산란계 사육규모별 농장 수, 통계청
28년간 전체 농가수는 총 4,096개에서 1,221개로 약 70% 감소했으나 총 사육두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사육규모 10,000마리 이하 소규모 농장은 3,349개소에서 222개소로 93%나 줄어든 반면, 사육규모 50,000마리 이상 대형 농장 수는 54개에서 345개소로 무려 6배 이상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말 기준 50,000두 이상의 대형 산란계 농장의 평균 사육두수는 약 137,634 마리로 추산된다. |
현재 한국 산란계 사육 방식의 9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배터리케이지(Battery cage) 시스템이다. ‘배터리케이지’는 동물을 사육하는 시스템의 하나지만 대표적으로 산란계 사육 시스템으로 불린다. 대부분 창문이 없는 큰 창고 안에 일정한 크기의 철장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고, 보통 가로, 세로 50cm의 공간에 암탉 6-8마리가 사육된다. 암탉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0.05제곱센티미터 정도다. 쉽게 말해 A4 용지 2/3 크기다.
산란계 배터리케이지는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닭의 움직임을 제한해 활동 에너지와 사료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사진1.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들
배터리케이지 사용은 점차 증가하면서 1960년대에는 달걀을 생산하는 우세한 방법이 됐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산란계 75%가, 미국에서는 95%가 케이지에서 사육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North and Bell). 약 60년 만에 양계산업에서 배터리케이지 사육 비중은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배터리케이지 사육 방법이 확대되는 동안 이 시스템을 모두가 옹호했던 것은 아니다. 1964년 Ruth Harrison은 ‘동물 기계(Animal machine)’란 서적을 통해 배터리케이지의 비인도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또한 점점 배터리 케이지로 사육하는 농가들이 늘어나자 동물의 본성을 제한하는 사육 방법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하는 대중 인식도 함께 증가했다.
- 배터리케이지 폐지는 세계적인 움직임
배터리케이지가 닭의 복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와 비판이 이어지면서, 유럽연합은 1990년대부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새로 신설하는 농장에 배터리케이지 시설 설치를 제한하고, 약 20년 후인 2012년 1월부터 배터리케이지 시스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미시간 주, 뉴욕 주 등에서 배터리케이지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고 있다. 또한 맥도날드, 버거킹, 코스트코, 세이프웨이 등 식품기업들이 직접 자체적인 동물복지 기준을 마련하고, 배터리케이지 달걀을 사용하지 않거나, 납품농가에 케이지 사육을 폐지하도록 요구하는 추세다.
사진2. 영국, 배터리케이지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된 닭인 'Liberty',
영국의 암탉복지단체인 British Hen Welfare Trust에서 구조했다.
- 국내에도 변화를 위한 논의가 시급
배터리케이지는 우리나라에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생산성을 가져오고 관리가 편한 배터리케이지 방식은 지금까지 양계업계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달걀은 인간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그 소비가 꾸준히 권장되어 왔다. 하지만 달걀을 낳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평생 알만 낳고 살아가는 닭의 처우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부족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케이지 사육 방식으로 인한 문제는 동물의 고통에만 있지 않다. 공장식 농장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분변으로 인한 각종 환경오염,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식품 안전의 위협, 조류독감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발생들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이뤄지는 사육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현재의 달걀 생산 방식이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에는 식품안전, 환경보호, 축산업의 지속가능 등이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무엇보다 닭의 생물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습성을 억압하며, 수많은 질병과 고통을 야기하는 케이지 사육 방식의 비인도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케이지 사육 방식이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이제 우리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성찰과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
첫댓글 해마루님의 사육방식이 그래서 더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동물복지' 개념의 농장 수준을 뛰어 넘고 있으니까요. 수입구조를 어떻게 유지할지가......ㅎㅎㅎ
닭의 수명이 30년이데....